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 (어향숙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낯선 위로가 눈물을 닦아주네 (어향숙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
Description
이 책은 어향숙 시인의 시집이다.
저자

어향숙

어향숙시인은강원도속초에서태어났다.약국모서리에서약을짓다가시도짓게되었다.2016년‘김유정신인문학상’으로등단했다.
어향숙시인의첫번째시집인『낯선위로가눈물을닦아주네』는이문재시인의말대로,‘시의마음을가진약사’,‘아픈몸이아니라아픈마음까지치유하는약사시인’으로서의‘또다른나의자서전’이라고할수가있다.“아침에쟁여둔햇살한줌/당의정에코팅하고/숲에서담아온공기한줌/캡슐에슬쩍밀어넣습니다(「약손」).”

목차

시인의말 5

1부어둠의눈이환하다

뭐니,머니 12
명의名醫 14
입추 15
약손 16
잠만자는방 18
고물상의봄 20
아기씨 22
스무살의다락방 24
청파싸롱 26
궁宮이몸을빠져나갔네 28
지화자여사 30
오복사우나 32
호박나이트 34
시엄마증후군 35

2부갇힌풍경,창열고들어오다

화이트노이즈 38
화이트노이즈·2 40
뉴스가뉴스를잠재운다 41
그약국에물고기가산다 42
윤아 43
마지막질문 44
위로가필요해 46
독주獨奏 48
긴팔 50
매핵기 51
대학병원약국에는귀신이산다네 52
동지冬至 54
말 56
긴가방끈을좋아하지않는다 57

3부죽음이하루를길게늘여놓았다

가족사진 60
층간소음 62
소리의외출 64
삼각관계 66
봄도아프다 68
항암전날 69
항암첫날 70
겨울방학 71
스무살 72
고개숙인선풍기 73
각성바지 74
여흔 76
반창회가는길 78
일요일오후는이불속에누워생각을부린다 80

4부빈곳을메우지않고지루함을기다린다

뉴슈가 82
봄날 84
오래된담장 85
토모테라피 86
능소화 88
흔들의자 90
팥빙수 92
와이파이도시락 94
길상사에가면 96
13월의나무 98
보살팬 99
인화되지않는봄 100
국도 102

해설‘또다른나’의자서전이문재 104

출판사 서평

약사님,감기약맛있게지어주세요//처방전내려놓으며/여학생이건넨맑은소리/데굴데굴굴러들어옵니다//귀를활짝열더니/눈앞을환하게합니다/기계처럼움직이던손움켜쥐고/조제실로들어가약을짓습니다//아침에쟁여둔햇살한줌/당의정에코팅하고/숲에서담아온공기한줌/캡슐에슬쩍밀어넣습니다//포장기나와포지에담긴/약걸음이알록달록경쾌합니다//맛있는약나왔어요//여학생이약봉지들고/약국을나간뒤에도/제손을꽉잡고놓지않습니다
-〈약손〉전문

약사가좋은약사라면좋은시인과크게다르지않다.약사가약을조제하는행위는시인이언어를조탁하는행위와다르지않다.약이아픈몸을치료하듯이시는아픈마음을치유한다.그런데몸과마음은둘이아니다.지난세기후반,서양에서도몸과마음이긴밀하게연결돼서로영향을끼친다는정신신체학이출현했거니와좋은시와좋은약은둘이아니다.시의사회적기능중하나가치유라는데동의한다면좋은시인은약사시인일것이다(농부시인,교사시인도있다).
우리의약사시인은몸이아픈사람만보살피는것이아니다.이약사시인은“봄도아프다”는사실까지발견한다.봄날약국유리문밖에서서성이는“봄햇살”과눈이마주치자봄에게도마음을건넨다.“오들오들떨고있”는“미처신발도신지못”한봄을약국안으로들어오게한다음,“이내드러눕는”봄의“미열이난이마에가만히손을얹”는것이다.인간을넘어자연과공감하는,아니공감을넘어환대하는이런약사를시인이라고하지않는다면과연누가시인일수있단말인가.
우리가〈입추〉에서만났던“최초의바람”에이어‘두번째바람’이분다.이바람은달콤한바람이아니다.가혹한바람이다.앞에서잠깐언급했듯이‘나’가암에걸려병상에눕게된것이다.‘나’의암투병은아이러니가아닐수없다.다른사람의병을고쳐온약사가암에걸리다니.

한때내몸의궁이었던/태아가자라던집/그집이몸을빠져나갔네/무성한숲이었던자리가텅비었네/나는적막한숲이되었네/내가키우던기쁨들이/그곳에서자랐음을뒤늦게알았네
-〈궁(宮)이몸을빠져나갔네〉부분

위시후반부에서“이제기쁨을어디에담아키우나”라는탄식이나오기까지시적자아가감당했을고통과고뇌는상상하기조차버겁다.생명이깃들고생명이자라나는궁(子宮)이갖는의미는여성과남성을불문하고상징과메타포의차원을훨씬넘어서는그무엇이다.생물학과인류학을넘어,우리모두가태어난저우주적이면서도원초적인‘집’의상실은존재의근원,삶의연원이뿌리뽑히는아픔일것이다.위시는독자로하여금상상력의한계를절감하게만든다.타인의아픔을내것으로아파하기란말처럼쉬운일이아니다.
‘나’는항암치료전날찾아온고향친구와함께“구수한들깨가루와맵싸한산초”가들어간추어탕을몇술뜨고(〈항암전날〉)항암치료에들어간날에는“나대신안에서암세포와싸울”약물을고마워하며“사람의향기에취해편안한잠속으로빠져든다”(〈항암첫날〉)결국‘나’를병상에서다시일으켜세운것은일차적으로항암치료였겠지만‘나’를찾아와위로한“사람들”이아니었다면치료는더뎠을지모른다.그중에는“사회에서건너건너만난”지인도있었다.“늙어가는우리/이제서로비비며살자/필요하면언제든지이용하셔/자유이용권이야”(〈위로가필요해〉)라는‘민찬엄마’의말을들으며‘나’는“환자복한기를밀어내”고“발이뜨끈해”지는것이다.

받자마자날래쪄야한디/그래야차지고맛나야~/따자마자농구어쪼금부쳐야~/택배비가더든다야~/냉중에한번더보낼란다//강릉에서텃밭농사한포대가/옥시기이름을달고도착했다//(…)//친구처럼잘여문알갱이가/입안에서툭툭터진다/차지게들러붙어오래도록두런거린다//나는그말을듣고또듣는다/
-〈뉴슈가〉부분

그렇다.우리는결코혼자가아니다.‘나’혼자서는단한순간도삶을영위할수없다.앤디워홀이말했듯이우리가어머니의몸에서태어나는순간은“마치유괴당하는것”처럼보일수도있다.우리는우리가원해서이지구에온것이아니기때문이다.하지만지구에도착한그순간부터우리는타인과연결된다.다른사람뿐아니라천지자연과직결된다.프로이트의감옥에서자라나면서아들러가말하는‘목적’을설정하고앞으로나아간다.이것이우리의실존적삶의경로다.이경로에서우리가놓치지말아야할것이‘관계’다.일찍이붓다가일깨웠듯이‘나’는없다.‘나의관계’가있을뿐이다.‘나’는관계다.그것도고정되지않은,활동하는관계다.
어향숙시의‘나’를다시일어서게한가장큰힘중하나가병실을찾아준친구와지인,그리고고향에서옥수수를부쳐주는벗들이다.이에앞서가족이있었고,병실밖에는“아름드리느티나무”가있었다.방사선치료를받을때는‘나’의기억(“함흥냉면”“속초해안선”)까지곁에머물러주었다.우리는〈뉴슈가〉의마지막문장“나는그말을듣고또듣는다”를오래기억해야한다.“그말”은친구(관계)의우정어린말일뿐만아니라천지자연이함께빚어낸생명(옥수수)의말씀이기도하기때문이다.
친구의사투리섞인목소리에서멈추지않고,“땡볕과장대비”“골바람”이“키운말”을듣는데서그치지않고,“그말을듣고또듣는”‘나’의모습은기도를올리는수행자처럼보인다.아니,내면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그목소리에깃드는인간과세계,천지자연과우주의소리에집중하는시인으로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