물들다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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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시는 우선은 짧고 간결한 문장형식을 취한다. 그것이 정석이다. 아니다. 될수록 그래야 한다. 무엇보다도 감정을 길어 올려 바닥에 붓듯이 해야 한다. 이성적 방법이 아니다. 격정의 방법, 파토스다.
인간의 의외로 이성적 존재보다는 감정적 존재다. 감정에 의해서 보다 많은 인간의 일들이 좌우되고 결정된다. 우리가 행불행을 말하는 것도 감정에 의한 것이기 십상이다. 그렇게 감정은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인간 행위 내지는 예술로서 시보다 더 시급하고 강력한 것은 없다.
심지어는 이 감정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게도 만든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시가 사람을 살린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우선은 자기 자신―시인―을 살리고 타인―독자―을 살린다. 시는 다만 단순한 문장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문장이 흔들리는 사람 마음을 잡아주면 그 사람을 살리는 것이다.
저자

장인무

장인무시인은한국방송통신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2016년『문학세계』로등단했고,등롱문학상을수상했다.현재풀꽃시문학,금강여성문학,세종시마루,공주문인협회회원,넉줄시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장인무시인의첫번째시집인『물들다』는첫사랑이고,홍시빛추억이고,가장고귀하고거룩한사랑의꽃과도같은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불꽃놀이

금강에빠진 12
양파 13
울컥 14
물들다 15
불꽃놀이 16
하얀 17
고백 18
풋사과 19
그사랑 20
물거품 21
탈의 22
고독 24
가을 25
달려갈까했습니다 26
인생 27
돌꽃 28
속 29
하현달 30
저어새 31
그여자의집 32

2부서리꽃

억새 34
길을떠나다 35
나를심다 36
묵고?옘 38
여우비 39
동녘별 40
석류 41
씨앗 42
붉은곰팡이 43
삶 44
말씀 45
서리꽃 46
그림자 47
사구 48
눈내리는날 50
편견 51
모래시계 52
시간을안고 53
과식 54
색소폰 55
이때다 56

3부쌀밥꽃지던날

쌀밥꽃지던날 60
초로 62
늪 63
낙타의눈물 64
그곳 65
꽃물 66
폭염 67
물안개 68
백태 69
목숨 70
월아천 71
새벽산행 72
휴식 74
흑장미 75
흰죽을끊이며 76
다시,시작 77
나는장씨,동생은정씨 78
어머니의집 80
대답 82
그남자,그여자 84

4부넉줄시-긴울림

애모 88
입춘 89
수평선 90
연꽃 91
호수 92
이슬 93
홍매 94
곡주穀酒 95
서리꽃 96
단풍 97
초승달 98
동백 99
봄뜰 100
꽃잎 101
별 102
우체통 103
매미 104
백자 105
영影 106
가을 107
등대 108
채운 109
수련 110
막차 111
낮달 112
능소화 113
얼굴 114
구절초 115
나선 116
고목 117

해설빙의된목소리나태주 120

출판사 서평

멀리서
거침없이달려오는하얀그림자
돌부리에걸려넘어졌나요
내눈빛너무뜨거웠나요
철교만건너오면
손잡을수있었는데
그대로
강물에뛰어드셨네요
여보세요!
황홀한손짓그만하세요
그눈빛너무깊어
하마터면몸을던질뻔했잖아요
―「금강에빠진」전문

장인무시인의짧은시가운데한편이다.형식은짧고문장은단순한데읽어보면그내용을속속들이알것같지는않다.조금은아리송하다.그런중에도무언가는느껴진다.이것이바로시이다.이것이바로시읽기이다.

시의내용을시시콜콜파헤칠일은아니다.다만우리는시의문장에서오는감정만을다소곳이느끼기만하면된다.그렇다면이시에서는무엇이느껴지는가불안이나슬픔이나절망과같은감정은아니다.오히려그반대다.
그것은우선밝음의정서다.어디라없이깊이빠져든자의유현(幽玄)이고나아가기쁨이고광휘(光輝)이고시인이말한대로생명의극치인‘황홀’그자체이다.이러한정서는쉽게맛보는정서가아니다.깊이빠져든자에게만이허락되는정서이다.장인무시인이이것알았다니놀라운일이다.
기쁘면서도슬픈경지.살고싶으면서도죽어버리고싶은그어떤구렁텅이.그것은사실인간이자연이고자연이인간인그어떤사잇길에서나겨우만나는정성의세계다.이심전심의세계요너와내가하나가된우아일체(宇我一體)의된세상이다.시의제목도그럴듯하다.많이나갔다.

꼬리맞춘
빨간고추잠자리한쌍
자동차와이퍼에앉아
파르르떨림
미세한전율

그랬어
여민가슴마디마디파동
킬리만자로의눈빛
활화산의불꽃
피할수없는거대한
태풍이었어
―「가을」전문

또한편의작은작품의예시다.어느사이시인은한시(漢詩)의전경후정(前景後情)의기법을익히고있다.시의기법이란이론으로되는것이아니다.열심히쓰다보면저절로익혀지는것이어야한다.그래야오래간다.
시인은지금자동차안에있다.그러면서자동차밖와이퍼에앉은‘꼬리맞춘’두마리의잠자리에눈을맞추고있다.그두가지의‘맞춤’이‘파르르떨림’과‘미세한전율’을불러온다.이런표현과곡절은단순하지만단순하지만은않은것이고가상한일이기까지하다.
그다음은우리가짐작하는대로시인의소감내지는평가,후정(後情)의단계다.그런데그부분에와서도비범한면을보인다.지극히작은것에서지극히큰것을유추해내는솜씨가그것이다.일단은잠자리두마리의꼬리맞춤,그미세한전율이다.그것이발전하여‘킬리만자로의눈빛’이되고‘활화산의불꽃’이되고‘태풍’이된다는것은어불성설이되시인만이찾아낼수있는아름다운상상이며한기쁨의세상이다.

말갛게웃던푸른하늘
감나무이파리나풀거리던
돌담가외할머니댁

얘야오늘은
감나무아래가지마라
치맛자락감물들라

첫달거리
달무리닮은뽀얀속살
붉게붉게번지던

감나무아래볼그레
타오르던첫사랑
수줍어눈망울적시던

홍시빛추억
―「물들다」전문

시집제목이되어준작품이다.이시에는두개의자아가존재한다.성인이된지금의나와우린시절의나이다.몇살쯤되었을까‘첫달거리/달무리닮은뽀얀속살/붉게붉게번지던’나이라니까열두서너살쯤되었을까.어쨌든초경의나이어린소년가주인공이다.
그렇구나.배경은외할머니댁.‘말갛게웃던푸른하늘’이펼쳐진날.외할머니의목소리가들린다.‘얘야오늘은/감나무아래가지마라/치맛자락감물들라’.이음성이야말로영원의고향안에서들려오는가장평화롭고자애롭고아름다운목소리다.원점의소리,그것이다.
인간의삶은하루하루가힘겹고타박거리는발걸음이다.그렇지만이러한마음의고향이있고그고향에서들려오는음성이있기에하루하루의노역을그런대로감내해내고또앞으로나갈수있는것이다.그렇다면마음속에서들려오는이러한미세한목소리는결코무용한것이아니다.그것은또하나삶의에너지가되어주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