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으로 가는 지도 (임덕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봄으로 가는 지도 (임덕기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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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어느덧 이 글은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봄 풍경에 다다랐다. 시집 첫머리에 실린 「개나리, 봄을 그리다」에서의, “노랑 물감을 듬뿍 찍어 쓱쓱 칠”한 “따듯한 봄의 붓질”로 펼쳐진 봄 풍경은 화사해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 풍경 안에는 고통의 시간을 견디면서 끝내 봄을 맞이할 수 있었던 자연의 고투가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인식한다. 그래서 시인은 자연물들이 봄을 수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찾아간다고 말하기도 한다.(임덕기 시인에게 자연은 수동적 대상이 아니다. 주체들을 돌보는 사막-시간-도 능동적이고 봄 풍경을 그리는 봄도 능동적이다. 그래서 봄의 세계는 봄이 연출한 무대로 나타난다. 「봄, 무대에 서다」를 보라. 이 시에 등장하는 자연물들은 봄이 마련한 무대 위에서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연기한다.) 가령 아래의 시에 나오는 나무들이 그러한데, 이 나무들 안에는 봄을 찾아간 흔적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그 새겨진 흔적은 바로 ‘봄으로 가는 지도’다.
저자

임덕기

임덕기시인은경북포항에서태어났고,이화여대국문학과를졸업했으며,중,고등학교교사를역임했다.2010년『수필시대』,2012년『에세이문학』등단과2014년계간『애지』시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꼰드랍다』,『봄으로가는지도』가있고,수필집으로는『조각보를꿈꾸다』,『기우뚱한나무』(2015년세종나눔도서선정),『서로다른물빛』(원종린수필문학상),『스며들다』를출간했다.
현재(사)국제펜한국본부여성작가위원,한국수필문학진흥회,이대동창문인회이사,한국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사)한국여성문학인회,서울시인협회,문학의집,서울,애지문학회,수필문우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임덕기시인은그의두번째시집인『봄으로가는지도』를통해서이세상에서가장크고아름다운봄무대의주인공이되었다.혹독한겨울을지나찾아오는봄은우리들의영원한고향이자우리들의미래이상이다.봄무대의꽃,봄무대의희망,봄무대의그아름답고달콤한사랑과결실.봄꽃들이환하게피어나는봄날을위해겨울을참고견딘다.그의『봄으로가는지도』는세계평화이고,세계의축제를기다리는마음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강물이걸어오다

개나리,봄을그리다 12
봄으로가는지도 13
수런거리는물소리 14
배밀이 15
강물이걸어오다 16
굼뜬봄 17
봄,무대에서다 18
강으로내려가는언덕길에는 19
밑줄 20
숲과바람의함수관계 21
무당벌레 22
숲의주소 23
풀의영유권 24
목련의말 25
무릇 26
식물의법칙 27
멈칫거리며오는봄 28
꽃들의배려 29






2부바지런한접시꽃

솎아내다 32
그늘 34
나팔꽃,묵언의행진 35
한밤중의해후 36
갇힌배 37
능수버들의오체투지 38
늦둥이 39
바지런한접시꽃 40
울타리악단 41
늦여름합창단 42
당사주그림책 43
별을품다 44
특별한모성애 46
칡의회유 47
바다 48
독도,쇠무릎 49






3부사막의시간

현수막 52
두더지족族 53
사막의시간 54
산수국 56
생존의법칙 58
끈끈이의진화 59
뒤처진철새 60
등대와파도 61
원대리자작나무숲 62
허점을찌르다 63
가면을빌려줍니다 64
무말랭이의비가悲歌 65
무시래기 66
가을을줍다 67
개울집감나무 68
노을속으로사라진새한마리 69






4부대나무

한파寒波 72
대나무 73
물억새 74
떠나는가을 75
여치소리 76
죽도동외가 77
토렴 78
밤에내리는눈 79
떠도는보석알갱이 80
플러터너스의살비듬 81
생울타리 82
새떼가날아간다 83
밤나무고슴도치 84
싱크홀 85
작은것들의반란 86
노숙자 87
몰디브의지진해일 88
에스컬레이터와악어 89






5부시간의뒤편

어떤비애 92
노을이지다 93
바람의꼬리 94
눈백로 95
시간의수레바퀴 96
불청객 97
시간의뒤편 98
뒤늦은후회 99
냉장고 100
폐선 101
이스터섬에가면 102
심청이의내심內心 103
여울목에서 104
흔들리면무너지지않는다 105

해설‘비밀지도’를투시하기위한
시적사유이성혁 108

출판사 서평

자연에가하는인간의폭력이생명을파괴하고비극을만든다.아래의시가보여주듯이들판에인간의길을만들면서보도블록에의해매장되는풀들도있지않는가.하지만그풀들은결코자신의생명력을거두지않는다.

길가보도블록틈새로풀들이왁자하다
쇠비름,질경이,민들레,강아지풀…
발뒤꿈치에잔뜩힘주고서있다
본래이곳은들판이었다
풀들이주인이었을때는
싸우는소리가들리지않았다
길이생긴다는말에
영유권한번내세우지못하고
하루아침에뿌리째뽑힌잡초들
그자리에각진보도블록이촘촘히심어졌다
풀들의땅이사라졌다
봄비가스쳐가고
어미가흘린씨앗들이억척스레이름을내밀었다
한줌틈새가노랗게피었다
지나는발길에밟혀도
자손을퍼트리는것만이살길이라고
봄볕을이고식구를늘려간다
-「풀의영유권」전문

인간은자연을자기마음대로소유하고처분할수있는한갓대상으로여긴다.알다시피생태학적사유에서는이러한인간의자연관에대해근본적인비판을가한다.이러한사유에따르면자연은자연의것이지인간의소유물이아니다.이러한생태학적사유를보여주는위의시에따르면,풀밭이었을들판은풀의것이지인간의소유물이아니다.이들판이인간의소유물이된것은인간이그냥풀로부터강탈한것이다.땅을강탈당한풀들은어떻게되었나?들판에깔린보도블록에의해매장된다.그러나시인은그대로압사당하지않고“식구를늘려”가는풀의생명력에주목한다.잡초들이“하루아침에뿌리째뽑”히고“풀들의땅이사라졌”음에도불구하고,갖가지풀들은“보도블록틈새로”왁자하게번져나간다.발길에밟혀도풀들은“한줌틈새”를노랗게물들이는것이다.제자손을퍼트리는풀들의힘은봄비와봄볕을온몸으로받으면서생명력을피워낼수있었다.즉인간문명의폭력을견디어내면서봄을맞이했을때,자연은문명이가하는억압을비집고‘억척스레’자신의“이름을내밀”며삶을피워낸다.

어느덧이글은이글서두에서언급한봄풍경에다다랐다.시집첫머리에실린「개나리,봄을그리다」에서의,“노랑물감을듬뿍찍어쓱쓱칠”한“따듯한봄의붓질”로펼쳐진봄풍경은화사해보일것이다.하지만그풍경안에는고통의시간을견디면서끝내봄을맞이할수있었던자연의고투가내장되어있다는것을우리는이제인식한다.그래서시인은자연물들이봄을수동적으로맞이하는것이아니라능동적으로찾아간다고말하기도한다.(임덕기시인에게자연은수동적대상이아니다.주체들을돌보는사막-시간-도능동적이고봄풍경을그리는봄도능동적이다.그래서봄의세계는봄이연출한무대로나타난다.「봄,무대에서다」를보라.이시에등장하는자연물들은봄이마련한무대위에서능동적으로자기자신을연기한다.)가령아래의시에나오는나무들이그러한데,이나무들안에는봄을찾아간흔적이새겨져있다.그리고그새겨진흔적은바로‘봄으로가는지도’다.

언덕에늘어선옹이박힌겨울나무
빛을향한끝없는구애가
그늘진시간마다허공에손을뻗는다
추위에시달린두꺼운각질
갈라진피부를봉합도못한채
살이에이는고통을속으로삭인다
해묵은잎과삭정이땅에떨군채
맨몸으로혹한을건너는나무들
봄을찾아가는
비밀지도한장씩꼭쥐고있다-「봄으로가는지도」전문

“맨몸으로혹한을건너는나무들”의손안에는“봄을찾아가는/비밀지도”가쥐어져있다.이비밀지도는봄을향한나무들의열망에의해새겨진것이리라.“빛을향한끝없는구애”로“그늘진시간마다허공에”뻗은손에지문처럼새겨진것이이비밀지도일터,그것은추위로터진손의피부를봉합하지못하면서손에파이게된지도인것이다.이“살을에이는고통을속으로삭”이면서만들어지는‘봄으로가는지도’는,이렇듯봄의햇빛을열망하면서겨울혹한의고통을견딘시간의기록이다.자연에새겨진이기록-비밀지도-을투시할수있다면,그는봄을맞이할수있는사람이라고하겠다.봄은자연적으로주어지는것이아니라봄빛을열망하고고통을견디면서찾아갈때맞이할수있는것,저비밀지도는그렇게봄을맞이할수있는길을넌지시알려준다.바로임덕기시인이자연에대한깊은관찰과사유를통해그지도를투시하게된사람아니겠는가.그것은그역시저나무처럼봄을열망하고찾으면서자신의손에지도를새기며마음의겨울을견디고있는존재자임을말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