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이향아 시집)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 (이향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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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향아 시인의 담시집譚詩集인『캔버스에 세우는 나라』는 세속적인 가치를 비판하고, 이 비판적 사랑을 통해 순수한 향기와 빛깔로 세워진 고용한 궁전과도 같은 나라라고 할 수가 있다. “살고 싶은 나라 하나 세우는 일, 죽어서 묻힐 나라 세우는 일, 반역으로 혁명을 일으키지 않고, 숨어서 몰래 모반하지도 망명도 하지 않고, 원하던 나라 하나 비밀처럼 세우는 일”이 이향아 시인의 캔버스에 세우는 나라』일 것이다.
시는 사랑이며,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
저자

이향아

이향아李鄕莪시인은충남서천에서태어났고,1963~66년『현대문학』3회추천을받아등단했으며,경희대학교대학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시집『캔버스에세우는나라』외에『화음』,『온유에게』,『안개속에서』등24권.수필집으로『쓸쓸함을위하여』,『불씨』등16권,문학이론서및평론집으로『창작의아름다움』,『시의이론과실제』,『삶의깊이와표현의깊이』등8권,영역시집『InAseed』,한영대조시집『ByTheRiversideAtEventide』를펴냈다.시문학상,한국문학상.윤동주문학상.신석정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
한국문인협회자문위원,한국여성문학인회자문위원,국제펜클럽한국본부고문,문학의집ㆍ서울이사로활동하고있다.현재호남대학교명예교수.

이향아시인의담시집譚詩集인『캔버스에세우는나라』는세속적인가치를비판하고,이비판적사랑을통해순수한향기와빛깔로세워진고용한궁전과도같은나라라고할수가있다.“살고싶은나라하나세우는일,죽어서묻힐나라세우는일,반역으로혁명을일으키지않고,숨어서몰래모반하지도망명도하지않고,원하던나라하나비밀처럼세우는일”이이향아시인의캔버스에세우는나라』일것이다.
시는사랑이며,사랑은모든것을가능하게한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답사答辭 12
오래된것을향한묵념 13
맨처음을만나러 14
횡격막위에 15
한주먹 16
한그루초록을문지르면서 17
쓸개하나지키려고 18
한5분쯤 19
봄은참틀림없어 20
젖은빨래처럼흔들리면서 21
적막을노래하다 22
미루나무에는까치한마리 23
국화차 24
지나가는봄 25
고요가되어깔리다 26
동지지나고 27

2부

바다가보이는교실 30
답을쓰지않았어 31
스며드는중 32
그래도파도위에너울거렸다 33
잡雜 34
시간은길을허물며사라지고 35
무엇이되겠는가 36
불새 37
언제없어졌는가 38
바람이지나간뒤 39
왜,쉬쉬하는가 40
매봉역에서내리세요 41
살았는지죽었는지 42
도적을만나면 43
보통날저녁 44
죽은듯이파묻었습니다 45

3부

그런시간 48
혼자서건너는바다 49
캔버스에세우는나라 50
민들레꽃 51
참잘한일이다 52
통화중 53
어제와내일사이 54
그렇구나,그렇겠지 55
버릇이되었는가 56
명상 57
처리했습니다 58
미친여자 59
모르는사이 60
천만다행 61
너는어디갔었는가 62
모르고살았다 63

4부

서른여덟 66
철이들었습니다 67
증언 68
떠날것이므로 69
유복녀의아버지 70
남길말 71
이제야알겠습니다 72
윷놀이 73
가벼운숟가락 74
얼룩 75
희망과절망 76
잡화점 77
손을감췄다 78
목소리를낮출뿐 79
그나마다행이라해야하는가 80
벼랑끝에서 81
몸서리가쳐지네 82

해설시간의캔버스에그린고요궁전이형권 84

출판사 서평

어제는들을데려왔으니오늘은산을심을까봐.냇물이흐르는캔버스에나무들이무성해,나무처럼크는나라하나세우는일이네.
그린다는것은사무친다는것,그린다는것은빠져서잠긴다는것,혼을뽑아그것으로바꾼다는것,날마다지나는거리,좁은골목을향해절을하면서그리운사람들의이름을새기네.
남아있는목숨의소중한하루하루,그윽하게가라앉힌작은텃밭에,지갑을열어비상금을세듯,일곱가지햇살을붓에적시네.
그린다는것은살고싶은나라하나세우는일,죽어서묻힐나라세우는일,반역으로혁명을일으키지않고,숨어서몰래모반하지도망명도하지않고,원하던나라하나비밀처럼세우는일.
그린다는것은바람에스치는향기를모아영토를돋우는일,빛과그늘사이퍼지는색깔,그색깔을모아궁전을짓는일.서툰목수처럼지었다헐고헐었다가다시짓네.
----「캔버스에세우는나라」전문

이시는그림을그리는형식을빌려순수한자연을지향하는마음을담고있다.시의제목인“캔버스에세우는나라”는소란스러운현실에는부재하는,조용하고깨끗한마음을불러일으키는장소이다.그“나라”는“들”과“산”과“냇물”,그리고“나무들”로구성된,세속적욕망으로가득찬존재인인간이배제된세계이다.즉“햇살에붓을적시”어그릴수있는평화롭고정결한세계로서“살고싶은나라”이자“죽어서묻힐나라”이다.생사를통할할만한그“나라”를“그린다는것은바람에스치는향기를모아영토를돋우는일,빛과그늘사이퍼지는색깔,그색깔을모아궁전을짓는일”이다.이자연의나라는순수한“향기”와“빛깔”로세워진고요한“궁전”과같이드높은세계이다.이시의화자혹은시인의마음은그곳을향한열망으로가득채워져있다.이러한사정은“그린다는것은사무친다는것,그린다는것은빠져서잠긴다는것,혼을뽑아그것으로바꾼다는것”이라는부분에인상깊게드러난다.이때“그린다는것”은중의적으로읽을수있을터,무엇인가를그리워한다는의미와그림을그린다는의미가모두성립한다.“그린다는것”은,현대인이잃어버린순정한자연의세계에대한열망인동시에,플라톤식으로말하면이데아의세계를모방하는예술행위이다.물론둘의의미는둘이면서하나이다.그림을그리는것과같은예술행위는현실에결핍된이상세계에향한열망의표현이기때문이다.
그런데,그열망은완전하기성취될수없어서“서툰목수처럼지었다헐었다가다시짓”는일을반복해야한다.이무한반복의행위가바로인생을고양시키기위한예술활동의운명이다.이상세계에도달할수없는줄알면서도끝없이도전하면서이상세계에육박해가는과정그자체가예술행위의본래모습이다.이와유사한인식은“그림을그릴때면캔버스바탕에우선초록부터문지르세요.…(중략)…연둣빛으로피어나는향내,초록색으로나부끼는깃발,갈매색창공에깃을치는날개가있습니다.그가품고있는아량과기운,나는지금비단같은그늘에잠겨한그루초록을문지르는중입니다.(「한그루초록을문지르면서」부분)에서도나타난다.이때“초록”은순정하고평화롭고향기로운이상세계로서,화가혹은예술가는그곳을향한“깃발”과“날개”를간직한존재이다.“한그루초록을문지르는중”이라는것은붓질을하는행위이지만,그내포적으로는예술행위는인간이존재하는한언제나진행“중”이라는의미를지닌다.이처럼예술의근본적의미를탐구하는시편들은,이시집의주인이한시인으로서의자의식을충실히확보하고있다는점을말해준다.
순정한자연의세계는고요의경지와연관된다.고요는인간세계의잡다한소음과복잡한번뇌에서멀어진정신적경지로서,노자에의하면고요는마음을맑게하여근본으로돌아가게해준다.?도덕경?에서강조하듯이,인간은그자체로소란스러운존재이므로맑고평화로운삶을위해서는인간세계에서멀어져야한다.

새벽산책길에서는아무말도하지맙시다.우리는간밤에함께죽었다가살아난사람들,아무말하지않아도무슨말을품고있는지서로는이미알고있습니다.안들어도들은것처럼내속에그득히차오르는것들,옳다고고개를끄덕이거나감격하여웃는얼굴을하거나,좁은길에비켜서서당신이잘지나가도록길을내주면서,걷고싶은만큼천천히거닐다보면수많은말씀이횡격막위에쌓입니다.
횡격막위에,가슴이라고우기는형이상학의선반위에.새벽산책,그리고가슴에쌓이는말,내하루는이것때문에출렁거리고이것때문에넘칩니다.걸음을옮기는발바닥과발바닥을떠받치는세상의바닥,그바닥을누르고나아가는새벽,맑고서늘한형이상학입니다,
어디서부터와서나를지탱하게하는지,깊고고요하게흐르는시간.(「횡격막위에」전문)

이시의“새벽산책길”은고요한자아성찰의공간이다.“나”는그곳에서“아무말도하지맙시다”라고청하는데,그렇다고소통을위한“말”자체를부정하는것은아니다.그곳은“안들어도들은것”과마찬가지로“수많은말씀이횡격막위에쌓이는”역설의공간이기때문이다.이무언의언어는귀로듣는말이아니라“가슴에쌓이는말”로서,유언의언어보다사람의마음에더깊이파고든다.그것은높고정결한세계를만들어나아가는기제로서“세상의바닥,그바닥을누르고나아가는새벽,맑고서늘한형이상학”이된다.이무언의세계는“나를지탱하는”역할을하면서“깊고고요하게흐르는시간”을창출하는것이다.이는?도덕경?의“말이많으면자주궁지에몰리게된다(多言數窮)”(5장),“마음을비우고고요에이르라(致虛極守靜篤)”(16장)는문장과상통한다.이시는아침산책길에무언의언어를통해고요의경지라는높고평화롭고정결한“형이상학”을구축한것이다.
고요는현실과자아를소멸하여얻는더깊고넓은세계이다.현실의소란과자아의자만을최소화해야만도달할수있는마음의경지인것이다.그래서고요는높은곳으로솟아오르는세계가아니라가장낮은곳으로깊이침전하는세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