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란의 미녀 (박방희 유고시집)

누란의 미녀 (박방희 유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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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방희 시인의 10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이 유고시집과 또다른 유고시집 및 소설 등을 유작으로 남기고 2022년 12월 6일 향년 76세로 별세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진 핵심어는 '영(靈)' 또는 '영혼'이다. 시집은 1부 '12월의 장미', 2부 '줄', 3부 '창문 넘어 도망친 101세 노인', 4부 '聖 나무'로 구성되었다.
저자

박방희

1985년부터무크지『일꾼의땅』,『민의』,『실천문학』등에시를발표하며등단.시집『불빛하나』,『세상은잘도간다』,『정신은밝다』,『복사꽃과잠자다』,『나무다비』,『사람꽃』,『허공도짚을게있다』,『생활을위하여』,『무궁화꽃이피었습니다』,시조집『너무큰의자』,『붉은장미』,『시옷씨이야기』,현대시조100인선『꽃에집중하다』,외『참새의한자공부』,『우리속에울이있다』,『참좋은풍경』같은수만부씩팔린스테디셀러동시집이있다.방정환문학상,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한국아동문학상,(사)한국시조시인협회상(신인상),금복문화상(문학부문),유심작품상(시조부문)등수상.현재마천산자락에서전업작가로살고있다.

*박방희시인(1946-2022)은2022년12월6일향년76세로이세상을떠나하늘나라로돌아가셨습니다.이유고시집을독자여러분들에게바칩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12월의장미

비상구 12
12월의장미 13
동백꽃-絶命詩 14
꽃 15
깜장꽃 16
겨울꽃 17
까마귀 18
누란樓蘭의미녀 19
나무속의불 20
까마귀 21
목마른사랑 22
어떤줄 23
火口앞의줄 24
福券 25
밥줄 27

2부


방역중인국회 30
우한폐렴 31
줄 32
마스크 33
노아의方舟 34
휴가 35
비다 36
自然의시간 37
오늘확진자는0이었다 38
아침이있는삶 39
허무 40
화장火葬 41
죽음,또는죽었다는말 42
어느구두장이의죽음 43

3부
창문넘어도망친101세노인

저녁 46
시인문인수 47
나비만장輓章 49
연기煙氣 50
죽는일 51
멧비둘기 52
벽속의시인-고문인수시인을생각하며 53
벽壁 55
옷장속의넥타이 57
창문넘어도망친101세老人 58
建物 59
몽크바다표범 60
도도새 61
불로동에는천년된마을이있다 62
익룡발자국 63
빨간사과 64
나무그늘에나무한그루가다들어있다 65
배고픈버스 66

4부
聖나무

겨울나무 68
“눈이내렸지만따뜻했다.”/마릴린먼로 69
聖나무 70
벽안壁眼 72
2003년봄,벚꽃 73
시인 74
어떤설치미술가의전시회 75
산울림 76
노인 77
무거운오십대 78
꼬부랑할머니 79
물건-용도는있었지만쓰인적이없는… 80
손 81
수전증手顫症 82
소리도옷을입는다 83
할머니찾기 84
악수握手 85
세탁소 86
상화尙火 87

해설/영혼의창조성은죽음이후에도계속된다-박방희의시세계/권온 89

출판사 서평

박방희시집『누란의미녀』는그의10번째시집이며,이유고시집과또다른유고시집및소설등을유작으로남기고2022년12월6일향년76세로하늘나라로돌아가셨다.

참수된/붉은꽃들이/모가지채/뎅겅뎅겅떨어진다//송이송이/절창이다!
-「동백꽃-絶命詩」전문

이자연의법칙,이만물평등의법칙앞에서바라보면,모든동식물들은‘시한부생명체’이고,참수당한동백꽃의운명과도같다.탄생은빚을지는것이고,죽음은빚은갚는것이다.이세상에태어나꽃피우고열매를맺었으면그모든삶의차용물들을다반환하고빈손으로돌아가야하는것이다.모든생명체는물,불,공기,흙으로구성되어있고,이4대근본물질은우리인간들의사적인소유물질이될수가없는것이다.박방희시인의「동백꽃」처럼,“모가지채/뎅겅뎅겅떨어”지지않으면안된다.
이세상의임무가다끝났으면모두가다같이“송이송이/절창”으로죽어가지않으면안된다.

몸은죽어누천년땅속에묻혀있었으나이승과저승에籍을두고영혼은암흑속에서더욱형형하여그녀는여전히살아있었던것이다//보라,저모습이죽은사자의얼굴인가?입가에감도는미소며온화한표정/生과死의절체절명적인순간에도우아함을잃지않은저모습은죽음도감히침범못하는경계가있음을보여준다//지하의어둠속에서도시공을넘나들며/아득한과거와현세와미래를오가는누란의그녀가/지금내게다정하게말을걸어온다
-「누란樓蘭의미녀」부분

‘미라’는썩지않고건조되어원래상태에가까운모습으로남아있는인간이나동물의사체를가리킨다.박방희는1980년신장위구르자치구누란에서발견된유럽인종여성미라에주목한다.시인은누란의미녀로알려져있는이미라가“죽은것이아니었다.”라고생각한다.그는그녀가“여전히살아있”다고믿는다.박방희는누란의미녀의“입가에감도는미소며온화한표정”은“죽은사자의얼굴”이아님을확신한다.그는“절체절명의순간에도우아함을잃지않은저모습”에깊이감동한다.
이시는대조적인공간구도를보여준다.우리는‘몸’계열과‘영혼(靈)’계열로구분하여이해할수있다.‘몸’과‘이승’과‘生’이연결되고,‘영혼(靈)’과‘저승’과‘死’가연결된다.시인은누란의미녀가몸계열과영혼계열을아우르고있다고판단한다.그는이승과저승사이에그녀가위치한다고이해한다.박방희에의하면누란의미녀는生과死의경계에있다.또한이시에는“과거와현세와미래”등시간또는세월의흐름이내재한다.시인은누란의미녀가“시공을넘나들며”,“지금내게다정하게말을걸어온다”라고이야기한다.그녀는“靈의세계”에위치하는“영혼”의소유자이다.우리는죽음을단순한죽음으로서수용하는게아니라삶과긴밀하게결속된죽음으로서해석하는박방희의시를‘영(靈)의시’또는‘영혼의시’로일컫고싶다.

오늘문득보니빈손이다/비어서환한손/쓸쓸한듯한그환한손에/고요가와서숨쉬고/비로소한생이빈손안에서오롯하다//내안에서움터세상을향해뻗은손/이제갑년으로돌아와펼쳐보는손/고사리같은새순이갈퀴가되고/산지사방퍼지는그물손이되었네//쥘수록더허전했던손/끝내그림자만잡고있던손/움켜잡은것없어놓아버리니/비로소온전히가득한손//빈손이받아안는푸른허공/빈손에나비같이내려앉는우주/비어서받을수있고받칠수있는/고요함으로/충만한손
-「손」전문

만약인간에게손이없다면?생각만해도아찔하다.인간에게손은매우긴요하다.손이있기에물건을들수있고,밥을먹을수있으며,글을쓸수있다.사람들은자신의손에많은것을담기를원한다.사람들은자신의손이많은것을쥐기를원한다.손은인간의요구나욕망을실현하는도구로써의기능을담당한다.우리는삶을살아가는동안“세상을향해”,‘손’을뻗는다.인간은늘내뻗은손을활용하여무언가를움켜잡기를원한다.
박방희는“이제갑년으로돌아와”,손을“펼쳐”본다.“고사리같은새순”을닮았던유년의손은시간의흐름속에서“갈퀴”가되고또“그물손”이되어서확장되었을것이다.시인이일생을되돌아보는노년의시기에손을바라보니“빈손”이었다.‘빈손’은“환한손”이고“고요가와서숨쉬”는손이며“한생이”,“오롯”한손이다.그는“움켜잡은것없이놓아버리니비로소온전히가득한손”임을깨닫는다.박방희에의하면빈손은“푸른허공”이나“우주”와연결되는“고요함으로충만한손”이다.요컨대텅빔으로써가득찬다는역설의논리를보여주는개성적인은유이자상징이바로빈손이다.
박방희의유고시집「누란의미녀」를점검하였다.11편의시를중심으로파악한이번시집에서가장두드러진핵심어는‘영(靈)’또는‘영혼’이다.디팩초프라(DeepakChopra)에의하면“삶을매혹적으로유지하는것은영혼의끊임없는창조성이다.(Whatkeepslifefascinatingistheconstantcreativityofthesoul.)”시인이‘영’또는‘영혼’을노래한이유는삶의마감을예감하고있었기때문인지도모른다.그는자신의‘몸’또는‘육체’의소멸이후에도사랑하는사람들곁에있기를원했을테다.디팩초프라는삶을매혹적으로유지하기위한요건으로서영혼의창조성을생각했지만,필자는이렇게수정하고싶다.영혼의창조성은삶은물론이고죽음이후의상황에도꼭필요하다.인간의죽음이후에도창조성을지닌영혼이지속될수있다면얼마나멋진일이될것인가.영혼의창조성이언제까지나시인에게도또우리들모두에게머무르기를바라는마음간절하다.박방희가쏘아올린영혼을위한노래들이앞으로도오랫동안많은사람들의마음에남아있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