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의 아포리즘 - 지혜사랑 시인선 268

그와 나의 아포리즘 - 지혜사랑 시인선 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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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혜사랑 시인선 268권. 백승자 시집. 백승자는 단순한 시인이 아니다. 그녀는 가수歌手에 가까운 시인이다. 백승자의 시는 때때로 노래가 되고 음악이 된다. 백승자의 첫 번째 시집 『그와 나의 아포리즘』에 수록된 다른 많은 시들이 그러하듯이, 이 시가 보여주는 음악성은 대단하다. 그녀는 말을 능수능란하게 잘 다룬다. 시인은 말과의 놀이를 기꺼이 즐긴다. 언어유희로서의 시는 노래를 닮았다. 동일한 표현을 적당한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백승자는 자신의 시를 음악의 상태로 고양한다.
저자

백승자

백승자시인은충남논산에서출생했고,2016년『애지』로등단했으며,서산여성문학회원,충남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백승자는단순한시인이아니다.그녀는가수歌手에가까운시인이다.백승자의시는때때로노래가되고음악이된다.백승자의첫번째시집『그와나의아포리즘』에수록된다른많은시들이그러하듯이,이시가보여주는음악성은대단하다.그녀는말을능수능란하게잘다룬다.시인은말과의놀이를기꺼이즐긴다.언어유희로서의시는노래를닮았다.동일한표현을적당한위치에배치함으로써백승자는자신의시를음악의상태로고양한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가면의변辯12
뼈에구멍이나고서야14
해질녘소나무15
뼈없는닭발16
호두17
동굴안에들면18
5월에20
저무는강21
단풍23
숨은그림숨기기25
거울을보다가26
양파27
소주석잔에28
애드벌룬29
외날개새31
성당에서33
반란을꿈꾸다34
갈무리36

2부


방의사선死線38
위험한관계40
물,그림자42
가시없는선인장43
늦은고백44
갈대45
경계에서서47
어항속붕어49
가으내풍경51
파랑사과의빨강52
무지개산54
수數,덫56
잉여인간57
가출58
삐에로,웃음변주곡59
대치동에는60
이십대의비망록61
하얀원피스62
11월장미64

3부


그와나의아포리즘66
뼈가사라지는숲68
시소의오후에는70
어머니의부적72
담쟁이넝쿨73
인연74
숲&늪―글쎄75
숲&늪―당신과나는77
숲&늪―그럼에도불구하고78
숲&늪―끝나지않는전쟁80
숲&늪―어미의기도82
비구니스님과도라지꽃84
새에게나무는85
외눈박이의바깥86
기다린다는것은88
뻐꾸기둥지위로날아간새89
개망초탄원서91
새알,두드림93

4부


아비의죽비96
잉카너머숲을짓다98
물의반란100
어머니,물이라하는102
간월암104
봄날에105
바람의사계106
아바나비탈에게―『채식주의자』107
약은셈법109
부메랑110
송이야111
레핀의봄은113
사이판아리랑115
보이지않는손116
턱하니드러누운대릉大陵의주인들에게118
게르니카120
폐가廢家122

해설/흔들림,기다림,말랑말랑함―백승자의시세계/권온123

출판사 서평

그녀는한번도고지告知받지못한번호들에묶여있다

애초에선택권을박탈당한피사체
지문번호를고르는건
앵글에서의소멸을자초하는일
태어나자마자거미줄같은숫자에갇혀
반항을모르는포로가되었다
삶의스텝마다도사리고있는늪의더듬이들
1등이아니면안된다는
1로태어나2로살면안된다는
99보다는100이어야한다는

수는언제나객관적흐름이었다

끝없이숫자를복사해내는시간은
뫼비우스띠를그녀의발목에채우고
한사코채찍질을하고있다

봄에서서
가을문고리를붙잡고있는그녀

마지막번호는꿈꿀수있을까
―?수數,덫」전문

인간은사유하는,또는계산하는동물인만큼,백승자시인의말대로,우리인간들은숫자에묶여있다고할수가있다.숫자는지문이고덫이고,숫자는암흑(늪)이고운명이다.누구나다같이숫자에묶여있는것이고,이숫자의운명에서“지문번호를고르는건/앵글에서의소멸을자초하는일”일뿐이라고할수가있다.애초부터자유와선택권을박탈당한피사체에지나지않았고,“태어나자마자거미줄같은숫자에갇혀/반항을모르는포로가되었”던것이다.“1등이아니면안된다는”일등주의의늪,“1로태어나2로살면안된다는”고정관념과편견의늪,“99보다는100이어야한다는”만점주의의늪,뉴턴과아인시타인과도같은천재가되어야한다는천재교육의늪,지구촌을벗어나빛보다더빠른속도로우주를정복해야한다는탐욕의늪등----.10진법,2진법,빅데이터에의한인공지능의판단과계산법은늘,항상객관적이고정확했지만,그러나“끝없이숫자를복사해내는시간은/뫼비우스띠를그녀의발목에채우고/한사코채찍질을”해대고있는고문과도같았던것이다.

뫼비우스띠----.안과밖이구분이안되고,출구와입구가구분이안되는뫼비우스띠,선인지악인지구분이안되고,잘사는것인지못사는것인지구분이안되는뫼비우스띠----.백승자시인의?수數,덫」은뫼비우스띠이고,암흑속의늪이며,또한,그녀의?수數,덫」은무한경쟁의삶이자엉망진창의신호탄이라고할수가있다.

숫자란미래의희망이며행복을가져다가주는복음과도같았지만,그러나우리인간들은태어나자마자거미줄같은숫자에갇혀반항을모르는포로가되었던것이다.‘스페이스X’를타고가든,‘블루오리진’을타고가든,큰곰자리이든,백조자리이든,그어느은하계의무릉도원이든지간에,우리인간들은숫자라는덫에빠져헤어나올수가없다는것이백승자시인의전언인것이다.잘계산하는것은불행에불행을더하는것이고,불행에불행을더하는것은숫자에중독되는것이다.일등,만점,뉴턴,아인시타인,억만장자등도중독성의독약에해당되고,국민소득,상류사회,선진국민,세계챔피언등도중독성의독약에해당된다.

숫자는늪이고마약(독약)이고,이숫자놀음은백승자시인의?수數,덫」처럼,역사의종말이자인간멸종의신호탄이라고할수가있다.백승자시인의?수數,덫」은대단히지적이고뛰어난시이며,인문학적차원에서‘수數’가‘덫’이라는것을고발하고있는시라고할수가있다.아는것은병이고,계산하는것은숫자의덫에빠져드는것이다.

그때그자리에있겠다는것//그대가기억하는모습으로/늘사랑할준비를한다는것//달아오르던열망을삭여/아프지않고때로는무덤덤하게/그대를안아낼수있다는것//그대가나를잊은의자에앉더라도/해드는창가를내어주며/부르면들릴만한거리에서있겠다는것//그대는매일나를비킨곳만바라보네//마음이무너진날에도/또그다음날에도/진실로기다린다는것은/11월감처럼말갛게익어/12월의그대를파랗게품어내는것
―?기다린다는것은?전문

백승자는단순한시인이아니다.그녀는가수(歌手)에가까운시인이다.백승자의시는때때로노래가되고음악이된다.이번시집에수록된다른많은시들이그러하듯이,이시가보여주는음악성은대단하다.시인은작품의제목인“기다린다는것은”을비롯하여1연,2연2행,3연3행,4연3행,6연3행,6연5행등에서공통적으로‘~것’을활용한다.‘~것’을7회반복함으로써,이시는시적화자‘나’의“그대”를향한‘기다림’을극대화한다.‘그대’를향한‘나’의감정은한때의“달아오르던열망”을넘어선다.‘그대’가‘나’를외면하거나잊는다고해도,‘그대’를향한‘나’의마음은“무덤덤하게”,“부르면들릴만한거리에서있”을것이기때문이다.“말갛게익”은“11월감”을닮은‘나’의마음은“사랑”으로서충만하다.백승자의제안처럼“기다린다는것”은“늘사랑할준비를한다는것”이다.‘기다림’은곧‘사랑’이다.

천만다행히도/서라벌에네로의콜로세움은없었네/올무에사람옭아놓고/핏덩어리물고춤추는사자들을향해/축배들고환호성지르는열병앓는말벌들은없어서/안압지야경에몰려드는불나방무리에는/기꺼이끼어도좋겠네//그정도쯤이야/애교어린이화원한귀퉁이/포석정보름달끌어안고/빙빙술흐른다시지어라/어무산신무御舞山神舞어무산신무御舞山神舞위아래없이엉겼다해도/는실난실흥청거린폼페이우스에비하면//진실로그쯤이야/벼한모숨심을땅대기에기대어/사철을견디는목숨들옥토위/턱하니드러누운대릉의주인들에게/엎드려입맞추는것쯤은무방하겠네//서라벌에/콜로세움이없었다는이유만으로도/폼페이우스가없었다는이유만으로도
―?턱하니드러누운대릉大陵의주인들에게?전문

독자들은아마도‘구체적(具體的)’또는‘구체성(具體性)’이라는어휘를접한적이있을테다.어떤사물이나대상이일정한형태와성질을갖춤으로써주체가경험하거나지각할수있도록한다면,그사물이나대상은구체성을확보하고있다고판단할수있다.백승자의이작품은대단히구체적인시이다.“대릉大陵”,“서라벌”,“네로”,“콜로세움”,“안압지”,“이화원”,“폼페이우스”등의어휘를보면그녀가추구하는스케일의넓이와깊이를짐작할수있다.동서고금(東西古今)의빛나는장소와유명한인물을넘나들면서시인이최종적으로주목하는장소와인물은‘서라벌’이고‘대릉’이며“턱하니드러누운대릉大陵의주인들”이다.백승자가여기에서제공하는문기(文氣)는활달하고호방하다.2연5행의“기꺼이끼어도좋겠네”와4연5행의“엎드려입맞추는것쯤은무방하겠네”그리고5연의“서라벌에/콜로세움이없었다는이유만으로도/폼페이우스가없었다는이유만으로도”등의진술은이를입증하는사례들이다.이제한국시단도작품의제목에“턱하니드러누운”과같은감각적인표현을자연스럽게배치하는개성적인시인을얻게되었다.

백승자의첫시집을점검하였다.그녀는말을능수능란하게잘다룬다.시인은말과의놀이를기꺼이즐긴다.언어유희로서의시는노래를닮았다.동일한표현을적당한위치에배치함으로써백승자는자신의시를음악의상태로고양한다.그녀는?애드벌룬?과?갈대?등의시편에서흔들리는존재로서의인간을오롯이형상화하면서사색적이고철학적인시세계를전개한다.

시인은또한시?기다린다는것은?에서기다림을노래한바있다.파울로코엘료(PauloCoelho)에의하면“인생은언제나행동할수있는적절한순간을기다리는문제였다.(Lifewasalwaysamatterofwaitingfortherightmomenttoact.)”인간의삶은늘기다림의연속이다.우리는적절한때를기다리다가과감하게행동해야한다.사람들이생각하는기다림의대상은각각다를테지만,우리에게는자신에게주어진“흔들리는목숨”을받아들이는자세가필요하다.그리하여백승자의제안을존중하는독자들은유연한사고와상상력으로“끊어지지않는유목민”이되고“말랑말랑한/사람으로되살아나”야한다.유목민또는말랑말랑한사람이되어서새롭게걸어갈때,비로소진정한인간의길이시작될것이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