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 카르멘 (김대성 소설집)

라떼 카르멘 (김대성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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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대성 소설. 김대성 소설의 인물들이 추구하는 사랑은 열정적 사랑에 가깝다. 많은 인물들은 결혼을 한 상태에서 사랑을 추구하고 연애의 대상과 육체적 관계도 맺는데 이것은 결혼과 일상의 의무로부터의 해방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이 단지 열정적 사랑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면 그 사랑을 온전한 사랑으로 인식하고 만족해야 하는데 작중 인물들은 그렇지 못하다.
저자

김대성

김대성작가는대구에서태어났지만경기하남서부면에서학창시절을보냈고,2009년공무원문예대전소설부문국무총리상을수상하며등단했으며,현재국세청에공무원으로재직중이며유투브‘주마오두막’을운영중이다.김대성작가의첫소설집『라떼카르멘』은표제작인중편소설「라떼카르멘」과「그녀의다리는굵다」,「정지선위의서번트」,「안개사랑을삼키다」,「떠나지못하는자」,「건들장마」,「파란우산」등의6편의단편소설로구성되어있다.김대성작가의소설적주제는사랑이며,그는아카페적인사랑과에로스적인사랑을결합하여,낭만적이고도이상적인사랑을추구해나간다.너무나도거룩하고순결한사랑과너무나도뜨겁고열정적인사랑을결합시킨다는것은무척이나어렵고힘든과제이기는하지만,그러나김대성작가는그의티없이맑고순수한문체로『라떼카르멘』이라는너무나도아름답고멋진소설집을창출해냈다.

목차

작가의말 004

그녀의다리는굵다 009
停止線위의savant 055
라떼카르멘 091
안개사랑을삼키다 195
떠나지못하는자 231
건들장마 279
파란우산 315


해설|사랑,꿈그리고글쓰기|백지영353

출판사 서평

영국의사회학자앤소니기든스(AnthonyGiddens)에의하면사랑은“그리스도적사랑과열정적사랑으로나뉜다.그리스도적사랑은쾌락과정신성을분리하여대상과사랑을이상화시키는형태의사랑이다.반면열정적사랑은쾌락과관능을중시하고타자와의감정적연루로인해자신의책무를무시하게하기때문에일상과의무로부터해방의의미가있다.이는결혼과는분리된것으로프랑스귀족들의혼외정사를원형으로한다.”
김대성소설의인물들이추구하는사랑은이둘중열정적사랑에가깝다.많은인물들은결혼을한상태에서사랑을추구하고연애의대상과육체적관계도맺는데이것은결혼과일상의의무로부터의해방으로인식되기때문이다.하지만이들이단지열정적사랑을추구하는인물이라면그사랑을온전한사랑으로인식하고만족해야하는데작중인물들은그렇지못하다.
「그녀의다리는굵다」의재준은나이많은백수에사랑한번안해본처지이다.그런그에게도그를위해헌신하는여성이나타난다.그는그녀와의연애도즐기며섹스도하지만그녀와의육체적쾌락에만족하지못한다.이는재준이단지육체적쾌락을주는열정적사랑만을원하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재준은이것을온전한사랑으로생각하지않는것이다.

캬!신사임당이환생했단말인가.하마터면그녀를끌어안고엉엉울뻔했다.정말눈물나도록듣고싶었던말이었다.그런데왜하필이렇게못생긴거북이의입으로들어야한단말인가?그러고보니친구들에게나부모형제에게나인간대접을못받은지가꽤오래된듯하다.그러니까3년전쯤이다.노조가없는회사에서노조를만들자고모두들의기투합했었다.마지막의식으로우리의뜻을모아작성한연판장에서명하는일만남겨놓았다.그런데아무도맨윗자리에다이름을올리지않으려꽁무니빼는모양이비겁해보였고내가그런비겁한무리에끼기가싫었다.그싸인하나로난노조결성주동자가되었고결국몇달후8년동안몸담았던회사에서쫓겨나는신세가되고말았다.그리고는3년이지났다.그동안나름대로직장을구해보려별의별짓을다해보았다.심지어는직업소개소를거쳐양식집주방에서그릇도닦아보았고택시회사스페어기사로일하다취객과싸우고그나마남은비상금마저털리고나온적도있었다.만약그녀의외모가지금보다조금만더나았더라면조금전그녀의말한마디에무너졌을지도모른다.하지만멀쩡한세상에서바라본그녀의모습은역시다시봐도거북이다.
-「그녀의다리는굵다」에서

재준이그녀와의관계에서만족감을얻지못하는이유는그가꿈꾸는사랑과현실의사랑사이에괴리감이있기때문이다.재준이그녀와육체적사랑은할수있지만온전한사랑을할수없는이유는정신적인사랑이결핍돼있기때문이다.기든스식의사랑으로볼때재준이바라는사랑은열정적사랑에더해사랑의대상을이상화시킬수있는그리스도적사랑이다.하지만외모때문에재준은그녀를이상화할수가없다.그녀는사랑의대상이기도하지만결핍을주는대상이기도한것이다.
육체적쾌락과열정적사랑에만족하지못하는건〈라테카르멘〉의‘나’와수미또한마찬가지다.멀어진거리로관계가소원해진부부는직장의후배,동료와애정관계를유지해보려한다.‘나’는회사후배정연에게신선함을느낀다.하지만사랑으로까지발전되지는않는다.반면수미는원균과열정적사랑은할수있지만그이상의사랑은할수가없다.즉둘다새로운사랑에만족하지못하는것이다.
이는김대성소설의인물들이추구하는사랑이단지열정적사랑이아닌낭만적사랑이기때문이다.낭만적사랑이란그리스도적사랑과열정적사랑,즉정신적사랑과육체적사랑이결합된사랑이다.
겉으로보기엔소설속인물들은열정적사랑을추구하는것처럼보인다.하지만이들이진정추구하는사랑은오히려정신적사랑쪽에가깝다.많은인물들이육체적관계를통한열정적사랑을함에도불구하고만족을느끼지못하며「그녀의다리는굵다」의재준은육체적사랑은가능함에도그녀를정신적으로사랑할수없기때문에헤어진다.그녀와헤어진재준은다시이상화할수있는대상을찾기로마음먹는다.

“미안해.난역시거기한테방해만되는여자였지.부디예쁜여자만나서행복하게잘살아.정말로…꼭!”
현관문을박차고나왔다.끔벅거린눈꺼풀사이로뜨거운것이주루룩볼을타고흘러내린다.그땐왜몰랐을까,그녀의가슴에생채기를냈던행동들이이렇게후회될줄을.이제나는허전하게남아있는나의빈자리를완전하게채워줄사랑스런거북이를사냥하러가야한다.택시한대가바람처럼가볍게잠실대교위를미끄러져가고라디오에선‘빙고’가흘러나온다.
-「그녀의다리는굵다」에서

김대성소설의인물들은육체적,열정적사랑이불가능한상태에있을때오히려완전한사랑을이루기도한다.「라떼카르멘」의‘나’와수미부부는불륜과불신속에서헤어지지만우여곡절끝에다시만나는데오랜세월애정과증오의과정을거치며이들의정신적사랑이한층충만해진다.‘나’는오랜세월투병생활을했기때문에다시만난이들부부에게열정적쾌락적사랑은그리의미가없다고할수있다.하지만오히려이런상황에서앞으로의사랑이더단단해질것이라는것을짐작할수있다.

그였다.두손을가지런히모으고서서그녀를바라보는그의미소에는약간의수줍음이묻어있었다.그의목소리로살아난싯구절은전혀새로운느낌으로다가와수미의가슴을뛰게했다.그가한걸음한걸음조심스럽게수미에게다가와손을뻗으면닿을만한자리에서멈춰섰다.
“……”
아무대답도하지못했지만수미의가슴이벅차오르고노을빛에아롱진그녀의눈가가보석처럼영롱했다.목이메이는수미의목소리가꺼이꺼이흐느낌으로바뀌면서그의가슴팍으로스며들고수미의등을감싸안은그의손바닥에힘이들어갔다.두사람사이에지나갔던안타깝고서러웠던시간들이남해의석양빛에녹아내리면서두사람의어깨를부드럽게감싸흐르고있었다.
-「라떼카르멘」에서

그런면에서「건들장마」의선영과‘그’의사랑은가장이상적인사랑이라고할수있다.이들은오래전결혼이라는제도적장애에도열정적사랑을한다.하지만불륜이라는현실적한계로헤어진다.나이가들어다시만난이들은이제육체적사랑은불가능하지만선영의딸별이도그들의사랑을이해하고존중해줄만큼아름다운사랑이된다.‘그’와선영의사랑은이제열정적사랑은불가능하지만선영이치매에걸려육체적사랑이완전히불가능한상태에서오히려이들의사랑은아름다운사랑이되는것이다.

“자받아.꼭보여주고싶었어.”
노인이손에들고온책을선영에게내민다.
“나이책수십번은더읽었던걸.”
선영의목소리가소녀처럼들떠있어서노인의눈에그렁그렁맺혔던뜨거운눈물이볼을타고주루륵흘러내린다.
“넌해낼줄알았어.이걸쓰느라고얼마나힘들었을까.”
“미안,그땐왜그리옹졸했던지.”
눈물과콧물에뒤범벅이된그의목소리를별이는무슨말인지알아들을수없었다.그의등을토닥이는선영의손가락이가늘게떨렸고여한이없다는듯편안해진표정은삼십삼년전이팝나무꽃잎이흩날리는두물머리에가있었다.무심했던세월을건너온해후를다독여주려는듯흐린가을하늘에서비가내린다.
-「건들장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