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기억의 수레를 끌고 - 지혜사랑 시인선 269

시간은 기억의 수레를 끌고 - 지혜사랑 시인선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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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배기환

경남하동에서출생했고,1997년월간『詩文學』으로등단했으며,『시와사상』편집동인으로활동한바가있다.한국문인협협회,부산문인협회,부산불교문인협회,오륙도문학회,한다사문학회,부산시문학시인회,서정의공간회원이며,부산민예총초대감사,부산불교문인협회사무국장,부산문인협회시분과위원장,사무처장,감사,상임이사와(사)부산국제문화예술원감사,부산국제문학제사무처장,계간『한국동서문학』편집위원,부산시문학시인회회장등을역임하였다
2002년제1시집『전생을굽다1』(동남기획),2003년제2시집『전생을굽다2』(작가마을),2007년제3시집『바람의화석』(시와사상),2012년제4시집『견고한생각』(세종),2016년제5시집『젊음의징비록』(현대시세계사),2010년한국해양문학상수상집『불멸의바다詩篇』과2019년한국해양문학상수상시집『윤슬의푸른수평선』을발간하고,실상문학상,부산문학상대상,여수해양문학상대상,을숙도문학상본상,해양문학상최우수상,한국해양문학상최우수상및대상,부산일보해양문학상등을수상하였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도시의매너리즘12
산속에심어둔무지개13
시간은기억의수레를끌고14
목마른시간15
벽속으로들어간풍문들16
백미러속에채집된도시18
고공의도시19
폭우와고양이20
아스팔트를뜯어먹고사는
저은행나무의혈액형은무엇일까22
자작나무숲23
한편의시를쓴다24
지하도풍경25
구부정한세상26
비틀거리는골목28

2부

하늘공원30
잡목들의항변31
가시돋친말32
땅파서폰파는집33
청사포34
짝퉁전성시대35
영축산가는길36
산사의저녁37
봄볕내리는계곡38
짜깁기39
딸아들구별말고40
서라벌의숨결41
청마의발자국을찾아42
윤슬의푸른수평선43
황천荒天에는안전벨트가없다45

3부

그여자48
을숙도풍경149
을숙도풍경250
을숙도풍경351
격세지감52
몰운대등대54
이어폰55
海,노을56
숨비소리57
부유하는빛58
聖,접대59
빙평선氷平線60
검의독백61
홍매향기62
가을산사63

4부

적멸보궁66
지구의魂67
장미68
가난을세일합니다.69
모비딕70
하이패스71
투병72
서황리이장님73
국화74
海,어머니75
봄을기다리며76
용호日記1-二妓臺77
용호日記2-이기대동백78
용호日記3-장자산에서79

부산을테마로한詩오륙도외4편80

해설/우주창시자의길
―배기환의『시간은기억의수레를끌고』의시세계/반경환85

출판사 서평

시간은서서히기억의수레를끌고가파른언덕길을오른다/과속방지턱을겨우넘어선내우주선솔롱고스호는지금광대무변한블랙홀의난간이열리기를기대하며시동을걸지만시야가그렇게밝지못하다/소란스럽던바람이우주의문을활짝연다/우주속에펼쳐진사막에서낙타가/지평선을물고달려온다/이래도괜찮은것일까?/아무래도세상일들이석연치가않다/영혼과영혼끼리친숙하게교미하여/수정된광입자가은밀하게숨어서/지평선을바라본다/가장튼튼하고건강한지구와가장아름다운별들을사주하여또다른우주하나를만들지도모르겠다/어쩌면그우주때문에거대한지진과쓰나미를동반한천지개벽이도래해올지도모르면서,
─「시간은기억의수례를끌고」전문

천지창조자,또는최초의우주창시자는배기환시인의「시간은기억의수레를끌고」에서처럼“거대한지진과쓰나미를동반한천지개벽”을창출해내지않으면안된다.“시간은서서히기억의수레를끌고가파른언덕길을오른다”는것은역사와전통을중요시한다는것이고,“과속방지턱을겨우넘어선내우주선솔롱고스호는지금광대무변한블랙홀의난간이열리기를기대하며시동을걸지만시야가그렇게밝지못하다”는것은그우주창시자의앞에는매우어렵고힘든고통의가시밭길이준비되어있다는것을뜻한다.과거의역사와전통을중요시하며머나먼미래의앞날을향해전진하는자는천하무적의용기로무장하지않으면안되고,그무엇보다도한없이나약하고두려움에벌벌벌,떨고있는자기자신부터베어버리지않으면안된다.

배기환시인의표제시인「시간은기억의수레를끌고」는새로운우주를창출해내는시이며,이도전적이고야심만만한과제를영혼과영혼을교미시키고,수많은광립자와광립자들을결합시켜수행하고있는시라고할수가있다.“가장튼튼하고건강한지구와가장아름다운별들을사주하여또다른우주하나를만들지도모르겠다”라는시구가그것이아니라면무엇이란말인가?배기환시인은더없이호탕하고천하무적의용기를지녔으며,“거대한지진과쓰나미를동반한천지개벽”으로새로운우주를창출해내고있는것이다.

어찌된일인지갑자기귀가먹먹하다/약간의통증과함께말이잘들리지않는다”,“이비인후과에갔더니의사는내시경으로귀속을이리저리살피더니별것아니라며지금양쪽귓속에가시돋친말들이꽉차있단다”,“가-시-돋-친-말//그놈들이달팽이관을콕콕찔러대서/귀가먹먹해지고말이잘들리지않는단다”,“언어에매달려있는뾰족하고날카로운가시들,나는그길로돌아와양쪽귀에수북이쌓여있는그가시들을면봉으로후벼파내었다.
─「가시돋친말」전문

배기환시인의「가시돋친말」은언어의사제답게최고급의풍자와해학의진수이며,현대사회의세태풍조를가장날카롭고예리하게비판하고있는시라고할수가있다.“한때민주주의를발가벗겨거꾸로매달아놓고물고문을”가하던「잡목들의항변」,“국제질병분류표에도색인되지않는다는/지독한역질과미스터트롯에/지금세상은몹시시달리는중”이라는「벽속으로들어간풍문들」,“콘크리트괴물들이/서로얼굴을마주보며깔깔깔웃고”있는「고공의도시」,“복개천속으로은밀하게쌓여가는비위와적폐”(「아스팔트를뜯어먹고사는저은행나무의혈액형은무엇일까」),“장기매매,라는스티커가붙어있는소변기앞”(「지하도풍경」),“자식이부모에게덤벼들고제자가스승을해害하고누군가의뒤통수”를치는「구부정한세상」등은배기환시인이듣고있는‘가시돋친말’의진원지이며,다른한편,그반대방향에서그가그의‘풍자와해학’을통해서그들에게또다른방법으로되돌려주는‘가시돋친말’이라고할수가있다.말은칼이면서도흉기이고,말은약이면서도독약이다.

배기환시인의「가시돋친말」은아픈말이며,타인의마음과몸에상처를입히는말이지만,그러나이가시돋친말은그가그의‘풍자와해학’----반어,기지,유머,험담,부정,비판등----으로아주유효적절하게매우잘사용하고있는말이기도한것이다.사랑스러운말의이면에는혐오의말이있고,혐오스러운말의이면에는사랑스러운말이있다.듣기좋은말의이면에는가시돋친말이있고,가시돋친말의이면에는듣기좋은말이있다.이익과손해,사랑과혐오,듣기좋은말과가시돋친말은이세상의삶의밧줄에묶여져있으며,이줄타기를거부하면우리인간들의삶이없게된다.비록,듣기싫은말,가시돋친말들이“달팽이관을콕콕찔러대고귀가먹먹해지고말이잘들리지않는”다고해서,그가시돋친말들을발본색원할수있는것도아니다.소위혁명을완성하고도혁명의과업은좀처럼이루어지지않듯이,또는독재자와싸우면서독재자와똑같이닮아가듯이,오히려,거꾸로배기환시인이그「가시돋친말」을가장잘사용하는‘풍자와해학의대가’가되어있는것이다.

만일,그렇다면배기환시인의「가시돋친말」을어떻게해야한단말인가?그것은더없이따뜻하고부드러운말과함께,그말들을사용하며,그조화를이룩해내지않으면안된다.칭찬을들으면칭찬으로돌려주고,험담을들으면험담으로돌려주고,아니,때로는칭찬을험담으로배신도하고,험담을칭찬으로더욱더크고폭넓게감싸주기도하면서----.요컨대배기환시인의「가시돋친말」의그해학과풍자,그방법적인부정정신과그비판철학을더욱더깊이있고심오하게발전시켜나가는것이우리시인들의사명과의무이기도할것이다.

하얀눈을걷으니그속에숨겨진/장미의알몸에선붉은향기가흐르고/목련의알몸에선흰숨결이흐른다./그래장미야,그리고목련아/겨우내칼날같은그추위견디며/얼마나마음시려했느냐?//살갗이찢어지는세찬폭풍우에아픔을겪고서야비로소움트기시작하는저꽃망울들,그렇다장미꽃한송이한송이는아름다운아픔한송이나마찬가지다./그동안소식이두절되었던그에게빨간향기그윽한아픔한송이를전하기로하였다.//잠시침묵을뛰어넘고꽃대속에서/은은하게귀에익은소리가들려온다/그소리는분명티베트의어느사찰에선가/은은하게들려왔던싱잉볼소리같다./나는읽던성경을덮고그음악에취해/또그에게시한편을쓴다.
─「한편의시를쓴다」전문

시는행복한삶의한양식이자낙천주의를양식화시킨것이다.배기환시인의「한편의시를쓴다」는그의현실주의의소산이자예술지상주의자의소산이며,궁극적으로는그의행복론,즉,낙천주의를양식화시킨것이다.“하얀눈을걷으니그속에숨겨진/장미의알몸에선붉은향기가흐르고/목련의알몸에선흰숨결이흐른다”는것은장미와목련이고통의가시밭길을걷고있다는것을뜻하고,“그래장미야,그리고목련아/겨우내칼날같은그추위견디며/얼마나마음시려했느냐?”는측은지심을넘어선더없이따뜻하고부드러운사랑의말을뜻한다.“살갗이찢어지는세찬폭풍우”앞에서도꽃을피우는것이고,시는고통을미화하고성화시키는것이다.“장미꽃한송이한송이도아름다운아픔한송이나마찬가지”이고,“목련꽃한송이한송이도아름다운아픔한송이나마찬가지”이다.시는사상의꽃이고사상은시의열매이다.시는사상의꽃이고경전이며,이경전속에는“잠시침묵을뛰어넘고꽃대속에서/은은하게귀에익은소리가들려온다/그소리는분명티베트의어느사찰에선가/은은하게들려왔던싱잉볼소리같다”라는시구에서처럼,모든사람들을구원해줄수있는말씀들이살고있다고해도지나친말이아니다.

배기환시인의『한편의시를쓴다』는그가그의우주선인‘솔롱고스호’를타고가창출해낸새로운우주라고할수가있다.즉,그의우주에는‘가시돋친말’의반대편에서,이세상의삶을찬양하고옹호하는시들이너무나도많다고할수가있다.“천관사지와고운孤雲이기거했다는상서장거쳐헌강왕릉에이르니은은하게처용가가울려퍼지고개운포로가는길일러준다/도솔천먼길향해끈을졸라매던내등산화잠시마애불앞에무릎꿇고앉자명상에든다”의「서라벌의숨결」도있고,“긴강을끌고온청둥오리와도요새들의유영/그렇다,강물에붉은노을이출렁이는/낙동강하구의가을풍경은/샤갈이그려놓은한폭의풍경화다”라는「을숙도풍경1」도있다.“거센파도의허리춤을꽉붙들고있는방파제위에포세이돈신전처럼우두커니서서몰운대를응시하고있는빨간등대에묻는다/지난밤얼마나많은불씨를파도속에은밀히숨겨두었느냐?”라는「몰운대등대」도있고,“저새벽바다의봉인을제일먼저뜯는것은시베리아빙산에서달려온된바람도아니고바다의막장까지긁는트롤선엔진소리도아니며”라는제주해녀의「숨비소리」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