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주적 도둑을 잡다 (J.H CLASSIC 90 | 김다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저 우주적 도둑을 잡다 (J.H CLASSIC 90 | 김다솜 시집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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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다솜 시인의 첫 시집 『나를 두고 나를 찾다』가 자아 탐구의 존재론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면, 김다솜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저 우주적 도둑을 잡다』는 그의 관심이 자아에서 세계로 더욱더 깊이 있고 폭넓게 확대되었다고 할 수가 있다. 영원한 제국의 황제가 되고 싶은 꿈과 전인류의 스승이 되고 싶은 꿈, 세계적인 대서사시인이 되고 싶은 꿈과 세계적인 부자가 되고 싶은 꿈,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날개옷을 입고 자유자재롭게 우주여행을 다니고 싶은 꿈 등----. 이 모든 꿈들은 전혀 터무니 없고 허무맹랑할지라도 그러나 그 꿈들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즐겁고 기쁜 망상과 몽상의 주인공으로 살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저 우주적 도둑을 잡다』. 꿈을 꾸면 천하는 다 내것이 되고, 모든 신들, 즉, 저 우주적인 대도둑들은 모두가 다같이 나의 호위무사가 된다.

그는 어디에서 왔을까// 바라지창으로 생쥐처럼 들어와/ 사그작사그작 뭔가 갉아 먹으며 간다// 봄여름가을겨울 맞이하고 보내는 전령사를 미워하다 사랑하다 벌주다 용서하다 다시 사박사박 걸어갔지// 정보과 형사도 잡지 못하는 저 위대하고 자상한 우주적인 도둑을 내가 한 때 올가미로 순간 잡았다 놓쳤지// 때론, 망각의 수면제이자 비타민, 나무와 꽃도 그 물소리에 피고지고 변화무쌍한 구름과 바람들을 바다 건너게 했지// 버스와 기차, 비행기와 배를 기다리게 하면서 넘어지게 했지 저마다 꿈을 가방마다 채우더니 비우게 했지// 누군가 잡으려 해도 잡히지 않은 그는 뭔가 서로 나누어 보관하다 결국 그 자리 놓고 아늑한 집으로// 푸른 낮달과 초승달 깨우는 알람소리/ 쉼 없이 셈을 세며 걸어가는// 그는 어디에서 왔을까.
- 「저 우주적 도둑을 잡다」 전문
저자

김다솜

김다솜시인은경북문경에서태어났고,방송통신대국문학과졸업했다.2015년『리토피아』로등단했으며,첫번째시집인『나를두고나를찾다』를출간했다.제9회경북여성백일장차상을받았으며,제10회경북여성문학상을받았다.1994년도상주시자원봉사표창장과1994년정무제2장관표창장도받았다.한국시인협회회원,상주문인협회회원,경북문단편집위원,경북여성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술래잡기 12
내안에숨은詩 13
포도나뭇가지의법法 14
잊지못할사랑 15
벚꽃의기도 16
물의이동경로 17
꿈夢 19
백화산,구수천트레킹 20
풀벌레들의공연 21
홀로서기 22
어느무릉도원에서 23
맹꽁이가맹꽁이에게 25
단발머리소녀에게 26
호모사피엔스의잠 27
책정리하다가문득 28
시詩의길 30
모든접촉은흔적을남긴다 31

2부

아기별자리 34
어느수레바퀴번호는24 35
라바68622738 37
허공예언자 38
문경새재옛길에서 39
주말부부 41
포옹하다 42
낙동강경천섬에서 43
해와달 44
내성천다리와다리 45
짝사랑하는그녀 46
봄은가고가을이왔다 47
저우주적도둑을잡다 48
빈자리 50
도산서원에서만난꽃 51
창동역 52
새벽4시50분 53

3부

인연 56
나이테무늬가구완판 57
동행 59
2424에실은민속품 60
그날의그림일기 62
느티나무터널 63
약詩 64
종점에내리는깃털들 65
미안한詩 67
무채색수채화를그리는강 68
소문대로 70
변덕스러운병病 71
지지知之들의길 72
거짓없는진실 73
소우주의핵 74
밀양아리랑의전설 75
천금채 77

4부

복福 80
무기를품고사는곤충들 81
직사각형속에달 82
4차원세계를가다 83
애지랑나절 84
공들이놀았던공터에서 85
해등로와노해로 86
업그레이드하는수저의길 87
실타래를풀다 88
아마에서프로를꿈꾸다 89
행운의상차림 90
집시詩 91
바늘의여로 92
고향에서고향으로 93
물방울들의우정 94
봉정암가는길 95
자장가 96

해설/사유의확대와직설적시법詩法/박찬선 97

출판사 서평

이런시는어디있을까

엔돌핀으로세포살리는시
도파민으로등골펴게하는시
세라토닌처럼젊게해주는시

삶은감자처럼달콤한시
아이스크림처럼부드러운시
민들레뿌리처럼쌉쌀한시

이런시는어디있을까.
-「약詩」전문

시인이면누구나꿈꾸는시이다.다솜이시를쓰면서염두에둔것은자기만족에있지않고이타(利他)에있음을보여준다.‘세포살리고’,‘등골펴게하고’,‘젊게해주는시’는인간의건강과수명으로누구나바라는것이다.달콤하고부드럽고쌉쌀한맛을돋우는시의미각도우리가선호하는것이다.강한진통작용을하고,뇌신경세포의흥분전달에중요한구실을하며,주의력과기억력을향상시켜생기를불러일으키는약물처럼인간을위한시의보살행이다.
시인이면누구나꿈꾸는것이시의힘이다.시의힘은경계를허물며시공을초월하여은밀하게작용한다.시의힘이이렇게나타난다면시인은건강한시의전도사로서각광받을터인데그렇지못한데좌절과아쉬움이따른다.이것은일차적으로시인의사명이자시인의몫이다.일단표출되고나면나머지는독자의몫이다.어떻게받아들이고생각하느냐에달렸다.공자는시를공부하지않으면말할것이없다(不學詩無以言)고했다.시공부는특정인들에게국한된것이아니라모든사람에게필요함을일러주었다.시는서로간의소통과화답(和答)을위해서소용이된다.뜻과정서의교감에도힘이작용한다.경구나명언의역할과다름이없다.

육아도우미구하지못하고/어린이집맡기는아기엄마에게/밤낮손님뜸한재래시장상인들에게/수많은청년실업자와취업준비생에게/바쁘게오고가는출,퇴근하는직장인에게/배고픈아기와노인들에게무슨도움이될까/복福많은사람들이읽고책장에넣었으리라/그곳에서칼잠과꿀잠자다벌떡일어나/하품하다어깨를펴고웃고있을까/위대하고거룩한시와나의시는/수십만취업준비생취직못시켜주고/감옥들어간囚人들석방못해주는것을/암으로아픈환자들치유도못해주고/우울증환자죽음마저막지못했지/치매걸린노인들치유할수없고/못하는게많고많아도읽고즐거운시/못하는것많아도계속나오는詩들이다
-「미안한詩」부분

시치유(治癒poetrytherapy)는시(poem)와의학적으로‘돕다’라는뜻인치료(therapeia)의합성어이다.시(poem)와포에트리(poetry)역시'만들다'라는뜻의희랍어‘포이에시스(poises)'에서기원한것을볼때시치료의역사는고대그리스로거슬러올라간다.BC1000년경고대그리스테베도서관입구에는‘영혼을치료하는장소’라고쓰여있었다고전해진다.책(시)이영혼을치료하는것으로밝혔다.몸의고통에는히포크라테스에게가지만정신적고통에는아폴로신전에가서기도했다.정신질환을앓는환자들의치료법으로‘처음에는말(언어)’‘두번째는식물(약제)’‘세번째는칼(수술)’의순서로기록되어있다.
시의특질중에서치유의기능을외면할수없다.시에서이미지는정서와사고에재현된기억의성격을가지고있다.상상력을통해자유로운이미지를떠올릴수있고정서적환기가가능해진다.상상력은무한한세계를그려낸다.시창작은개인의무의식을상상력에의해이미지로표출함으로써억압된감정에서해방될수있게된다.시는억압과굴절로인하여심리적으로상실된언어(기억)를의식과무의식에서찾게하여감정의변화를수행하는정신적욕망의도구라고할수있다.시창작은감정의순화와정서의회복이며,자아에내재된갈등을해소시키는능력과적응기능을높인다.감정유로의길이열린다.
시치료의작용은내면의생생한이미지나개념,그것이불러일으키는느낌에감응하는능력을계발하는데있다.그래서자신에대한이해를증진시키고보다정확한자아인식을증폭시키는것이다.시는내면의격렬한감정을털어놓고해소함으로써긴장을완화시키고새로운생각,통찰,정보들을의미화하면서상처입은정서를정비하고삶의의미를발견하게한다.
시의사명과시의효용을거듭생각하게한다.시가고통받는모든사람들에게도움이된다면진정그렇게라도된다면춤출일이다.실제에있어서는그렇지못함에더큰고민이있다.아무것도해주지못하는시의한계를자탄하고있다.이것을극복하는일은시에주어진짐을줄이는일이다.중량초과의차는제속도를내지못한다.목적을앞세우는시는식상하기마련이다.시를시로서그냥두는일이다.거짓없는생각과온화하고부드러우며두텁고후함이시가가르치는바라고한(溫柔敦厚詩敎也예기-경해經解)본디바탕으로두는일이다.설령시의능력이따르지못해서못하는것이많아도읽고즐거운시는계속나올것이라고믿고있다.시는언어가있는이상사라지지않는다.한자의시(詩)가일러주는‘말의길’이시사하는바가크다.말의길은사람의길이기때문이다.시는인간의가장완벽한발언’(19세기영국매슈아널드)으로서우리곁에존재할것이다.

보이지않는힘에끌려가는/꿀처럼새콤달콤한선물입니다//삶에지친그대의영혼을/무엇으로평온하게해드릴까요//숨은시를찾으려고흔들리는/따뜻한그늘밟으며산책합니다/삶에지친그대의영혼을/무엇으로평온하게해드릴까요
-「내안에숨은詩」전문

보이지않는시의힘은꿀처럼새콤달콤한선물이다.그래서숨은시를찾으려흔들리는그늘을밟으며산책도한다.중심은삶에지친그대영혼을무엇으로평온하게해드릴까요라는물음이다.즉답은이럴것도없이‘시가해드린다’이다.시인은시의힘을믿는다.시가무엇인가는해드릴수있다고.보람과위안이되고공감하고자신을보는무엇인가를할수있다고.
「약시」,「미안한시」,「숨은시」는다솜이시에대한탐색을보여준다.앞머리에서말한시의자각과다름아니다.시를쓰면서나를생각하고시를쓰면서시를생각하는자각적물음은나의삶을아름답게가꿀것이며시를시답게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