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별을 바라본다 (김기갑 시집 | 양장본 Hardcover)

가끔은 별을 바라본다 (김기갑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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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24세의 젊은 나이에 경찰에 투신하여 국가와 민족을 위해 나름 바쁘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덧 정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시 한 편, 한 편에 삶의 강렬한 순간들을 포착해 담아 내려 했다. 독자들이 시를 음미하면서 조금이나마 공감하고 나아가 마음의 여유와 위로까지 얻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은퇴 후에는 지금처럼 자연과 삶을 노래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 보잘 것 없는 이 시집으로 세상에 사랑을 전하고, 보다 아름다운 지구를 만드는 데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다.
---[시인의 말]에서
저자

김기갑

김기갑시인은1974년경북안동에서태어났고,경찰대학을졸업했으며,2019년{대한문학세계}에[위로]라는시로,같은해{지필문학}에[코이]라는수필로등단했다.

김기갑시인의첫번째시집인{가끔은별을바라본다}는아주소중한역사철학적인성찰의결과이며,그의사유가서정적인아름다움으로꽃피어난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가을햇살이너무좋고”“이것하나만으로도/지구라는별에온보람이있다”([가을햇살])라는‘행복론’은‘식물학자’도,‘천문학자’도‘알수없다’([안다는것])라는반성과성찰의결과이며,그결과,천둥과번개와사나운비바람속에서도“나는결백하다”([자작나무])라는자기찬양과이세상의삶에대한옹호로이어지기도한다.밤하늘의별을바라보고,또,바라본다는것은이세상의모든인습과그굴레를벗어나자기자신을높이높이끌어올리며,아름답고행복한삶을살고있다는증거이기도한것이다.

목차

시인의말5

1부그럭저럭
자동차12
장맛비13
야채가게에서14
난초15
등나무16
손톱을깎으며18
소망19
얼굴20
해질녘언덕에올라21
둥글다는것22
낙엽23
심연에서24
내려놓기25
거리26
진심27
안개28
하루29
말30
그럭저럭31
기다림32

2부고추
노고34
감사35
순교36
비린내37
장래희망38
살인39
집착40
그땐그럴수밖에41
사는지혜42
정화43
생44
고추45
그러하기46
세상47
소명48
원망49
거리에서50
탈지면51
빗방울52
감53

3부불꽃놀이
권력자56
화57
낙원58
강가에서59
노안60
지루함61
밤비62
나이63
달64
우주65
불꽃놀이66
징후67
가을햇살68
익숙함69
수평선70
갈등71
삶이란72
은행나무아래73
외톨이74
안다는것75

4부은행나무길
봄78
모과79
목련80
어느새81
인생나무82
이해법83
그래도85
눈오는아침86
은행나무길87
활88
공기89
끝끝내90
단풍91
산길92
그러다93
희망94
결단95
이발96
장승깎기97
순수98

5부너
혹시나100
전나무에게101
사라지지않았다102
이유가있겠지103
이러려고104
그날105
나무106
바로그때107
너108
다짐109
꼭110
어떻게살것인가111
그러려니112
사람과자연113
먼지가될때까지114
길115
눈물116
자작나무117
그녀118
오래된책119
만족120
해설오래된시간에서
피어나는사물감각오홍진122

출판사 서평

가을햇살이너무좋다//이것하나만으로도/지구라는별에온보람이있다
-「가을햇살」전문

식물학자가/꽃은알수없다고고백하는것//천문학자가/별은알수없다고고백하는것//지식의양이빗방울이라면/무지의양은바다임을아는것
-「안다는것」전문

「가을햇살」을먼저보자.피라미드를만든자본은아마도“가을햇살이너무좋다”고외치는시인의마음을이해하지못할것이다.자본의원리는말그대로자본을증식하는데있다.가을햇살이좋다고자본이증식되는것은아니다.시인은다르다.이말을외칠수있는것만으로도시인은“지구라는별에온보람이있다”고강조한다.자본의원리로보면지구는끊임없이개발되어야할대상이다.여기저기서난개발이이루어지는상황을떠올려보라.인간의욕심이커질수록지구는그만큼더파괴되어간다.지구는인간의삶터로한정될수없다.온갖생명들이사는터전이바로지구이다.가을햇살을바라보는시인의마음이곧지구에사는모든생명들의마음과이어질수있는것이다.자본의논리에매이면가을햇살에서린생명의힘을볼수없다.자본은무엇보다인간의시선으로다른생명을판단하기때문이다.
「안다는것」에나타나는대로,안다는것은모르는것을그자체로인정하는것과같다.인간을중심에세운자본은이점을인정하지않는다.사물에의미를부여하는주체는오로지인간일뿐이라고자본은주장한다.시인은“꽃은알수없다고고백하는”식물학자와“별은알수없다고고백하는”천문학자를말한다.이들은무언가를안다는점보다무언가를모른다는점을먼저내세운다.모르는것을모른다고말하는사람은겸손하다.아는것에집착하는사람은결코모른다는말을내뱉지않는다.빗방울같은지식으로바다처럼넓은무지를애써감추려고한다.다시말하지만,겸손한사람은모르는것을안다고말하지않는다.아는것을빌미삼아피라미드의끝에올라가려고하지도않는다.
경쟁사회에서모르는것을모른다고인정하는사람은수없이많은돌부리에걸려넘어질수있다.먼길을돌아다른사람보다느리게목적지에도달할수도있다.하지만「끝끝내」라는시에표현된바,냇물은흐르고흘러결국에는바다에이른다.거꾸로가는듯느껴질때도있고,바짝말라흐르는일자체가힘들때도있고,아예꽁꽁얼어버려더이상나아가지못하는때도있지만,그럼에도냇물은“끝끝내있어야할곳에가고야”만다.냇물이이른바다는피라미드의꼭대기와는다르다.바다는모든생명이이르는원초적장소와같다.생명으로태어난존재라면마땅히받아들여야할죽음의세계라고해도좋다.이리보면시인이말하는겸손한시적주체는자연이치를온몸으로받아들이는존재라고할수있다.자본의원리반대편에자연이치가있다.모든생명을한생명으로뭉뚱그리는이치라고표현하면어떨까?

김기갑이지향하는시적세계는「이해법」이라는시에구체적으로드러난다.이시에서그는누군가행동이굼떠보인다면당신이급하지않은지돌아보라고이야기한다.누군가바보같이보인다면당신이영악한게아닌지생각해보라는말도덧붙인다.남을이해하려면먼저그사람의입장을헤아릴줄알아야한다.시인은이시의마지막을“모자라니까사람이다/넘치니까사람이다”라는구절로끝낸다.모자라도사람이고,넘쳐도사람이다.모자람을기준으로넘침을판단할수없듯,넘침을기준으로모자람을판단할수도없다.모자람과넘침사이에는그럼무엇이있을까?지금까지논의를참고하면,겸손함이그사이에존재한다.겸손한사람은모르는것을안다고하지않는다.아는것으로상대를평가하지도않는다.그는그저묵묵히자기가있는자리를지키고있을뿐이다.

나뭇가지가앙상하다/잎이며열매모두버렸다/올해도겨우내맨몸으로/칼바람과맞설것이다/일년에한번씩/수십수백번을그리해왔을터/나무가그냥단단해지는게아니었다
-「나무」

뙤약볕아래서도/아무런내색을하지않았다/천둥소리에꿈쩍도않았고/심지어번개를맞아도말이없었다/비바람이몰아치면잠시흔들릴뿐이었다/겨울이되어잎이다떨어지고/뼈대와핏줄만남았을때비로소/지난여름에나무가그토록/하고싶었던말을알수있었다/나는결백하다
-「자작나무」

「나무」에서시인은앙상한나뭇가지에주목하고있다.잎이며열매를모두버린채나무는맨몸으로한겨울의찬바람과맞서고있다.일년에한번씩나무는꼭이런일을겪어야한다.한겨울찬바람을견디지못하면나무는오는봄날에꽃과잎을피울수없다.자연이치란게이렇다.자연은고통을고통으로만끝나게하지않는다.고통의너머에자연은늘화사한결실을놓아둔다.시인이‘나무’라는시적대상에시안(詩眼)을집중하는까닭은여기에있다.나무는한자리에뿌리를박고묵묵히제삶을견딘다.새들이날아와집을짓는다고탓하지않고,찬서리가내리는늦가을에잎이떨어진다고서러워하지도않는다.시인의말마따나“나무가그냥단단해지는게”아닌것이다.
「자작나무」라는시에서도시인은‘나무’에시선을모으고있다.뙤약볕이내리쪼여도나무는아무런내색을하지않는다.천둥소리가울려도나무는꿈쩍도않고,번개를맞아도나무는별다른말을하지않는다.비바람이몰아치면나무는잠시흔들리지만그뿐이다.시인은잎이다떨어진겨울나무를보고서야“지난여름에나무가그토록/하고싶었던말을알수있었다”라고이야기한다.‘나는결백하다’라는시제목이바로그말이다.결백(潔白)은깨끗하고흰마음을의미한다.이런저런시련에시달리면서도나무는결백함을잃지않는다.결백한나무는그무엇에도매이지않는삶을산다.비바람이몰아치면잠시흔들리는경우도있지만그또한자연이치를따른움직임이라고할수있다.나무의결백은자연이치를따르는이마음에서나온다.김기갑의시적주체가지향하는장소역시나무의이마음과무관하지않다고하겠다.
나무의결백은나무홀로이룬게아니다.뙤약볕과천둥소리와비바람이없으면나무가어떻게결백을외칠수있을까?「장승깎기」에서시인은통나무가깎여야장승이되고,원석이깎여야보석이된다고이야기한다.시인이쓰는글=시라고다르지않다.“의미를지니기위해버릴건버리자”는시구에암시된대로,시인은치열한고통이없이는어떤성과도이룰수없다고강조한다.당신과마주하고싶다면먼지가되는고통(「먼지가될때까지」)마저도끌어안을수있어야한다.먼지가되는고통이란죽음과맞먹는고통을가리킨다.통나무가통나무를고집하면결코장승이될수없다.통나무를버려야비로소장승으로가는길이열린다.파스가말한‘치명적도약’이이루어지는순간,통나무와원석은장승과보석이되는상황에이르게되는셈이다.

오래된책을만났다/나보다몇년앞서세상에나왔다/진한갈색에손가락으로튕기면/먼지를내며부서질것만같았다/함께밤을새우며이야기를나누었을/누군가가군데군데줄을그어놓았다/책은지금한줌흙이되어도여한이없으리라/영혼은언제나그의머릿속에있을테니
-「오래된책」

시인은“오래된책”을말하고있다.오래된책은오래전에쓰인책이라는의미를담고있지만,오래된시간으로그의미를한정할필요는없다.시인은오래된책에서“함께밤을새우며이야기를나누었을/누군가”를떠올린다.그사람의흔적은책군데군데에그어진줄로남아있다.오래된책이정말로가치있는책이되려면누군가의머릿속에하나의영혼으로자리잡고있어야한다.책이란누군가가읽음으로써비로소그가치를빛내는것이아닌가.아무도읽지않는책은그저종이쪽지일뿐이다.누군가가책을읽고감명을받는순간,그책은그사람의마음깊이새겨진다.시도그렇다.시인은시를쓰고독자는시를읽는다.쓰는일과읽는일이맞물려오래된책이만들어지듯,쓰는일과읽는일이맞물려가슴에남을시한편이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