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 김홍희 시집 (양장)

부산 : 김홍희 시집 (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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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부산이 우리에게 준 축복이요, 선물인 시집!
김홍희 시인의 첫 시집 『부산』은 ‘2008년, 일본 니콘 선정의 세계적인 사진 작가’가 ‘언어로 찍은 사진이자 사진으로 쓴 언어의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요컨대 시와 사진이 하나가 되고, 사진과 영혼이 하나가 된 우리들의 영원한 고향인 ‘부산’을 노래한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저자

김홍희

저자:김홍희

사진과철학,국문학과문화학전공.1985년도일하여도쿄비주얼아트에서사진은물론뼛속까지전업작가로살아남는법을익혔다.2008년일본니콘의‘세계사진가20인’에선정되었고,2019년‘애지신인문학상’에당선되어시인으로등단했다.비교종교학과역사와지리에흥미가많으며뇌와마음의활동에지대한관심을가지고있다.사진가로서30회가까운개인전을치렀고,작가로서《국제신문》의‘세상읽기’칼럼을8년,‘KoreaNow’를1년4개월연재했다.불꽃같은삶을추구해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KBS〈명작스캔들〉의MC,EBS〈세계테마기행〉볼리비아,짐바브웨,인도네시아편,부산MBC〈포토에세이골목〉,채널T〈김홍희의모터사이클다이어리〉10부작등텔레비전방송을통해경상도사나이특유의재담과훈훈한인상을시청자들에게남기기도했다.

저서로『방랑』,『나는사진이다』,『세기말초상』,『결혼시말서』,『아무것도보지못했다』,『몽골방랑』,『상무주가는길』,『김홍희사진택리지-루트777』,『사진잘찍는법』등이있고현각스님의『만행-하버드에서화계사까지』,법정스님의『인도기행』,조용헌의『방외지사』등에사진을실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부산12
66세가되면15
청룡열차19
황령산21
해운대24
한눈으로28
푸조나무30
포장마차34
자갈치시장37
이기대40

2부

우체국44
옥상마을47
오륙도등대50
영도다리53
연탄집56
숲60
서면1번가64
산복도로68
복천동고분72
문현동곱창골목74

3부

몰운대80
동물원에서82
도심열차88
달맞이언덕92
낙동강역96
기장시장100
건널목104
가을운동회106
물렁물렁한책109
갑甲110
범어사111

4부

우리가아는모든것들118
5월의웨일스121
씻김굿125
바이킹129
삼겹살명상134
한여름의법문136
오도송137
상무주가는길138
돈수화―통도사극락암에서139
다비141

해설|부산,부산사람,부산말,부산의품―김홍희시집『부산』의의미|정훈

출판사 서평

부산이우리에게준축복이요,선물인시집!

한장한장넘기면보이는세계의속살을천천히매만지면되살아나는부산,부산사람,부산말,그리고포근한부산의품을만날수있다.억수로치솟아올라더이상어찌할수없을지경에이르러눈물되어흘러내린다.부산이우리에게준축복이요선물이다.
―정훈문학평론가

김홍희의시집에수록된시제들에나오는지명만훑어봐도얼마나이곳부산을사랑하고아끼는작가인지단박에알수있다.황령산,해운대,자갈치,이기대,오륙도,서면,복천동,산복도로,문현동,몰운대,달맞이언덕,낙동강,기장등이그렇다.이름만들어도정겹고,아련하고,그립고,당장이라도달려가고싶은기분이생긴다.
많은이들이부산을말해왔고,부산을썼으며,부산을전시했다.‘부산학’의열풍이2000년대이후이곳부산을가득메웠다.그리고전국에부산을알리기도했다.이나라제2의도시라거나최대의항만도시라는상투화된캐치프레이즈만으로부산을말하기는택도없다.

나에게부산은개인의애증사이지만,크게는민족의시련을송두리째받아들이고넉넉히채워준가마솥이다.전쟁으로밀어닥친피난민들의삶을고스란히안아준넉넉한터이자독재에항거한수많은열사를낳은곳이다.

바깥으로는물건을내다파는관문으로,안으로는민족의주린배를채우는입의역할을건강하게해온불밝힌항구다.정치적멸시와천대를두려워하지않고야당으로살기를수십년.그래도꿋꿋하기만하고뒤끝없는사내들의바다이자억척스런삶을시장바닥에서보낼지언정자식만은당당히키워낸어머니들의땅이다.
―「부산」부분

미천한재주를한탄하며바위틈에쪼그리고앉아있는데어느새도시는불을밝히기시작했다.약속이나한듯이사람이만든불이일시에바다를드러내고,어두운산들을드러내고,새로운길을만들고,그길은모두집으로집으로이어졌다.바위틈을빠져나온나는어둠속에서카메라를챙기며홀로말했다.

“그래,동쪽이면어떻고서쪽이면어떠냐?사람이살지않으면별인들무슨소용이고봉수댄들무슨소용이냐?카메라는온우주를다담아도그무게하나를더하지않는법.”
―「황령산」부분

기억해낼수없는어제는눈을감고되새겨야한다.눈을감은곳에길이있다.해녀들은원망과체념의말대신오늘집을나서며있었던집안이야기로공허한폐허를메운다.

그럼!절망으로메울수는없지.일상으로메워야지.

밤이되자등대에여지없이불이들어온다.폐허전의,기억의불을,사랑하는당신이밝혔다.
―「오륙도등대」부분

상처받은길에대한사랑은사람들의발걸음이다.욕망은청춘을상처주고상처받은청춘은사람들의발걸음으로아문다.욕망으로상처받고사람들의발걸음으로단단히아문것이길이다.아물지않은것은아직길이아니다.단단히아문것만이다른상처를치유하기때문이다.

그래서길은단절을넘어연결을꿈꾸는자다.
―「산복도로」부분

그런날있지않은가?까마득한옛사랑이불현듯떠오르는날.도무지,아무런이유도없이사랑에미련하기만했던부끄러운기억의통로속으로빨려들어가허우적거리게되는어처구니없는날.왜그런날있지않은가.

밤새입술을맡겼던눈밑검은소주잔을내던지고주섬주섬카메라를챙겨옛길을더듬다어두운기억의긴통로끝에서마주치는눈빛.
―「낙동강역」부분

한폭의아름다운풍경처럼눈앞에펼쳐지는듯한구절이다.지금은운행하지않는경전선낙동강역부근이눈에훤하다.작가는“그런날있지않은가?까마득한옛사랑이불현듯떠오르는날,도무지,아무런이유도없이사랑에미련하기만했던부끄러운기억의통로속으로빨려들어가허우적거리게되는어처구니없는날,왜그런날있지않은가.”라자문하듯진술했다.그런날이왜없지않겠는가.시인이자문하듯불쑥직접적으로내뱉은말이비수가되어가슴을마구후벼판다.강가흐르는물속깊은곳에서북받쳐오르는설움같은사랑의맹세는바람을따라,흔들리는나뭇가지의흐느적거리는눈길을따라,먼곳으로흘러가버린듯한먹먹한추억의시간을따라지나가면서지금우리에게손짓을한다.지나가버렸지만늘앞선곳에서다시우리를부르는아름다운사람과풍경을우리는결코잊을수없다.우리가살고있는이곳에서는바다와산과강이우리를저높은곳으로보듬어올리고선천천히우리보금자리에뉜다.그포근하고따뜻한손길이있어서우리는다시살아갈수가있는것이다.

김홍희는그런따뜻하고온정이넘치는자리에서둘러보면서기록하고새기는사람이다.그에게서결코떨어져나갈수없는시간의품은나날이또렷해지고명확해짐에틀림이없다.천천히흐르는산허리의각도에서미끄럼을타면서북받쳐오르는사랑의감정에흐느끼면서도아픈자리놓치지않는서늘한눈매를지닌사람이김홍희다.그는사진작가이전에평범한부산사람이며,시인이기전에부산말로노래하고대화를나누는이웃집아저씨다.그는예술가이기전에부산의품에서노닐면서그림을그리는천진난만한소년이다.이소년은자신을키워준곳,바로이곳부산이내어준모든꿈과희망과사랑을잊지않고소중히간직하고있는의리넘치는청년이다.한줄빛처럼은혜처럼내리꽂히는예술의영감이그를휘돌아나갈때면또다시새로워진공간과풍경이그앞에오랜나무처럼서있을것이다.이나무는지나간시간속에서아우성치며애타게불렀던이웃들의입술과옷자락이스쳐간일기장이다.한장한장넘기면보이는세계의속살을천천히매만지면되살아나는부산,부산사람,부산말,그리고포근한부산의품을만날수있다.억수로치솟아올라더이상어찌할수없을지경에이르러눈물되어흘러내린다.부산이우리에게준축복이요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