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꽃을 쓰세요 나는 시를 썰테니 (이원형 시집)

당신은 꽃을 쓰세요 나는 시를 썰테니 (이원형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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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원형 시인은 충남 서산에서 태어났고, 2021년 계간시전문지 『애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이별하는 중입니다』가 있고, 현재 경희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사이버) 중이며, 흙빛문학과 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원형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당신은 꽃을 쓰세요 나는 시를 썰테니』는 ‘낯설게 하기’의 진수로서 일상적인 언어의 목을 비틀고, 새로운 시세계를 창출해내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이원형 시인의 시들은 재미있다. 한편 한편이 모두 말의 재미를 느끼게 만들어 준다. 시에 등장하는 말들은 그 어느 것도 상투적인 일상어의 쓰임에서 벗어나 있다. 그 말들은 애초에 그 말들이 지칭했던 사물의 생생함을 다시금 환기해 준다. 그래서 우리가 자동화된 의식 속에서 지우고 있던 사물과 그 사물들의 세상이 가지고 있는 본모습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운다.”
(황정산, 시인, 문학평론가)
저자

이원형

저자:이원형

충남서산에서태어났고,2021년계간시전문지『애지』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이별하는중입니다』가있고,현재경희대문예창작학과재학(사이버)중이며,흙빛문학과시인협회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이원형시인의두번째시집인『당신은꽃을쓰세요나는시를썰테니』는‘낯설게하기’의진수로서일상적인언어의목을비틀고,새로운시세계를창출해내고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그러니까맨드라미12
무색해집니다14
뿔이깊은나무15
사월의한쪽16
빨아쓰는슬픔17
홍시紅詩18
하느님의독서19
지우개녀연필씨20
담뱃불이22
이명23
벌서는나무24
식겁의유래26
화로28
간판집사장이쓴시29
십팔층30
모든두려운것은뒤쪽에있다32
햇살도서관34
매발톱은동물성입니까36

2부

실록40
해미읍성41
금강산사우나42
골목의표정43
바닥경전45
종이컵47
오늘의기분48
오리백숙50
회장실은부재중51
신라의달밤52
아니온듯다녀가시라54
오이소가지마오55
구인광고57
모노드라마59
고민하는석류나무61
수국은물을좋아해62
각질탓일까64

3부

내그것은중독성외로움68
당신은꽃을쓰세요나는시를썰테니70
그녀를추억함72
나무들의연애73
기사식당75
척척척76
양말이발끈78
나비효과80
배송완료82
줄자84
사랑참,85
정숙씨86
삽입에대한오해87
능소화의잠89
논어90
호떡집에불났으면91
설화雪話93
빨대의순정94

4부

고독이말걸어올때98
쇠똥구리인류100
시월詩月101
삼계탕102
아이나비104
약국의힘106
족보107
바람인형108
돈워리비해피109
말년110
달달무슨달111
제주은갈치112
민들레무인텔114
명륜3길13번지115
빨래의기분116
종이컵2118
그녀의그네119

5부

풋122
겨울왕국123
물끄러미124
퇴짜125
란126
골라쓰는안녕127
치매128
하자보수129
난청과난처130
와불131
엘리베이터132
연緣134
달빛소나타135
인연설137
풀썩에대한농138
꽃은꽃의온도를모르고139
죽기좋은여름이야141
슬픔의힘142

해설/언어의목을비틀다/황정산143

출판사 서평

오늘의기후를
오늘의기분으로읽어도무방하다

수문활짝열어놓은하늘
비를ㅤㅆㅗㅌ아부으려는지이부자릴펴고드러눕는
구름의잠버릇은때때로고약해서
드르렁으르렁코고는소릴우레라고
얼버무리는기상청이있고

내이럴줄알았다
막무가내뛰어내리는비때문에
비온다빨래걷어라
목청돋구던할미꽃같은할매는
허청허청
구름타고장으로가시고

오십미리는족히오겠습니다
우산까지들고나와호들갑떠는아가씨에게건넨
철썩같은믿음은종종
과녁을빗나가내가나를실망시키고

겉만번지르르한구름탓일까
겉다르고속다르잖아욧
비를파종하는척슬그머니꼬리를감추는
늙은여우같은하늘과한판붙고싶은
―「오늘의기분」전문

시인은“오늘의기후”라는일기예보를통해삶의아이러니함을경험한다.빗나간일기예보처럼예상을벗어나거나대비하진못한일들이도처에서일어난다.하나의단일한질서와그것을예측할수있는확실한안목은누구에게도없다.기상청이라는국가기관에도항상가족을염려하는나의사고속에서도그런확실한믿음의세계는존재하지않는다.그러므로우리는시도때도없이변하는기분속에서살아가야한다.그것은다양성의세계이고흔들림의세계이다.규정하고,“오십미리”라고수치화할수없는불완전한세계이다.이불안한아이러니를견지하며“늙은여우같은하늘”즉알수없는세상과“한판붙고싶은”것이바로이원형시인의시적세계가아닌가한다.

너를보면꽂고싶어
쪽쪽빨고싶어
그렇고그런고백의배후에
삐닥하니버티고섰는그것이바로
입술의버팀목입니다만

한입으로두말하지않아요
한번쓰고버리지않아요
비록일회성생을살지만
일회용은사절합니다

목이마르군요
꽃차나한잔할까요
제멋에겨워가는단골집
꽃다방에주문을넣습니다
타는목마름으로꽂고빨고
꽃은꽃에게돌려주고
연장은둘둘말아넣어두기로합니다
취한기분으로길을나선다고
누가뭐라겠어요

참,깜박했군요
쓰고또쓰고다시쓰는
빨대의기쁨
빨대의순정을아시는지요
―「빨대의순정」전문

‘갈대의순정’이라는노래의제목을“빨대의순정”으로재미있게패러디했다.그런데유사어을통한패러디가언어의유희만을노리고있지는않다.빨대는발음도그렇지만그긴외관이갈대를연상하기도한다.그래서갈대처럼가볍고쉽게흔들리고또아무생각없이버릴수있는것으로간주된다.하지만빨대는”타는목마름“을달래주고“쓰고또쓰고다시쓰는”언제든필요한사람들에게자신의몸을내어주지만여러사람에게는쉽게허락하지않는그런순정을가지고있는존재이기도하다.아무것도아닌빨대에서세상에는이미사라지고없는인간의가치를발견해내는시인의안목이반짝이는작품이다.

잊을만하면나타나곤한다
시의행간에목빼고앉아먼산바라보는목련
그녀흰목덜미에마음이흥하여
꽃이나보러갈까하는당신의유혹
따라나설까하는이마음의유흥

수국나라수문장같은당신
꽃보다유창한헛꽃의말인줄알지만
내시에쏟아붓는살가운환대로받아
시냇물처럼졸졸따라나서지

이꽃저꽃시를쓰는창가
당신은또벌처럼징징거리지
암술과수술이그러하듯이
이생에한번은해봄직한신방을차리고
시의웃자란말을다듬어주는동안
당신은꽃에물을주고켰다껐다하고
꽃의흐린말에도귀가솔깃한당신에게
책상모서리처럼지루한시를이해시키느라하루가터무니없고
내시를오해하느라한시간이하루같은당신

나무가꽃을버린건지꽃이나무를떠난건지분분하지만
그들이그러하듯이
그놈의시때문에
우리헤어질까하는말꺼내지도못하네
당신은꽃을쓰세요나는시를썰테니
―「당신은꽃을쓰세요나는시를썰테니」전문

시인은꽃과시를대비하고있다.거기에다쓰다와썰다를함께가져와일종의언어유희를만든다.이두말이언어유희가될수있는이유는‘시를쓸테니’라는말을경상도방언으로발음하면“시를썰테니”가되기때문이다.꽃을보러먼길을떠날수있는사람은여유있고아름다움을즐길수있는따뜻한사람이다.하지만그런사람에게도시를설명하는것은쉽지않다.“꽃의흐린말에도솔깃한당신”이지만“내시를오해하느라한시간이하루같이”많은시간을허비하고있다.시인은이런대비를통해꽃이쉽게시가될수없고너무쉽게꽃같은시를찾거나만들고있는태도를은근히비판하고있다.그래서결국자기가시를쓰는행위를시를썬다고표현한다.시는쓰는게아니라칼날의긴장감으로언어를썰어내는것이라는점을선언하고있는것이다.

이원형시인의시들은재미있다.한편한편이모두말의재미를느끼게만들어준다.시에등장하는말들은그어느것도상투적인일상어의쓰임에서벗어나있다.그말들은애초에그말들이지칭했던사물의생생함을다시금환기해준다.그래서우리가자동화된의식속에서지우고있던사물과그사물들의세상이가지고있는본모습을다시금우리에게일깨운다.그것들은이미세상에만연한편견과선취된개념들을뒤흔들어우리를각성시킨다.시인의재치와말의재미에웃다가가슴을누르는말의무게를감지하며나를돌아보고내삶을돌아보고내가사는세상을돌아보게된다.

닭은죽어
꽃이될수있다
그러니까맨드라미는닭의후생
―「그러니까맨드라미」부분

상투와권태의세상에서생기를잃은언어의목을비틀어다시맨드라미꽃으로후두둑살아나게하는이마술이이원형시인의시의힘이라고해도과찬은아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