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위에그려진소녀가윙크를한다/한손으로하늘높이흔들고있는핑크색모자위로는/파란글자들이곡선을그리며날아간다‘Iamagirl’//나는핑크모자가없어저하늘을날아본적없는걸/엄마야누나야강남살자졸라본적도없는걸/뱅뱅우물안에서허우적대다가솔잎이나갉아먹다가/불휘기픈나무그늘애국가를4절까지외우던걸/어미의머리채를잡고북처럼두드리는아비앞에/언젠가는면도날을씹어뱉으리라벼르던걸,/폼나게풍선껌을부풀리며야반도주를꿈꾸던걸//이번정거장에서가방은내렸다,흔들리는시내버스안/차창에비친산전수전이불쑥묻는다-Areyouagirl?/느닷없는질문에쩔쩔매는걸-I’mfine,andyou?/우문우답이무안해시간의뒷골목으로달아나는걸,//네생일인데…얘야도시락에달걀프라이를싸줄까,/씨암탉으로키워서참외밭을사자구요,없는건많고/있는건없는열일곱살이잘근잘근손톱을깨문다/달걀프라이만한달이뜬하늘아래사춘기가훌쩍인다//스톱스토오옵내려요,창가에달린빨간벨을꾸욱누른다/울컥,버스가선다하마터면한정거장더갈뻔한걸,
-「Iamagirl.」,전문
시집을펼치면나타나는첫작품으로이시집의방향성과특성을함축적으로보여주고있다.시적구도는매우단순해서시내버스를타고목적지까지가는도중에가방에그려진소녀의윙크하는모습을보고,소녀시절이었던자신의사춘기를회상하는구도이다.물론그사춘기시절이란풍족하거나행복한것은아니었다.빈곤과결핍에허덕이고,소외와폭력이난무하는곳에서일탈과엑소더스를꿈꾸던시절,그아득하고아련한추억속으로빠져드는것이다.이처럼갑자기현실을벗어나소녀시절을꿈꾸던시적주체는산전수전을다겪은자신이뜬금없이사춘기시절을회상하는모습이엉뚱하고유치하게보이는자의식을느끼기도한다.하지만그결핍과소외,부조리로가득찼던유년의시절은매우끈질기게시적주체의상념을붙들고놓아주지않는데,그리하여그녀는버스정거장을지나칠듯한위기를겪기도한다.
과거의사건들을회상하는기제로서반복되는‘걸’이라는음운이중요한역할을한다.‘걸’이라는기표는걸(girl)을의미하면서사춘기시절의유년시절로돌아가게하는역할을하기도하지만,‘~했던것을’의준말로서과거의특정한사건들을환기하는효과를발휘하고있기도하다.그리하여이시는걸(girl)시절에경험했던다양한‘것을(event)'현실적공간으로가져옴으로써지루하고권태로운현실의공간에생동감을부여하며역동적인정동이파동치는효과를발휘하게되는것이다.물론결핍과빈곤,그리고소외와폭력으로점철되었던유년시절의추억이현실에생동감을부여하게된것은시간의힘일것이다.시간은거칠고폭력적인과거의경험을순화하고정화하여독특한아우라(Aura)를부여한다.과거의시간과현재의시간이혼재하는현실은다소혼란스러울수는있어도그것은단조롭고무미건조한상황을돌파하는기제로작동하게된다.
이처럼과거의시간을현재에복원함으로써단조로운현실을갱신하는이러한시도는이시집에곳곳에편재하고있다.물론과거의시간이란반드시실제로발생했던경험만을담고있는것이아니어서상상적구성물또한그것의내용물을이루기도한다.「곰탕이끓는동안」에서는곰탕이끓는시간동안상상속의“그이”가“새로운행성에서/계율을어기고마고할미와불륜에빠졌다”는상상을하기도하고「우주로가는포차」에서는“방파제를바라보며엉거주춤주저앉은포장마차”를보면서스무살청춘시절에있었던사랑하던사람과의이별장면이라든가그시절빠져있었던“랭보”라든가“체게바라”에대한열정을떠올리기도한다.또한「파이」라는시에서는신문의사회면기사를읽다가몽상에빠져들어녹아내리는듯이축늘어진“달리의시계”를연상하다가이어서보르헤스의「존윌킨스의분석적언어」라는작품을패러디하여“황제에게꼬리치는것,뱀피구두를신은것,훈련된것,/다족류,발광하는것들,말할수없는것,방금막/신을버린것,들여다보면구더기처럼꿈틀거리는것들,/백과사전에도없는것,토마스핀천,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거북이족,천둥벌거숭이,데스페라도기타*등등”이라는낯설고기괴하고연상작용에빠져들기도한다.
시인이수시로어떤사물이나상황에촉발되거나,어떤사건이나장소와연관되어있는과거의생생하고의미있는경험을회상하거나독특하고기괴한몽상에빠져드는것은지루하고자질구레한현실로부터벗어나고싶은욕망을간직하고있기때문이다.하찮고보잘것없는일상의자잘한시간에낯설고의미있는사건이라든가이미지를끌어들여와서그것을새롭게갱신하고싶은욕구때문인것이다.이러한심리적기제를잘보여주는것이다음작품이다.
가을꽃축제가흐드러진이곳은쓰레기매립장이었다//먼지와악취,연기가다스리는부패의왕국/누가잃어버렸거나누가버린것들이불귀불귀/제뼈와살을다바쳐번제를지내는곳//코스모스가일렁인다,살려줘살려줘응애응애/야아옹우우우우사라진것들이이명처럼맴돈다/피묻은청바지,꺾어진붓,시든장미,깨진장난감,/봉투도뜯지않은시집,콘돔,생선대가리,/누군가의손가락,팔,다리,누가끌안고살던꿈,노래…/여기는드림파크망각의유토피아,/샛노란아기해바라기들이까르르까르르/목젖이다보이도록깔깔거린다//꽃투성이코끼리가성큼카메라속으로들어선다/몸이온통꽃밭이니고통조차환하구나,나혼자중얼중얼/앵글을돌리니곧승천할듯꼬리를곧추세운/거대한용이포효한다,작은사슴뿔에비늘대신꿈틀꿈틀/황금빛국화가용틀임인데세상에,여의주가너무크다/-저걸물고어찌날아가누?저러다추락해/이무기로사는건아닐까몰라별걱정을다하다가//그래,여기는드림파크,꿈이꿈을꿈꿔도좋은꿈의천국/-knockknockknockin'onHeaven'sdoor*/나는벤치에앉아발장단을치며사과한입베어문다/
-「드림파크」,전문
서울의하늘공원과마찬가지로생활과건축쓰레기를매립하여이루어진인천의드림파크는도시적일상을영위하는현대인의삶의양식을대변해준다.이시의세번째연에서언급되고있는잡동사니들,즉“피묻은청바지,꺾어진붓,시든장미,깨진장난감,봉투도뜯지않은시집,콘돔,생선대가리”등등의자질구레한사물들이현대인들의삶을대변해주는것이다.그것은지극히사소하고자질구레한사물들이함축하고있는것과같은평범하고진부한삶의양식인것이다.
시인은이처럼일상의사물들이지배하는현대인들의삶의양식에대해서“먼지와악취,연기가다스리는부패의왕국”이라고정확히진단하면서도그것을재해석하여“제뼈와살을다바쳐번제를지내는곳”이라고하면서제의의공간으로탈바꿈시키고만다.쓰레기더미로이루어진드림파크,혹은현대인의삶의공간이제의의제단이되자그것은어떤성스러움을지닌영역이되면서세속적이고진부한이미지에서벗어나게된다.‘드림파크’라는기표가공허한기표가아니라적절한기의를내포한것으로바뀌면서“꿈이꿈을꿔도좋은꿈의천국”으로변하고마는것이다.
그리고뒤에서다시언급하겠지만,카메라를들어대자드림파크는환상의공간으로변하기도한다.곧“승천할듯꼬리를곧추세운/거대한용이포효”하는상상속의공간으로변하기도하고,“황금빛국화가용틀임”을하는역동적이고찬란한“유토피아”와같은공간으로변모하게되는것이다.그리하여시적주체는쓰레기매집장인이곳이곧“망각의유토피아”이며“꿈의천국”이라고명명하며천국의문을두드리는상상을한다.쓰레기매립장이곧꿈의천국이고,유토피아라는것은곧자질구레한일상이곧드림파크일수있음을암시하고있다.즉잡다한욕망과사건으로얼룩진일상의공간에서잊어버린유토피아를발견하고꿈의천국을찾아내는셈인데,이러한구도는시인이시적세계에내재되어있는비루한현실과신비한꿈의세계,혹은진부한일상과특별한과거라는이원적대위법이라는시적발상과시적구도를표상해준다.
아마도이와같은이러한대립적구도를가장잘함축하고있는장면은10편의연작으로이루어진「마포」라는작품들일것이다.시인의과거유년기와사춘기의추억을담고있는듯한마포라는공간의과거를회상하고있는이작품들은시인백석의「여우난골족」등의작품들이구축한우리민족의원형적삶의모습은아니더라도문명에때묻지않고자연과운명,그리고관습과천성에따라서살아갔던과거의전근대적삶의방식을고스란히복원하고있다.시인이그려내는“마포”에는“곰보다힘이센사내”(「마포1」)가등장하여욕망이시키는대로노름판과화류계에빠져시간을탕진하는삶이있고,이복자매의따스한공감의세계(「마포4」)가있으며,양공주언니를둔끝순네(「마포6」)의안타까운배고픈시절이숨어있기도하다.또한엄마가텍사스골목에서술장사를했던사내아이와열병과같은첫사랑을앓았던시인의“열세살초가을”(「마포7」)이있으며,“동춘서커스”단의단원이었던“눈빛맑은청년”(「마포8」)과의이루어질수없는애틋한사랑을한소녀가살고있기도했다.그리고밤톨만한한강의섬에살던젊은어부와딸을낳은열여덟살의달래(「마포9」)가살고있었는데,어부는홍수에떠내래가실종되고,달래는반미치광이의무당이되어다시마포를찾기도한다.그러나가장마포연작의성격과특징을잘드러낸작품은「마포10」이라고할수있다.
----박해성시집{우주로가는포차},도서출판지혜,양장,값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