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 (박언숙 시집)

잠시 캄캄하고 부쩍 가벼워졌다 (박언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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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은 박언숙 시인의 시집이다.
저자

박언숙

박언숙시인은경남합천에서태어났고,2005년『애지』로등단했다.박언숙시인의첫번째시집인『잠시캄캄하고부쩍가벼워졌다』는아름다운것과추한것,진실한것과위선적인것,현상과본질을추구하는관조의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아는것만큼보이고,보는것만큼앎과지혜가깊어진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관계 12
빈집은크고무거웠다-권정생빈집에서 13
봄날은간다 14
어떤차이를읽다 16
우화 17
참새가볍게만진날의일기 18
지킬수있는약속 20
천개의입술 21
철쭉꽃,길을잃다 22
포도밭아리랑 23
풍경,바람을달래며 24
하목정배롱나무 26
한생애 27
호박넝쿨손 28
화장실속휴대폰 29

2부

13이라는수 32
그렁그렁물에젖는다는건 33
나무에게물어보지도않고 34
도돌이표앞에서 36
마음은뚜껑이라서 37
목공예전시장근처 38
못갖춘마디를읽다 39
볼록렌즈가필요해 40
불놀이 41
어떤도구 42
어쩌다얻은이름 44
열대야 45
지명수배,봄 46
입하立夏 48
풍장 49

3부

날아본적없는날개 52
꽃무릇 54
네펜데스 55
드라이플라워 56
달팽이소묘 58
뗀다에서든다까지 59
망초꽃이야기 60
불끈쥔손,녹색동물 61
사랑초앞에서 62
생태보고서-공생 63
생태보고서-기생 64
생태보고서-탁란 66
생태보고서-교란 68
생태보고서-주거부정 70
압화 71

4부

갱년기 74
그보릿고개 75
꼭지에게 76
돌아가는길 77
등이시리다는말 78
멍텅구리배 79
발가락에대하여 80
붉은나미브 81
소낙비 82
소릿길 84
순응 85
숨길,우포늪 86
앵무새,날개가없다 87
어느멈춘맨발에대한위문 88
야뇨증 90
업業 91
지게,아버지를벗다 92

해설관조의시임현준 94

출판사 서평

영원히변하지않겠다는굳은약속

바람앞에지킬수없음을알게된후
마음은여려속절없이허물어지는여자
온몸물에젖어날마다새파랗게떨던여자

마침내마음자리묶어거꾸로매달려진여자

짓궂은바람이쉴새없이흔들어대는창가
솜털하나빠짐없이꼿꼿이날세우는여자

길고지루했던생애마음은버리고몸만남긴채
꼬장꼬장한영혼의뼈대만아프게버티고있다

질끈봉인한은밀한추억한결느슨해지고

수시로그렁거리던눈물흔적하얗게지운오후
드디어저여자영생불멸에드는가보다

잠시캄캄하고부쩍가벼워졌다

오,저런

부서지는기억일랑그저바라보기만하라고

저허공이붙들고있는등신불같은
----[드라이플라워]전문

사랑하는사람을선택하면가난하게살아야하고,돈많은사람을선택하면사랑없는삶을살아야한다.사랑하는사람을선택하면불효를저지르게되고,부모님의뜻을따라가면사랑없는삶을살아야한다.전자는심순애의문제였고,후자는줄리에트의문제였다.가난하게사는것도싫고,부모님의뜻도거역하기싫어서때를놓치고혼자사는여인도있을것이다.

혼자산다는것,그러나이것처럼외롭고쓸쓸한삶도없을것이다.자연의순리를거스르며무리로부터이탈하여모든즐거움과기쁨을단념해야한다는것은천형의형벌과도같은삶에지나지않는다.“영원히변하지않겠다는굳은약속”을지키지못한여자,“바람앞에지킬수없음을알게된후/마음은여려속절없이허물어지는여자,”“온몸물에젖어날마다새파랗게떨던여자/마침내마음자리묶어거꾸로매달려진여자”----.약속은상호간의신뢰와믿음의약속이며,이상호간의신뢰와믿음이깨어지면무차별적인복수와폭력이난무하게된다.따라서이약속을강제하려고도덕과법률이제정되고,약속을깨뜨리거나파기하는상습범은그사회로부터격리를당한다.정의와사랑도약속에기초해있고,행복과평화도약속에기초해있다.
박언숙시인의[드라이플라워]의여자는“영원히변하지않겠다는굳은약속”을파기한여자이며,수많은후회와자책속에“짓궂은바람이쉴새없이흔들어대는창가”에“솜털하나빠짐없이꼿꼿이날세우는여자”이다.“길고지루했던생애마음은버리고몸만남긴채/꼬장꼬장한영혼의뼈대만아프게버티고있다.”“질끈봉인한은밀한추억한결느슨해지고/수시로그렁거리던눈물흔적하얗게지운오후”,드디어,마침내“영생불멸”에들게되었다.영혼(마음)이빠져나가고몸만남았다는것은수많은후회와자책감의강도를말하고,“꼬장꼬장한영혼의뼈대만아프게버티고있다”는것은“수시로그렁거리던눈물의흔적을하얗게”지웠다는것을뜻한다.하늘이무너져내려도약속은지켜져야하지만,그러나그약속이깨어짐으로써이세상의삶이있게된다.정의,사랑,행복,평화등은하나의이상이고신기루에지나지않으며,그것들이사실그대로실현된다면이세상의삶이없게된다.이세상에는지킬수있는약속도있고,지킬수없는약속도있으며,한사코지키기싫은약속도있다.우리는약속에살고약속에죽지만,그러나이약속은천재지변과상호간의이해타산과타인들의간섭과함정에의하여언제,어느때나파기될수도있다.때로는강철보다도더튼튼하고,때로는살얼음보다도더잘깨지는것이약속이다.
전지전능한신도없고,이상적인낙원도없다.정의,사랑,행복,평화등이실현되어야하지만,그러나그것이실현되지않고,그것을찾아가는과정속에정의,사랑,행복,평화등은그명맥을유지하게된다.약속은반드시지켜져야하지만,그약속을파기한자로서의수많은후회와자책,또는진정한반성과참회속에서진정한성자의삶을살아갈수가있다.예수,부처,마호메트,제우스,시바등은‘파약의상습범’들이며,모든문화적영웅들의삶이비극적이라는사실이그것을증명해준다.
즉심시불卽心卽佛,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마음이부처이며,이세상의모든것은인간의마음이지어낸것이다.박언숙시인의[드라이플라워]는‘파약의아픔’이마른꽃이되고,이마른꽃이부처가된여인을찬양한시라고할수가있다.영원히변하지않겠다는굳은약속을파약하고,수많은후회와자책속에자기스스로천형의형벌의삶을살고있는여인은그마음의고결함과진실함으로저허공,저하늘을바치고있는등신불等身佛이된것이다.극락은없지만부처의마음속에있고,천국은없지만제우스의마음속에있다.
박언숙시인의[드라이플라워]는약속의땅이며,이상적인천국이라고할수가있다.
인간은유한하지만,시인은전지전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