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채 예보, 창문엔 연보라색 (노혜봉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색채 예보, 창문엔 연보라색 (노혜봉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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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ㅁ이라는 방, 마음가면의 모서리 각이 있는, / 저 깊은 곳 ㅇ방은 또 어디에 갇혀 있나// 불안한, 초조한, 두려운, 가끔은 오만한 ㅁ,/ 섣부른 이 지병은 날마다 널 보며 자꾸 보챈다/ 한참 모자라다 스스로 뾰족한 각을 키운다// 부추를 다듬으며 매운 파를 다지며 넌, 무기력해/ 걸레를 빨며, 잡지는, 신문은 안 보아도 괜찮아/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말자 야단치지 말자// 지난 달부터 넌, 암, 쬐끔 아팠지, 고까짓 것 괜찮아/ 불안해 하지도 말자 미련을 삭이지도 말고/ 죽을 만큼 기침이 심한 건, 평생 두려워해서 못한 말/ 무서운 부끄러움이 게으른 구석 점, 점으로 닫혔다// ㅁ ㅁ ㅁ 널 미워했던 싫어했던 거울 뒷면의/ 한 끗 욕심, 지루한 편견으로 쌓인 벽, 우울한/ 오만함이 짙은 잿빛으로 뒤틀린다 둥글게 맥없이,// 방시레 웃음으로 생그레 음악으로 가비얍게 춤으로/ 가뭇없이 사라진다 저, 비웃음, 눈웃음, 헛울음,/ 딴청 짓, 허망한 가면의 겹겹 끝자락을 떠나서/ 애틋한, 안타까운, 외로운, 애착, 애끈한 저, ㅇ/ 허전한 울림이 눈결에 꿈결에 귓결에 남실대는// ㅇ ㅇ ㅇ 오롯이, 나만을, 올연히, 온 맘을 드러내/ 말 속에 묶은 맘 그 끈이 나달나달해질 때까지/ 어느 날, 아무도 모르게 툭, 투두둑 끊어질 때까지/ 느슨하게 맞선다 진짜배기 그림자 나를 보듬는다.
저자

노혜봉

노혜봉시인은서울에서태어났고,성균관대학교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1990년도월간『문학정신』신인상으로등단했다.1992년도한용운위인동화『알수없어요』(1992년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를출간했고,시집으로는『산화가』,『쇠귀,저깊은골짝』,『봄빛절벽』,『좋을好』,『見者,첫눈에반해서』(2018년문학나눔우수도서선정)등이있다.
문학상으로는‘성균문학상’,‘류주현향토문학상’,‘시인들이뽑는시인상’,‘경기도문학상대상’등을수상했고,‘시의나라’,‘시터동인’및‘한국시인협회회원’,‘한국서울문학의집회원’,‘한국가톨릭문인협회회원’등으로활동하고있다.
노혜봉시인의여섯번째시집인『색채예보,창문엔연보라색』의시들을읽으면,맑게흐르는시냇물의청아한물소리를듣는듯한,햇살에빛나는물결의반짝임인윤슬을보는듯한느낌이들기도한다.무엇보다소리와춤이,그리고향기와색이,문자와무늬들이서로교감하고화답하는예술적융합의경지가황홀하게다가온다.이러한시적성취는첫시집인『산화가』에서부터시인이줄기차게밀고나온“미학적견인주의”가발효되어복욱한향기를내게된것이라판단된다.그리고그과정을한마디로요약하면예술의현실화에서현실의예술화에이르는길이었다고말할수있을것이다.

목차

헌사 5
시인의말 7

1부그겹과결사이

얼굴사용법 14
그겹과결사이 16
응큼이의까만색유혹 18
연두색은앙큼이보다순수한빛이다 20
찌아찌아족해바라기꽃가갸글자판 22
신사가재기新四可齊記 24
낙엽무덤에서깨어나다 26
프리다칼로의마지막그림‘인생만세’ 28
색채예보 30
불쑥불쑥,교감 32
결정피로 34
감성연습곡 36
그녀의두번째얼굴 38
사라진다듬이돌의길 40
캥자깽이판 42
잠스위치 44
그대가스며들어녹인조각,종유석 46

2부꽃얼음은녹아도어여뻐라

눈물꽃이그린달빛매창梅窓 50
꽃돌,청매화화분을보내고 52
청매화를은애恩愛하다 54
별리,애원성눈물매듭이빛날때 56
곡진하게눈물로매듭을 58
천년이지나도연꽃은그냥열여섯살 60
심청이두번죽다 62
하!철딱서니하는짓하곤 64
지팡이춤이더멋진마지막한량 66
꿈나라,학춤을부르는소리口音 68
때되믄기생미역알아서나오는거제 70
꿈아,무정한꿈아 72
꽃얼음은녹아도어여뻐라 74
침향무針香舞 76

3부빛,아늑한그자리

요선암邀仙岩에서 80
섬백리향꽃사랑 81
누름돌편지 82
빛나는먼지가색을입히다 84
황수지黃水枝꽃헐떡이풀 86
마지막엔콧물 88
너의손을위한환타지아 90
여수旅愁 92
백간白簡 94
흙이낳은알 96
천상운집天祥雲集 98
빛,아늑한그자리 100
소금단지엔가을하늘빛을모두어 102
고즈넉한빛이사는집 104
동도서도정답게울타리꿋꿋한돌섬이라 106

4부찻물의숨결,찻잔의바람결

살구빛사랑차 110
찻물의숨결,찻잔의바람결 111
대장간불무늬막사발 112
얼음새꽃향사랑 114
귀에밟힌다 115
느림,부겐베리아꽃에게 116
그러려니,란말의향기 118
그런듯,그런뜻 119
산수유마을꽃말은영원 120
하늘바라기꽃 122
청산도행복우체통 124
아카시아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 126
문학의밤 128
연리지連理枝금강소나무의노래 130

해설미학적완성을위한심미적성찰황치복 134

출판사 서평

ㅁ이라는방,마음가면의모서리각이있는,/저깊은곳ㅇ방은또어디에갇혀있나//불안한,초조한,두려운,가끔은오만한ㅁ,/섣부른이지병은날마다널보며자꾸보챈다/한참모자라다스스로뾰족한각을키운다//부추를다듬으며매운파를다지며넌,무기력해/걸레를빨며,잡지는,신문은안보아도괜찮아/스스로에게거짓말하지말자야단치지말자//지난달부터넌,암,쬐끔아팠지,고까짓것괜찮아/불안해하지도말자미련을삭이지도말고/죽을만큼기침이심한건,평생두려워해서못한말/무서운부끄러움이게으른구석점,점으로닫혔다//ㅁㅁㅁ널미워했던싫어했던거울뒷면의/한끗욕심,지루한편견으로쌓인벽,우울한/오만함이짙은잿빛으로뒤틀린다둥글게맥없이,//방시레웃음으로생그레음악으로가비얍게춤으로/가뭇없이사라진다저,비웃음,눈웃음,헛울음,/딴청짓,허망한가면의겹겹끝자락을떠나서/애틋한,안타까운,외로운,애착,애끈한저,ㅇ/허전한울림이눈결에꿈결에귓결에남실대는//ㅇㅇㅇ오롯이,나만을,올연히,온맘을드러내/말속에묶은맘그끈이나달나달해질때까지/어느날,아무도모르게툭,투두둑끊어질때까지/느슨하게맞선다진짜배기그림자나를보듬는다.
-「그겹과결사이」,전문

‘겹’이란어떤것이포개지고겹쳐진상태이고,결이란바탕으로서의켜가지닌짜인상태나무늬등을의미한다면,겹이란사회화의과정을거친사회적자아를의미하고,결이란그러한사회적자아에오염되지않는상태의순수한본래적자아를지칭한다고할수있다.이시에서사회적자아로서의겹은“마음가면”이라는시어가대변해주고있고,본래적자아는“진짜배기그림자”라는표현이표상해주고있다.결은본디가지고있는성질로서천성이라든가천품등의용어들과친연성이있고겹은습관이라든가관습,혹은사회성이라든가인위성이라는어휘와긴밀히결부된다.
그런데겹은“불안한,초조한,두려운,가끔은오만한ㅁ”이라든가“거울뒷면의/한끗욕심,지루한편견으로쌓인벽,우울한오만함”,그리고“비웃음,눈웃음,헛울음,딴청짓,허망한가면의겹겹”등의구절에서추론할수있듯이,불안과가식과인위적인성격을지니고있다.마음의가면을쓰고서살아가는사회적자아는비굴과거짓,허위와가식으로점철된것이어서결코시적주체의진정성을발현하지못하며,그러하기에때문에시적주체를편안하게하지못하며마음의평안을가져올수없다.시적주체가자신을다그치듯이내뱉는다짐이라든가명령어들이시적주체의불안하고불안정한내면의풍경을대변해주고있다.
그런데“허망한가면”인겹이“우울한/오만함이짙은잿빛으로뒤틀리”고,“둥글게맥없이”무너지자결이살아난다.겹이사라지자“저깊은곳ㅇ방”에있던결은“애틋한,안타까운,외로운,애끈한저ㅇ”으로서“눈결에꿈결에귓결에넘실대”는모습으로찾아오게된다.사각의감옥같던‘ㅁ’으로점철되었던겹이붕괴되자원만구족한‘ㅇ’의속성을지닌결이되살아나는것이다.결이란“오롯이,나만을,올연히,온맘을드러내/말속에묶은맘”으로서,그것이회복되자시적주체는“진짜배기그림자”가자신을보듬는충일한정서를경험한다.물론우리는‘진짜배기그림자’라든가‘눈결’,‘꿈결’,‘귓결’등의어휘에서심미적충동을발견하기는쉽지않다.하지만시적주체가추구하는것이“나무,돌,살갗따위에서조직의굳고무른부분이모여일정하게켜를지으면서짜인바탕의상태나무늬”를뜻하는‘결’이라는것을상기해보면,그속에는어떤경향성이라든가조화,혹은균형같은심미적요소가숨어있음을추론할수있다.삶과죽음이길항하는다음대목에서도삶의본질이아름다움과연결되어있음을발견할수있다.

지금은안개색,안개색과놀아주어야할때,/그대가내심장의관상동맥한혈관을막았을때,/죽음이라는숨턱을넘는것이숨쉬는것보다쉬울때,//여기는안개색,/허우적거릴뿐,부유스름한물살에서/세차면서도부드러운물너울을타고얼굴이잠길뿐,/사방은온통물안개바다,/잠의눈꺼풀이마냥무거울뿐,/잔잔한물살에몸을맡긴채,/기진맥진나뭇가지를부여잡을뿐,/(엄마,어머니,어머니……)//저멀리서갑자기잠이환하게촛불을들어올렸다/__엄마,나예요,나,울음에목쉰소리/__응,여기가어디지,가슴뼈를송곳이마구찔렀다/분당서울대학병원그물시술중환자실//그대가내가슴을쥐고목숨줄을꽉조였을때,/어두운숲길내시간이그루터기에걸려쓰러져있었다/죽음이란유혹,알약에취해실컷몸과놀고싶었다//내명줄을딸이꽉잡고있었다/하늘한조각이꽉내발목을잡고있었다/살아봐,살아보는거야,/개똥밭에굴러도뒹굴며살아봐,/엷은보라색,보라색은신비한하늘색이지/새로태어나는색이지,신새벽저창문을봐,/오롯이보이는새별,개밥바라기별을다소곳바라봐.
----[색채예보]전문

갑작스러운심근경색으로사경을헤매게되었다는것,그리하여삶과죽음의경계를넘나들다딸이명줄을붙잡고있어서다시금이승으로돌아오게되었다는것,그리고새로태어난것같은회생의순간에시적주체는새벽의개밥바리기별을바라보면서동시에“엷은보라색”이라는‘색’을바라보게되었다는것등의사건이진술되어있다.사실이시집속에는소리에대한관심만큼이나색에대한관심이넘쳐나고있는데,대표적으로앞서언급한‘본색’이라든가‘정색’들이그러한성향을대변해준다.그런데시적주체는삶과죽음의경계에서삶으로돌아오는순간“새로태어나는색”인“엷은보라색”을보게되는것이다.먼동이터오거나일몰이다가올때지평선에자욱하게깔리는색이엷은보라색일것이다.따라서엷은보라색은삶과죽음의경계에걸쳐있는색이라고할수있을터이므로삶과죽음의기로에서있던시적주체가그러한색을보는것은당연한일이다.하지만굳이그러한순간에깨어난의식이‘색’으로향하고있다는것,그리고“신비한”엷은보라색을본다는것은시적주체의무의식에잠재되어있는심미적본성을대변해주는현상으로이해할수있다.
----노혜봉시집{색채예보,창문엔연보라색},도서출판지혜,양장,값10,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