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줄의 시 (김명환 시집)

마지막 한 줄의 시 (김명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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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명환 시인은 1935년 대전 학하동에서 출생했고, 진잠초등, 대전중학교, 대전고등학교, 충남대학교 철학과과를 졸업했다. 10년간 공직 생활을 거쳐, 1971부터 법무사로 종사했으며, 젊은 날 늙으면 꽃지에 살리라 했던 서산으로 2005년 황혼이사를 했다. 2016년 {한국문학시대}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는 {바람가고 나도 가네}와 {마지막 한 줄의 시}가 있고, 대전문인총연합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명환의 시는 이미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는 성찰의 미학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시간을 성찰하는 주체는 시간 속에서 시간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모색한다. 생명으로 태어난 존재치고 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존재가 어디에 있을까. 시간 속에서 시간 너머를 들여다보는 시적 주체는 “당신이 잃은/ 당신의 소리”(「심우정사」)를 찾아 길을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 심우(尋牛), 곧 소를 찾는 행위는 잃어버린 소리=마음을 찾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심우정사」라는 시에서 시인은 이곳을 오가는 이들에게 “언짢은 것 모두 다 두고 가게나/ 터지는 분통도 두고 가게나”라고 이야기한다. 언짢은 마음을 품고 어떻게 소를 찾을 것이며, 분통을 터뜨리며 어떻게 소를 찾을까?

한밤중에 들려오는 소 울음소리를 들으려면 무엇보다 언짢음이나 분통과 같은 감정들을 내려놓아야 한다. 감정은 쉬이 바깥에서 들려오는 감각에 휘둘린다. “어차피 찾아오는 심우의 소리”(같은 시)는 바깥에 매이지 않는 존재만이 온전히 들을 수 있다. 소 울음소리는 바깥에서 들려오지 않는다. 아니, 안과 바깥이 구분되지 않는 장소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온다고 말하는 게 정확하겠다. “새 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심우尋牛의 소리」)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면서, 동시에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소리이기도 하다. 어느 한쪽에 매이면 이 소리들은 쉬이 저편으로 사라져버린다. 새 소리가 물소리가 되고, 바람 소리가 되는 이치를 깨달으려면 안과 밖을 나누지 않는 마음결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셈이다.
저자

김명환

김명환시인은1935년대전학하동에서출생했고,진잠초등,대전중학교,대전고등학교,충남대학교철학과과를졸업했다.10년간공직생활을거쳐,1971부터법무사로종사했으며,젊은날늙으면꽃지에살리라했던서산으로2005년황혼이사를했다.2016년{한국문학시대}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바람가고나도가네}가있고,대전문인총연합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어머니

어머니 12
여보사랑해요 13
노부부 14
아내마중 15
당신과나살고있다 16
GOSTOP4남매 17
어깨 18
명이나물 19
바람빠진고무공 20
황혼이사 21
노신사님단풍잎 22
노인의오늘 23
친구야!-귀한벗코스모스들을간월도로초청하며 24
눈오는날아우를보낸친구야 25
갑천새벽길에서 27
축시祝詩-梁漢宗친구자서전출간에 28
구름한쪽 29
윤정웅친구영전에-‘추도시’ 30
시인이된신창상회사장님신호균친구에게 31
친구의가을사랑 32

2부우리끼리

항아리 34
나의시는 35
나홀로시인 36
하얀시 37
시-이-시 38
마지막한줄시 39
한여름새벽 40
거울-심경心鏡만들어 41
여백의슬픔 42
쭉지처진새야 43
운전과실 44
우리끼리 45
하루살이 46
조용한일상 47
늙은호박정답찾기 48
다잊어버렸네 49

3부삼처장엄

삼처장엄三處莊嚴 52
참나무 53
조각보 54
풀꽃에게묻는다 55
관음봉에내리는눈 56
인지들판의4계 57
도비산부석사島飛山浮石寺 60
연포 61
격렬비열도 62
까치밥 63
유월아침의공원 64
하늘과구름 65
새벽에내리는눈 66
겨울바다 67
파도소리로함께울며 68
은초롱물방울-시집『연리근』에서일곡一谷을보며 69

4부소쩍새우는밤의추억

비오는날막걸리한잔 72
가을봄 73
어느노인의봄 74
시작과끝 75
큰빚 76
저녁노을 77
나이들면서 78
참새의유언 80
소쩍새우는밤의추억 81
맏물수박 83
수목장 84
저무는해내리는눈 85
사계절의바람꽃 86
새벽닭曉鷄 87
봄꽃이피고지고 88
아름다운11월에! 89
이름모를풀잎 90
잔인한계절 91
낙엽 92
귀뚜라미 93
가을 94
한겨울이불속 95

해설지극한복종이낳은환대의정신오홍진 98

출판사 서평

춤추는노부부문양석

부엉이가슴문양석

돌덩이에도이름붙이며

소립자의무정설법을조르네

부처되는날

기다리며

쓰다듬는손길

돌의체온

-「돌덩이」전문

잘한다

개구리

점프

구렁이아가리로

개구리

점프

개구리도구렁이도

다皆

부처라네

-「부처」전문

돌덩이는“춤추는노부부문양석”이될수도있고,“부엉이가슴문양석”이될수도있다.돌덩이에붙여지는수많은이름들은하나로환원될수없는자리에사물로서‘돌덩이’가있음을알려준다.돌덩이하나하나에이름을붙이며시인은“소립자의무정설법”에이르는길을찾아나선다.이름이란또다른이름을불러낸다.사물에담긴의미는그것을바라보는사람들만큼이나다양하기마련이다.열사람이열개의시선으로돌덩이라는사물을바라본다.사물을바라보는시선을꼭이눈으로한정할필요는없다.귀로들을수도있고,코로냄새를맡을수도있다.입으로맛을볼수도있고,온몸으로그촉감을느낄수도있다.

시인은“부처되는날/기다리며”하염없이이돌덩이를손으로쓰다듬고있다.쓰다듬고또쓰다듬다보면돌덩이도부처가되는날이오게될까?부처가되어“소립자의무정설법”을말하는순간이돌덩이에게도오게될까?인간의시간으로셈할수없는무한을시인은돌덩이에서보고있다.중요한것은돌덩이가품고있는무한의시간을견뎌야부처가되는날을기약할수있다는점에있다.부처가되는길은무한하게뻗은시간의길을걷는것과다르지않다.시인은무한으로가는길위에서끊임없이돌덩이를쓰다듬으며“돌의체온”을느낀다.돌덩이가부처가되는날시인도부처가될수있다.시인이부처가되는날돌덩이또한부처가된다고말해도좋다.

하나면서둘인시인과돌덩이의관계는「부처」에서는구렁이와개구리의관계로변주되어나타난다.개구리가구렁이아가리로점프를한다.개구리에게구렁이아가리는죽음이도사리고있는장소이다.개구리는왜목숨을걸고구렁이아가리로점프하는것일까?“개구리도구렁이도/다皆/부처라네”라는시구에이물음에대답할단서가나와있다.개구리가구렁이아가리로점프하는순간개구리는삶과죽음을넘어서는어떤장소에들어서게된다.개구리는‘목숨을건도약(점프)’을함으로써새로운목숨을얻는다.점프를하기전과는다른존재가된이존재에시인은‘부처’라는번듯한이름을붙이고있다.

개구리가부처가되었으니그부처를온몸으로끌어안은구렁이또한부처가될수밖에없다.물론부처가되려면구렁이도개구리처럼목숨을건도약을주저없이감행해야한다.절벽위에서한발을더내딛는모험은어찌보면‘자기’에대한집착을거둔존재만이이를수있는마음의경지인지도모른다.자기에집착하는사람은결코목숨을걸고구렁이아가리로점프하는개구리가될수없다.심우의소리로말하자면,목숨을거는순간은소울음소리와마주하는순간을가리킨다.목숨을건개구리에게구렁이아가리는더이상두려운장소가아니다.그속으로기꺼이들어가야개구리는이전과는다른존재로탄생할수있다.

돌덩이와개구리와구렁이에내재된부처의심성은「심우尋牛의소리」에이르면,“예수님눈망울에서/크고도슬픈/소의눈”으로변주되어표현된다.예수님눈망울에는새소리가있고,물소리가있고,바람소리가있다.그것들만있을까?돌덩이가있고,개구리가있고,구렁이가있다.한마디로예수님눈망울에는부처라고불리는모든사물들이스며들어있다.세상의만물에스민이부처(의마음)를시인은계룡산삼불봉에있는심우정사에서발견하기도하고,서산예천동성당에서발견하기도한다(「자화상-암자에서성당으로」).암자와성당이중요한게아니다.중요한것은온갖사물에내재되어있는부처(예수라고해도좋다)를발견하는일이다.

가까이에선너무커서

멀리서도너무커서

안보이는

하느님.

-「하느님」부분

도道는따라야할길

순順하는자에게

역易이있나니.

-「지극한복종」부분

불경을외우며그린부처님

성경을읽으며그린하느님

부처님은허허하느님은하하

내가그린부처님과하느님은눈이둘코가하나입이하나나를닮았습니다

-「내가그린부처님하느님」부분

너무커서안보이는하느님으로시인은무한한시간을이야기한다.시간안에있는하느님은언제나시간밖을거닐고있다.너무크면서너무작은하느님을보려면그에걸맞은존재로거듭나야한다.앞서시인은개구리와구렁이아가리의모순어법으로너무크면서너무작은부처를묘사한바있다.하느님과부처를찾아떠나는심우의길은확연히보이면서도전혀보이지않는존재를찾아가는역설의길이라고할수있다.역설의길은이것과저것을한몸에품고있다.이리로가면저기가나오고저리로가면여기가나온다.여기와저기를나눌수없는자리에역설은자리하고,여기와저기를가로지르는경계에역설은자리한다.

시인이“안보이는/하느님.”을향해‘지극한복종’을다짐하는이유는여기에있다.“하늘의종복從僕”(「지극한복종」2연)이라는시구가암시하거니와,시인은너무커서(작아서)안보이는하느님에게지극한복종을맹세하고있다.복종은집착과다르다.집착이하느님이라는존재에매이는일이라면,복종은하느님이라는존재를기꺼운마음으로따르는일이다.위에인용한「지극한복종」의마지막연에서시인은“도道는따라야할길”이라고이야기한다.도가없는무한을상상해보라.무한의바깥에는무한이있을뿐이다.가도가도끝이없는이무한에복종하려면방법은오로지하나,도를따르는길밖에는없다.

도를따라걷는사람은도에순(順)하는사람이라고할수있다.‘순’이란길에서어긋나지않고길을따라걷는것을의미한다.하느님이내보인무한의길을시인은굳건한믿음으로흔들림없이걷는다.하느님=도=길에대한믿음=순없이어떻게길없는길을걸을수있을까?시인은길없는길을무사히걷기위해끊임없이하늘을향해절실하게기도를올린다.복종이지극할수록기도는그만큼더절실해진다.이런맥락에서보면,시인이말하는지극한복종은말그대로자발적인복종이라고할수있다.한없이자유로워지기위해시인은더욱더지극한복종을하느님앞에서맹세한다고나할까.

여기서우리는시인이말하는지극한복종이순(順)과함께역(易)을내포하고있다는점을분명히알필요가있다.역은거스르는것이고뒤바꾸는것이다.무엇을거스르고뒤바꾼다는것일까?순과역을함유하고있는것이도라는점을다시금떠올려보자.시인에게하느님을향한지극한복종은절대명령과도같은것이다.그것을따르는과정속에서순이나오고역이나온다.역이란그러므로무한속에서끊임없이변주되는수많은형상들이라고할수있다.도를따르는존재는시간속에서시간을따르며동시에시간을거스른다.도는시간의안과밖을아우르며새로운길로뻗어나간다.김명환이이야기하는심우의소리는이렇듯순과역이반복되는길(道)위에서비로소펼쳐지는마음결이라고봐야하겠다.

「내가그린부처님하느님」에표현된대로,“내가그린부처님과하느님은눈이둘코가하나입이하나나를닮았”다.시인이그린부처님과하느님은인간의부처님과하느님이다.돌덩이는돌덩이대로부처님과하느님을그리고,개구리는개구리대로부처님과하느님을그린다.저마다의마음에새겨진부처님과하느님은어느때는인간의모습을하고있다가,어느때는돌덩이로,개구리로,구렁이로끊임없이변신을한다.도의길에서펼쳐지는순과역의상상력은모든사물이부처님이되고하느님이되는과정으로거듭난다.저밖에부처님이,하느님이따로있는게아니다.지금내앞에있는이존재가바로부처님이고하느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