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 (전영숙 시집)

나팔꽃이 입을 다무는 때 (전영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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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혜사랑 시인선 250권. 전영숙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총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

전영숙

전영숙시인은경북김천에서출생했고,2019년{시인시대}로등단했으며,현재“물빛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신자유주의의탐욕의시대,전영숙시인의첫번째시집인{나팔꽃이입을다무는때}의표제시에서는“죽은당신이/전화를걸어대뜸/오후세시라고한다.”오후3시는중년의시간이며,크나큰꿈과희망을위하여‘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로정진을해야하지만,그러나그는크나큰상실감과무력감속에서너무나도완벽한고독과소외를앓는다.사랑하는그는너무나도일찍이저세상으로떠나갔고,그는“꽃시절다보낸나무”같이그고독과소외감속에서울부짖는다.무엇을해야하고,무슨꿈과희망을가져야하며,도대체그어디로가야한단말인가?이세상에없는당신이근심하는[나팔꽃이입을다무는때],오후3시,기생충같은잉여인간들이그토록무섭게몸부림치는시간----.

목차

시인의말 5

1부
붉게타올라도뜨겁지않은

보랏빛근심 12
가늘고연한 13
붉게타올라도뜨겁지않은 14
쌀한스푼의무게 15
동백꽃피려할때 16
취한낙타의시간 18
백합과백합사이 20
밀양密陽 22
꽃모가지를부러뜨렸다 24
빈나무는비어있지않은채로 25
초대한적없는 26
아침은끓어넘치는데 27
멍게피는트럭 28
노란감옥 30
삼월의자리 31
스프링 32
긴끈 33
물의뿌리 34

2부
당신의분홍

나팔꽃이입을다무는때 36
당신의분홍 38
다익은것은붉다 39
오늘 40
풋,풋 42
다떨어질동안 43
열대야 44
다솔사를찾아서 45
담배한개비태우는동안 46
진분홍저녁 47
비오는밤 48
무쇠솥 49
즐거운거리 50
겨울강 52
그늘이햇볕을 53
뿌리깊은새 54
가난한사치 56
예감 57

3부
봄볕에탄말

긴순간 60
거미 62
옆 64
빛의길몽 65
거푸집 66
호수1 67
호수2 68
봄볕에탄말 69
봄밤 70
코스모스와뱀 72
저무는힘 73
썬빌리지 74
분홍물 75
구두를들고맨발로 76
봄비 78
라일락에대한기억 79
정월 80
겨울의발목 81

4부
꽃그늘아래잠든당신

톱날이보이지않게 84
포도송이를손으로딸때 85
돌배나무 86
별 87
포도밭이울었다 88
기일 90
해를뭉쳐 91
줄 92
새와아이 94
2월나무처럼 95
길을잃는날들 96
봄에는매일 98
숨도무거워 99
건기의벌판 100
마술의저녁 102
꽃그늘아래잠든당신 104
해빙 106
흰새벽 107

해설쪾메멘토모리혹은상응의시학쪾이진흥 109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죽은당신이/전화를걸어대뜸/오후세시라한다//무언가다놓친느낌/빨래를널기에도/외출을하기에도/너무늦은시간//나팔꽃도서서히/입을다물어/침묵으로들어가는데//당신처럼돌이킬수없는게많아/남은빛에기댄심정이/꽃시절다보낸나무같아서//사랑하기에도이별하기에도/영늦은/꿈속보다더적막한/꿈밖/이세상에없는/당신이근심하는/그림자긴/그시간
----[나팔꽃이입을다무는때]전문

시는사실의언어가아니라진실의언어이다.사실은이해의대상이지만,진실은감동의원천이다.이해는되풀이할필요가없지만감동은지속적이다.뉴톤의만유인력은이해하면그만이지만베토벤의교향곡을반복해서듣는것은그때문이다.이해의언어가분리/분별하는로고스(Logos)라면,감동의언어는연결/통합하는미토스(Mythos)이다.전자는삶의편의를주지만,후자는삶의의미를창조한다.이때미토스가일으키는감동은분리된사물이연결되어서로상응(correspondence)하는그것이다.예컨대서정주가국화꽃과소쩍새사이의보이지않는통로를연결하여소쩍새의울음에상응하는국화꽃의피어남을노래한것이바로미토스의언어로서「국화옆에서」라는시(작품)이다.

새끼제비가바닥에떨어졌다//제비꽃들이일제히뒤꿈치를들고//하늘을향해두리번거렸다//날아가는새떼에게신호라도보내는듯//가는몸이끊임없이흔들렸다//태어난몸이다르지만//저둘은이름을나눠가진사이//보랏빛근심이온마당가득번졌다
---「보랏빛근심」전문

어쩌다가새끼제비가땅바닥에떨어진모양이다.아마도제비집에서발을잘못디뎠거나새끼들끼리자리다툼을하다가밀려났는지모른다.결과적으로지금새끼제비에게는목숨이걸린위험한사태가벌어진것이다.어린새끼제비는날아오를수없어땅에서파닥거리는데바람결에마당에피어있는제비꽃들이살랑살랑흔들리고있다.이장면을시인은땅바닥에피어있는키작은제비꽃들이일제히뒤꿈치를들고하늘을두리번거리며날아가는새떼에게신호라도보내는듯가는몸을흔들고있다고생각한다.사실의언어(로고스)로보면제비새끼와제비꽃은아무관계가없다.그러나진실의언어(미토스)는양자사이의분리할수없는관련을읽어낸다.태어난몸은다르지만같은이름을나눠가진사이라는것이다.그래서작고가냘픈제비꽃들이갖고있는어린새끼제비에대한연민과근심이마당에가득번지고있다.새끼제비의위기에상응하여제비꽃의보랏빛근심이마당에번지는장면....이것이하나의신화(미토스)로살아나고있는것이다.
이해는사물을분리/분별하지만감동은연결/통합한다.구약성서의창세기에서아담이선악과를먹고눈이밝아졌다는것은분별지를갖게되었다는뜻이다.분별하기때문에아담은신으로부터분리되는데그것이타락이라는것이다.즉타락이란하나님(진리)과분리되어멀어지는것이어서그순간부터인간은다시하나님에게로돌아가려고한다.실낙원(타락)에서낙원회복(구원)을꿈꾸는것이다.그렇다면낙원회복의길은무엇인가?그것은로고스의언어를지양하고미토스의언어를구하는것이다.그래서승찬대사는지극한도는어려운게아니라단지가르고선택하는것을버리면된다(至道無難,唯嫌揀擇)고하지않는가?즉분리/분별을그치고연결/통합으로나아가면지극한도(진리)에쉽게도달할수있는것,그것이시(예술)의세계인것이다.

빈가지에참새떼가우르르날아듭니다//여전히빈가지입니다참새떼를어디다//숨겼는지나무는흔들리지않고고요합니다//들여놓은공중의틈을조심스레벌리면//거기,세상을들어올리는작은새//쌀한스푼의무게가나뭇잎진자리를누르고//있습니다지혈을하듯꼭누르고있습니다//위잉울던바람도내안의상처도잠잠해집니다-「쌀한스푼의무게」전문

이시에는나무와참새와내가등장한다.나무의빈가지에참새떼가날아들지만나무는새떼를어디다숨겼는지보여주지않고여전히빈가지로고요하다.그런데화자인내가“들여놓은공중의틈을조심스레벌리면/거기”작은새의“쌀한스푼의무게가나뭇잎진자리를”마치지혈하듯꼭누르고있는게보인다.지혈하듯누르는쌀한스푼의그가벼운무게에상응하며가지를흔들던바람도,그것을바라보는내안의상처도잠잠해지는것이다.이것이바로미토스가이루어내는시의세계인것이다.

겨울벚나무에까치가/떼로앉아있다/땅으로내려왔다올라앉길/반복하는데/생명을품었던자리에/생명이매달리자/나무는또다시출렁거린다/빈채로서있지않은빈나무/모여마을을이룬까치떼/시끄럽다/침묵의겨울이시끄럽다/수십마리새떼를거뜬히/품고있는앙상한나무/생산의충동에사로잡혀/벚꽃들곧만개하겠다---「빈나무는비어있지않은채로」전문

잎이다떨어진겨울벚나무에까치떼가앉았다가땅에내려왔다가다시올라앉길반복한다.까치가올라앉는빈가지는전에꽃과열매즉“생명을품었던자리”인데그자리에다른생명(까치)이매달리자“나무는또다시출렁거린다.”겨울벚나무는지난계절에품고달았던꽃과열매잎새등의모든생명을모두떨어트리고빈채로서있지만,지금까치라는다른생명이모여침묵의겨울을시끄럽게하고있으니“빈채로서있지않은빈나무”이다.그리고까치떼라는생명의무게와울음에호응하여빈가지는“생산의충동”에사로잡혀서곧환하고아름다운벚꽃을활짝피우게될것이라면서시인은까치울음과벚꽃사이의상응을읽어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