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리 (안지순 시집)

어우리 (안지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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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안지순 시집 『어우리』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의총리 가는 길〉, 〈동동주〉, 〈강江〉, 〈열꽃〉, 〈흥부의 외출〉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안지순

안지순시인은1974년충남금산에서출생했고,공주대학교대학원국어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2006년부터{좌도시}를통해활동하기시작했다.현재‘책읽는다락서원’에서아이들과청소년들과함께독서와글쓰기를하고있으며,2019년,아이들이쓴동시를모아동시집『충치먹은집』을엮어낸바가있다.
안지순시인의첫시집{어우리}의주제는조화이며,모든사람들이저마다의개성과독창성을통해이‘조화’의주체자가된다.강원도의김판순씨는오이를,전라도의오성길씨는호박잎을,충청도의이정자씨는가지를가져와음식을만들고,그산물들을팔아그이익금을공평하게나눈다.그고장의기후와풍토와말씨와삶의결은다르지만,서로가서로의일에최선을다하면이심전심의마음이조화를이룬다.{어우리}의세계는최선의세계이며,모든것이약속되어있다.이땅의평범한사람들의삶을더없이친숙하고따뜻한시선으로묘사하면서도,우리가곧잘놓치고있는‘반전의드라마’를연출해냄으로써더없이사실적이고진한감동을이끌어낸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의총리가는길 12
동동주 13
강江 14
열꽃 16
흥부의외출 18
뒤란 20
식사 21
바지락-고모에게 22
반딧불이 23
설우雪宇 24
나무의자 26
고로쇠물 27
사진 28
상엿집 30
둥구나무이야기 32
열쇠 34

2부
우리동네구두수선집 36
민달팽이 37
줄1 38
줄2 39
대청호 40
말言 41
들장미 42
신호등 43
교차로에서 44
옳은발 46
뒷주머니를더듬다 47
석류 48
사슬 50
뫼비우스의띠 52
그여름의일기 54
투명인간 56

3부
궁남지에서 58
내게순간이란 59
봄똥 60
묘목 62
이명耳鳴 64
공동주택 65
인큐베이터호박 66
맷돌 68
하행 69
진악산이야기-임희재와극본‘아씨’에대하여 70
쉼표 72
경배 73
재활용 74
집 75
엘리베이터꽃 76
현수막 77
2014년밤10시 78

4부
설원을향하여 80
그밥에대한설說 82
어우리 84
풀을먹다 85
현암사 86
화사花死 87
포도가열릴때 88
참나무 90
수묵水墨 91
상좌불相座佛 92
은행나무 93
은골그녀네집 94
명랑핫도그 96
저잣거리예수 98
비둘기집 100
자동차모터쇼 102
은밀한오후 103

해설연민또는연대의서정조재훈 106

출판사 서평

이짧은글에서는4부에서한편씩을골라그전부를통해이야기를전개하도록하려고한다.한편을선택하는것도편견이따르는일이지마는이글의목표가시인안지순의시를이해하는것이기때문에가장무난하다는판단이다.

봇짐이고걸어가는할머니뒤를/앞서거니뒤서거니철쭉이따라가고/펄렁이는옷깃에/청보리물결치는의총리//그만큼떨어져서/조팝꽃조르르몰려들고/그만큼떨어져서/진달래꽃무덤묻어가고//십리장등빛따라/바람같은걸음따라/묻어놓은서러움도/몸풀고쉬어가는길//그리움도무더기꽃무더기/양팔벌려모여드는의총리/사람도그만큼만그리워해라/가만가만꽃처럼피고지어라
-「의총리가는길」전문

안지순시인의시가거의그렇듯이첫1부도‘어머니,큰어머니,고모,당숙,식구들’등의인정이넘치는이야기로가득하다.
구수한인정을바탕으로하면서도객관적거리를두어노래하고있는작품이「의총리가는길」이다.의총은임진왜란당시왜군과싸우다산화한칠백여명의커다한무덤이다.보통의경우는격앙된어조로웅변이나올법한데전혀그렇지않다.
속의깊은정을‘봇짐이고걸어가는할머니’의정경으로풀어가고있는것이다.고단하게사는서민의삶을압축하는‘봇짐진할머니’는우리‘조선’의상징이다.그‘할머니’의뒤를‘앞서거니뒤서거니’에‘철쭉’이따라간다.철쭉은살아남은민초의상관물이다.펄렁이는옷깃은그런접근을뒷받침한다.그다음에오는‘청보리’,곧백성의물결과자연스럽게겹쳐진다.
그다음연의‘조팝꽃’이‘조르르몰려들고’‘진달래’의‘꽃무덤’이더불어묻어가는심상을통해‘의총’의처절한정신을은근히드러내준다.되풀이되는‘그만큼떨어져서’의간헐적반복은예사롭지않다.높은뜻을받들어이어가지만감히저기묻힌선열은따를수없어마음만으로변치않고따른다는뜻으로읽히기때문이다.
셋째연의‘십리장등’은시인의각주에따르면의총이있는마을의산등성이를가리키는이름이다.마을에서십리쯤가는산등성이로생각되는데,장수를비는장명등의그것으로바뀐것이아닌가싶다.그뒤에붙은‘빛따라’가그런생각을뒷받침해준다.그의로운‘빛’을따라바람같은걸음으로가노라면무덤속의서러움도잠시몸을풀고쉰다.이것은봇짐머리에인우리조국의운명에닿아있다.
끝연은영탄조로그러나그것을감추고가만히기원한다.‘꽃무더기’의칠백애국지사-‘꽃무더기’(꽃무덤),생전의힘찬만세부르듯두팔높이들고모여든다.‘가만가만’꽃처럼피고지라는염원에이시는머문다.차분하게가라앉아있지만그만큼감동을주는시다.이시인의건강한시정신과그것을형상화하는시적기량의성숙을보여준다.

큰나무아래허공에떠있는벌레가있다/보일듯말듯가는줄에매달려/온몸으로발버둥쳐도/한뼘도오르지못하는벌레한마리/장난기돋친손가락으로/가느다란줄을흔들어본다/끊어질듯힘없이흔들리는줄//밥줄을흔드는손이있다/높은곳에앉아/여유로운미소를짓는그들이/자본이라는마법을걸어/손가락하나로가볍게흔드는줄/
그줄에온몸으로매달려/몸부림치는사람들이있다/손가락하나만가볍게누르면/툭끊어지는줄에내가매달려있다.
-「줄1」전문

2부는주로기계화되고자본화가된빈부의양극을형상화한시편이주종을이룬다.구두수선공,수몰지역주민,종이줍는할머니,혼자사는아저씨,치매앓은할머니,청소부아줌마,맞벌이부부등등이그렇다.시인의의롭고따듯한시선이잘드러난다.
이속에서고른「줄ㆍ1」은뭐뛰어난시라하기에는좀그렇다.그러나거미줄에매달린벌레에서자아를발견하는그성찰이가슴에와닿는다.이시는딱두연으로되어있다.앞연은거미줄에매달린벌레,뒤연은밥줄을흔드는줄로바뀐다.
‘큰나무아래허공에떠있는벌레’,단순하다면단순한이시의출발을보여주는대목은범상하지않다.‘큰나무’는무엇을상징하는걸까,그나무아래왜‘허공’이있는걸까?어쩌면‘큰나무’는우주의크낙한질서일까아니면힘을가진존재일까그위에있어야할‘허공’이그아래에있는걸보면뒤의것같기도하다.‘허공’은글자그대로빈하늘이다.무슨도교의세계나붓다의가르침이라고지레짐작할수도있겠지만그와는거리가멀다.왜냐하면나약한벌레가누군가의밥이되어걸려있기때문이다.
이시인이궁극적으로말하려고하는것은‘줄’에있다.그줄에벌레도사람도매어있다는것이다.끊어질듯힘없이흔들리는줄이지만약자중의약자‘벌레’의생사를쥐고있다.
뒤연은선언경후언지先言景後言志의후언지에해당한다.앞에것이‘벌레’라면그연장선상에사람이있다.밥줄을쥐고있는보이지않는‘손’,그것은‘높은곳’(실은허공일지도모른다)에여유로운미소를지으며앉아있다.그것은복수複數인‘자본’이다.‘마법’을가진현대의기계이며물질의신이다.하찮은‘손가락하나만가볍게누르면’그줄은툭끊어진다.
밥줄이그렇게끊어지면매달린노동의가족들은숨을거둔다.잔인한자본의메커니즘을고발하고있는작품이다.

그대와마주앉아/만면웃음너머로실려오는잔잔한이야기같은것이다//채마르지않은머리칼위로소소한바람이불어와/코끝으로비누냄새스치는날숨같은것이다/가벼운일상이아무렇지도않게지나갈때/문득이시간들을잡고싶은것이다/그대머리위로이팝꽃이하늘거린다/긴겨울을달려와/온몸을다해피워내는/저봄꽃같은것이다/그대가잠시내게온것이다.
-「내게순간이란」전문

3부의시가운데하나다.여기에는가난하지만따뜻한시편들이많다.‘봄똥,하행,맷돌,쉼표,엘리베이터꽃’등등이그런것들이다.
「이명ㆍ耳鳴」을고를까망설이다가그고요하고깨끗한‘밤새,그대의울음소리’와잠시작별하고그와가까운「내게순간이란」을골랐다.
이런저런삶의고비를넘겨,‘인제는돌아와거울앞에선’시인의담담한자아성찰이돋보인다.좀진술이란느낌이들지만,쓸쓸한지혜가적절한비유로드러나있어세련된느낌을준다.첫시작이‘그대’다.생사고락을함께한생의반려자일수도있고자아의다른호칭일수도있다.그어느면의접근도이시는허용한다.
소리없는웃음으로가득한‘잔잔한이야기’그것은시적화자(여기서는시인)가갖는영원한순간의모순형용이다.그다음에이어지는것은촉감과미각을통한신선한이미지들이다.‘채마르지않은머리칼’‘그위로소소한바람이불어와’‘코끝으로비누냄새스치는날숨’등이그것이다,‘
소소’는쓸쓸하다는뜻도있지만여기서는‘하찮은,작은’등의의미이며그다음다음행의‘가벼운일상’과연결된다.그리하여‘문득’지나칠수있는그일상의의미를소중하다고깨닫는것이다.그때‘그대머리위’로이팝꽃이하늘거린다.
이팝은이른봄에잎보다꽃이먼저피는하얀쌀밥같은꽃이다.화려하지않으면서도은은한‘거울앞’의모습이다.‘긴겨울’의고난을헤치고‘온몸을다해’피워내는저‘봄꽃’같은감사의깨달음이아름답다.비록시장기를채울수는없지만그것은‘내’게로온‘잠시’,‘순간’을둘러싼삶의고단함이승화된모습이다.이러한순간이영원이되는슬기를이시인은세상의파도를넘어만나고있다.

강원도홍천군내촌면물걸리132번지김판순씨오이로냉채를하고/전남순천시추암면백록길46번지오성길씨호박잎으로쌈을만들고/충북옥천군동이면금암리27번지이정자씨가지로찜을한다/팔도가모인식탁에는흙냄새가난다//강원도홍천군내촌면물걸리132번지김판순씨오이는봄에/전남순천시추암면백록길46번지오성길씨호박잎은늦봄에/충북옥천군동이면금암리27번지이정자씨가지는이른여름에/약속하여같이심고거둔너와나의살림이다
-「어우리」전문

4부중한편이다.4부시에는서로어울러사는따뜻한모습은담은시편들이많다.‘그밥에대한설,풀을먹다,현암사,상좌불,은골,그녀네집’등이그렇다.읽다보면감동을주는싯귀가자주나타나곤한다.사람에따라서는너무소박하게느껴질수도있는시이지만묘미를발견한다는생각으로골라보았다.
시의구조는단순하고소박하다.무슨메시지를내세우지도않는다.단순한두연의시,그러나여러번소리내어읽어보라.비록사람들은다른지역에서살지만서로얽혀상부상조하는상생의삶이흥겹게숨어있다.
주소,그것도번지수가세세하게드러난김판순,오성길,이정자씨는실재하는사람들이다.고관대작도하다못해티브이에자주나오는탤런트도아니다.평범한장삼이사요,아침저녁으로만나는이웃들이다.흙을바탕으로사는가장깨끗한백성의모습을그이름과오이,호박잎,가지등의채소와함께떠올리게된다.
봄,늦봄,여름에그들이농사지은것들을음식으로먹는도시소시민의삶은서로뗄레야뗄수없이연결되어있다.호텔의휘황한배경에고관대작의진수성찬을비교해보라,이시를모두한번크게소리내어읽고외우다보면이땅에민주주의가봄처럼찾아올것이라는생각이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