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박방희의 시 가운데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대개 길이가 짧고 이미지가 선명한 특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비행기가 하늘에 줄 하나 쳐 놓고 갑니다/ 허기진 낮달이 그 줄을 간신히 넘어 갑니다”(「낮달」)라는 시를 보자. 이 작품은 마치 무채색 배경의 캔버스에 비행운과 낮달이 그려진 단정한 한 폭의 수채화 같다. “그림 속에 시가 있고 시 속에 그림이 있다.”라는 동양의 시화상합론(詩畵相合論)이나, “시가 말하는 그림이라면, 그림은 말 없는 시다.”라고 했던 고대 그리스 서정시인 시모니데스의 말은 시와 그림의 친연성을 드러내는데, 박방희의 시 세계는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의 무진장이다. 시에서의 이미지란 세상을 모사하거나 시인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데 일조하거니와, 박방히 시의 이미지는 상처 입어 훼손된 세상을 치유하는 자연을 닮아 있다.
미루나무 식당에는 미루나무가 있다/ 그 아래 개울이 있고/ 미루나무 우듬지로도/ 한 줄기 푸른 강이 흘러/ 징검돌로 놓인 까치집과/ 오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깍, 깍, 호객하는 까치가 있다/ 미루나무 식당에는/ 소주 백세주 동동주 산머루주에/ 요강 뚫는 복분자주/ 자주 몽롱해지는 안개주/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파전에/ 매미소리로 무친 도토리 묵채/ 개울물 소리로 다갈다갈 볶은/ 닭찜이 나온다/ 저녁이면 배고픈 별들 모여드는/ 미루나무 식당에는 / 언제든 따르릉 전화가 있고/ 불 켜진 간판의 그림 닭이/ 낮에 죽은 닭들을 대신해 한 번씩 / 꼬끼오! 하며, 운다
-「미루나무 식당」 전문
미루나무 식당에는 미루나무가 있다/ 그 아래 개울이 있고/ 미루나무 우듬지로도/ 한 줄기 푸른 강이 흘러/ 징검돌로 놓인 까치집과/ 오가는 사람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깍, 깍, 호객하는 까치가 있다/ 미루나무 식당에는/ 소주 백세주 동동주 산머루주에/ 요강 뚫는 복분자주/ 자주 몽롱해지는 안개주/ 뭉게뭉게 피어나는 구름 파전에/ 매미소리로 무친 도토리 묵채/ 개울물 소리로 다갈다갈 볶은/ 닭찜이 나온다/ 저녁이면 배고픈 별들 모여드는/ 미루나무 식당에는 / 언제든 따르릉 전화가 있고/ 불 켜진 간판의 그림 닭이/ 낮에 죽은 닭들을 대신해 한 번씩 / 꼬끼오! 하며, 운다
-「미루나무 식당」 전문
생활을 위하여 (박방희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