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화산에 가는 이유 - 지혜사랑 시인선 249

개화산에 가는 이유 - 지혜사랑 시인선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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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책에 대하여

겨울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죽은 듯이 서 있는 나무,/ 도무지 되살아날 희망이 어디에도 없는 나무,/ 찬바람에 그저 흔들리며 눈을 감고 있는 나무.// 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물이 오르는 나무,/ 잎눈을 뜨는 나무,/ 꽃눈이 피는 나무.// 여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 푸르게 푸르게 회복되는 나무,/ 당당해진 나무,/ 울창해져 그늘이 서늘한 나무.// 가을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뒤를 돌아보는 나무./ 한잎 두잎 붉고 노란 낙엽을 뿌리는 나무,/ 수북이 쌓인 잎새를 내려다보는 나무.// 다시 겨울 나무를 보러 개화산에 간다./ 이제 보니/ 나는 너를 닮았다./ 개화산 사계절 나무들이 모두 내 모습이다.
----홍지헌 [개화산에 가는 이유] 전문

홍지헌 시인의 [개화산에 가는 이유]는 자연의 종교의 진수이며, 시인과 나무가 하나가 된 복된 생활을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개화산의 봄 나무는 “물이 오르는 나무/ 잎눈을 뜨는 나무/ 꽃눈이 피는 나무”이고, 개화산의 여름 나무는 “푸르게 푸르게 회복되는 나무/ 당당해진 나무/ 울창해져 그늘이 서늘한 나무”라고 할 수가 있다. 개화산의 가을 나무는 “뒤를 돌아보는 나무/ 한잎 두잎 붉고 노란 낙엽을 뿌리는 나무/ 수북이 쌓인 잎새를 내려다보는 나무”이고, 개화산의 겨울 나무는 “죽은 듯이 서 있는 나무/ 도무지 되살아날 희망이 어디에도 없는 나무/ 찬바람에 그저 흔들리며 눈을 감고 있는 나무”라고 할 수가 있다. 홍지헌 시인은 개화산의 나무를 닮았고, 개화산의 나무는 홍지헌 시인을 닮았고, 개화산의 나무들과 시인은 둘이 아닌 하나였던 것이다. 시인은 개화산의 나무들과 함께 봄꽃을 피우며, 울창한 여름 나무의 삶을 살고, 시인은 또한, 개화산의 나무들과 풍요로운 결실을 맺으며, 기나긴 겨울 잠의 동안거에 들어간다.
이 세상에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삶은 어떠한 삶일까? 그것은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며, 자연의 운행에 맞춰 모든 동식물들과 하나가 된 삶을 사는 것이며, 그 모든 탐욕을 다 버리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면 소유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고, 소유라는 말이 없어지면 ‘네것--내것의 싸움’도 없어질 것이다. 증오라는 말도, 질투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고, 거짓이라는 말도, 사기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다. 지배라는 말도, 복종이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고, 도덕이라는 말도, 법률이라는 말도 없어질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정의의 법칙이 될 것이고, 정의가 살아 있으면 모든 선악과 불법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홍지헌 시인이 [개화산에 가는 이유]는 모든 동식물들과 호흡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기 위해 가는 것이지, 천년, 만년, ‘식물인간--유령인간’으로 살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아, 개화산이여, 사시사철 꽃이 피고 새가 울고, 낙엽이 지는 개화산이여!

반짝거리는 천장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지 않는 사람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갑자기 우는 고양이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멀어질수록 떠 빨리 멀어지는 거리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성장통을 겪는 몸짓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계급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쉽게 흔들리는 식탁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앙칼진 눈 마주침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파티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잘 안 되는 연락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바람에 터지는 석류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그늘에서 소가 쓰러지는 건 바이러스 때문이다 방을 나오지 못하게 채워진 빗장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아래로 쏠리는 먼지는 바이러스 때문이다 여름에도 덮는 이불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발에 가득 낀 각질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천성이 죄인이란 바이러스 때문이다
----김호준, [침습侵襲] 전문

잘 좀 봐 주세요 명함을 내밀며 어느 자리에 있고 누구랑 친하며 이러지들 좀 마세요 푸른 지붕 근처에 마취하러 갔더니 눈 감고도 집어넣던 주사바늘 비껴나고 기관 삽관 한 번에 되지가 않더이다 부탁 받고 수술한 환자 결과들이 좋지 않아 힘들어 울부짖던 선배 후배들 보았으니 의사를 선택하였으면 담담히 믿고 따르고 차라리 하늘에 빌며 부탁함이 어떠실까 환자를 환자로만 보아야 의식하지 아니하고 손 떨지 아니하며 오직 전심전력 예리한 판단 빠른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뇨 스님이 제 머리 못 깎듯 의사들도 자기 몸과 가족 병 고치기 힘드오니 환자님들 괜한 걱정 꼬옥 붙들어 매시고 원칙과 최선은 의사의 본능임 알아주심 감사감사 빨리 완쾌하소서
----김기준, [브이아이피 증후군] 전문

세상 만물에 색이 있다니/ 아, 오늘은/ 눈썰미가 하얗게 쿨럭댄다
---유담, [겨울 눈썰미] 부분
저자

한국의사시인회

시인은인간의영혼을치료하는사람이고,의사는인간의몸을치료하는사람이다.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행복한사람은육체와영혼이하나가된사람일것이며,‘한국의사시인회’(회장홍지헌)는가장아름답고이상적인공동체라고할수가있다.
한국의사시인회제10집인『개화산에가는이유』는34명의회원들중,유담,김호준,홍지헌,한현수,김기준,김세영,송명숙,박언휘,김경수,권주원,최예환,김승기,김연종,주영만,서화,조광헌,박권수,정의홍등,18명의회원들의주옥같은시들54편이‘시인의말’과함께실렸다.세계적인대유행병코로나시대에,의사시인으로서의자아와인간존재에대한성찰의시도있고,존재의쓸쓸함과우울함에대한시도있고,현대문명을비판하거나서정적인낭만을노래한시도있다.
한국의사시인회제10집인『개화산에가는이유』는만물의공동터전인이지구촌을살리고,모두가다같이평화롭고행복하게살아가고자하는의사-시인,아니,시인-의사들의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행복한합창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유담·11
중심성암점13
영상통화14
겨울눈썰미15

김호준·17
월유月幽19
실조失調20
침습侵襲21

홍지헌·23
슬픔은25
개화산에가는이유26
그는누구인가?28

한현수·29
첨성대31
적는다32
침묵33

김기준·35
새들에게배우다37
내가가장귀하게여기는일38
브이아이피증후군39

김세영·41
기파氣波의강43
기화氣化가되다45
안단테칸타빌레47

송명숙·49
덧쌓인것들51
라떼52
BCG53

박언휘·55
이름을부르면57
물의노래58
파도59

김경수·61
별이있는창문63
기차역65
위험한사랑67

권주원·69
4차원,코로나사태71
고도리판세상73
미세먼지나라74

최예환·75
참치마요77
말78
봄날79

김승기·81
봄밤83
흘레84
상념想念혹은불안85

김연종·87
마이리틀장례식89
뒤집힌팬티91
차명계좌92

주영만·93
봄비의은유95
잎이진빈가지처럼96
아무까닭도없이97

서화·99
모세의기도101
첫경험102
사망진단서103

조광현·105
또하나의봄107
혼수昏睡108
잃어버린청진기110

박권수·113
함께하는이유115
추우면옷사입고와116
푸른이모티콘117

정의홍·119
꽃씨를심으며121
어느봄날122
잡초123

의사시인회주소록125


한국의사시인회제1집
닥터K

한국의사시인회제2집
환자가경전이다

한국의사시인회제3집
카우치에서길을묻다

한국의사시인회제4집
가라앉지못한말들

한국의사시인회제5집
그리운처방전

한국의사시인회제6집
왜우리는눈물이나는걸까?

한국의사시인회제7집
달이란말이찾잔위에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