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영에게‘어떤’은분리수거를하다겪게되는“버려진것들의일부는땅에묻히고/일부는또버려지기위해/다시돌아오는수거함같은장례식장”(어떤장례식장)으로“버려지는것들”에대한애도도없이문상을하는현실의공간에서의‘어떤’곳이자“바람이성호를그으며지나가는”의식으로“시간의흔적이뒤섞여있는몰골들”에서자아를확인하는‘어떤’곳이기도하다.또‘어떤’은“생각뭉치때문”(어떤처방전)에아픈“중심을잡아주는”‘어떤’이되기도한다.그리하여“화살이무디다거나비아냥거려도/시위를늘중심에두고있다”(오랜말).그에게‘어떤’은일상생활에서부딪히는사소한행위에서비롯되고있지만그는그것을놓치지않고시의영역으로끌어들여결국‘어떤’의시가되도록잘획득해낸다.
정미영에게시론은이론으로만존재하는내용이고시작품에서의시론은정미영자신이크나큰시론이된다.그에게시는정미영너머의있는시로서정미영을관통하여표적지에꽂힌화살과다름없는그이상의것이다.그에게‘어떤’은형식상이나내용상모두를차치하더라도시로서‘어떤’을아우르는어떤연결고리를가지고있다고할때,정미영의시는‘어떤’의의미나강조만으로이미대상들을충분히따뜻하게보듬고자아나타자를떳떳하게드러내놓았다.물론여기에는그가받은상처나고통,그리고빛바랜기억들이뒤섞여혼재하고있지만정미영은여타의유파나흐름에흔들리지않고꾸준히자신만의시세계를구축하여왔다.아치볼드매클리시의시학에나오는것처럼그도나름대로의“감촉할수있고묵묵해야”하는‘어떤’시에대해고민하고연구하며부단히시를써왔다.그리고앞으로도계속그의시가그러하리라고여겨진다.
정미영에게‘어떤’대상들은“잊혀진다는것은/혼자조용히그리움을삭히는것”(공중전화)으로나타나다,“주인을기다리던반려견의눈빛”(가을비)에서“칸나로붉게떨어”지는뜨거운흐느낌을뚝뚝흘리는가을비같은것으로,“살다보면뒤쪽이더진실일때가있다”(사과)고스스럼없이말하는사람들이다.그러면서나이를먹고쌓여가는세월에서화석이되는것을“한소절씩앓는소리를내며/덤덤히돌아가는선풍기같다”(오래된다는것)는사실적인표현에서도“살아간다는것은소소해서/꽃이바람에흔들리는것이거나/내가향기에흔들리는것이다”(감국을따던날)라고자아를받아들이며따뜻하게감싸안는다.심지어“열섬에갇힌도시의사람들”(열대야)마저“움켜쥐지못한때의얼룩이그림자처럼/오랫동안마음한켠에갇혀”(때를놓치다)있는현대인의녹록하지못한생활에서“그늘진틈사이로난햇살위를길삼아/겨울을건너”(춘분)“봄도조금씩꽃피며따뜻해지는날이”올것이라는‘어떤’에대한예시와희망으로대상들을위로하며보듬고있다.
전철에는달팽이가앉아있어요/모두가같은모양의수신기를차고/외계로부터전파를받아/스마트속으로스마트하게접속해요/두리번거리며총을쏘고있는/젊은눈과마주쳤어요/눈길을돌려/같은종족이라는표시로/깊숙이넣어둔무전기를꺼내/만지작거립니다//내가지구밖으로떨어져나와/이전철안에있는걸까요/낯선것들이펼쳐져있어서/정복당한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어색한표정으로순간이동이/빨리되기를기다리고있어요/어디가종착지일까요/첫사람/첫눈빛이그리워져서/휴대폰을눌러/따뜻한고향으로전화를하고싶은/여기는어디일까요
―달팽이전철전문
달팽이전철은달팽이처럼더디게사유하는현대인들의행동과모습을특징적으로잘잡아희화적으로그려낸작품이다.마치한폭의그림을보는듯시의묘사나내용이전철을타고오고가는현대인들이스마트폰이라는문명의이기에그야말로스마트한각자의생활방식을새로만들어적응하며생존하여왔다.눈을뜨면스마트폰을찾게되었고잠자기전에도확인을하지않고는불안해서잠을잘수없을정도로현대인들은그만큼중독되어있다하여도과한말이아닐것이다.얼마나중독이심하면밥을먹으면서도보고,길을걷다가넘어지고,신호등앞에서신호를놓친다.하물며전철안은오죽하겠는가.비슷한사람들의비슷한모습,“외계로부터전파를받아/스마트속으로스마트하게접속”을하고“같은종족이라는표시로/깊숙이넣어둔무전기를꺼내”동족임을증명한다.정미영이바라본전철안의기괴한풍경은“낯선것들이펼쳐져있어서/정복당한것인지도”,아니면“지구밖으로떨어져나와”있는것인지도모를정도로헷갈리는“어색한표정으로순간이동이/빨리되기를기다리”는달팽이전철안은“첫사람/첫눈빛이그리워져서/휴대폰을눌러/따뜻한고향으로전화를하고싶은”그런곳인데,현실은달팽이처럼우글거리며모두한곳을응시하고있는“같은종족의표시”로앉아있다.이런진지한관찰을하는화자에정미영은어떤방어기제나폭력적인시어를전혀선택하지않고“낯선것들이펼쳐져있어서/정복당한것인지도모르겠습니다”라고정중한인정과순간이동에대한따뜻한말로스스로위안을얻으려하고있다.
은행나무사거리에는/아무도찾지않는/유리로된집이있다//한때사랑에애타던사람들이/문앞에서서성이던곳/그집에들렀던사람이라면/눈물한쪽분량쯤되는기억을/넘기고있을텐데/딸깍이던소리에조바심내면서/수화기너머로주고받던무수한사연은/푸른은행나무길을휘돌아나간바람처럼/여러번새잎이돋아도/돌아오지않는다//잊혀진다는것은/혼자조용히그리움을삭히는것/빗장을닫아걸고/덧없이시간을보내는것일까//은행나무사거리빵집앞에는/아직도유리로만든집이있다
―공중전화전문
이시는앞의달팽이전철과는다르게정미영만의시풍이나문체가잘드러난시가아닌가싶다.서사나서정이무난하고억지스러운데가없고앞뒤구절이잘맞아이해도쉽게되지만받아들이는서정의진폭도증가하고있음을알수있다.“공중전화”를“유리로된집”이나“한때사랑에애타던사람들이/문앞에서서성이던곳”이라는일반적인표현에서“딸깍이던소리에조바심을내면서/수화기너머로주고받던무수한사연은/푸른은행나무길을휘돌아나간바람처럼/여러번새잎이돋아도/돌아오지않는다”로청각효과를내며이미지의상승효과를등가시켜나타낸다.그러면서“잊혀진다는것은/혼자조용히그리움을삭히는것”으로파악하여“딸각이던소리에조바심을내면서”의부분과병치를이루면서“유리로된집”에대한특성과여러풍경들을‘어떤’에반추시키는인물이나사건이있었음을잘지적해낸다.정미영에게공중전화는“잊혀진다는것은/혼자조용히그리움을삭히는것”으로화자의기억속에자리하고있는“은행나무사거리빵집앞”에있는“유리로만든집”을떠올리며혼자“조바심내면서”지난시간의공중전화를통해다시대화를하고싶은자성의시간이응축된화자의안타까운심정이수채화같이맑게잘드러낸작품이다.정미영에게“공중전화”는한때의사랑이나그리움을삭히며지난시간을돌이켜보는‘어떤’곳에서서정의대상이되면서또한‘어떤’의동기가될만한시학이항상존재하고있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