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토란이 자라는 동안 (주영만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물토란이 자라는 동안 (주영만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0.00
Description
J.H Classic 67권. 주영만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일상과 자연이 만나는 자리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서 언어의 빛을 발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다. 그의 시는 어떤 목적성에 매몰되어 있지 않고 신속한 결론에 도달하려는 조급성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것은 그의 시의 바탕이 본질적으로 자연과 닮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토란이 자라는 동안〉은 그의 시적 향일성이고, 존재의 가벼움이며, 시인과 물토란이 하나가 되는 진경眞景의 세계라고 할 수가 있다.
저자

주영만

주영만시인은1957년대전에서출생했고,1991년{문학사상}으로등단했다.2001년시집{노랑나비,베란다창틀에앉다}(시와시학사)를출간했으며,내과전문의로서현재경기도광명시우리내과의원원장으로재직하고있다.
주영만시인의두번째시집인{물토란이자라는동안}은일상과자연이만나는자리에서,다양한스펙트럼을통해서언어의빛을발산하는과정에서생성된다.그의시는어떤목적성에매몰되어있지않고신속한결론에도달하려는조급성을보여주지도않는다.그것은그의시의바탕이본질적으로자연과닮아있기때문일것이다.{물토란이자라는동안}은그의시적향일성이고,존재의가벼움이며,시인과물토란이하나가되는진경眞景의세계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물토란이자라는동안

물토란이자라는동안 12
사선斜線에서 13
열대야熱帶夜 14
여여如如하다 15
지는해 16
달빛과풀벌레소리 17
어둠의중심-시詩 18
누이 20
깜빡잠 21
조율調律 22
혼자서가네 24
빈집 25
모색摸索1 26
모색摸索2 27
모색摸索3 28
모색摸索4 29
모색摸索5 30
모색摸索6 31
모색摸索7 33
모색摸索8-물이오른다는것 34
모색摸索9-우리는그냥말없이웃었다 35

2부서산마루에서다

3부가을을닮다

해설

출판사 서평

물토란이새순돋아봄햇볕을흠뻑흡입하며자라는동안//그는줄곧그향일성(向日性)의무게에대하여생각한다//가벼움이여//허공으로가늘고길게뻗은몇개의줄기꼭대기마다한개의입술모양의잎을햇볕속으로떠받치듯밀어올린물토란은그잘록한허리가요염하게휘어진채풍경(風景)이되어도이제는더이상이세상어디에도그는없다
----{물토란이자라는동안}전문

주영만시인의시들은일상과자연이만나는자리에서,다양한스펙트럼을통해서언어의빛을발산하는과정에서생성된다.그의시는어떤목적성에매몰되어있지않고신속한결론에도달하려는조급성을보여주지도않는다.그것은그의시의바탕이본질적으로자연과닮아있기때문일것이다.자연의본질을가장잘보여주는것은물이다.노자가인간의부드러운덕성을물에비유해서상선약수(上善若水)를말한것은우연이아니다.물은세상의이치를거스르지않는다.그러면서도때로는힘차고때로는부드럽고때로는차갑고때로는따뜻하다.그러다가물은햇빛과만나면증발하여하늘로오르기도한다.인간의몸은일반적으로70프로가물로되어있다고한다.그런관점에서보면인간이물의속성을지니고있는것은어쩌면당연하다.이러한속성은인간의몸뿐아니라내면에도적용된다.인간의마음이변화무쌍하면서도일정한흐름을유지하고있는것도물의속성을지니고있기때문이다.
주영만시인의시중에도물이미지가중심이되어있는시들이많이있다.먼저다음의시를읽어보자.

강물은찰랑찰랑흔들리는군//바람은지나갈듯말듯하다가그냥그자리에서있는군//혼자중얼거리는군//오래서있어도허리는아프지않는군//그래도그대와나사이의거리는팽팽하게좁혀지지않는군//그러나강물은흐르지만흘러넘치지않게//그러나바람은혼자서있어도외롭지않게//밖으로뛰쳐나가지않는기타음(音)처럼//그렇지'라고느낄때까지//소나기가온뒤나뭇잎에맺힌물방울이이제막떨어질때까지//숨을한번또한번깊게들이마시고//마음이자꾸안으로안으로기어들어가는군
-「조율(調律)」전문

자세히살펴보면세상은여러종류의사물이나존재가서로얽혀있으면서일정한관계를이루고있는집합체라고말할수있다.그런데세상속의관계가서로상응하여호응을이루지못하고어긋나거나서로파괴적인관계를이루고있는경우도있다.이럴때는서로조율이필요하다.위의시는그대와나사이에서팽팽하게좁혀지지않는거리를물이나바람같은자연의여러현상으로비유하고있다.강물이찰랑찰랑흔들리는모습이나바람이지나갈듯말듯하다가그냥그자리에서서혼자중얼거리는것은인간을닮았다.그러나이런강물이나바람의태도는어딘가허전하고외롭게느껴진다.그리하여시의화자는“강물은흐르지만흘러넘치지않게”“바람은혼자서있어도외롭지않게”“밖으로뛰쳐나가지않는기타음(音)처럼/'그렇지'라고느낄때까지”조율할필요가있음을강조하고있다.하지만정작마음은안으로안으로자꾸기어들어가게된다.이렇듯인간의마음은쉽게어긋나서아이러니한상황이될때가있다.그러므로인간이자신의마음을완벽하게조율하는것은불가능해보인다.

빈집으로돌아왔다//침묵으로사그라들던오후와희미하고해묵은햇볕의온기(溫氣)가아직은방한쪽에남아있었다//누워서,흐르는강물처럼누워서//그는해가기우는것처럼간단한한획(劃)으로저물어갔었다//바람타고흩날리는,어지럽게흩날리는//그한획(劃)의곡조(曲調),
-「빈집」전문

주영만시인의시를읽다보면‘비어있음’에대한사유가자주발견된다.그것은아마도시인이지니고있는비움의철학과관계된것처럼보인다.인간은어머니의자궁에있다가그자궁을비우고세상에나온다.그순간어머니의자궁은빈집이된다.그렇게인간은한평생을살다가무덤이라는빈집에든다.빈집으로다시돌아오는것이다.이러한사유는그의또다른시「혼자서가네」에서“이세상으로처음나올때의안간힘을다해빠져나왔던그좁은구멍속으로당신은다시들어가네”라는구절에도보인다.위의시도이러한정조를어느정도내장하고있다.빈집으로돌아온주체가“침묵으로사그라들던오후와희미하고해묵은햇볕의온기(溫氣)가아직은방한쪽에남아있”음을느끼면서“흐르는강물처럼누워”“해가기우는것처럼간단한한획(劃)으로저물어”가는모습은,마지막임종을남겨놓은인간의실존을연상하게해준다.이런관점에서보면인생이란“바람타고흩날리는,어지럽게흩날리는/그한획(劃)의곡조(曲調)”로은유될수있다.여기서화자가유독‘한획’을강조하고있는것은뚜렷한삶의족적을남기고싶어하는시인으로서의실존적삶의태도가반영된것으로보인다.
불혹에는너무혹해서허무했고그후내내나는도무지고독했고한바퀴돌아귀가순해질때면비로소사랑하리라//초겨울밤에는둥지에달빛이고이는/
별똥별처럼/눈이멀고야마는
-「사랑」전문

아주높이굴뚝같은마음으로하늘길을찾았습니다만뭉글뭉글지나가는구름근처에서그길을잃고말았습니다//잔뜩목을뒤로꺾고올려다보는지상에서는하루해가짧았습니다
-「그리움」전문

인생을살다보면누구나한번쯤은삶에대한아쉬움이나후회의감정을느낄수밖에없다.시인은앞의시「사랑」에서“불혹에는너무혹해서허무했고그후내내나는도무지고독했고한바퀴돌아귀가순해질때면비로소사랑하리라”는다짐을하고있다.시의내용으로보면불혹의젊은날에는제대로된사랑을못해보다가이순이되어서야비로소사랑을해보겠다는것은어딘가아이러니하다.하지만이런것이사랑의속성이다.봄에서가을에이르는따뜻하고좋은계절은다보내고“초겨울밤에는둥지에달빛이고이는/별똥별처럼/눈이멀고야마는”사랑을해보겠다는것은아이러니하지만,그속에사랑의진실한속성이숨어있다.
‘그리움’을소재로한두번째시는화자가‘연기’가되어찾아가는그리움의길을보여준다.화자가가고싶은그리움의길은“아주높이굴뚝같은마음으로”찾아가는‘하늘길’이다.그러나그길은늘현실보다높은곳에있어서“잔뜩목을뒤로꺾고올려다보”아야하는길이다.그러므로그리움은끝끝내해소되지않고,그리움을찾아가는하루해는짧을수밖에없다.어떤관점에서보면시인이시를쓰는일도사랑과그리움을찾아가는또다른행위이다.시인은지금도시라는깊은잠에빠져“한송이꽃이피었다가지는/무궁(無窮)으로가는길”(「깜박잠」)위에서있다.

이상에서살펴본바와같이주영만시인의시는일상과자연이만나는길목에서반짝이고있다.그의시의반짝임은물을닮아있어서물흐르듯변화무쌍하다.그의시가불연속적사유에바탕을둔환유적상상력을보여주고있는것은쉽게어떤결론이나주제에기울어지지않는텐션으로작용한다.그의시의또다른특징은자연을전경화함으로써탈중심주의적상상력의일단을보여주고있다는점이다.이러한시적특성은그의자연을닮은순수한성품과무관하지않다.그러므로그의시에는천상병을닮은천진성과윤동주시가지니고있는염결성이맑게고여있다.그러면서도그의시에는사랑과그리움을향한열정이무궁(無窮)을향해열려있다.그의시는열린사고를통환환유시를지향한다.그의시에서서사와이미지가어우러져병치를이루면서단순하지않은환유적긴장관계를보여주는것은,그이면에숨은의미를암시해주는기능을숨기고있어서더욱이채롭다.그러므로참으로오래간만에선보이는그의이번시집이시를사랑하는이들에게좋은전범(典範)이되리라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