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발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나무는 발바닥을 보여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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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혜사랑 시인선 254권. 최종월 시집. 시(詩)라는 언어의 고삐를 삶의 주변과 내면에 연결하고 관심의 고삐줄을 풀었다 당기면서 시인은 세상과 동시에 자신을 향해 초대장을 띄우는지도 모른다. 곡진한 삶은 고통의 외면으로부터 오지 않고 그걸 감내하는 진실의 고삐를 놓치지 않는데 있다고 시인이 말한다. 그야말로 그대 누구라도 초대하고 싶은 날이고 그 누구에게든 초대 받고 싶을 날이다.
저자

최종월

최종월시인은강원도태백에서태어났고,중앙대학교문예창작학과를졸업했다.시집으로는『반쪽만닮은나무읽기』와『사막의물은숨어서흐른다』와『좽이던지는당신에게』가있고,‘김포문학상대상’,‘경기예술인상’,‘계간문예작가상’,‘청록문학상’등을수상했다.
최종월시인의시집『나무는발바닥을보여주지않는다』는그의네번째시집이며,그가몸소겪은삶의풍경과내밀한응시의내면을예시하지만그안에폭넓고깊게사랑으로가자는그눈길의시어들로하나의초대의성찬을이루고있다.시詩라는언어의고삐를삶의주변과내면에연결하고관심의고삐줄을풀었다당기면서시인은세상과동시에자신을향해‘초대장을띄’우는지도모른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벼랑 12
파르마콘 13
이름에대한명상 15
밥알의우화 17
석공 19
저녁이밝아오면 21
외투 22
폭설예보 23
점토공작 24
어머니의골목 26
쪽배 27
국자생각 29
시.외면하기 30
꽃이라불러도될까 31



2부

부재중 34
별똥별 36
술항아리 38
그림자가명령한다 39
낙타는무릎을꿇어야잠들수있다 40
지금네잠은어떤지 41
우리어느별에서왔나 43
운동화를씻는동안비가내리다 44
해가강을건너는중이다 45
붉은색에대하여1 47
붉은색에대하여2 48
초대받은날 49
아직은,이라고했나요? 50
느리게아주느리게 52

3부

먼지한됫박 54
등 56
주상절리 57
그녀는야맹증이었다 58
껍질깎는동안 59
수몰,그후 60
파편을깨물다 62
해 64
고삐 65
젖다 67
아버지주머니 68
까치는사람보다자동차를따른다 69
오후 70
채탄계장 71

4부

나무 74
팽나무가있는자리 75
검지손톱과놀다 77
바늘쌈지 78
메뚜기를문상하다 79
문패 81
인사하는여자 82
어쩌나 83
상수리나무가쓰러진날 84
어디서기다릴까 86
들녘 88
한파주의보 89
수유 91
등이푸른날 92

출판사 서평

백색대리석에정을박는다//투명해도존재하고있는/투명해도정수리잎을스치고있는/투명해도멀리서서로를생각하는시공간같은//냉각된수천년전의마그마가깨어진다/부서져야비로소나타나는형상/조각정을메로내리친다//자음과모음이튀어오른다/대리석은단단하고그안에서발효된/말들이모습을드러낸다/다비드가걸어나온다//큐피트.세상에서제일큰슬픔이완성된다/깨어진대리석이토해내는탄성이다//벽에정을박는다//벽지너머콘크리트벽/내벽과외벽사이/공간을메꾸고있는적막/적막을채우고있는어둠//어둠을캔다//머지않은날/지각변동이일어날테고/다시냉각의시간이무량하게쌓일거다
-「석공」전문

시지푸스의운명적인사투의저항처럼시인도자신의경험과기억의광맥을향한굴착은‘석공(石工)’이라는장인과그직업세계를통해유비적(類比的)으로활성화된다.그굴착의대상은유형(有形)의것도있지만눈에보이지않는무형(無形)의것들도늘상존한다.‘투명해도존재’하는것들과‘투명해도멀리서서로를생각하는시공간’을향한최종월의열린시야는자신의언어적굴착의행위가어느새‘발효된/말들이모습을드러’내는끌밋한조각의수준으로향상되고또그만큼지향성(指向性)을갖는매력과공력을지닌다.그러나이러한최종월의시적굴착과타공(punching)의궁극적인대상은한마디로‘어둠’이며그녀의시적굴착의행위는‘어둠을캔다’라는명제로오롯하게드러난다.이어둠은단순한시간적흐름에편승한공간적분위기에한정하지않고화자가겪어왔으며또겪고있는숱한생의우여곡절의딜레마로확장된비유이다.
석공은세상에미만(彌滿)해있는편견과고정관념의시선을불식시키고그녀가원하는바의에스프리(Esprit)가갈마든기억과경험을‘백색대리석’의시간으로부터굴착해내는일로부터시작된다.이는불모의시절과상황속에서시인이추구하는바의‘다비드가걸어나’오게하고‘큐피트’가‘세상에서제일큰슬픔’의미학(美學)으로완성되도록하는지난한응시의언어를발효시키는함의(含意)를지닌다.그야말로최종월에게있어시창작은언어의세공이전에단단한정신의근육과감각의유연성,그리고자신만의예술적눈썰미를가지고언어의대리석을부수고깨며조각의심층부에이르려는존재의몸부림인듯싶다.시인의이런언어적예술작업에대한비유적정황과대상으로서의〈석공〉은적실한비유이자그자체의적확한문학가적삶의전체를아우르는표본같은것이다.이런언어적공력의과정을자칫소홀히여기는시대에최종월의이런치열한문학적소산(所産)에의투명하도록시린응시는시가가닿아야할어떤궁극의극점(極點)같은것을암시하기까지한다.

겨우내난방을하지않은방/불도켜지않은방/상자안감자가새끼를낳았다/혹한의어둠에서/어금니물고산고를겪었다/도토리만한새끼감자가뽀얗다/몸통전체를뒤덮은골짝들/새끼감자손꼭잡고매달린/별하나/씨감자는수유중이다/
-「수유」전문

무엇보다소소한사물이나풍경의구석진곳에처한상황을흘리지않고꼼꼼하고적실하게보아내는최종월의시선은생명에대한본원적인아낌이나사랑에본능적으로끌리고천착한다.‘혹한의어둠에서/어금니물고산고를겪었’을겨울감자의내성(耐性)과끈질긴생명력에남다른관심과애정을드러내는이시편은앞서〈낙타는무릎을꿇어야잠들수있다〉와그혹독한배경이나엄혹한상황은비슷하지만화자의좀더따스한눈길과감성적정감으로‘씨감자’하나의우주적인모성(母性)을확장해내는데성공한다.
극한의고통과쉽게끝나지않는지리한통증의여로를견디고통과하면서‘새끼감자손꼭잡고매달린/별’을확인하듯보아내는이과정자체가숨탄것인감자나진솔한시적응시를포기하지않는시인에게나‘별’이돋는일이아닐까.외계의별이아니라고군분투의사랑의본성을키워내는그마음자리에돋는별을우리는‘수유(授乳)’라는생명연대와그내리사랑의본원적인내어줌속에서그윽이확인하게된다.사랑의우주적기율은이런냉방에유폐된쪼글쪼글한겨울감자한알에서도도드라진바가역력하다.이런어쩌면자질구레한것들에서소상한내력을밝혀내는최종월의시적눈매에서디테일(detail)이곧시의방편으로가는한갈래길이다,라는일종의어록의한마디를얻게된다.

이땅에서의삶은꽤나저렴해//살아가는건걸어가는거다/햇살을꼭안아주는거다/끊어진통화/그다음을기쁘게적어보는거다//지구의봄날에초대받은지금/경사진풀밭에주저앉아/엉덩이로우주의별하나를밀고있다/만난적없는행성의먼그대에게/초대장을띄운다
-「초대받은날」부분

숱한기억의명암(明暗)은나름의여사여사한사연과거기에따른곡진한인생의비하인드스토리를예시했으며그걸통해시인은성장하고성찰하고아파했으며그통증과견딤을통해앞으로나아갈동력을얻었는지도모른다.흔히범박하게인생사라고했을때우리는그걸‘끊어진통화/그다음을기쁘게적어보는’일에다름아닌지도모른다.우울하고적막하며불우한일들이누구에게나크고작게닥쳤지만‘그다음을기쁘게’예감하는일은단순한바람을넘어서시인의도저한생의긍정(肯定)을통해서만가능해진다.애써그런긍정의시도를세상을향해열어두는일의종요로움을이제시인은‘초대’라는언어를통해폭넓게섭외하려하고있는지도모른다.
무참한일들이있었고우리는이지구촌크고작은비극의딜레마를아우르고다독이면서‘지구의봄날에초대받은’바로여기의‘지금’이라는시간을그자체로끌밋한초대로여겨야하는지도모른다.최종월의시는몸소겪은삶의풍경과내밀한응시의내면을예시하지만그안에폭넓고깊게사랑으로가자는그눈길의시어들로하나의초대의성찬을이루고있다.그의시를읽는순간‘경사진풀밭에주저앉아/엉덩이로우주의별하나를밀고있’다는느낌과모종의예감이들거라는믿음은그자체로행복에의초대이지싶다.
시(詩)라는언어의고삐를삶의주변과내면에연결하고관심의고삐줄을풀었다당기면서시인은세상과동시에자신을향해‘초대장을띄’우는지도모른다.곡진한삶은고통의외면으로부터오지않고그걸감내하는진실의고삐를놓치지않는데있다고시인이말한다.그야말로그대누구라도초대하고싶은날이고그누구에게든초대받고싶을날이다.어쩌랴,시라는것이그시인의곡진한언어로의한바탕초대가아니고무엇이랴.

마지막타종이울리기전//나무는누구에게도발바닥은보여주지않는다//바람에흔들리는건//나무의가녀린손가락들이다//잎과잎틈새//절벽과절벽틈새를휘젓다가//등으로기어오르면//나무는고개숙여가슴을안아준다
-「나무」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