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 (김병수 시집)

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 (김병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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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에 대하여

살면서/ 똥 밟는 서러움은/ 구린내가 아니다/ 똥 밟는 순간 누구나/ 세상의 똥이 되기 때문이다// 살면서/ 똥 밟지 않는 자 없다/ 한 번도 똥 밟지 않은 자는/ 산 자가 아니다/ 그야말로 세상의 진짜 똥이다// 살면서/ 똥 밟는 것 두려워마라/ 두려움은 세상 가장 구린 똥/ 꽃 붉게 피우려는 자/ 똥밭길 먼 새벽을 걷는다/
- 「똥」 전문

똥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은 따라서 똥을 더러운 것으로 부정하는 이 마음을 내려놓아야만 비로소 떨쳐낼 수 있다. 시인은 “똥밭길 먼 새벽을” 걸으면서 “꽃 붉게 피우려는 자”에 주목한다. ‘똥밭길’은 우리가 사는 일상 세계를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똥 한 번 밟지 않고 어떻게 똥 천지의 이 세상을 살 수 있을까? 시인은 똥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려면 똥밭길 속으로 서슴없이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똥밭길을 마다않고 걷는 사람만이 한 송이 붉은 꽃을 제대로 피울 수 있다. 더러운 세상을 더러움 그 자체로 받아들이려는 의지를 시인은 더러움의 대명사로 불리는 똥에 새로운 맥락을 집어넣음으로써 분명히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

김병수

김병수시인은1962년충남논산에서출생하여성균관대와네덜란드암스테르담대등에서공부했다.행정고시30회출신으로정통부,지경부,국무총리실,우정사업본부등에서근무하였다.2020년계간『계간문예』로등단하였고현재Passion,Openness,Strategy,Try를모토로하는《살아있는삶,경영,국정에관한라이브POST경영연구소》를운영중이다.
김병수시인의첫번째시집인『똥밭길먼새벽을걷는다』는일상에뿌리를둔시집이며,더러움의대명사로불리는똥에대한성찰을통하여‘해인海印의길-사랑의길’을펼쳐나간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요즘세상 12
똥 13
깃대 14
신전 15
지하철 16
2019광화문광장 17
내비 18
실직 19
정치 20
장례식 21
아이폰유감 22
식목일 25
오늘의기도 26
저출산단상 27
내나이가어때서 28
4차산업혁명론유감 29
등록금고지서 30
서울풍경 31
사직서 32
카톡 33
재개발 34
붕어빵 35
소주 36
이름표 37
북극성 38
이쑤시개 39
백수 40
하루 41
게 42
사연 43
정답 44

2부

새 46
꽃 47
길 48
세렝게티 49
스님 50
새벽기도 51
출가 52
그림자 53
길은오아시스에머물지않는다 54
기찻길단상 55
장마길 56
담배꽁초 57
막차 58
이중섭미술관 59
채석강 60
지중해 61
봄 62
그대여 64
사이 65
목련 66
인연 67
대나무 68
산1 69
가시 70
환복 71
상사화 72
빙산 73
유서 74
미스터리 75
지리산편지 76
산2 77
섬진강 78
왕갈비 79

3부

편지1 82
편지2 83
편지3 84
친구여 85
우체국애사 86
아버지의새벽 87
딸과아빠 88
우체국사람들뮤지컬을마치며 89
객지 90
여행 91
아들은몰랐다 92
엄니 94
어린시절 95
우체국의추석 97
마이산 98
아들의군입대날 100
고드름 102
배꽃 103
송광사 104
난참바보처럼살았군요 105
별 106
방산方山우체국 107
해미읍성 108
알라스카에부치는편지 109
백령도 110
월출산 111
코스모스1 112
코스모스2 113
공중전화 114
꿈을깨오 115

4부

네가그립니 118
밥을주오 119
운명 120
블랙홀 121
사랑하오 122
완두꽃비가 123
매미 124
또하나의그대 125
크레바스 126
알수없습니다 127
비키니 128
무주茂朱 129
이별1 130
주례사 131
가을비사연 132
늦가을풍경 133
눈 134
눈꽃 135
낙엽 136
어느카페의풍경 137
목이멥니다 138
시월의마지막밤에 139
이별2 140
눈2 141
홍시1 142
홍시2 143
사계 144
갈대 145
건배사 146

해설해인海印의길,사랑의길오홍진 148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살면서/똥밟는서러움은/구린내가아니다/똥밟는순간누구나/세상의똥이되기때문이다//살면서/똥밟지않는자없다/한번도똥밟지않은자는/산자가아니다/그야말로세상의진짜똥이다//살면서/똥밟는것두려워마라/두려움은세상가장구린똥/꽃붉게피우려는자/똥밭길먼새벽을걷는다/
-「똥」전문

똥에대한(심리적)두려움은따라서똥을더러운것으로부정하는이마음을내려놓아야만비로소떨쳐낼수있다.시인은“똥밭길먼새벽을”걸으면서“꽃붉게피우려는자”에주목한다.‘똥밭길’은우리가사는일상세계를표현한말이라고할수있다.똥한번밟지않고어떻게똥천지의이세상을살수있을까?시인은똥에대한두려움을떨쳐내려면똥밭길속으로서슴없이들어가야한다고강조한다.똥밭길을마다않고걷는사람만이한송이붉은꽃을제대로피울수있다.더러운세상을더러움그자체로받아들이려는의지를시인은더러움의대명사로불리는똥에새로운맥락을집어넣음으로써분명히표출하고있는것이다.

깃대높고높으나/한조각깃발하나없다/그저어서오라/세상펄럭이고싶은것들이여/몸짓없이말하고있다//호수넓고넓으나/한바람물결하나없다/그저어서오라/세상흐르고싶은것들이여/소리없이노래하고있다//피어나는것/꽃봉오리아니라도/하나눈동자/마주하는숨결있어/세상은오늘도하루숨을쉰다
-「깃대」전문

위시에서시인은보이는대상에만집착하면볼수없는사물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사람들은보이는것에서진실을찾으려고하지만,사실진실은언제나보이는것너머에서뻗어나오기마련이다.보이는것에매여진실을왜곡하는사람들이얼마나많은가?1연에서시인은한조각깃발도없는높디높은깃대를묘사한다.말그대로이해하면,깃대에는깃발하나달려있지않다는의미가된다.깃발이없는깃대를보며시인은“세상펄럭이고싶은것들”을상상한다.깃대는그존재만으로바람에펄럭이고싶은것들을불러들인다.아무런몸짓도없이깃대는어딘가에있을수많은깃발들을향해“그저어서오라”고소리없이외친다.보이는것너머를보지않으면결코들을수없는소리라고하겠다.
2연에는넓고넓은호수가나온다.바람이불지않아서물결은참으로고요하다.시인은겉으로보면잔잔해보이는호수가“세상흐르고싶은것들”을향해“그저어서오라”고소리없이노래하는걸온몸으로듣는다.깃발이없는깃대는바람을따라펄럭이고싶은것들과이어져있고,잔잔한호수는끊임없이흐르고싶은것들과이어져있다.보이는대상에집착하는사람은무엇보다그이면에서새로운삶을꿈꾸는존재들을들여다보지못한다.지금우리가숨을쉬며살아가는건어찌보면,보이지않는사물들이내뿜는숨결때문인지도모른다.숨을쉬는생명이라는이유만으로모든생명은보이지않게서로연결되어있다는얘기겠다.
한생명이다른생명과이어져‘온생명’이되는자연이치는똥을두려워하는마음과대비되는자리에놓여있다.자연이치로보면똥은더러운것도깨끗한것도아니다.사람들은밥과똥을다른것으로구분하려고하지만,앞서말한대로밥과똥은자연이순환하는과정을그대로내보이고있을뿐이다.따라서밥만보고똥을보지않으면생명이살아가는이치를전혀이해할수없다.깃대는펄럭이고싶은깃발이있음으로써깃대가되고,넓고넓은호수는흐르고싶은것들이있어호수가된다.깃대가어떻게깃대만으로존재할수있으며,호수가어떻게호수만으로존재할수있겠는가?

울음은신의은총/그은총에사랑모험있나니/잃어버린울음/다시울어젖힐때/애기울음도다시피어나리라
-「저출산단상」4연

저기들꽃을보는이여/그저흔한꽃이라마시오라/흔한꽃이야말로/더짙은향기로피노라니/그향기에/그대가슴속눈꽃이필때/그꽃을보리오라
-「사연」1연

그때는/보지도않았고/보고싶지도않았다//이제는/보고싶어도보이지않고/보려하니더욱아니보인다
-「그림자」전문

「저출산단상」에서시인은시간이흐를수록심각해지는저출산문제에대해이야기하고있다.골목에서아기울음소리가그친지는오래되었다.아기울음소리가없는세상에서어떻게미래를꿈꿀수있을까?아이하나제대로키우려면헤아릴수없이많은돈이든다.많은이들이저출산을걱정하지만,정작아이를낳아야하는젊은세대는사는일만으로도등허리가휠정도다.아예비혼(非婚)을선언하는청년들이많아지는상황을보면,아기를낳는일이곧애국이라는추상적인말로이문제를해결하는건어려워보인다.시인은이시의3연에서저출산의진짜이유를“울음잃은때문아닐까”라고쓰고있다.전쟁같은하루를보낸사람들은울음을터뜨릴힘조차잃어버렸다.하루하루를전쟁처럼사는청춘들이어떻게내일을계획할수있겠는가?
“울음은신의은총”이라고시인은말하고있다.울수있는시간이있다는건자기를들여다볼시간이있다는것을의미한다.요컨대저출산문제는물질적인성공을최고로치는사회구조를근본적으로바꾸지않는한풀수없는난제라고할수있다.하루하루일에치인청년들은자신이살아온날을되돌아보지도않고,자신이살아갈날을상상하지도않는다.그들에게오늘하루는다음날을살기위해일해야할시간에불과하다.오늘에붙잡힌청년들은결혼을하고아기를낳는내일을꿈꿀수가없다.먹고사는자연이치가해결되지않는데어떻게그다음문제를생각할수있을까?총칼을들고싸우는곳만전쟁터인게아니다.내일이없이오늘만사는지금이곳의청년들은전쟁터보다더한곳으로이사회를느끼고있다.
삶에지쳐울고만싶은청년들은그러나울음을터뜨릴수조차없다.울음을터뜨리는순간‘오늘’이라는시계(視界)밖으로곧바로퇴출당하기때문이다.자본주의는자본을증식할능력이있는사람들만인재로서대접한다.시간이곧돈이되는이사회에서는울음을터뜨릴시간마저도돈으로계산된다.시인은「사연」에서지천에핀들꽃을그저“흔한꽃”으로보지말라고강조한다.흔한꽃일수록더짙은향기를풍긴다는게그까닭이다.시인의이런생각은자본의논리가지배하는사회에서는근거없는낭설로치부될뿐이다.자본은흔한꽃이피우는짙은향기보다보기에화려한꽃만을선호한다.
흔한꽃이내뿜는짙은향기를맡으려면흔한꽃에스민진실을알아챌마음을품고있어야한다.시인의말마따나,“그대가슴속눈꽃이필때/그꽃을”볼수있는것이다.“가슴속눈꽃”과“더짙은향기”는같은맥락에놓인시구들이라고할수있다.시비를구분하는근대인은무엇보다사물을들여다볼수있는눈과사물의향기를맡을수있는코를잃어버렸다.감각의부재라는말로이상황을표현하면어떨까?사물에대한감각이없는존재가어떻게사물이내보이는깊이를이해하는사람이될수있을까?가슴속눈꽃에관심이없는사람은당연히흔한꽃이풍기는짙은향기에도관심이없다.그의관심은오로지자신에게만향해있다.지독한나르시시즘이지배하는근대사회는이러한과정을통해형성되었다고봐도좋을것이다.
「그림자」에서시인은“그때는보지도않았고/보고싶지도않았”던진실이“이제는/보고싶어도보이지않고/보려하니더욱아니보”이는현실을침통한마음으로드러내고있다.그때그는어떤진실을보지않으려고한것일까?그리고지금그는어떤진실을보고싶어하는것일까?흔한꽃은늘우리곁에서짙은향기를내뿜었다.여기저기서풍기는그향기에젖은사람들은바로그때문에흔한꽃에주목하지않았다.아무런반응을보이지않아도짙은향기는영원히곁에있을것이라고생각했다.어느순간사람들은그향기가사라진것을느꼈고,그것이얼마나소중한것인가를비로소깨달았다.깨달음은늘늦게온다고하던가.
그래서일까,김병수의시에는하찮은(?)것들에관심을기울이는시인의시선이두루두루나타난다.‘하찮은’이라는말을썼지만,사실이말에도사물을시비로나누는근대의인식론이그대로반영되어있다.흔한꽃은하찮은가,하찮지않은가?자연이치로보면흔한꽃은그저흔한꽃일따름이다.자연이피워낸생명이라는얘기다.「담배꽁초」에나타나는대로,이세상에있는모든사물들은“육신은삭아도/끝내마르지않을/인연보듬은인생의화석들”을간직하고있다.시인은담배꽁초에귀를대어본다.“속쓰린연기처럼/구부정피어나는검붉은사연들”이들려온다.사물들저마다‘사연들’을지니고있다.어떤사연을품은사물이든그자체로존중받을가치가있는것이다.
----김병수시집{똥밭길먼새벽을걷는다},도서출판지혜,값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