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소 (김순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토르소 (김순선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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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과학과 예술의 모범적인 조화!
- 김순선 시인의 첫 시집 [토르소] 도서출판 지혜(2022)
김순선 시인은 1997년 계간 [21세기문학] 첫 공모에 당선되어 시로 데뷔했다.
지난 30년간 대덕연구단지 출연연구기관(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틈틈이 써온 시를 이번에 묶어 첫 시집을 냈다.
연구개발 관리자(Research & Development Manager)로서 일해오면서 과학과 예술의 결합을 모색해왔다. 이번 시집은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실제 과학기술 특히, 전전자교환기를 비롯한 스마트 폰을 개발하는 현장에서 근무하고, 과학기술 개발자들과 나눈 대화와 사색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시인은 과학이 시의 내적 논리와 닮아있다고 본다. 즉 연구개발의 최초 아이디어 그리고 그 과정에 부딪히는 온갖 문제들의 해결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시심의 발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도 내적 문제의 질서 지움 내지는 정화가 아닌가?
이번 시집은 최근 들어 논의되고 있는 과학과 예술을 융합하는 한 모범이 될 것이다. 나아가 과학기술의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의 올바른 마음가짐과 태도를 모색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아야 할 시집이 아닐까 싶다.
저자

김순선

김순선金淳銑시인은강원도원주에서태어났고,1997년[21세기문학}신인상으로등단했다.(예심:김명수,본심:황동규,김주연)[21세기문학],[대전작가],[문학마당],[미네르바],[시와반시],[문학과사회],[내일을여는작가],[현대시],[애지]등에작품을발표했고,시쓰기와함께화가로도활동을하고있다.김순선시인의첫번째시집이기도한[토르소]에서우리는이러한화가-시인의시선을발견할수있다.현대문명의병폐를응시하는김순선시인은불모의현실을살아가는인간의존재양식에대한성찰의시선을보여준다.

인스타그램:paul_lichen김순선(SoonsunKim)

목차

시인의말 5

1부

이데아 12
오름차순 13
뺑소니 14
전자저울 15
원심분리 16
반도체 17
엔트로피 18
손가락총 19
빛을바꾸다 20
정자미인精子微人 21
해골 22
담배 23
경영 24
건강검진 25
원자原子 26
우주탐사선 27
프랑켄슈타인 28

2부

전파1 30
방전放電 31
쿼크 32
중력1 33
약력弱力 34
정자精子 35
소립자 36
질소 37
전파2 38
파라볼라안테나 39
유효기간 40
그룹화(G) 41
관계를계산하다 42
뇌 43
나무사이로 44
빛 47
고래 48
인사법 49

3부

4 52
중력2 53
안테나 54
대체재代替財 55
NWR 56
제1연구동 57
아파트에서떨어진IQ 58
흙 60
맥박 61
종료와무시사이 62
화강암속숲 64
제1주차장 65
로또 66
있어도되는1 67
있어도되는2 68
이중나선二重螺旋 69
스마트폰1 70
맹지 72

4부

노인들을위한나라는있다 74
다슬기 75
십자가 76
날파리 77
우주새 78
우주정거장 79
네온사인 80
변신로봇 81
인공지능 82
아귀 83
소화기 84
푸른2호선 85
초보운전 86
다른속도속에서 87
박테리아 88
스마트폰2 90
자유전자 91

해설시인의언어,화가의눈이기성 94

출판사 서평

월요일아침출근길
평소와달리
아파트출구부터차가밀린다
안절부절못한다
큰길에나가서도막히기는매한가지다
때맞춰
PC를켜지못하는게불안하다
그날저녁
중앙뉴스뒤지역뉴스
신호체계가고장났단다
일요일주기에따라
월요일에도움직였단다
정확하게
----〈인공지능〉전문

김순선은〈인공지능〉에서기술문명에포획된현대인의삶이얼마나불안정한것인가를잘보여주고있다.시스템의동력인‘정확성’을삶의기율로내면화한인간은생동감을잃고프로그램에따라작동하는기계로변해버린다.정확하게움직이던신호체계가오작동하는순간,인간은자신의존재기반을잃고‘안절부절못하는’혼돈의상황에빠지게된다.
현대의인간은우연성을용납하지않는기계적세계에지배당하고있다.‘인공지능’에지배당하는인간은주체적으로사유하고판단할수있는능력을상실한다.아무런의심없이시스템의일부로작동하며,시스템에서배제되는순간에만불안을느낀다.현대인의불안은존재의근원과마주하는데서비롯되는실존적감각이아니라,시스템의오작동이발생시키는기계적감정에가깝다.이렇게시스템이인간의감정까지지배하는상황은거대한인공지능에접속된부품으로전락한인간의비극적현실을드러내준다.현실의명령을기계적으로수행하는‘정확성’이야말로이시대의최고의미감이자감수성이다.급기야인간의신체마저이기계의시선에포획된사물이된다.

현미경으로들여다봐도/초음파를쏘고/X선으로찍고/심전도를측정해도//몸속어디에/
무얼꼬불쳤는지/그걸꺼내/어디다쓸지//피를뽑고/혈압을재고/목구멍을벌리고/내시경으로들여다봐도//꿍꿍이속이무언지/메뚜기가어디로뛸지/모른다
---[건강검진]전문

이시에서기술의지배에맹목적으로자신의모든것을내맡기는우리의현실이적나라하게드러난다.‘현미경,초음파,X선’으로상징되는과학기술이인간의몸을파헤치는상황은낯선장면이아니다.생명을보전하기위해서자신의신체를기계에내맡기는것이현대인의삶이아닌가.이때내시경의눈이포착하는인간은외부와내면사이의모순이제거된‘투명한’존재가된다.이것은기계적검열시스템에의해내면을제거당한채외형만남은존재를떠올리게한다.
그런데시인은전능한기계의시선(내시경)으로신체를샅샅이들여다봐도인간의내면즉‘정신’을찾아내지못하고있다고한다.현대의학은육체의병을발견하고치유할수는있지만인간의내면에가닿지못하는것이다.그렇다면기술문명에포획된인간의내부에자리한것은무엇인가.시인은그것을‘꿍꿍이속’이라고말한다.외적태도와내면의간극을보여주는‘꿍꿍이속’이라는시어는인간에대한불신과부정을내포한시어로읽힌다.하지만‘어디로튈지모르는’에서보듯,합리성-이성의언어로포착되지않는이불안정함이야말로역설적으로가장인간적인속성이라하겠다.이렇게김순선은이‘내시경’의눈으로포획불가능한‘꿍꿍이속’이라는잉여의지대를소환함으로써기계-시스템으로부터탈주의가능성을탐색한다.

쏜다/가로수나벽모서리뒤에숨어/지나가는차를향해/반짝이는간판을향해/비행기를향해/집게손가락을슬쩍들어올려/반동의충격을흘린다/가는속도를계산해/목표물앞으로쏘고는/턱을든채/오른손을호주머니에찔러넣는다/죽는게하나없지만/적어도죽이고자하는마음은/죽이지않았나/그리생각하며/왼손으로앞머리를쓰다듬는다----〈손가락총〉전문

이시의화자는‘차,간판,비행기’로상징되는세계를향해총을겨눈다.이것은자신을둘러싼세계에대항하는부정의행위로보인다.이러한저항은‘죽는게하나도없는’에서보듯실패로귀결된다.시스템이완전히붕괴되지않는한개인의반항은필연적으로실패할수밖에없는것이다.화자의반항은‘적어도죽이고자하는마음은죽이지않았나’라고말하며‘머리를쓰다듬는’것으로마무리된다.이러한행위는시스템에저항하지못하는자의자기위안인지혹은자기부정을통한탈주의지의발현인지는다소모호하게읽힌다.
하지만중요한것은시의화자가스스로를현실에연루된존재로인식하고있다는점이다.자신을겨냥하는총구는현실의병폐를깊게응시하는시인의눈과겹쳐진다.그것은세계에대한성찰과반성의시선이며동시에우리의내면에자리한어둠을응시하는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