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경향신문》,박재현(기자)2015.10.14.자세히보아야/예쁘다//오래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그렇다.----[풀꽃]전문
무심히지나치는/골목길//두껍고단단한/아스팔트각질을비집고/솟아오르는/새싹의촉을본다//얼랄라/저여리고/부드러운것이!//한개의촉끝에/지구를들어올리는/힘이숨어있다.----[촉]전문
남의외로움사줄생각은하지않고/제외로움만사달라조른다/모두가외로움의보따리장수.
----[시인학교]전문
다른아이들모두서커스구경갈때/혼자남아집을보는아이처럼/모로돌아서서까치집을바라보는/늙은화가처럼/신도들한테따돌림당한/시골목사처럼.
----[서정시인]전문아주오래전술자리에서그의아내가자궁을잃었다고내게말한적이있다.아내를어떻게대하느냐고물었다.학교일이끝나면교장관사둘레의꽃길을손을꼭잡고걷고,많은대화를나누며,밤에는반드시꼭끌어안고잠에든다고했다.성적관능과는거리가멀어보이는그의뜻밖의말에나는당황했다.정말그러느냐고하자자궁을잃은아내가안쓰러워서더사랑하게되었다고했다.거짓말을할줄모르는그이니사실그대로일것이다.그런아내를두고그가저승가까이갔다가다시돌아온것이다.그는자신의죽음을관조하는시를썼다.죽을고비를넘겼으니인생의도사가된것이다.「울던자리」는자신이중환자실에있을때가족들이슬픔에잠겨있던자리를연상하고쓴시다.그들의막막함을떠올리며“여러날그들은/비를맞아날수없는/세마리의산비둘기였을것이다.”라고했다.“산비둘기”라는구절이가슴을친다.자신의죽음보다가족들이겪을아픔과슬픔을걱정하는시인의자애로움에가슴이뭉클하다.「좋은약」은어떠한가?중환자실에널브러져있을때시인의부친께서절룩거리는다리로지팡이를짚고면회를왔다.부친의문병말씀중“세상은아직도징글징글하도록좋은곳이란다”라는말이좋은약이되어살아났다고한다.여기서도세상의모든것을긍정하는그의맑은시선과마음의힘을엿볼수있다.세상이징그럽도록좋은곳이라고생각하면저승문턱에서도살아나오리라.그날이후그의시는일상의행복을더많이노래하고이징글징글하도록좋은세상에존재하는기쁨을더진하게노래한다.그시들은참으로아름답고때로숭엄하며대부분고귀하다.그리고모두재미있다.징글징글하도록좋은세상에사는즐거움을흠씬맛보게해준다.「그날이후」는병원에서퇴원하고직장에서도퇴직한후몸과마음이작아진시인이아내를어린애처럼따라다니며아내와동행하는즐거움을이야기한다.2천5백원짜리잔치국수만먹어도배가부르는행복감을어디서얻을수있으랴.몽당연필은정겹고귀엽다.근검절약이생활화되어있는육이오세대에게볼펜깍지에끼워쓰는몽당연필은많은것을생각하게한다.초등학교에재직할때필통가득몽당연필을모았다고했다.아내에게내가그런몽당연필로보였으면좋겠다고시인은말한다.나보다십년연상인나태주시인.나도십년후에는몽당연필로보일수있을까?풀꽃하나를가만히들여다보지못하는나이니그건어려울것같다.심지어그는아내에게“개처럼”보이고싶다고「개처럼」에서말했다.맛있는것은구석진곳에가서먹는습관때문이다.십년후에는나도개처럼먹게될까?그렇지못할것같다.「완성」에서는아내와시인이각각반편으로살다보니하나로합쳐야완전한존재가된다고했다.스스로반편이될때부부는비로소온전한몸으로완성된다니,대단한발견이다.그단정하고고요한시「완성」을표구에새겨삶의귀감으로삼고,행복의시금석으로삼으려한다.집에밥이있어도나는/아내없으면밥을먹지않는사람//내가데려다주지않으면아내는/서울딸네집에도가지못하는사람//우리는이렇게함께살면서/반편이인간으로완성되고말았다.---「완성」전문타인에대한배려가깊은나태주시인은시인이라는존재에대해서도누구보다깊이이해한다.그두편의작품이「시인학교」와「서정시인」이다.시인을대상으로한시를무수히많이보았지만이렇게간명하게시인을표현한작품은보지못했다.시인은꿈이많고욕심이많고그래서자기밖에모르고그래서어린애처럼순수할수있다.그렇게순수한어린애의시각을지녔기에시인은자연의비밀스러운아름다움을발견할수있다.우리들은시인의어느일면만을보는데그는시인의전모를파악했고시인의일상적한계까지도슬기롭게이해하여그것을짧은시로압축해표현했다.참으로놀라운일이다.우리는많은것을가졌는데도늘불행하다고생각한다.그러나자연의천진한눈을가진시인은아주소박하고편안하게진정한행복이어떠한것인가를노래한다.그의시는자세히읽어야예쁘고,오래읽어야사랑스럽다.인생의진실,우주의진리는거창한이론이나기묘한논리에서오는것이아니라,단정하고고요하게세상을바라볼때저절로솟아나는것임을그의시가깨닫게한다.이러한발견과터득의기법은지구역사상어느누구도시도한적이없다.나태주시인만이이렇게했다.이로써그는하나님다음자리의창조자가되었다(이숭원서울여대교수,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