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우산을 든 남자 (김평엽 시집)

박쥐우산을 든 남자 (김평엽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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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김평엽 시인은 2003년 『애지』로 등단했고, 시집으로는 『미루나무 꼭대기에 조각구름 걸려있네』, 『노을 속에 집을 짓다』 등이 있고, 임화문학상(2007년)과 교원문학상(2009년)을 수상했다. 『박쥐우산을 든 남자』는 김평엽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며, 그는 의식과 무의식의 영역을 넘나들며, 우울증을 앓는 동시대인의 내면의식과 그 눈물겨운 몸부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내겐 두 개의 방이 있다/ 시간과 공간이 각각 다른/ 두 명의 내가 머물거나 갇혀있다/ 새벽이 잠들면 다른 방에선 노을이 깨어났다/ 한쪽이 여름이면 한쪽은 겨울이었고/ 하꼬방에서 잃어버린 수첩을 찾고 있으면/ 건너편에선 칸나꽃 피고/ 그 기억의 경계에서 수백 마리의 나비가 날았다/ 어머니가 중국산 수의를 입는 동안/ 발길이 멈춰 시간도 끊겼다/ 진료기록 속 봉숭아로 물든 방은 폐쇄되었다/ 갈 곳을 잃었다 고스란히,/ 어쩌다 난 녹슨 십자가의 못이 되었을까/ 쿵쿵 하늘에 박았던 못/ 후둑후둑 떨어져 땅에 꽂힌다,/ 음울한 삼십 년 결국 나는 나를 기소하기로 했다
- 「구름을 가둔 방」 전문
저자

김평엽

김평엽시인은2003년『애지』로등단했고,시집으로는『미루나무꼭대기에조각구름걸려있네』,『노을속에집을짓다』등이있고,임화문학상(2007년)과교원문학상(2009년)을수상했다.
『박쥐우산을든남자』는김평엽시인의세번째시집이며,그는의식과무의식의영역을넘나들며,우울증을앓는동시대인의내면의식과그눈물겨운몸부림을보여주고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박쥐,우산을펴다

TombeLaNeige 12
녹슨장미와십자가 13
벤조디아제핀 14
내일은오락가락비가올것이다 15
오래된섬 17
하늘로흐르는강 18
얼라이언먼트 19
꽃,눈을감다 20
나를처방하다 21
태양의지문 22
아마도밤이었을거야 23
콘트라베이스솔로 24
여백으로옮겨간시간의커서를
제자리로옮길수있을까 25
낡은슬리퍼와잡지 26
진료대기실 27
판화속어머니 28
안개구역사람들 29
여우는울지않는다 30
역류성식도염 31
구름을가둔방 32
너도젖었니? 33
죽은황녀를위한소네트 34
어둠의테두리는빛이다 35
새벽비여인숙 36
창살로된실로폰 37



2부박쥐,우산을쓰다

엘칸토 40
Historiadeunamor 41
Oblivion 42
AmoreMio 44
꿈꾸는아코디언 45
얼마나많은까마귀가내안에 46
낙타표문화연필 47
회색뼈 48
카페아빠시오나또 49
하느님의눈물샘 50
촉촉새벽 51
구름화살꽃 52
불화 53
그림자를담은자루 54
오드뚜왈렛 55
오래된문 56
대합실 57
빈집의시간 58
낡은칠을벗기다 59
파피루스감옥 60
강박 61
이상한저녁 62
기억을수선하다 64
정물화읽는법 65
크림도넛 66



3부박쥐,우산을접다

코코넛크랩 68
오래된처방전 69
캐리비안블루스 70
코발트블루 71
재즈를듣는시간 72
갈림길 73
죽은자의시간 74
오메가시계 75
시간의방지턱을넘다 76
고양이를찾기위한변명 77
이제우리어떡해 78
춥다 79
촉촉한게아픔일까 80
악어를굽는시간 81
빨간풍차X-202 82
지금이몇시야 83
환등기를켜다 84
시간연고 85
잃어버린시계 86
어머니의맞춤법 87
화성,아날로그 88
부분염색 89
기억,붕대를풀다 90
영화속으로들어가면
피묻은프로펠러의꿈을꿀수있을까 91



4부박쥐,우산을잃다

노란기억의꽃 94

출판사 서평

박쥐우산을들고의식과무의식의영역을들락거리는이불면의영혼을보라!어두운무의식의동굴속그의불안한자아의그림자가박쥐처럼떠돌아다닌다.분열된자아;산산이부서진시간들;산란散亂하는이미지들;몽롱해질수록,‘벽틈에서자라는여자의손톱’(「안개구역사람들」)처럼,더강렬한기억의파편들;파울첼란의시에서처럼의미의분절;실비아플라스의시에서처럼위협받는자아가자신의경험을탐색하고고백하는극적인재현;한마디로그의시는오실로스코프가보여주는,추락하는자아의‘왜곡된파형’이다.그의시학이탄생하는지점이다.또한과도한주관의표출에도불구하고초현실적표현주의의기법으로감정을입체적으로다채롭게처리함으로써‘눈이나리네’,‘사랑의역사’등추억의노래를소환하는낭만속에서조차도낭만을초월해있다.그의시적미학이돋보이는이유이다.


사람이모였다미학을처방받기위해/난해한초현실세계로번호표를들고들어갔다/살기등등사내하나가/사랑하는사람을만나게해달라고했다/의사는청진기를꺼냈다/찔레꽃거친주막에서/사내는여인을보았다했지만/의사는그럴리가없다단언했다/떨어진꽃잎에대해/오실로스코프는왜곡된파형을보였다/사내가빼곡한슬픔속으로/과육처럼스며갔다/달이떠올랐다사랑도거품이라고생각할즈음/시간안쪽에서알약이녹았다/지루한문장이흔들렸다/기억에머큐로크롬을섞는건통증이다/벽틈에서자라는여자손톱/이제라도사망신고를해야하나/신경외과처방은간호사보다긴박하다
-「안개구역사람들」전문


이시집,『박쥐우산을든남자』는우울증을앓는고통의내면고백이자눈물겨운몸부림이다.자기구원을향한투쟁이다.그의말대로“버림받은것은습관적으로상처를감춘다,”그는“병든것을너무오래소유하였다.”이제못으로“슬픔이부화하는입구를촘촘박고”(「녹슨장미와십자가」),“헐거운정신의각도”를맞추어삶의‘축을조정’(「얼라인먼트」)하기를바라며,그의시「태양의지문」을다시읽는다.


나는한때요셉이었다가/요한이었다가/십자가의나무였다가/노랑을삼킨장미였다가/잠자리였다가/끌려간목수였다가/선녀를감금한사냥꾼이었다가/슬리퍼로온동네돌고온/구름이었다가/아나키스트였다가/푸른포구였다가/암호였다가/가을묻은햇살이었다가/절벽끝중력이었다가/생각을절개한/알타미라의짐승이었다
-「태양의지문」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