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 지혜사랑 시인선 283

세상에 지는 꽃은 없다 - 지혜사랑 시인선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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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인 정신이 살아있는 단단한 시인
김병수는 행정고시에 합격하여 일생 공무원으로 봉사해 온 시인이다. 이런 분이 첫 시집에 이어 두 번째 시집을 내었다. 특히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두 번째 시집을 계기로 시단에 당당히 인정받고자 하는 장인匠人 정신이다. 장인 정신은 자기 작품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다는 자부심과 튼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의 시를 읽으면 ‘볼펜 똥을 밥 삼으며/ 안광으로 블랙홀을 뚫어'(「돼지꿈」)의 가난함 속에서 아픔을 딛고 일어난 눈물겨운 감동이 있고 ‘용궁의 와불이다/ 두 손에 두 눈 가지런 모은/ 번뇌는 한 획의 물결조차 없다.’라는 「광어」에서 사물을 보는 신선함이 묻어나며 ‘극락이 따로 없다/ 흰 구름 위/ 가부좌 튼 큰 바위 하나’ 「백운대」의 사물에 대한 정확한 묘사 능력, 또 「동백」에서 보이는 ‘꽃이 피어서만 봄이더냐/ 죽어서도 봄이다/ 장렬한 죽음이야말로 진짜 봄이다’라는 편향되지 않은 다양성 등이 김병수 시인이 가진 시적 능력을 십분 나타내고 있음의 징표다. 뿐만 아니다. 시 「2022. 5.10」의 한 구절처럼 ‘잔도 없는 한잔 술에 지화자니/ 소생하던 민주주의 허리 숨을 쏟는다/ 그래도 아서라/ 허튼 꿈이라도 꿀 수 있는 땅이 민주주의가 아니런가’처럼 시집 전편에 간간히 보이는 시인의 사회를 보는 날카로운 시각도 장인 정신이 살아있는 기개와 시를 읽는 재미를 충분히 돋울 것이라 믿는다.
- 강우식 시인. 전 성균관대학교 시학교수
저자

김병수

저자:김병수

충남논산출신으로강경상고,성균관대와암스테르담대에서공부했다.행정고시30회출신으로정보통신부,지식경제부,국무총리실에서30년근무하였다.2020년계간『계간문예』로등단하였고,현재Passion·Open·Strategy·Try를핵심가치로하는《라이브POST경영연구소》를운영중이다.

김병수시인의첫번째시집인『똥밭길먼새벽을걷는다』에이어서그의두번째시집인『세상에지는꽃은없다』는우리사회와현대문명에대한현상학이자해부학이라고할수있다.아울러풍자와해학을통하여깊은울림과감동을자아내는‘촌철살인寸鐵殺人의미학’을보여주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5그램

5그램12
개똥벌레13
금수강산14
돼지꿈15
거리가존재다16
그림자17
광어18
고요한밤거룩한밤19
때20
나는충무로가좋다21
느티나무22
연23
꿈꾸지마세요24
행복25
말26
쌀의애사27
지방선거28
백운대29
F를찬양하라30
별다방31

2부상선은약수다

2022.5.1034
동백35
당구풍월36
놈놈놈37
조사38
상선은약수다39
목련40
연필과지우개41
문자유감42
지청구43
몽고반점44
스승의날45
그섬에가고싶다46
삼송행47
돈방석48
코스모스49
코로나1950
호박씨를깨물다가51
바지랑대52
감전53

3부세상에지는꽃은없다

사과56
봄이되자57
고문58
질경이59
태풍60
새61
TV는바보상자가아니다62
유람유감63
KTX시대64
온도계65
삼시세끼66
기적67
아사68
허수아비69
하루70
디케의치마속71
아이야72
안전사고73
불일암74
세상에지는꽃은없다75

4부나는패배하고싶다

코스모스278
나는패배하고싶다79
요즘세상80
불발탄81
고독82
정전협정83
피타고라스의인간관계론84
눈사람85
겨울산86
가석방87
여기는파란기와집88
보도블록89
너의상고를각하하니90
오마이갓91
백수의나아갈길92
꽃93
봄94
공무원95
어머니의길96
시97

해설/풍자의묘미,혹은촌철살인의시학―김병수시인의시집읽기/황치복99

출판사 서평

김병수시인의시편들은대부분짧은잠언箴言과경구警句,epigram로이루어졌는데,이는기본적으로시인의시적영역이풍자시에속한다는것을말해준다.다양한시편들에서시인은핵심을찌르는경구로한개인과사회가지닌부조리한국면을드러내거나혹은정서적동인의정곡으로파고들어깊은울림과감동을자아내는촌철살인寸鐵殺人의미학을실현하고있다.군더더기없는생략과비약,그리고인간의생리와사회의속성에대해근원적인곳으로파고들어가는통찰력등이빛을발하고있다.물론이시집의곳곳에서정적인시편들이없는것은아니지만,풍자와비판의본질이지적인영역의것이어서기본적으로기지機智와위트wit가발휘되는곳이라는것을생각하면그것은김병수시학의본질적영역과는거리가있다.
―황치복문학평론가

탄소가아니다/문제는욕망의온난화다/허나밥상머리훈육은죽었고/수능서쫓겨난지도오래/나는오늘도TV자율학습을나선다.//채널의강마다사이렌이다/미어터지는군침/눈동자잡아빼는물욕/허영의알코올허기에/은밀한색정의도발을견뎌내야한다.//학습은인내만이아니다/종강은아홉시뉴스/유혹을못이겨얼굴에똥칠하는/검찰청포토라인/현장중계생방을목도해야한다.//TV는바보상자가아니다/판도라의시대/패가망신을떨치고/용케나마가여운팔자부지케하는/지상최고의학교다.
―?TV는바보상자가아니다?전문

근대문명의상징이었지만,이제는사양길로접어들고있는텔레비전이라는미디어가가지고있는문제를통해서현대사회의문제점을집어내고있다.“욕망의온난화”라는표현이함축하고있듯이텔레비전은현대인들에게온갖욕망을자극하는기제로서작동하고있다.“미어터지는군침/눈동자잡아빼는물욕/허영의알코올허기에/은밀한색정의도발”이라는표현이바로텔레비전이시청자들에게자극하는욕망의물목들인데,식욕을통한소비의조장,화폐의증식에대한욕망,그리고과시소비등의허영심의자극,성적욕망의도발등이그내용물이다.또한텔레비전은그러한욕망의과도한발현이야기하는재앙적인모습을생중계함으로써반면교사로서의역할도충실히이행하는데,시인은이러한텔레비전의유혹과그파멸적결과가“판도라의시대”를살아가는데있어서중요한백신과같은역할로작동할수있다며그효과를조롱하듯이칭찬한다.“패가망신을떨치고/용케나마가여운팔자부지케하는/지상최고의학교다.”라는진술속에는병주고약주는텔레비전의아이러니한모습이포착되어있는데,이러한이중성은현대사회가얼마나모순적인구조를지니고있는지를함축적으로표상해준다.구조적인모순가운데시인이직접적으로주목하는것은권력의문제이다.

난중의난/열정밑천마저동이난시대/꿀단지취업장에/핏줄땅줄에가오리연줄까지똥줄이타니//썼다찢었다추천장사에/못먹을바에는광을파니마니/이기는게내편이다/제비집뜯어오고뜯어가기혈안이니//또다시신물나는윤회에/속이쓰린유권자/해드시더라도구토안날만큼만/기표지에엎드려큰절이다.
―?지방선거?전문

욕망가운데물욕만큼이나큰것이권력욕일터인데,권력의근원이인민에있다는생각을망각하고그것을장사하듯이거래하는현실이민주주의를위협하는요소라고할수있다.이시는바로권력의원천에대한생각을망각하고모두그것을획득하기위해광적인열정을보이는상태를묘사하고있거니와“난중의난”이라는표현이그발광하는모습을예리하고암시한다.어지러움가운데가장어지러운것이“지방선거”라는것인데,그것이그처럼어지러운것은“제비집뜯어오고뜯어가기혈안이니”라는표현에서알수있듯이,어떤먹이감을둘러싼쟁탈전처럼여겨지고있기때문이다.그리니까풀뿌리민주주의의초석으로서지방주민들의자치를실현하기위한지방선거가지방주민들의바람과요구를실현하기위한수단이아니라기득권자들이자신들의이권을실현하기위한거래소처럼취급되고있는것이다.“꿀단지취업장”이라든가“추천장사”라는말들이민중의대리인을뽑는선거가아니라경제적이윤을획득하기위해쟁탈전을벌이는시장으로전락한현실을고발하고있다.시인이보기에선거라는권력분배의제도가민의를왜곡하고기득권자들의이윤을추구하는장으로변질되었다면정의를실현해야하는법정역시다음시에서처럼권력의시녀로전락했다.

눈은노예다/소나가타전하는/디케의치마속/법정은막장드라마였다.//권력은포상휴가중/물정모른족속이또하나짤렸군/허나사인은늘자살/대리인만이각본을만지작거렸다.//증인은포승없는포로/이마에새겨진밥줄의생존법/밑줄쫙그으며/핏방울떡고물입맛을다셨다.//판관은안대가두려웠나/23.5도기운실눈으로/노회하게모범답안을썼다/권력은무죄다//원고는웃음으로울었다/생매장진실이슬퍼/인간이가여워/판결문골마다눈물이흘렀다.
―?행정법원?전문

잘알려져있듯이그리스신화에서제우스와테미스의딸인정의의여신디케(Dike)는눈을가리고한손에는저울을,다른손에는칼을거머쥐고있는조각상으로표현된다.디케의눈을가렸다는것은만인에게공정하고선입견이없음을뜻하고,그녀가든저울은형평성을,그리고칼은정의실현을상징하는것으로,어떤압력에도굴복하지않는다는불변의가치를의미한다.법의상징으로서대법원앞에설치되어있는디케의조각상은우리사회가법에기대하고바라는가치를함축하고있는데,이시에서시인은그러한가치의표상인“법원은막장드라마였다”라고하면서전도된법정의현실을고발하고있다.“디케의치마속”이라는표현역시법정은부끄러움으로난무하는장소라는의미를강조하고있으며,“권력은포상휴가중”이라거나“핏방울떡고물입맛을다셨다”는표현들이왜곡된사법정의의현실을고발한다.결국“판관은안대가두려웠나/23.5도기운실눈으로/노회하게모범답안을썼다/권력은무죄다”라는표현속에저간의사정이요약되어있는데,만인에게공정하고선입견이없이판결하겠다는의지의표현인“안대”는두려움의대상이되고,지구의기울기인23.5로기울어진현실을반영한판결이횡행하며,권력의입맛에맞는선고가모범답안이되는법정의현실이정의의여신이목도하고있는광경인것이다.욕망을부추기며그파멸적결과를경고하는텔레비전이나이윤추구의장으로전락한지방선거,그리고권력의입김에의해좌우되는법정의현실등의사회는총체적난국을드러내고있다고할수있는데,그러한사회는곧기적이일반화된사회이기도하다.

동백은지지않는다.
보이지않느냐
엄동에부릅뜬눈동자
겨울을떨치는외로운투신이다.

벚꽃은지지않는다.
들리지않느냐
대지를울리는아우성
새봄외치는척후의나팔이다.

꽃진다말하지마라.
세상에지는꽃은없다
죽어다시피어나는몸부림이
진정꽃이다.
―?세상에지는꽃은없다?전문

시인이“동백은지지않는다”라고하거나“벚꽃은지지않는다”라고하면서결국“세상에지는꽃은없다”라고진술할수있는것은동백이나벚꽃이바람과같은외부의힘에의해몰락하면서마음이꺾이거나좌절하지않기때문이다.“엄동에부릅뜬눈동자”라든가“대지를울리는아우성”이라는표현에주목해보면,동백이나벚꽃은의지적존재로그려져있는데,이러한구도로인해서그들의낙화는자발적이고능동적인것으로해석된다.그러니까동백이라든가벚꽃등의세상의꽃들은자발적인낙화를통해서세월의흐름에순응하면서자연의이법과섭리를실현하는과정에동참하는셈이다.결국자신의삶이짊어져야할운명을적극적으로수용하면서그것을의지적으로실현하고자하는운명애적삶,곧주체적이고자유로운삶을실현하고있는것이다.시인은이러한삶에대해서“겨울을떨치는외로운투신이다”라고하거나“새봄외치는척후의나팔이다”라고하면서주체적인삶이실현하는생명성의고양을암시한다.그리고“죽어다시피어나는몸부림이/진정꽃이다”라고하면서자신의욕망과집착을벗어나운명을받아들이는것이야말로자신의온전한본성을실현하는삶이라는것을강조한다.시인의문명비판과사회비판,그리고세속적인간의속물적삶에대한비판이궁극적으로향하는지점이여기에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