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방 (이승혜 시집)

둥근 방 (이승혜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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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승애 시인의 「둥근 방」은 ‘나’를 ‘나’로서 존재하게 한 ‘둥근 방’이며, 엄마 뱃속의 ‘태아의 꿈’을 매우 아름답고 뛰어나게 노래한 시라고 할 수가 있다. 시인은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고, “둥둥 몸을 감싸는 물과 섞이지 않 고/ 홀로 자라는 물이었다.” 양수 속의 물방울이었고,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한 그곳에서/ 나는 파랗게 움이 트 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물 속에는 철과 염분과 인과 칼슘과 단백질 등의 모든 물질들이 다 들어 있었고, 나는 이 「둥 근 방」에서 “밀물과 썰물이 찍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도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렸”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 가 하나씩 돋았”던 것이다. 요컨대 엄마 뱃속의 「둥근 방」은 모든 생명체의 기원이자 삶의 터전이었고, 산과 바다와 하늘과 땅과 모든 생명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대우주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애초에 한 방울의 물이었지 만 홀로 자라는 물이었던 나, 꽉 막힌 방, 어둡지만 환환 그곳에서 파랗게 움이 트고 있었던 나, “밀물과 썰물이 찍 힌 서해와/ 달의 숨소리가 높은 동해와/ 조릿대 사분대는 대관령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었던 나”, “바다와 바람의 호흡만으로/ 눈 대신 귀가 환하게 열”리고, “나를 부르는 소리에 말랑한 뼈가 하나씩 돋았”던 나─. 하늘 기둥은 떡 잎부터 다르듯이, 시인의 꿈을 꾸고 있는 태아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과 그 어떤 소리도 들을 수 없는 ‘둥근 방’ 밖을 무한히 살펴보고 성찰할 수 있는 역사 철학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

이승애

이승애시인은경북청도에서출생했고,1985년경상북도도지사수기대상,2017년『문학저널』신인문학상,2019년제14회충북여성문학상,2020년제13회청풍명월전국시조백일장등을수상했다.청주문협,여백문학회,뒷목문학회,딩아돌하,신사임당시문회,문학저널회원,충북동시문학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조은술세종(주)대표,(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사임당율곡장학재단이사로활동하고있다.
이승애의첫시집『둥근방』은다양한내용과형식의작품으로채워져있다.이것은모든것을우선하여시를향한열망과탐구심을반영한결과이다.시에비친그는사물을바라보기보다는관찰하기를좋아하며,무위한시간의여유를즐기기보다는꿈꾸고생각하기를즐겨한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고요한동이,동그랗게입을열다

봄 12
술익는소리 13
마른달빛 15
물의속도 16
둥근방 17
목소리 19
여름편지 21
저녁의시간 22
허공의집 23
고갯길 25
비그친오후 26
솟는귀 27
골목의봄 29
나무의공식 31
빈의자 32



2부
발효의시간-그기다림너머

가파도 34
소낙비 35
인연 36
그리운저녁 38
雨요일 40
어머니,꽃구경가요─청남대국화축제 41
가뭄 43
오후 44
우두커니 45
루사가다녀간뒤 46
수련 47
삼월 48
사람이온다 49
담벼락너머 51
뜨거운무사 52

3부
우린,아버지의등에매달린어린봄이었다

당신의봄 56
내다팔봄이수북하다 58
눈은벚꽃처럼내리고-입대한아들에게 59
개기월식 61
오월 63
발산천 65
하루의탑 66
말뚝 67
감자꽃이필때 68
안부 69
환하다 70
울산역에서 72
언덕길 73
겨울산아래 74
살구꽃이왔다 76

4부
절반의이름,절반의노래

절반의이름 78
장독대에봄볕이내려앉고 79
불안한소리 80
사이 81
시월 82
관계 83
북바위산의가을 84
우암산牛巖山 85
카페벼리 86
항아리 88
흔들리다 89
혼신渾身 90
춘객春客 91
결혼축시-아들결혼식에 92
설우산雪雨山 94

해설삶과시,그아름다운술래잡기-이승애의시세계/김진석 95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애초에한방울의물이었다/둥둥몸을감싸는물과섞이지않고/홀로자라는물이었다//꽉막힌방,/어둡지만환한그곳에서/나는파랗게움이트고있었다//밀물과썰물이찍힌서해와/달의숨소리가높은동해와/조릿대사분대는대관령을/보지않아도볼수있었다/바다와바람의호흡만으로//눈대신귀가환하게열렸다/나를부르는소리에말랑한뼈가하나씩돋았다/부드러운손이바깥에서나를어루만질때/온몸이따뜻해졌다/그때마다한번도본적없는얼굴을/어디선가만난것만같았다//아늑하지만안개속같은방/발길질을해도문은열리지않았다/나는꾹참고기다리고있었다/꼭만나야했다//퉁퉁부은발을어루만지며/태명을불러주던다정한그사람을
-이승애「둥근방」전문

이승애시인의「둥근방」은‘나’를‘나’로서존재하게한‘둥근방’이며,엄마뱃속의‘태아의꿈’을매우아름답고뛰어나게노래한시라고할수가있다.시인은“애초에한방울의물이었”고,“둥둥몸을감싸는물과섞이지않고/홀로자라는물이었다.”양수속의물방울이었고,“꽉막힌방/어둡지만환한그곳에서/나는파랗게움이트고있었”던것이다.이물속에는철과염분과인과칼슘과단백질등의모든물질들이다들어있었고,나는이「둥근방」에서“밀물과썰물이찍힌서해와/달의숨소리가높은동해와/조릿대사분대는대관령을/보지않아도볼수있었”던것이다.“바다와바람의호흡만으로”도“눈대신귀가환하게열렸”고,“나를부르는소리에말랑한뼈가하나씩돋았”던것이다.요컨대엄마뱃속의「둥근방」은모든생명체의기원이자삶의터전이었고,산과바다와하늘과땅과모든생명체들이살아움직이는대우주였다고해도지나친말이아니다.애초에한방울의물이었지만홀로자라는물이었던나,꽉막힌방,어둡지만환환그곳에서파랗게움이트고있었던나,“밀물과썰물이찍힌서해와/달의숨소리가높은동해와/조릿대사분대는대관령을/보지않아도볼수있었던나”,“바다와바람의호흡만으로/눈대신귀가환하게열”리고,“나를부르는소리에말랑한뼈가하나씩돋았”던나─.하늘기둥은떡잎부터다르듯이,시인의꿈을꾸고있는태아는이처럼눈에보이지않는것과그어떤소리도들을수없는‘둥근방’밖을무한히살펴보고성찰할수있는역사철학적인능력을지니고있었던것이다.
태아의꿈은시인의꿈이고,시인의꿈은새로운세계를상징과은유로연출해낼수있는「둥근방」의꿈이라고할수가있다.꿈은꿈을허위가아닌진리라고믿어의심하지않을때모든기적이일어나는것처럼,“부드러운손이바깥에서나를어루만질때/온몸이따뜻해”졌고,“그때마다한번도본적없는얼굴을/어디선가만난것만”같았던것이다.모든생명체는우연이아닌필연의쳇바퀴를굴리며태어나듯이,엄마와나는이처럼생물학적고도화학적인끈으로이어졌던것이고,그결과,“아늑하지만안개속같은방/발길질을해도문은열리지않았다/나는꾹참고기다리고있었다/꼭만나야했다”라는,참음과그의지하나로,“퉁퉁부은발을어루만지며/태명을불러주던다정한그사람을”만날수가있었던것이다.
이승애시인의「둥근방」은언어로씌어진존재의집이고,이성애시인의‘상상력과상상력’으로쓴시이며,나와당신과우리인간들모두에게이세상에서가장아름답고멋진‘태아의꿈’을들려주기위한노래라고할수가있다.둥근방─,“해의시간을걸러내린/만장일치의발효”(「술익는소리」)와도같은둥근방─,이승애시인의「둥근방」은사적인‘나’와‘나의꿈’을‘우리’와‘우리들의공적이고도신화적인꿈’로승화시키며,‘둥근방’의기원과그역사를오랜시간에걸쳐‘만장일치의기적’으로발효시킨것이다.
이세상의근본물질은물이고,물속에는불과공기와흙등,그모든원자들이다들어있다.너와나,남과여,

진리와허위,적과동지,물과불,공기와흙등의이분법은상대적이지만,그러나이상대성마저도‘만물일여萬物一如’의둥근방,둥근우주속의아주작은현상들에지나지않는다.이승애시인의「둥근방」은모든생명의기원이자첫시작이고,우리인간들의영원한삶이자죽음인‘윤회의쳇바퀴’이라고할수가있다.

옹알이가시작되었다//입술이두꺼운큰항아리마다/고두밥과누룩이섞여/옹알대기시작했다//자갈바닥의달큼한두드림/깊은우물두레박의인기척/가쁜숨참았던폭포수휘어지는소리를//새의말과늑대의웃음과호랑이발자국과/버무려앉힌후//왈강달강끓어오르는항아리에서/눈떼지못하던시간의빛깔//가로등이밤새워그소릴지키다스러지고/별들도창문을끌어당겨들여다보고/달빛은제몸도섞자고무작정달려들고//거르지않고찾아오는식욕처럼/잔부딪고웃음도수를높이다가/돌아서서다시뿌리를세우는삶//호수를흔들어마시던바람으로/산골짝흘러내린말간숨결로//해의시간을걸러내린/만장일치의발효//소리가지나간자리마다/제대로삭힌고요한동이/동그랗게입을연다
-「술익는소리」전문

이승애시인의「술익는소리」는최고급의명장의솜씨이며,자기자신의삶을예술작품으로승화시킨명시라고할수가있다.이승애시인의「술익는소리」는전통술인‘막걸리익는소리’이며,이막걸리를증류시키면그토록투명하고맑은소주가될수도있다.막걸리와소주는우리한국인들이가장좋아하는전통술이지만,그러나이승애시인은고두밥과누룩을섞어“입술이두꺼운큰항아리”에담그니“옹알이가시작되었다”라고말한다.옹알이란어린아기가생후3개월무렵부터15개월무렵까지음절이구분되지않는발성연습을하고있는것을말한다.어린아기는옹알이를통해부모와교감하며,언어를습득하려고하는것이지만,“입술이두꺼운큰항아리마다/고두밥과누룩이섞여/옹알이”를시작했다는것은술이익어가는첫단계라고할수가있다.자갈바닥의달큼한두드림도있고,깊은우물두레박의인기척도있다.가쁜숨참았던폭포수휘어지는소리도있고,새의말과늑대의웃음과호랑이발자국소리도있다.
술항아리의옹알이가엄마와교감하며이세상의언어를습득하려는어린아기와도같다면,“왈강달강끓어오르는항아리에서/눈떼지못하던시간의빛깔”은무한한희생과사랑으로어린아기에게사회적인인간성을부여하려는엄마의모습이라고할수가있다.“가로등이밤새워그소릴지키다스러지고/별들도창문을끌어당겨들여다보고/달빛은제몸도섞자고무작정달려들고”는술익는과정,아니,어린아기의성장과발육과정을지켜보는엄마의무한한희생과사랑을뜻한다.수많은사람들을감동시키려면하늘을감동시켜야하고,하늘을감동시키지않으면“해의시간을걸러내린/만장일치의발효”식품은천하제일의명주名酒로탄생할수가없다.“거르지않고찾아오는식욕처럼/잔부딪고웃음도수를높이다가/돌아서서다시뿌리를세우는삶”이그것이아니면무엇이고,또한,“호수를흔들어마시던바람으로/산골짝흘러내린말간숨결”이그것이아니면무엇이란말인가?자기가가장좋아하고하고싶은일을하는사람은그일을통해자기스스로를높이높이끌어올리고,하늘을감동시키며,모든인간들에게천하제일의명시-명품들을선사하게된다.명시-명품이란자기자신의인생과육체를발효시켜그영혼으로창출해낸예술작품을말한다.
“해의시간을걸러내린/만장일치의발효식품”인술,“소리가지나간자리마다/
제대로삭힌고요한동이”처럼“동그랗게입을연”술─,이승애시인의「술익는소리」는사랑이고열정이며,이사랑과열정이‘예술품자체’가된시라고할수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