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크기 (조영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그리움의 크기 (조영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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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그리움에는 닿지도 못할 한 뼘 엽서를 본다// 휠체어에 앉은 그녀가/ 간절한 전언인 양/ 최초의 선언인 양/ 붙잡고 있는// 방금 보았지만 돌아서면 다시, 울컥/ 보고 싶어지는 온몸이 서늘해지는 그림// 몸과 정신의 이별을 견딤으로 버티는 벼랑 끝에서도 한 줄 소식에 달게, 매달리는 날들// 단단한 그리움 아쉬움 모두를 이 작은 종이그릇에 어떻게 다 담을 수 있을까 // 바다 건너온 바람이 옆에서 소리 높여 활자를 읽어주자/ 다섯 줄 골똘한 단문/ 한 뼘씩 목마른 곡절로 행간을 넓혀가며/ 다섯 장 장문으로 커가는 중인지// 하늘이나 알고 땅이나 알고 있을/ 그녀만의 방언, / 내 속까지 파고드는 둥그런 파동/ 자꾸 터져만 간다
----〈그리움의 크기〉 전문

조영심 시인의 〈그리움의 크기〉는 외로움의 크기가 되고, 이 외로움의 크기는 소외감의 크기가 된다. 그리움과 외로움과 소외감의 삼각관계 속에서 인간 소외의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며, 영원한 타인에 불과한 할머니와 그녀의 딸인 듯한 시적 화자의 “다섯 줄 골똘한 단문”이 “다섯 장 장문으로” 변주되는 〈그리움의 크기〉가 그 위용을 드러내게 된다. “그리움에는 닿지도 못할 한 뼘 엽서”, 즉, 대단히 안타깝고 아쉬운 그리움은 “다섯 줄 골똘한 단문/ 한 뼘씩 목마른 곡절로 행간을 넓혀가며/ 다섯 장 장문으로 커가는 중인지”라는 시구를 낳고, 그 결과, “하늘이나 알고 땅이나 알고 있을/ 그녀만의 방언”이 탄생하게 된다. 하늘이나 알고 땅이나 알고 있을 그녀만의 방언은 그리움의 내용이 되고, 이 그리움의 내용은 이 세상의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게 된다. 언어에 구체적인 감정을 부여하고, 그 언어가 살아서 말과 노래가 되고, 〈그리움의 크기〉는 하늘과 땅을 가득 채우게 된다.
저자

조영심

전라북도전주에서태어났고,현재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영어교사로재직중이다.2007년,계간시전문지『애지』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담을헐다』와『소리의정원』이있다.
조영심시인은그의세번째시집인『그리움의크기』를통해부재와소멸의고독을받아들이면서도사랑을찾아나선다.비록여전한외로움에고통스러워할것이며시쓰기를통해서도그고통이사라지지는않겠지만위태로운그자리가조영심시인의시의자리임도더욱분명해질것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시월의봄

그리움 12
여자만가는길 13
길을잃다 14
꽃그늘 15
시월의봄 16
모천가는길 18
청자상감매로학접문사이호靑磁象嵌梅蘆鶴蝶文四耳壺 20
정,떼다 21
담살이 22
드라이브스루 24
타드랑,발을묶어 26
부적2-시또는그림 28
동무생각 29
피아노맨 30
새를쫓는사람들 31

2부그리움의크기

그리움의크기 34
회화 36
우리는 37
간다,물먹으러 38
레슨일기 39
돌무덤 40
요절시인께드리는편지 42
중고 44
높고깊고견고한 46
동짓달초여드레 48
길없는길 49
얼굴무늬수막새 50
작은소망 51
빈자리 52
등잔밑이어두워도 53

3부쉼표를연주하라

오지의여자 56
동냥중 57
매직아이 58
호모에렉투스 60
도서관로맨스 62
넘너리연가 64
거꾸로보는시 66
광장이용안내 68
쉼표를연주하라 69
짝꿍 70
사그랑주머니 72
모계영자도母鷄領子圖 74
혼밥존zone 76
눈물방죽 78
먼나라우화 79

4부사라진것들은어디로가는가

추도 82
수행 83
무지개 84
밥즉통 85
발자국연대기 86
생이별 88
얼굴바위 89
망해사팽나무 90
문의증언 92
흔들리는그녀 93
사라진것들은어디로가는가 94
별을사다 96
어떤눈물이다녀간것일까 98
하늘송頌 99
판을열다 100

해설부재와소멸로완성되는사랑김병호 104

출판사 서평

그리움에는닿지도못할한뼘엽서를본다//휠체어에앉은그녀가/간절한전언인양/최초의선언인양/붙잡고있는//방금보았지만돌아서면다시,울컥/보고싶어지는온몸이서늘해지는그림//몸과정신의이별을견딤으로버티는벼랑끝에서도한줄소식에달게,매달리는날들//단단한그리움아쉬움모두를이작은종이그릇에어떻게다담을수있을까//바다건너온바람이옆에서소리높여활자를읽어주자/다섯줄골똘한단문/한뼘씩목마른곡절로행간을넓혀가며/다섯장장문으로커가는중인지//하늘이나알고땅이나알고있을/그녀만의방언,/내속까지파고드는둥그런파동/자꾸터져만간다
----〈그리움의크기〉전문

조영심시인의〈그리움의크기〉는외로움의크기가되고,이외로움의크기는소외감의크기가된다.그리움과외로움과소외감의삼각관계속에서인간소외의‘막장드라마’가펼쳐지며,영원한타인에불과한할머니와그녀의딸인듯한시적화자의“다섯줄골똘한단문”이“다섯장장문으로”변주되는〈그리움의크기〉가그위용을드러내게된다.“그리움에는닿지도못할한뼘엽서”,즉,대단히안타깝고아쉬운그리움은“다섯줄골똘한단문/한뼘씩목마른곡절로행간을넓혀가며/다섯장장문으로커가는중인지”라는시구를낳고,그결과,“하늘이나알고땅이나알고있을/그녀만의방언”이탄생하게된다.하늘이나알고땅이나알고있을그녀만의방언은그리움의내용이되고,이그리움의내용은이세상의하늘과땅을가득채우게된다.언어에구체적인감정을부여하고,그언어가살아서말과노래가되고,〈그리움의크기〉는하늘과땅을가득채우게된다.
한뼘의엽서는우주적인크기의그리움이되고,이그리움은새롭고멋진말인그녀만의방언으로“내속까지”,아니,우리들의가슴속까지파고드는“둥그런파동”으로수많은산울림의효과까지도얻게된다.조영심시인의〈그리움의크기〉는현실주의의극치인데,왜냐하면“휠체어에앉은그녀가/간절한전언인양/최초의선언인양/붙잡고있는”“한뼘엽서를”너무나도정확하고구체적으로묘사하고있기때문이다.또한조영심의〈그리움의크기〉는심리주의의극치인데,왜냐하면“한뼘엽서를”통해서“몸과정신의이별을견딤으로버티는벼랑끝에서도한줄소식에달게,매달리는”할머니(어머니)의심리를“방금보았지만돌아서면다시,울컥/보고싶어지는온몸이서늘해지는”그리움으로묘사하고있기때문이다.요양병원의할머니,즉,그리움의주체자가처한위치,장소,환경,입장에서그의현실주의와심리주의가솟아나오고,그러나그할머니의그리움을충족시켜주지못하는그림엽서와“다섯줄골똘한단문”이“다섯장장문으로커가는”반전에의해서조영심시인의〈그리움의크기〉는철학적내용을부여받으며,우주적인크기로확대된다.새술은새부대에담아야만하고,‘몸과정신의이별을견딤으로버티는’요양병원의그리움의말과소리와그크기도새로운말과소리와새로운내용을담고있지않으면안된다.그리움이그리움을낳고,그리움은영원히충족되지않으며,하늘이나땅이나알고있을그녀만의방언으로그리움은그리움의몸집을부풀린다.육체는쇠약하고줄어들지만,그리움은더욱더커가고,그리움은더욱더건강한몸통을얻는다.나도아니고,너도아니고,‘영원히남남이며혼자인유령들’이그리움을살며,그리움속에울부짖으며,그리움의산맥들과우주들을창출해낸다.

노인병원,즉,요양병원은이세상의삶으로부터격리된곳이고,삶보다는죽음이더가까워,이세상이아닌,저세상으로가기위한대기장소와도같은곳이다.이세상의삶은더욱더그립고,저세상은다만두렵고무섭다.이두려움과무서움속에서의그리움이란그얼마나그립고피눈물나는삶의욕망이배어있는것이란말인가?그리움의크기는삶의크기이고,사랑의크기이며,그토록처절한외로움과자기소외감의크기이다.“단단한그리움아쉬움모두를이작은종이그릇에”담을수도없는것처럼,그리움이크면클수록그리움의대상과는더욱더만날수가없다.그리움은이별의무대이고,죽음의무대이며,나아닌타인,아니영원한타인들인‘우리’가저마다외롭고쓸쓸하게퇴장해야할‘막장드라마의무대’이다.
이세상의할머니와할아버지들이여,과연당신들에게아들과딸이있고,사랑하는손자와손녀들이있었느냐?오늘도,지금이순간에도,노인병원,혹은요양병원에서,어느누구도모르게,어느누구와도작별인사도하지못하고수많은유령들이죽어가고있을뿐것이다.

오시는가하여당신의창가에앉았습니다진득하게내리는비는어느애통의시간을건너가더니창밖에내존재를밝히던불빛마저검게적시고요/제노래를잊은참새들이홀로선벚나무에낮고작은그림자로앉자이밤도비로소쉽게젖어가는중입니다//늦게당도한여린빗방울만멈춤없이내연애의기억속으로흐르고있어요바람의땅에,빗살이세워지는거기에입술로당신의이름을그려봅니다//당신은덩그렁빗살무늬쇠북,당신의가슴팍을두드리며기대었던나는,제풀에겨워숨결이풀리고풀어져바스러져가는나무입니다//어찌나무가쇠를견딜까요//당신은그림자도없이,젖을줄도모르고짙은빗속으로다시멀어져갑니다
-----「회화」전문

시인에게사랑과그리움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조영심시인은그리움의어떤힘,추억의어떤힘으로영혼을맑게재생시키고있다.그리움을추억으로불러일으키고,추억으로스스로를지탱한다.창밖의비는애통함으로그려지고,당신을기다리는화자는당신의부재로존재적의미를소실한다.‘제노래를잊은참새’나‘늦게도착한여린빗방울’과같은객관적상관물이이런화자의내면풍경을고스란히보여준다.쇠북인당신의가슴팍이나겨우두드리는화자는제풀에바스러져가는나무기둥일뿐,도저히당신을이겨낼수가없다.다만“그림자도없이,젖을줄도모르”는당신에대한성찰이,당신의부재와존재를모두안고살아가야하는화자의운명을재차확인시켜줄뿐이다.“짙은빗속으로다시멀어져”가는당신의소멸에대한인정과발견을,시인은역설적으로사랑에대한인식의확장을보여준다.
끝없는기다림의시간속에서도당신은그저‘빗살무늬쇠북’일뿐이다.내가당신의이름을빗살로새겨도당신은멀어져만간다.이렇게멀어지는당신에대한나의미련혹은그리움은당신과의관계소멸을더욱선명하게그려낸다.종을이겨내지못하는나무기둥처럼,쇠를견디지못하는나무의아픔은온전히화자의몫이며,그것이결국화자의사랑을상징하게된다.화자가진실을온전히체화해내는순간비로소고통은더이상고통으로여겨지지않고,소멸의허무주의에서도벗어날수있기때문이다.이것이시인이보여주는사랑에대한믿음이다.차라리“그창살로나를치소서”라고울부짖는화자의외침은사랑의운명을받아들여오히려내면적고통을배가시키는데,그럴수록독자는시인의열망이얼마나열렬한가를선명하게느낄수있다.
이러한열망은표제작「그리움의크기」에서도잘드러난다.“벼랑끝에서도한줄소식에달게,매달리는”시적풍경은시인이그리움을어떤방식으로수용하고체화하는지를단적으로보여준다.한뼘의길이로는담아낼수없는그리움과안타까움은기껏다섯줄의단문에서다섯장의장문으로넓혀지지만,화자의부푼그리움을온전히담아낼수는없다.화자가지닌그리움은세상이알수없는크기여서,하늘이나땅이라야겨우짐작할수있을뿐이다.이렇게조영심시인의사랑과그리움은소멸과부재의방식으로그존재를드러내는미학적특징을가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