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분법 (조순희 시집)

바람의 이분법 (조순희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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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순희의 두 번째 시집은 기원에 대한 탐색으로 가득하다. 푸릇한 최초를 찾아 멀리는 역사를 거슬러 오르고, 한편으로는 “유목의 낭만”(「풀빛 신전」)을 좇아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 첫 시집 「꽃 피우는 그 일」(2019)에서 보여준 서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한층 더 확장된 시세계를 보여준다.
저자

조순희

조순희시인은충남부여에서태어났고,원광대학교대학원(교육학석사)과건양대학교대학원(행정학박사)을졸업했으며,서해대학교케어복지과겸임교수를역임했다.서천군의회의원과서천문화원장을역임했고,현재어린이집원장으로재직하고있다.2018년『애지』로등단했으며2019년첫번째시집『꽃피우는그일』을출간했으며,3년만에두번째시집인『바람의이분법』을출간하게되었다.
조순희시인은그의두번째시집인『바람의이분법』에서“하늘이감동하는시까지는멀다할지라도/누군가의눈물을닦아줄수있는시를쓰고싶”([시인의말])다고고백한다.세계적인대재앙인팬데믹을경험한이후,푸릇한최초의기원을탐색하는조순희시의행보가더욱공감이가는이유가여기에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어느집낡은담장너머로 12
오랜,을꺼내다 13
향긋한망명 15
마량진에서만난최초 16
귀가를실은오후─장항선 18
바람을입다 19
둥근너의질문들은주홍색립밤처럼
입술위로미끄러졌어 21
바람의이분법 23
시간을입질하다 25
풀빛신전─신성리갈대밭 26
선함길카페 27
동백을읽다 29
문헌서원가는길 30
시간에말을걸다 31
봄의생태학 33
마음약국 34



2부

투명한비명 36
호미의의미론 38
오늘을팔아요 40
산딸나무꽃 42
햇살을정산하다 43
봉숭아 46
구름을경작하다 47
빈집 49
형제,낡음을수집하다 51
마침표를읽다 53
낮달과리어카 54
감나무로아버지를읽다 55
오월경전 56
H라는깃발 57
유빙의날들 59
고래의노래 61

3부

어느바람에관한기록 64
튀니지의가시나무 66
무화과나무꽃 67
부직포에갇힌봄 68
어린왕자 70
그남자1 71
하얀염증 72
발자국 74
까마중 75
유월한사발 76
애인 77
해란초 78
변명을잠그다 79
용서라고쓰고사랑이라고읽는다 80
바람의페이지 81
풍경을담다 83

4부

하루를꿰매는사이저녁은낮게엎드리며오고 86
개망초꽃 88
울음의흔적 89
꽃샘추위 91
스마트시티담쟁이 92
마름질 93
다행이다 94
겨울고요 96
춘분즈음에 97
아침단상 98
약속 99
서로 100
무릉이어디있냐고묻거든 101
골다공증 102
가로수 103
휴먼시아덩굴장미 104

해설푸릇한시의기원을찾아서이경수 105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조순희의두번째시집은기원에대한탐색으로가득하다.푸릇한최초를찾아멀리는역사를거슬러오르고,한편으로는“유목의낭만”(「풀빛신전」)을좇아자연속으로들어간다.첫시집「꽃피우는그일」(2019)에서보여준서정적인기조를유지하면서도한층더확장된시세계를보여준다.“새벽이면복된하루를견인하는마량진”이라는현실로부터출발해“구약성서속에서40일밤낮떠다녔던방주위로비둘기가물어왔던/그푸릇한최초”를탐색해보기도하고“오래전이방의윤택한말씀품고당도한푸른눈의사내들”“바실홀과맥스웰”(「마량진에서만난최초」)의흔적을찾아보기도한다.충남부여에서태어나서천에뿌리를내린시인답게시쓰기를통해지역의현재와과거를답사한다.
조순희의첫시집과두번째시집사이에는겨우3년이라는시간이흘렀지만,첫시집출간이후초유의코로나-19팬데믹을경험했으므로그사이에사실상엄청난시간적·문화적·정서적격변이있었다고보아야한다.두시집은전혀다른세계에서출간된시집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푸릇한최초를찾아기원을탐색하는조순희시의행보가더욱공감이가는이유도여기에있다.그것은인류의기원에대한관심이기도할것이고생명을지닌존재의기원에대한관심이기도할것이다.
이번시집에는코로나-19팬데믹을경험하며“길을잃”은“사람들”의모습도그려져있다.“방송을틀면연일/상한빵처럼부푸는창백한숫자들”이보이고“관속에서걸어나온소문이/좀비처럼떠다”니는시절을우리는겪었고지금도겪고있다.“너와나의거리가서둘러단속되고/마스크쓴봄이/소독약을피해서너걸음뒤로물러”서는시절.그시절을지나며“너와나”사이의거리는더욱멀어졌다.“결빙의마음”(「부직포에갇힌봄」)추슬러어김없이봄은오고또왔지만팬데믹이전으로돌아가는것은영영어려울지도모른다는사실을이제우리는예감하고있다.슬픈예감속에서조순희의시는기원을찾아시간을거슬러오르거나자연속으로눈길을돌리는선택을한다.그것은푸릇한시의기원을찾는길이기도하다.
부여에서태어나서천에서주로살아온조순희시인은이번시집에서서천의로컬리티를본격적으로보여준다.시의공간으로서천을새롭게호명하는것은물론서천의역사와현재를시를통구축한다.서천군서초면선암리,한산면신성리,서면마량리,문산면신농리,종천면지석리등서천의구석구석을소개함으로써살아있는삶의터전이자아름다운시적공간으로서천을새롭게구축하는일을시쓰기를통해실천하고자한다.문학의공간으로본격적으로호명되지못했던서천에생명을불어넣는일은지역시인으로서의소명같은것이아닐까싶다.

햇살맑은날이면/투명한ㅂ은공중에유리알같은깃발을내걸었다//오래전골목끝으로낡은단어장을던진소년을,/바람은알고있었다마을회관안쪽누군가의/등굽은무용담도이젠낙엽만큼효험이없었다/자고일어나면너라는모서리에묶여/백기처럼펄럭이던꽃무늬손수건,알고보면그모두는/ㅂ이너의오후에게저지른수줍고향긋한만행이었다//투명한것들이새떼처럼불어왔다떠나간날이면/저녁상물린창밖나뭇가지어디쯤에이미그가와있었다//ㅂ은오래말을아꼈고,/이따금그녀목안쪽에서습기밴바람소리가걸어나오곤했다//아침이면남쪽창을열고서/추락하지않기위해먼길로떠나던무수한바람들이/사나흘씩ㅂ의품에갇혀향긋한고백들을들려줘야했다//신성리갈대밭?에가보면/태양의세번째심장과사랑에빠진바람이/노을물든서천을두루마리처럼언덕에펼쳐놓고/붓보다고운갈대로길고긴편지를쓴다//
?서천군한산면신성리에위치한갈대밭
-「바람의이분법」전문

한지역에서오래산다는것은그곳에서살아온사람들의내력과사연이구석구석깃든곳에서살아왔다는의미일것이다.그것은골목의역사와그곳에서살아온사람들의사연을기억하는일이자지금은사라진장소와그곳에얽힌사건을기억해내는일일것이다.인용한시에서는바람이그런역할을하고있다.어디든갈수있는바람의속성을빌려구석구석을누비며과거의시간을불러오기도한다.바람이가닿는곳에서는잊고있던오래전기억이떠오른다.
바람은“오래전골목끝으로낡은단어장을던진소년을”알고있고“마을회관안쪽누군가의/등굽은무용담도”기억하고있다.이시의배경을이루는“신성리갈대밭”은바람이시작되는곳이자머무는곳이기도하다.그곳에는바람소리만큼이나수많은사연이깃들어있다.“신성리갈대밭에가보면”“태양의세번째심장과사랑에빠진바람이/노을물든서천을두루마리처럼언덕에펼쳐놓고/붓보다고운갈대로길고긴편지를쓴다”고갈대밭에붉게물든노을이가득펼쳐진아름다운풍경을조순희의시는옮겨적는다.바람이갈대밭에쓰는아름다운편지는마치시같다.아마도시인은이런시를쓰고싶은모양이다.

갈대밭갔다햇볕좋은아침에/유목의낭만조우하러,//직선의계절이하늘로크는성소/해그림자사이사이바람이들어있다/민낯의표정꺼내혼자울기좋은곳이다//마스크벗고/개개비와한참을놀았다//바람의목록펼쳐직립의방식으로/흔들림을건축하는풀빛신전,//저기흰구름하나/방금전/내안에서부리씻던그리움이다//허리휜길저만치/물속유목의날들밀고가는금강,/유유하다
-「풀빛신전-신성리갈대밭」전문

신성리갈대밭을“풀빛신전”이라부르는이시에서주체는“햇볕좋은아침에”“유목의낭만조우하러”갈대밭에간다.드넓게펼쳐진갈대밭은도시에서는볼수없는곳이므로가히풀빛신전이라일컬을만하다.그곳에서주체는현대사회에서는좀처럼만나기힘든“유목의낭만”을조우하곤한다.드넓은갈대밭을가득채운갈대는직선으로자라는성질을지니고있으므로“직선의계절이하늘로크는성소”라고갈대밭을부른다.바람이깃들어머물다가는이곳은“민낯의표정꺼내혼자울기좋은곳이다”.갈대밭을웅성대는바람소리에웬만한울음소리는묻힐테니까.
그곳에서시의주체는“마스크벗고/개개비와한참을놀았다”.지난2년7개월사이에마스크를쓴일상에익숙해져버린우리는각자의골방에갇혀있던시간을지나사람이드문들판이나숲을찾게되었다.“바람의목록펼쳐직립의방식으로/흔들림을건축하는풀빛신전”신성리갈대밭에시의주체도자주찾아들었던모양이다.인간의발자취가줄어들자자연은본연의모습을찾아갔음을지난2년7개월의경험을통해우리는알고있다.자연을숭배하는마음으로시의주체도갈대밭이이룩한“풀빛신전”을우러러본다.“저기흰구름하나”에서“내안에서부리씻던그리움”을발견하고“저만치/물속유목의날들밀고가는금강”이유유히흐르는것을목격한다.조순희시가그리는풀빛으로가득한신성리갈대밭의풍경은숭고를경험하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