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밭에구령을맞추는갯메꽃이있지/바다를향해쨍쨍하게나팔하나씩빼어물면//자갈자갈거품문게들이발바닥에짠내음을불러들이지/먼바다에서아직돌아오지않는안부를/뱃길따라갔던갈매기들이가끔물고오지//외할머니가가르쳐준대로/갯메꽃입술가까이대고따개비같은주문을외워/오래오래오래//숨한번크게들이쉬고중얼거리면/메꽃속에서긴밧줄을타고꽃씨닮은개미들이줄줄이기어나오지//하나둘개미를세며기다려줘야해/외삼촌을기다리는외할머니앞에선//그러는동안밀물이찰싹찰싹발등을간질이지/눈물비린내묻은//오늘도남은사람들은혼자갯메꽃주문을외우며/물수제비를던지지/퐁퐁퐁물발자국딛고오라고//해가지도록오래오래오래
----[오래오래오래]전문
유계자시인의[오래오래오래]는우리인간들의소원(꿈)을노래한시이며,이소원의간절함만큼이나그노래에옛이야기를극적으로결합시킨창작극이라고할수가있다.[오래오래오래]는시로씌어진소원이고,[오래오래오래]는시와옛이야기,아니시와삶을결합시킨창작극(뮤직컬)이라고할수가있다.시적주제는기다림이고,시의무대는바다이다.시의주인공은바다로나가실종된아들을기다리는외할머니와그리고그외할머니의소원과함께,[오래오래오래]의사건과그배경을노래하고있는시인이다.[오래오래오래]의꽃은갯메꽃이고,[오래오래오래]의악기는나팔이다.[오래오래오래]의전령사는갈매기이고,[오래오래오래]의구원자는개미들이다.[오래오래오래]의기도는주문이고,그기다림의방법은“오늘도남은사람들은혼자갯메꽃주문을외우며/물주제비를던지지/퐁퐁퐁물발자국딛고오라고”라는시구에서처럼,물수제비를뜨면서징검다리를놓는것이다.
시는사건을미화시키고,사건은그상처와아픔을지워버린다.바다에나가실종된외삼촌은살아있는사람이되고,언젠가,어느때는만선의꿈을안고돌아와외할머니의품에안길자랑스러운뱃사나이가된다.믿음은소원이되고,소원은갯메꽃이된다.갯메꽃이바다를향해쨍쨍하게나팔하나씩을빼어물면자갈자갈거품문게들이발바닥에짠내음을불러들이고,뱃길따라갔던갈매기들은아직먼바다에서돌아오지않은안부를물고온다.시인은외할머니가가르쳐준대로갯메꽃입술가까이대고따개비같은주문을외우는데,왜냐하면외할머니의소원대로하루바삐외삼촌이돌아오지않으면안되기때문이다.따개비는더없이끈질기고강력한생명의상징이고,이주문의효과에의하여“메꽃속에서긴밧줄을타고꽃씨닮은개미들이줄줄이기어”나온다.나팔은기다림-그리움의노래가되고,개미들은긴밧줄을타고나타나는기사단,즉,구원자가된다.
시는소원(꿈)이고,소원은결코이루어지지않는다.이루어지지않는꿈은마음의병이되고,이마음의병을치료하는데에는오랜시간이걸린다.이루어지지않는꿈을이루어야하니까주문이필요하고,주문이필요하니까기적이필요하다.기적은어렵고,기적은오랜시간이필요하다.시는삶의의지이고,삶의의지는모든기적을가능하게한다.바다에나가돌아오지않는외삼촌,그외삼촌을기다리는할머니,그기다림의함성같은갯메꽃,자갈자갈짠내음을불러들이는거품문게들,먼바다에서아직돌아오지않는안부를전해주는갈매기,갯메꽃입술가까이대고따개비같은주문을외우는시인,갯메꽃속에서구원의밧줄을타고나타나는개미들,찰싹찰싹외할머니의눈물비린내같은밀물등의등장인물들과사건들이모여서어느덧기적의징검다리를놓게된다.
유계자시인의상상력은‘오래오래오래’라는시간을붙잡고,과거와현재와미래를순회하며,그리고현재로서살아움직이게한다.‘오래오래오래’는과거이며현재이고,현재이며미래이다.‘오래오래오래’는외할머니의눈물비린내의시간이며,갯메꽃함성의시간이고,그리고기적의징검다리의시간이다.외삼촌은살아있고,만선의기쁨을안고,가장아름답고행복한고향으로돌아온다.
말과이미지의일치,말과삶의일치,시와삶의일치----.말의향연과이미지의향연과이야기의향연----.너무나도완벽하고너무나도극적인구성상의승리가유계자시인의[오래오래오래]의시적토대라고할수가있다.
회장은달/회사명은밀물과썰물//조금때만쉴수있는어머니는달이채용한2교대근무자//철썩,/백사장이바다의육중한문을열면/발도장을찍고물컹물컹갯벌자판을두드려바지락과소라를클릭한다//낌새빠른낙지는이미뻘속으로돌진하고/짱뚱어는뛰는놈위에나는놈을살피느라정신없고/농게는언제나게구멍으로줄행랑치기바쁘다//성깔있는갈매기는과장되게끼룩끼끼룩거리며잔소리를해댄다//가끔물풀에갇힌새우와키조개를불로소득하지만/실적없는날은녹초가되어비린내만안고퇴근한다//평생누구앞에서손비비는거질색인데/겨울바람에손싹싹비벼대도승진은꿈도꾸지못했다//자별하다고느낀달의거리마저멀어지자/수십년간충실했던밀물과썰물회사를정리하였다//파도같은박수소리/근속훈장하나받아보니구멍숭숭뚫린직업병이었다//
---[바다회사전문]
유계자시인의[바다회사]는주제,구성,문체가너무나도아름답고완벽하게꽉짜인시이기는하지만,그주인공인어촌마을의어머니는한이많이쌓인여인에지나지않는다.근면과성실함이도로아미타불의헛수고가되고,그아름다운바닷가의풍경마저도파도같은박수소리와함께,구멍숭숭뚫린직업병속에묻혀버린다.
유계자시인은자기를어머니와동일시하며,그어머니가한평생갯일을하다가늙고병든것처럼그도황홀하게어머니의몸과마음속에몰입해들어가게된다.어머니와시인은둘이아닌하나이며,이근원적일체감속에서[바다회사]를예술품자체가된시로승화시켜놓는다.파도같은박수소리는물거품처럼공허하고,근속훈장이라는것은구멍숭숭뚫린직업병뿐이라는것----,그러나이‘허무주의적드라마’가만인들의심금을울리며,우리서민들의삶을되돌아보게한다.
근면성실이물거품이되는삶,파도같은박수소리가구멍숭숭뚫린직업병이되는삶,아름답고너무나도아름다워서허무한삶----,바로이것이어촌마을,아니우리서민들의인생무상을증명해주고있는것인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