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충기 시집)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이충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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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충기 시집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오늘’이라는 세계에 던지는 질문은 결코 일인칭의 “나”에게 한정된 값이 아니라 세상 모든 ‘나’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이다. ‘나’는 ‘나’에게 어떤 답을 해야 할까? 이 시집은 그 답을 스스로 찾아보라 말하고 있다. “내가 그릴 그림의 바탕이란 흰색도 아닌 무색이다”(「술래잡기를 싫어할 수밖에」)라는 진술이나 “바깥에도 은은한 향이 나야 되니까”(「라벤더의 끝」)라는 이유는 시인이 심어놓은 투명한 힌트일지도 모른다.
저자

이충기

이충기시인은1999년경남진해에서태어났고,2020년계간{사이펀}신인상으로등단했으며,현재광주대학교문예창작학과3학년에재학중인한국시단의아이돌이라고할수가있다.
이충기시인의첫시집{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은수많은나와당신들사이에서,혹은짓밟는이와짓밟히는이의소리가뒤섞인공간에서,온몸에‘파란멍’이들도록‘우리’를찾아가는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온몸으로고열을앓으면서,온몸으로시를쓰면서,나는‘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이라고중얼거리면서----.파란고열,무색의탈출을통해서로의아픔을공유하고끊임없이세상을향해질문을하는'우리'의몸짓을엿볼수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탈출을위한돌림노래 12
투명인간 14
고약한골목 16
방울과방울이만나면,그건관심을달라는소리 17
폐가廢家 19
치매에걸린새 21
외진곳 23
사슴이울고있어요 24
심장이달려있는것들은마음도있다 26
거미가꿰어놓은시인 28
누나의개 30

2부

없어져가는오늘 34
이것이순환입니까? 35
술래잡기를싫어할수밖에 37
귀신보다사람이더무서운편의점 39
미완성 41
꼬부랑 43
옥에티 44
I 46
갓태어난호랑이였을때 48
묵언수행 50
극소형비상구 52

3부

천년의흉터자국 56
심장이아픈사람 57
구름이라는달콤한케이지 60
운명이라는벽 63
넓이 64
차가운마음 66
논산성삼문묘길 68
팡파르 70
우리에게바람일뿐 71
딜레마 73
굴러가는운명 74

4부

온몸으로사랑하기 78
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 79
언덕 80
바다라는단어를기억해 82
고통이라는허락 84
또다른이름 85
마이러브,아이스 87
러닝 89
통통함을드립니다 90
Blue 92
라벤더의끝 94

5부

고드름 96
불청객 98
포르투나가살고있는소행성 99
휠체어,폭포 100
편안한물길 102
앞으로 104
고열 106
수습 108
생선처럼 109
0-0 111
눈곱을빼지못하는날들 113

해설파란고열,무색의탈출최은묵 116

출판사 서평

어깨를툭툭건들어도미동도하지않는사람들이있다그들은몸이차갑다온몸이부들부들떨리도록바람을모은손으로글을쓴다여기는내가앉을자리야코앞의미래를어떻게계산하는줄도모르면서이론만배운그들은자리가있든없든불합격이다그러니까몸에일부러힘을주지않아도시간은저절로허비되기마련이다그러는와중에도부종자세를취하는사람들은천장에매달려있던전구가깨져버려도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누군가어깨를툭툭건드리며너마음에든다고얘기를듣는데,이것은합격요인이다
----[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전문

파란물감을쥐어짜놓은병이탁자위에있고그앞에너를앉혀놓은내가파란색으로너의등을칠해놓을때

쨍그랑
병이깨졌다

어쩌면우리는
같은사람일수도있겠구나

갑자기외롭다고전화를한어느누군가의목소리처럼

활짝열어놓은창가에내가가면
네가
커튼사이에서나타날때

밤은검은게아니라파랗다고,

파란새가너의등에둥지를트고짹짹울고있을때

나는아무렇지않은것처럼
새를뒤에서받쳐주는구름떼고
노란빛이의외로서글퍼지는보름달이고
선뜻떼어갈상황이아니라서
오락가락하는별들중하나인것

슬프다는걸알면서도
묵묵히지나쳐야하는슬픔을느끼는순간은죽지못하고

파란멍이들었다
-「Blue」전문
몸의언어는아프다.“누가건드리지않아도혼자울음을터트리고바닥으로온몸을날려”보내는고드름처럼“하루가다가도녹지않는것이있다면그것은슬픔이다”(「고드름」).
“멍”은그런순간에드러난다.“파란색으로너의등을칠해놓을때”그것을정면으로바라보고있는“나”의가슴도따라파랗게된다.이런동질의통증이야말로시인이사물과교감하는방법이다.타자를통해자아를들여다보는것은“같은사람”임을확인하는과정이다.이런떨림은“슬프다는걸알면서도/묵묵히지나쳐야하는슬픔”처럼지독한통증이다.‘나’와같다는것,다시말해서,세상과나자신에게통증으로질문을던지는사람이있다는건분명지워지지않는“멍”을그리는일과다르지않다.‘바깥’에나가면“우산을쓰지않고그대로흠뻑젖”(「온몸으로사랑하기」)은채로서있는또하나의‘나’를만날것만같은순간을“교감”이라고말하는건어떨까.
“나”는“우산을펼쳐놓고길가에놓고가면그곳은영원히비가오지않는도시”(「방울과방울이만나면,그건관심을달라는소리」)의사람들속에서“가짜로사랑하는자세가무엇인지/배우고또배”(「팡파르」)운다.하지만이것은“나”의진짜모습이아니다.가짜를가려내진짜를찾아내듯이반대를빗대반대를알아가는일은정형화된세계의이면에다가가는하나의방법일수있다.

잔디밭에눕자마자잔디가되는꿈을꿨다

너는조금더생각을해보겠다고
말하기가무섭게

죽어가는사람들이입원해있는병동을떠올렸다한번도아파본적이없는내가산소호흡기를끼는꿈에서도너는
조금만시간을더달라고
말하기가무섭게

파릇파릇한풀밭에서뛰어노는아이들의미소같은미끄럼틀을타며
놀고있었다

이것은하나의열의에불과했다

열이쉽게오르는몸
너와함께누웠던잔디밭은어느새흙으로무장되고모래로뒤덮인먼지속에서아픔을얘기하던너는조금더참아보겠다고
나를설득했다

나는너의품이그토록거칠거라고는생각도못했다누가한번쯤은짓밟고갔을너의몸을보니

너는조금더밟혀보겠다고
말하기가무섭게

열이올랐다우리는하나의몸이된것처럼같은꿈에서나오질못했다

누가우릴밟고갔다
말하기가무섭게

또다른잔디가보였다
그것은
우리를뒤따라온제3자의아픔이었다
-「고열」전문

「고열」은세상과소통하려는화자의몸짓을여실히보여준다.이때꿈속의“너”는무의식의세계에있는“나”의모습이다.“열”은저항의흔적이다.누군가“짓밟고갔을”꿈은지나간오늘이면서동시에다가올오늘이다.그러므로“고열”은순응과복종으로무너지지않고시대를건너려는현상이다.“잔디”가있는바닥에누워“잔디”가된다는건타자와함께호흡하겠다는것이며아울러바닥의언어를몸으로익히겠다는시도이다.이런몸짓은이충기시집곳곳에파편처럼흩어져있는이미지들에서어렵지않게만날수있다.“아버지”에게서“누나”에게서그리고드러나지않은“당신”과“너”에게서,부서지고찢기고무너진감정안쪽에깊게뿌리를내리고있는본래의마음이다.그러므로벗어남의의미로서의“탈출”은처음부터불가능했고,밟아도다시돋는잔디처럼통증의자리를시로채우려는몸짓이새롭게의미를부여한“탈출”이아니었을까?
「고열」속에서화자의시선은“너”에게서떨어지지않는다.고정된시선을중심으로“꿈”은수시로변주한다.이렇게패턴이일정하지않은변주가“열”이라는물리적현상으로구체화될때그것은어떤소리를지닌다.짓밟는이와짓밟히는이의소리가뒤섞인공간에서우리가들어야할소리는무엇일까?바닥을구르는소리는제자리에서흔들리는소리보다훨씬입체적이다.이충기시인은그런소리를듣는것에그치지않고온몸에“파란멍”을새기려한다.
이제우리는시인이몸으로쓰는언어를듣기로하자.“비문으로가득한”삶이뱉어내는소리야말로사람냄새짙은소리일것이다.그러니이충기시집『사랑받기위해태어난사람』이‘오늘’이라는세계에던지는질문은결코일인칭의“나”에게한정된값이아니라세상모든‘나’에게던지는화두인것이다.
‘나’는‘나’에게어떤답을해야할까?
이시집은그답을스스로찾아보라말하고있다.
“내가그릴그림의바탕이란흰색도아닌무색이다”(「술래잡기를싫어할수밖에」)라는진술이나“바깥에도은은한향이나야되니까”(「라벤더의끝」)라는이유는시인이심어놓은투명한힌트일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