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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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황은경의 시는 안개에 휩싸여 있다. 안개에 휩싸여 있다고 해서 그의 시가 투명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생각의 비늘」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 세 편의 시에 드러나는 대로, 그녀는 안개 속에서 안개를 넘어 시적 사유를 여는 광장으로 나아간다. 시인을 따르면 “안개는 강가의 수호신”(「생각의 비늘 1」)이다. 강을 수호하는 ‘안개’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시인은 어떤 시 세계에 이르려고 하는 것일까? 시 제목인 ‘생각의 비늘’이 암시하는바,?안개는 황은경 시로 들어가는 길목에 오롯이 놓여 있다. 강가에 낀 안개는 오늘 하루 물길이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물길이 해야 할 일은 바닥부터 물 위까지 첩첩이 쌓여 있다. 흐르는 것은 건져야 하고, 널려진 것은 한곳으로 모아야 한다. 죽은 것은 살려야 하고, 살아 있는 것은 먹여야 한다. 물길이 하루를 시작하면 안개는 스스로 알아서 잠들 준비를 한다.
빛나는 비늘 옷을 입은 물고기 한 마리가 바위를 탁탁 치며 하루를 시작하면서 안개는 서서히 뒷면으로 물러난다. ‘수호신’은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다. 그러기는커녕 수호신은 자기를 숨김으로써 타자를 지키는 숭고한 일에 매진한다. 「생각의 비늘 2」 에서 시인은 “생각의 비늘은 허물을 덮는다”라고 쓰고 있다. 생각의 비늘이 벗겨지는 순간 시인은 또 다시 “허위의 나”로 돌아가야 한다. 허위의 나는 일상을 사는 존재를 가리킨다. 시인의 말마따나 일상은 “지치고 지쳐 외발로 서는/ 삶의 아릿함”으로 다가온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만큼 우리를 아릿하게 하는 게 어디에 있을까? 어제는 오늘로 반복되고, 오늘은 내일로 반복된다. 시간이 흐른다는 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각의 비늘’이 떨어져 나간 존재의 알몸이 바로 흐르는 시간과 닮은꼴이라고나 할까.
저자

황은경

황은경시인은2015년시집『겨울에는꽃이피지못한다』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으로는『겨울에는꽃이피지못한다』와『마른꽃이피었습니다』가있다.2017년다온예술인협회문학상본상,2018년한국여성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2019년작가와문학상등을수상했고,2019년호남문학상수상,대전서구문학회,시대읽기작가회사무국장,어린왕자문학관사무국장을역임했으며,인터넷신문학부모뉴스24문화예술부장,작가와문학,인향문단편집위원,2019년문체부산하상주작가공모어린왕자문학관상주작가로활동하고있다.2019년대전문화재단창작기금을받았다.
황은경시집{생각의비늘은허물을덮는다}는‘진실의나’와‘허위의나’의싸움의기록이자그성찰의결과라고할수가있다.생각의비늘이돋아나고생각의비늘이떼어지는과정속에서“몸살이나도/비늘은꼿꼿하게은빛을자랑하고”([생각의비늘2])더욱더아름답고역동적인삶의진경이펼쳐지게된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생각의비늘은허물을덮는다

생각의비늘1 12
생각의비늘2 13
생각의비늘3 14
부표 15
박제를꿈꾸며 16
고사목의아침 17
사람이있다 18
가끔 19
실종 20
나이테 21
껍질 22
간이역 23
연적 25
어떤사람 26
꽃길을바라보며 27

2부클릭

클릭1―마지막인사 30
클릭2 32
클릭3 33
클릭4 34
고독 35
사진 36
속 37
흔들의자 38
화인 39
해바라기 40
장마1 41
장마2 42
꽃이진다면 43
일생 44
불면증 45
상사화사연 46

3부우울한나라

우울한나라 48
감기 50
그릇 51
위자료 52
비워지고,비울수밖에 53
상처 54
꽃 55
도마뱀꼬리를자르다 56
마리아 57
이별―조숙경시인을그리며 58
가시선인장 59
꺾인자유가날아간다. 60
가출 61
사랑한다는말을돌려놓고 62

4부바람의춤

바람은말라버린꽃 64
바람의춤 65
백야 66
파랑새는떠났다 67
애수 70
옥탑방 71
배달의민족 72
가로수 73
인연1 74
참선 75
무너진집 76
연꽃 77
치매 78
바다를품은섬 79

5부외발로서기

여물어가는 82
검은천둥 84
업 85
기다림,그후 86
길 87
백숙 88
하얀꽃대 89
창가 91
창세에밤이잉태되었고 92
안개꽃 93
인연2 94
섬의귀향 95
미장원미스김 96
기와 97
추락 98

해설스스로죽어다시피는꽃오홍진 100

출판사 서평

늘애가타던세상
처음이마지막이될까봐
돌아서는등뒤로
스며들어오는차가운물고기

팔딱이던물고기힘을다해

비늘이다떨어져나갈때까지
뼈시리게온힘으로바다로나갈것이다
눈물은보이지않게물거품과섞인다

등대의붉은눈빛과타는속은무르익어
갈빛처럼물들어버린저기,저물고기
꼬리없이나에게헤엄쳐온다
바다의뼈가부딪혀요란하다.
-「생각의비늘3」전문

위시에서시인은있는힘을다해“늘애가타던세상”밖으로나아가려는“차가운물고기”의삶을여실히표현하고있다.물고기는(생각의)비늘이다떨어져나갈때까지온힘으로팔딱이며바다를향해나아간다.비늘은강가의수호신이라고했다.강가에사는물고기에게는생명과도같은것이비늘이라는말이겠다.비늘을떨어내는고통을감내하지않으면물고기는바다로나갈수없다.바다로나아갈수록물거품과섞이는물고기의눈물은그래서그만큼더많아진다.시인은“등대의붉은눈빛과타는속은무르익어/갈빛처럼물들어버린저기,저물고기”라는이미지로물고기가시간과더불어사는방식을표현하고있다.떨어져나간비늘이물고기를갈빛으로물들인다.그저물드는게아니라“무르익어”물드는것이다.물고기스스로시간을삭이지않으면무르익을수없는것이‘갈빛’이라고말해도좋겠다.
수호신인안개가있어물고기는비로소바위를탁탁치며하루를시작할수있었다.하루하루시간이흐르면서물고기는바다로나아가는꿈을꾸었고,그꿈이커질수록물고기는온몸이부서지는몸살(생각의비늘2」)을앓아야했다.몸살난몸을풀려면끊임없이움직일도리밖에는없다.생명의젖줄인안개에묶인채로어떻게바다로나아가는꿈을꿀수있을까강에서바다로가는길은이렇게자기를낳은뿌리와떨어지는극한의고통을몰고온다.시인은갈빛으로물든저물고기가“꼬리없이나에게헤엄쳐”오는상상에빠져든다.새로이태어난저물고기를맞으려면시인또한갈빛으로물든삶을기꺼이받아들여야한다.온몸을덮은“생각의비늘”을떼어내고저편바다를향해묵묵히가는삶.황은경의시작(詩作)은무엇보다자기를낳은생명의뿌리와단절하는지독한고행속에서이루어지는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