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정치 (이영식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꽃의 정치 (이영식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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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영식 시집 『꽃의 정치』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으며 〈서시〉, 〈시인〉, 〈자화상〉, 〈폐가의 식사법〉, 〈두부를 건너는 여자〉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이영식

이영식시인은경기도이천에서태어났고,2000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공갈빵이먹고싶다],[희망온도],[휴}가있고,제17회‘애지문학상’을수상(수상작품[꽃의정치)했다.
이영식시인의네번째시집인{꽃의정치}는‘아우슈비츠이후에도서정시가가능한가’라는반대방향에서,서정시가가능한이상적인세계를극적으로창출해낸다.사랑의정치,꽃의정치는더없이숭고하고,더없이성스럽다고하지않을수가없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서시 12
시인 13
자화상 14
폐가의식사법 16
두부를건너는여자 18
꽃의정치 20
이별이라는거 22
시 23
수레국화장례식 24
참,독한연애 26
나쁜페미니스트 28
공평한의자 29
사물의편에서다-뼈 30
막내리고연극이시작되다 32
사자에게막말하기 34
시와소금 36

2부
백비탕白沸湯 38
홀딱벗고새 39
달은감정노동자 40
이빨우는소리를들었다 42
괘종시계걷는법 44
낙타자리-어느몽상가의별에게 46
수화手話 48
아메리카노에게 49
깨진밥그릇을위한기도 50
꽃은어디로갔다 52
소금의시학 54
체게바라할머니 55
빈집 56
달항아리 58
저아무개별에게 59
낙타가사막을건너는법 60

3부
희망고문 64
슬픔인증제도 65
의자의나라는없다 66
겨울담쟁이의시 68
발의적막 69
인디언술래잡기 70
거울이없으면여자도없다 72
햇살론 73
시한편읽고나서 74
‘작은나무’가달려왔다 76
시인동네 77
사랑은늙지않는다 79
마지막고스톱 81
걸레 82
슬픈말더듬이의시 84
서울낙타 86

4부
이명耳鳴 88
시한편쓰고나서 89
내사랑,가마우지 90
‘흐름’이라는말 92
족쇄령 94
소 95
밥푸는여자 96
나는시인이다 98
탑-미얀마순례1 99
탑돌이-미얀마순례2 100
탑의숲을거닐다-미얀마순례3 101
부처와함께놀다-미얀마순례4 102
석공-미얀마순례5 103
민들레신전神殿-터키순례1 104
동굴수도원-터키순례2 106
이스탄불의개-터키순례3 107
지중해에서시인에게-터키순례4 108
짜장면곱빼기-터키순례5 109

해설숭고의아름다움,
혹은성스러움을찾아서황치복 112

출판사 서평

불질러놓고보는거야
가지마다한소쿠리씩꽃불달아주고
벌나비반응을지켜보는거지
그들의탄성이터질때마다
나무에서나무로번지는지지세력들
꽃의정부가탄생되는거라

꽃은다른수단의정치
반목과대립이없지
뿌리는흙속에서잎은허공에서
물과바람
상생의손움켜쥐고
나무마다꽃놀이패를돌리네
봄날내내범람하는꽃불을봐
꿀벌은꽃이치는거지
벌통으로키우는게아니야
코앞에설탕물을풀어놓은들
그게며칠이나가겠어
검증되지않은수입교배종으로
벌나비의복지를시험하지마
같은꽃같은향기더라도
오는봄마다새로운꿈을꾸고
행복해하는거야

봄날은간다
꽃의정부가다하더라도
후회는없어
튼실한열매가뒤를받혀줄테니까
----[꽃의정치]전문

이영식시인은낭만주의자이며,이상주의자이기도하고,다른한편,그는이상주의자이며,현실주의자이기도하다.[꽃의정치]는현실정치에대한환멸의소산이라는점에서는낭만적이고,[꽃의정치]는머나먼저곳의정치라는점에서는이상적이고,그러나궁극적으로는[꽃의정치]를실현시키고싶어한다는점에서는현실적이라고할수가있다.“꽃은다른수단의정치/반목과대립이없지/뿌리는흙속에서잎은허공에서/물과바람/상생의손움켜쥐고/나무마다꽃놀이패를돌리”는꽃의정치의목표가되고,이‘꽃의정치’는이상세계와이상세계의행복을보장해주게된다.정치란‘무보수명예직’으로꽃피어나는것이지“코앞에설탕물을풀어놓은”것같은꼼수와“검증되지않은수입교배종으로/벌나비의복지를시험하지마”라는시구에서처럼,이웃국가의정책으로꽃피어나는것이아니다.정치란진실이없으면피어나지않는꽃이며,전국민의행복이보장된‘꽃놀이패’의축제를연출해내기위해서는역사와전통을사랑하지않으면안된다.역사와전통은[꽃의정치]의토대가되고,이역사와전통의토대위에서만이반목과대립이없는사랑의정치가실현될수가있다.
꽃의정치와꽃의정부는우리가이영식시인을통해서들은가장아름다운말이며,만인들의행복의향기가천리,만리퍼져나가고있다고하지않을수가없다.
----제17회애지문학상심사평에서

곰탕집뒤란/뼈다귀들이쌓여축제를벌이고있다//내가털어넣은한사발사골국물도/저들의사지四肢로고아냈을터,/갈비뼈등뼈다리뼈…살점발라주고/말갛게씻긴백골들,협찬이라도받은듯/정오햇발을제깜냥받아누린다/그늘한점없다//삶의,삶에의한,/삶을위해복무하지않는뼈//탈탈털어도/먼지한톨떨어질것없는/뼈다귀들은모서리마다곡선을지녔다/원심怨心이아니고원심圓心이다/들끓지않는다//생몰生沒을건너온어법/명징하다/뼈바늘같은시한편쓰고야말겠다는듯/새하얗게빛나고있다
-「사물의편에서다=뼈」,전문

이영식시인의이번시집에는시를노래한작품만큼이나사물들을노래한작품들이많다.「공평한의자」에서는지상에사뿐이내리는눈송이에게기꺼이의자가되어주는빌딩,리어카,소잔등등의덕을예찬한다.또한「빈집」에서는말벌과고양이와잡초와풀벌레에게생의터전을제공하는빈집의덕을칭송하고있다.이러한사물들이시인의눈에각별하게보이는것은그것들이자신의욕망에매몰되지않고타자들을위한배려와공감을실천하기때문이다.자신의욕망을충족시키는것이아니라타자들이필요로하는것을제공하고,그들의번성을기뻐할뿐어떠한보답도바라지않기때문인것이다.
인용된시에서“사물의편에서다”라고하면서사물의덕을옹호하고있는대목도바로이러한맥락에서나온장면이라고할수있다.인용된시에서시인은동물들의“뼈”를칭송하고그것들을닮은“뼈바늘같은시한편”을쓰고싶다고고백한다.앞서분석한시편에서시가성스럽고신성한종교적대상이었음을생각해보면,시인이뼈를신성한것으로바라보고있음을짐작할수있다.뼈들이신성한이유는무엇인가
역시아낌없이주는나무처럼자신의모든것을타자를위해서공양하기때문이다.자신이지니고있던모든“살점발라주고/말갛게씻긴백골들”은다시“저들의사지(四肢)를고아냈을터”인“사골국물”이되어“나”의뱃속으로들어간다.발라진뼈들이다시고아져사람의허기를채워준다.그러면서도뼈다귀들은“모서리마다곡선을지녔”으며,“원심(怨心)이아니라원심(圓心)”을지니고있다.발라지고고아진뼈는삶을초월했으며,죽음도초월했다는점에서“생몰(生沒)을건너온어법”이라할만하다.마음이맑은시인이모든것다내어주고“곰탕집뒤란”에“새하얗게빛나”면서쉬고있는뼈다귀에서아낌없이주는나무와같은성자의모습을발견하고,숭고한아름다움을발견하는것이이상할것이없다.

사내가허공을걷고있다/하루스물네점/쉼없이건너는시간여행자/외쪽불알추로세워/좌우치우침을모른다/아무리걸어도늘제자리/사내의구두는발자국도없이/소리로만걷는다/입주사십년,붙박이/우리부부의내밀한밤을지켰고/아이둘을키워내보냈다/바람벽에붙어살면서도/제몸밖을꿈꾼적없는사내/내부를열어보면/곁을내주며서로품고돌아가는/톱니의가계家系가드러난다//속도전의시대/사내는아날로그식보폭이다/허공에겹겹결을내어/집안구석구석종소리로채우고있다/고물상도등돌리는저몰골/나는사내의보법을배우고싶다/세상어떤바람에도어김없이/또박또박걸어가닿는/무량한세계,/다닳고낡은구두가/기적처럼하루를건너가고있다
-「괘종시계걷는법」,전문

시인은「깨진밥그릇을위한기도」라는시에서는깨진밥그릇에대해서“늘몸정갈하게닦고기다리다가삼시세끼챙겨주던그런여자”,혹은“치장이라면자기몸에福자나목숨壽자를새겨나의복나의장수를빌어주던”여자라고하면서그덕을칭송하고있다.그리고“신이시여!맹목의사랑퍼주고간그여자를좋은곳으로인도하시고원하옵건대다음생에는그가나의주인으로오게하소서”라고기도하고있다.일반인들이아무런정감도없이대하는밥그릇의덕성을칭송하는시인의따뜻한마음결을느낄수있는대목이아닐수없다.그렇다면「괭종시계를걷는법」에서괘종은어떤덕성을지니고있는것인가
먼저,40년의세월을보낸낡은괘종시계에대해서“다낡은구두”를신고있는늙은사내로인격화하고있는대목에서사물에대한시인의태도와마음을확인할수있다.이러한장면은이영식시인의시에서특별한것이아니라보편적인것이다.괘종시계를보면서나타내는늙어가는아버지를대하는듯한시적화자의태도는그것이숭고한아름다움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그것은“제몸밖을꿈꾼적없는사내”로서자신에게주어진길을묵묵히걷는낙타,혹은성자의모습을지니고있다.그의내부에는“곁을내주며서로품고돌아가는/톱니의가계(家系”가자리잡고있어서조화로운전근대적인사회라든가신의뜻대로세상이운영되는섭리의원리를체현하고있다.
그것이지닌풍모는어떠한가그것은“속도전의시대”에존재하면서도“아날로그식보폭”을유지하고있다.시적화자는사내의보법을배우고싶다”고고백하고있는데,사내가견지하고있는보법이란세태의변화에아랑곳하지않는자신만의고유한가치를지키는보법이다.중세의시대가끝나가고있는데도그러한세계속을종횡무진돌진하는돈키호테의보법을닮았다.그것은“고물상도등돌리는”한심한몰골을하고있지만,“또박또박걸어가”“무량한세계”에가닿는다.시적화자는“고물상도등돌리는저몰골”이라고해서한심한듯이묘사하고있지만,그러한묘사속에는시간의때가묻어서반질반질하게윤이나는고색창연한색채가뿜어내는기품과그윽함을암시하고있다.그러하기에그것은“무량의세계”를걸어갈수있는것이다.한도끝도없는광활한세계,인간의의식너머로사라져버리는그러한아득한지평에속하는괘종시계에서성스러움과숭고의아름다움을느끼는것은당연한일이다.마지막으로숭고의아름다움의극치를보여주는작품을보자.

종로피맛골/외진그늘자리목련나무한그루/불상놈처럼서있다//8차선도로에서숨어든/직립동물들이오줌내갈기고/토사물쏟아놓고/고얀냄새풍겨대는사이/겨우내얼고떨며노숙하던나무가/마술을시작하고있다//작은솜털모자속에서/하얀새한마리꺼내놓는다/새는새를낳고/바람을들이고꿈을펴고/어느새새떼가되어/피맛골좁은골목/새하얀날개들의천국이다//새들이봄햇살물어나른다/골먼지,찌든때,/껌딱지처럼붙었던얼룩닦아내고/연두빛새이파리들여앉힌다/며칠째노역으로/골목묵은기억을몽땅들어낸/목련나무,/세상환하고향기로운걸레를보았다
-「걸레」,전문

우유빛순백의아름다움을지니고있는봄날의목련꽃에서“걸레”의이미지를발견하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시인이사물의편에서서그것이지닌덕성을읽어주고자하는마음이없다면이러한발상은어려운일이기때문이다.시인이봄날투명한아름다움을지니고피어나는목련꽃을보면서그것을“향기로운걸레”로예찬하는것은역시목련이지니고있는숭고한아름다움과성자의덕성을보았기때문이다.그렇다면목련꽃이지니고있는덕성이란무엇인가
목련나무는종로의피맛골자라에서“불상놈처럼서있다.”목련나무가불상놈처럼서있는것은그것이버릇도없고예의도차릴줄몰라서그러는것이아니라애써천한역할을자임하고있기때문이다.그는직립동물들이내갈긴오줌이라든가“고얀냄새풍겨대는”토사물들을청소하고정화하는역할을담당하고있는것이다.목련나무는어떻게그러한궂은일을해내는가“작은솜털모자속에서/하얀새한마리꺼내놓는”데서부터모든일이시작된다.새는또다른새들을낳고,또한새들은“바람을들이고꿈을펴고”,“봄햇살물어나르”고,“골먼지,찌든때,/껌딱지처럼붙었던얼룩닦아내고/연두빛새이파리를들어앉히”고결국은“골목묵은기억을몽땅들어낸”다.
목련나무가작은솜털모자에서꺼내놓은새한마리는물론목련나무가피워올린목련꽃의은유일것이다.하지만어떻게목련꽃한송이가그처럼많은일을해낼수있을까그것은바로목련꽃이새와같은속성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이시집에서는새를다룬시가두편있는데,먼저「홀딱벗고새」에서는검은등뻐꾸기라는새가등장한다.그것은“부처님앞에서도/홀딱벗고-/비구니스님목탁위에도/홀딱벗고-”라고노래하면서“깊은도량에”“음란코드를심어놓”는다.또한「부처와함께놀다-미안야순례4」에서는참새한마리가등장하는데,그것은“부처님머리위에물똥을냅다갈기”고달아난다.이처럼권위와신성을무시하는검은등뻐꾸기라든가참새한마리는성스러운성격을지니고있다.부처님의권위라든가선악의도덕관념과같은인간적인차원에서벗어나어린아이의그것과같이순진무구한천품을유지하고있기때문이다.세상의오물을정화하고치유하는목련꽃이새에비유되는것은이영식시인의문법에서지극히자연스러운셈이다.
목련꽃은그색깔처럼소박하게가장낮은자리에임하며직립동물들이만들어내는오물들을치우고정화한다.그래서시인은그것을“세상환하고향기로운걸레”라고명명한다.가장낮고가장지저분한오물에서자라면서주변을환하게정화시키는목련은가장더러운진흙에서아름다운꽃을피우는연꽃과다르지않는셈이다.목련꽃에서성자의모습을발견하고그것에숭고한아름다움을부여하는시적인발상은지극히이영식적인것이다.

아우슈비츠사건이후에더이상서정시를쓰는것은불가능하다는진단이횡행하는시대,그리고미래파이후전위와환상만이현대적인시의문법이될수있다는믿음이횡행하는시대,이영식시인은왜서정시가써져야하고읽혀져야하는지를증명하고있는것처럼보인다.서정시가지닌저력과힘이결코연약하지않음을몸소보여주고있다.기술복제시대에언어의유희로제작된텍스트가흉내낼수없는수공업적예술창작이지닌기품과분위기를통해서시인은제작된작품이가지기어려운그늘과깊이의아우라를창출하고있다.그것은성스러운분위기를자아내고숭고의아름다움을발산한다.시인이창출하는숭고한아우라가너무나매력적이고강력하기에종교적이고제의적인예술의본질이인쇄시대와정보화시대에살아남았듯이,요즘시끄럽게떠들어내는포스트휴먼시대라는4차산업혁명의시대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