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소리를 갖지 않는다 (유영삼 시집)

비는 소리를 갖지 않는다 (유영삼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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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유영삼 시인의 [비는 소리를 갖지 않는다]는 천하제일의 슬픔의 진원지이자 슬픔의 대폭발이라고 할 수가 있다. 유영삼 시인의 「비는 소리를 갖지 않는다」는 한 편의 뮤지컬(음악극)이며, 인간 중의 인간, 즉, 전인류의 스승인 ‘시인’에게 바쳐진 송가라고 할 수가 있다.
비정한 아버지의 내장에 꾹꾹 눌러 묻어두었던 슬픔을 천둥 번개의 소낙비, 즉, 너무나도 깊이가 있고 장엄한 시인의 노래로 승화시킨 것이다.
시인은 천지창조주이자 전인류의 스승이고, 최후의 심판관이다. 시인의 일생은 예술가가 아닌 예술작품 자체라고 할 수가 있다.
저자

유영삼

유영삼시인은충북청주(청원)에서태어났고,2005년「창조문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흙」과「돌아보다」가있고,2010년충북여성문학상수상을수상했으며,현재‘충북작가회의’와‘보은문학회’와‘새와나무’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유영삼시인의「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는「흙」과「돌아보다」의뒤를이어서그의세번째시집이며,대단히지적이고현학적인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지적이라는것은그의지식이아주깊이가있다는것을뜻하고,현학적이라는것은수직적,혹은전지적차원에서그어떤사건을기획하고연출하며,그모든것을총결산한다는것을뜻한다.유영삼시인은「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의뮤지컬의기획자이자연출자이며,자기자신이‘비’로분장한주연배우이자비정한아버지마저도울게만드는최후의심판관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벚꽃 12
반건시 13
삼매경 15
마렵다는거 16
비로소,들리다 17
입춘 18
바람이보인다 19
생각을태우다 20
산 21
그때,우리가심었지 22
기우제 24
그림자를날려보내다 25
사막을걷다,신발들 27
그루터기 28
비는 30

2부

선운사의봄1 34
기억의집 35
섣달그믐묘시 36
시집媤宅을읽다 37
풍금이운다 39
석류 40
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 42
바람의색 43
거짓의옷을짓는 44
밤길 45
그날 46
억새 48
절규 49
매미소리 50
뿌리로간가지 51

3부

매미 54
떠났던봄이와도 55
고들빼기 56
기별이오다 57
봄을훔치다 58
낯선마을에기적은오지않았다 59
목련꽃 60
귀뚜라미1 61
고요1 62
비의집 63
두개의태양이뜨다 64
민들레 65
불안의눈은하얗다 66
꽃 67
선운사의봄2 68

4부

보름달 70
서로가서로의집이되어 71
말을잘라먹다 72
뜨거운밥 73
末 74
목욕탕 75
귀뚜라미2 76
어둠을낳다,노을 77
찔레꽃자지러지고 78
고요2 79
둥구나무 80
수양자식 81
함박눈 82
숨 83
여름산 84

해설목청잃은새가터뜨린,
저아득한속울음-유영삼의시오홍진 85

출판사 서평

목울대가없다,비雨/있다,비悲//사물들이제머리를들이대어/나름의소리를빚어내는것이다/길은온몸으로누워도도,도로눕고/머리꼿꼿이세워파파,파래진풀잎/양철지붕은두팔벌려라라라,날아가는연습을한다/나뭇잎돌림노래처럼박수를치는동안,비/제몸촘촘히세워주름을잡는다/허공이접혔다펴졌다거대한아코디언이된다/아니스틱이된다,물스틱//맞는자와때리는자만이공존한다//저물주름새새에서걸어나오는아버지/자식을잃고도울지않았던/때는이때라고빗줄기세차게콧등을후려친다/내장깊이꾹꾹눌러묻어두었던슬픔/목울대를친다,아버지목울대가운다/이제야완성된당신의울음/울음이젖는다
-「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전문

비는때리는자(지휘자)이니까목울대가없고,도로와풀잎과양철지붕과나뭇잎들은맞는자(부르는자)이니까목울대가있다.비는대기중의수증기가물방울이되어지상으로떨어지는기상현상을말하고,목울대는목구멍의중앙부에있는소리를내는기관을말한다.“목울대가없다,비雨/있다,비悲”라는다소상호모순적이고애매모호한시구는,그러나‘비’는목울대는없지만,슬픔(슬플비悲)이라는감정의목울대가있다는것을뜻한다.비는지휘자(때리는자)이니까슬픔이라는감정의목울대가있는자가되고,도로와풀잎과양철지붕과나뭇잎들은합창단원(맞는자)이니까소리의목울대가있는자가된다.비는때리는자이고아코디언을연주하는자이며,그리니까비가내리면,모든“사물들이제머리를들이대어/나름의소리를빚어내는것이다/길은온몸으로누워도도,도로눕고/머리꼿꼿이세워파파,파래진풀잎/양철지붕은두팔벌려라라라,날아가는연습을한다.”길은첫음계인‘도’를맡고,풀잎은비를맞고파래지니까‘파’의음계를맡는다.양철지붕은두팔벌려날아가는연습을하며‘라’의음계를맡고,나뭇잎들은돌림노래를부르며박수를친다.모든사물들이뮤지컬배우가되어돌림노래를부르는동안비는“제몸촘촘히세워주름을잡는다/허공이접혔다펴졌다거대한아코디언이된다/아니스틱이된다,물스틱”---.
비(지휘자)는소리의목울대가없는대신슬픔이라는감정의목울대가있고,사물들(합창단원들)은감정의목울대가없는대신소리의목울대가있다.이러한비와사물들의관계를지휘자와합창단원의관계로설정하고,「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는뮤지컬을기획한시인의능력도탁월하지만,길은‘도’의음계를,풀은‘파’의음계를,양철지붕은‘라’의음계를,나뭇잎은‘돌림노래’를,그언어와역할의유사성에착안하여맡긴것은너무나도대단하고탁월한연출능력이라고하지않을수가없다.
시는,음악은모든인간들의마음을정화시켜주는한편,모든비정한인간들을올바르게인도하고감화시켜새로운삶의활력을불어넣어준다.어렵고힘든자에게는미래의희망을북돋아주고,길길이사납게날뛰는자에게는그흥분과분노를가라앉혀준다.죄를지은자에게는수치심과양심을되찾아주고,비정한자들에게는희로애락의감정을부여해준다.기뻐해야할때는기뻐해야할줄을알아야하고,슬퍼해야할때는슬퍼해야할줄을알아야한다.분노해야할때는분노할줄을알아야하고,침묵해야할때는조용히자기자신의마음을다스리며침묵할줄을알아야한다.시인은,‘비’는작곡가이자연주자이며지휘자이고,따라서‘비’는최후의심판관처럼“소리를갖지않고”그모든것을때린다.도로,풀잎,양철지붕,나뭇잎들을때리고,“자식을잃고도울지않았던”아버지의콧등을후려친다.대기중의수증기가많으면소낙비가되듯이,아니,너무나도어렵고힘든산고에지친어미가‘마두금’소리에젖을물리듯이,드디어,마침내“내장깊이꾹꾹눌러묻어두었던슬픔”이아버지의목울대를친다.비는시인의채찍이되고,시인의채찍은비정한아버지의목울대를치고,아버지의목울대에서는천둥번개가번쩍하며소낙비가쏟아져내린다.
유영삼시인의[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는천하제일의슬픔의진원지이자슬픔의대폭발이라고할수가있다.유영삼시인의「비는소리를갖지않는다」는한편의뮤지컬(음악극)이며,인간중의인간,즉,전인류의스승인‘시인’에게바쳐진송가라고할수가있다.
비정한아버지의내장에꾹꾹눌러묻어두었던슬픔을천둥번개의소낙비,즉,너무나도깊이가있고장엄한시인의노래로승화시킨것이다.
시인은천지창조주이자전인류의스승이고,최후의심판관이다.시인의일생은예술가가아닌예술작품자체라고할수가있다.

날을간다/제등걸에울림판을두들겨칼날을세운다/바람의치맛자락이갈기갈기베인다/베인바람의살점들양철지붕을두드린다/제재소톱날을울린다/퍼런톱날에허공의몸통이잘리고/톱밥처럼소리가쌓였다흩어진다/
-「매미소리」부분

울컥,솟는다/순간멎는다피/주먹을울리고/망막에사람을키우고/울음목젖으로짓누르면저리될수있구나/저렇듯,자신을달래던이의피는희디흰가/할머니가그랬고/어머니가그랬고/내가그럴것같은/죽은여인들의풀,/여인들만이그들의몸에든독을삭힐수있다/저먹먹해진끈끈한피를걸러낼수있다/
-「고들빼기」부분

산후풍의몸으로산을오른다
산야는온통산실,산모들저마다
자기성을가진아기를출산한다
뜨거운숨소리들으러간다
젖내깊게밴살내그리워간다
아니그때의통증느끼러간다
군자산조령산돌고돌아
봄을훔쳐업고안고내려온다
저봄생들산후풍을다스린다
-「봄을훔치다」부분

「매미소리」에서시인은일주일을울기위해칠년의시간을땅속에서견디는매미의삶에주목한다.칠년동안매미는말그대로“날을간다”.울림판을두들겨칼날을세우지않으면매미는한여름의열기를소리로품어낼수가없다.한없이날카로운매미소리에“베인바람의살점들양철지붕을두드린다”.매미는온몸으로노래를부른다.몸전체가울림판이되어온세계를울리는매미소리를가만히떠올려보라.칠년의기다림이있었기에매미는마음껏울어젖힐수있다.한이깊을수록소리또한더욱더깊은맛을드러낸다고나할까?
칠년동안묵힌한을매미는한여름을울리는소리로원없이풀어냈다.「고들빼기」에도이런매미에버금가는한을품은사물이나온다.시인은고들빼기를“죽은여인들의풀”이라고부른다.오로지제욕망을짓누른“여인들만이그들의몸에든독을삭힐수있”다.가슴에맺힌한이얼마나깊기에스스로몸에든독을삭혀“저먹먹해진피를걸러낼수있”는것일까?할머니가먹은풀을어머니가먹었고,그풀을이제는시인이먹고있다.가부장제를사는여인들의한을시인은고들빼기에비유하여실감나게표현하는것이다.
매미의울음소리나,고들빼기에스민독은「봄을훔치다」에이르면산후풍을겪는“저봄생들”로이어진다.봄이온산야는지금“자기성을가진아기를출산”하느라바쁘다.시인은생명을낳는어미들의뜨거운숨소리를들으러산을오른다.산곳곳에풍기는젖내와살내를온몸으로느끼며시인은오랜만에“그때의통증”속으로들어간다.산후풍을기꺼이감수한어미가있기에저생들은서슴없이꽃을피웠다.뭇생명이피어나는봄이오면시인은절로온몸이달아오른다.시간이흘러도사라지지않을어미의본능과도같은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