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스 패드에는 쥐가 살고 있다 - 지혜사랑 시인선 287

마우스 패드에는 쥐가 살고 있다 - 지혜사랑 시인선 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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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충경

저자:김충경
김충경시인은전남강진에서태어났고,2015년『인간과문학』으로등단했으며,2019년첫시집『타임캡슐』을출간한바가있다.20대초반부터오랜공직생활끝에정년퇴임을하고,2016년부터현재까지‘목포문학관’에서시쓰기수업을받으며,현재‘목포시문학회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문명의비판과수용

문명의충돌12
침묵의꽃14
삶의자세16
대웅전에핀꽃18
수석壽石19
갯고랑20
화살나무21
비닐까마귀23
복길리바닷가24
맹골수도孟骨水道25
어느노동자의죽음26
제행무상諸行無常28
물결무늬둥근울림29
꿈꾸는목포항30
서산동별바다32
나어떡해?34

2부공동체로살아가기

하현달38
부탄처녀39
동목포역앞에서41
꽃제비탈출경로43
춤추는배냇저고리45
사진찍기47
슬픔의현상소49
길위의망부석50
가난하다고흥조차없을쏘냐51
13월의시간을찾아52
딱따구리목탁54
꽃이피었다55
마늘밭경전經典56
노부부의일상57
검정비닐봉지속으로스며들다59
손수레끄는기역자61
황진이세탁소62

3부자기성찰의시간

수건66
풀벌레울음소리67
마우스패드에는쥐가살고있다68
꼬리를흔든다70
4천년의깊은잠72
호남식당74
지구를들다75
나를무덤에묻었어77
흔들리며가는삶79
어느부음80
눈물에도뼈가있음을82
네모난바다83

4부내존재의이유

레코드판을읽다86
꽈리열매88
스키드마크90
기억의전당포91
머릿속지우개93
모천회귀를꿈꾸다94
아버지의일기장95
달력96
장롱을열면98
나무도마100
어머니가시고난후101
염화시중의미소103
다비식105
조금례여사107
어이!109
벽지를뜯다111
열반涅槃112
인간복사기113
가족사진115
검고푸른못117
서각삼매경118

해설/시인-부처의길/반경환121

출판사 서평

이책에대하여

그는살아생전/죄많은생이었을것이다//제안위를위해/딱딱딱따그르딱딱/긴부리로나무에구멍을판죄/뾰쪽한부리로연한살찍어댈때마다/파란눈물안으로삼키며나무는/머리부터발끝까지몸서리쳤을것이다//부리로한번찍어댈때마다/바람결따라푸른숲흔들리고/푸드덕새들이날개를편다//탁발나선새들의길을따라/목탁소리울려퍼진다/딱딱딱따그르딱딱//오늘도목탁은제머리부딪혀/자기의잘못을참회하고있다
―「딱따구리목탁」전문

진리와허위가동전의양면이듯이,악이없으면선도없고,죄가없으면공도없다.고통이없으면기쁨도없고,실패가없으면성공도없다.하지만,그러나대부분의우리인간들은선과공과기쁨과성공을좋아하고,악과죄와고통과실패를미워한다.만일,이상낙원이나천국에서처럼선과공과기쁨과성공만이있다면그세계는모든싸움들이다종식되고무의미와권태만이존재하게될것이다.어느누구도죄를짓지않으면도덕과윤리와법률도필요가없고,어느누구나모든일들을솔선수범하고정의로운생활을하고있다면‘네것’과‘내것’을가지고다툴필요도없다.
산다는것은죄를짓는다는것이고,죄를짓지않으면이세상의삶을살아갈수가없다.생명이생명을먹는다는것,이것이모든생명체들의원죄가되고,이속죄제로서우리들은생명체들을찬양하고,그감사함과고마움을표시하지않으면안된다.김충경시인의「딱따구리목탁」은‘속죄제의진수’이자그아름다움이‘부처님의초상’으로승화된시라고할수가있다.
“그는살아생전/죄많은생이었”는데,왜냐하면“제안위를위해/딱딱딱따그르딱딱/긴부리로나무에구멍을판죄”를지었기때문이다.“뾰쪽한부리로연한살찍어댈때마다/파란눈물안으로삼키며나무는/머리부터발끝까지몸서리쳤을것”이고,“부리로한번찍어댈때마다/바람결따라푸른숲흔들리고/푸드덕새들이날개를편다.”“탁발나선새들의길을따라/목탁소리울려퍼”지고,“오늘도목탁은제머리부딪혀/자기의잘못을참회”하고있는것이다.초식동물이줄어들면육식동물이줄어들고,육식동물이줄어들면초식동물이늘어난다.폴과나무가사라지면벌과나비들이사라지고,풀과나무가우거지면모든생명체들이떼를지어나타난다.자연의먹이사슬은종과종들의‘투쟁속의조화’에기초해있는것이고,따라서‘만물의영장’이라는말처럼전혀터무니없고허무맹랑한헛소리도없는것이다.
김충경시인의「딱따구리목탁소리」는‘부처님의목탁소리’이며,이참회의눈물로모든생명체들을감동시키고만물의터전인숲을이상낙원으로창출해내고있다고할수가있다.오늘도,지금이순간에도,함부로살생을하지않겠다고목탁을두드리고,최소한도의살생을하되,그감사함과고마움으로너무나도엄숙하고경건하게속죄제를지내겠다고목탁을두드린다.
“딱딱딱따그르딱딱”----.
누가부처냐?진정으로반성을하고참회를하는사람이다.누가부처냐?모든생명체들에게경의를표하며,그거룩하고순결한마음으로시를쓰는사람이다.
시인은딱따구리가되고,딱따구리는부처가된다.

진도서거차도와맹골군도사이엔사납기로소문난물살들이사는물길이하나있지요.어찌나사나운지사자,호랑이,악어,늑대들이흰이빨로섬기슭을물어뜯는것같다하여맹골수도라는이름이붙었지요.그래서이곳파도소리는철썩거린다고하지않고으르렁거린다고들하지요.근래엔노란풍선가득실은배들이이곳을지나다그만사나운짐승들에게물려죽기도했다지요.이곳물살이사나운이유는맹수들의송곳니가자라는험한골짜기가있기때문이라는데요.그래서인지미역에는맹수들의귀가달려있고,물고기마다날카로운이빨자국이찍혀있다지요.무수한세월을집어삼킨채지금도멋모르고지나가는배들을사냥하기위해으르렁거린다는맹골수도.죽으면이골짜기에뼈를묻는다는세상모든맹수의수중정글맹골수도.
―「맹골수도孟骨水道」전문

맹골수도란무엇이고,맹골수도란그어디에있단말인가?맹골수도란대한민국에서가장사납고빠른물길을말하고,맹골수도란진도서거차도와맹골군도사이에있는물길을말한다.“어찌나사나운지사자,호랑이,악어,늑대들이흰이빨로섬기슭을물어뜯는것”과도같고,“그래서이곳파도소리는철썩거린다고하지않고으르렁거린다고들”한다.미역에도맹수들의귀가달려있고,물고기들마저도그날카로운이빨자국이찍혀있다고한다.“무수한세월을집어삼킨채지금도멋모르고지나가는배들을사냥하기위해으르렁거린다는맹골수도”,2014년4월,제주도로수학여행가는수많은학생들을다집어삼키고도더욱더사납게으르렁거리는맹골수도----.오늘날이맹골수도를지배하는것은약육강식의법칙이며,이최종적인승자는산업혁명과과학혁명,그리고티지털혁명을창출해낸서양의문화인들이라고할수가있다.

구입한지10년이넘은/컴퓨터마우스패드위에쥐가살고있다//주인의심중따라하루종일움직이다/밤이되면검은눈망울지그시감고/잠시숨을고르는생쥐한마리//밥도안주고월급도안줘도/하루종일눈깜박거리며/전깃줄한가닥에묶여/주인손아귀벗어나지못하고있다//싫다는말한번못하고/기껏해야패드에남긴수많은발톱자국/다람쥐쳇바퀴돌듯한뼘공간에서맴돌고있다/지난한삶을이야기하고있는것처럼//나도'가장?家長'이란주인의명령에따라/쉬지않고움직이는생쥐로일생을살아왔다//패드에몸을뉘고있는생쥐를/온기가득한손바닥으로어루만져본다/주름지고윤기를잃어까칠하다//그래,/너나나나별반다르지않는인생이구나/
―「마우스패드에는쥐가살고있다」전문

생명이생명을먹는다는것은원죄가되고,이원죄의식을통해속죄를하며,모든생명체들에게고마움과감사함을표하는것이‘시인―부처의길’이라면,오늘날은이‘시인-부처의길’과는너무나도다르게,소위‘자본가-악마의길’이그모든권력을다장악하고있다고할수가있다.정상과비정상,정의와불의,부자와가난한자들을결정하는것은자본가들이며,그결과,죄도없이죄를짓고한평생감옥에서강제노역의삶을살고있는것이다.컴퓨터와스마트폰과인공지능은악마가만든걸작품이며,어느누구도이자본가들의전면적인감시체제와그노역의사슬을벗어날수가없다.“컴퓨터마우스패드위에쥐가살고”있고,“밥도안주고월급도안줘도/하루종일눈깜박거리며/전깃줄한가닥에묶여/주인의손아귀에서벗어나지못”한다.“싫다는말한번못하고/기껏해야패드에남긴수많은발톱자국/다람쥐쳇바퀴돌듯한뼘공간에서맴”돈다.너도“가장?家長이란주인의명령에따라”“쉬지않고움직이는생쥐”처럼살아왔고,나도“가장?家長이란주인의명령에따라”“쉬지않고움직이는생쥐”처럼살아왔다.
자본의법칙은맹골수도의법칙이고,인간에의한인간착취와그희생만을강요하는자본주의의미래는참으로암울하고참담하기만하다.엘리뇨와라니냐에의한대참사,수많은지진과화산폭발,점점더뜨거워지는지구와생태환경의파괴이외에도인간보다도천배,또는만배나더뛰어난인공지능의등장은오직단하나의법칙,즉,최고이윤의법칙에따라이제까지의인간의역사와전통,그모든가치들을다파괴시키고,곧가까운시일내에지구촌을대폭발시키고말게될것이다.

김충경시인은시를그의‘존재의근원’으로삼고있는언어의사제이며,그의언어는그의생명의숨결과도같다.풀과나무와사슴들이,고래와연어와물고기들이돈을바라고숨을쉬는것이아니듯이,일자체의사랑은자연의터전에서숨을쉬고꽃을피우는것과도같다.“물때는어민들의숨결”이고,“바다에몸을기대고사는어민들은/바다생물들의심장과/같은주파수를갖고태어난다”는「복길리바닷가」가그렇고,“씨간장은피와땀의결정체였으니”“어머니가슴에도응어리진씨간장한줌/보석처럼숨겨져있겠다”라는「침묵의꽃」이그렇다.“매화,연꽃,국화,작약,목단,무궁화등/온갖꽃이오랜고행끝에활짝피었다//어느불심깊은장인이/꽃밭채부처님전에공양을올렸을까”의「대웅전에핀꽃」이그렇고,“이역만리대장정”끝에“암수한몸되어뽀얀분비물뿜어내며”그생의마지막을황홀하게장식하는「모천회귀를꿈꾸다」가그렇다.
김충경시인의언어는복길리바닷가의물때이고,어머니의씨간장인침묵의꽃이다.또한그의언어는대웅전에핀꽃이고,모천회귀의연어이다.시인의언어는그의숨결이고,대자연이고,그의삶의텃밭에는자본주의사회의‘최고의이윤법칙’이침투해들어올여지가없다.바다와같은주파수를갖고태어난어민들이나피와땀의결정체로침묵의꽃을피운어머니도최하천민의삶을‘시인-부처의길’로승화시킨사람들이고,오랜고행끝에‘대웅전에핀꽃’을공양한장인이나이역만리대장정끝에이세상의삶을황홀하게장식하는연어도최하천민의삶을‘시인-부처의길’로승화시킨사람들이다.
김충경시인의두번째시집인『마우스패드에는쥐가살고있다』는최하천민의삶을‘시인-부처의길’로승화시킨시집이며,그것은그가그의언어로숨쉬고,그가그의언어로티없이맑고깨끗하게꽃을피워낸시적열정의소산이라고하지않을수가없다.언어는시인의생명이고숨결이고,언어는시인의삶의터전이고그꽃밭이다.언어는대자연의생명체들과도같고,시는대자연의삶의텃밭과도같다.온갖더러움과오물을다받아들이고도그더러움과오물을발효시키고승화시키는대자연의꽃밭----.
시는언어의꽃이고,염화시중의미소이고,시의역사는영원히그발걸음을멈추지않게될것이다.

날마다휴대전화로문안인사오는아윤이/미처알지못했던내마음손녀를통해만져본다//갓깨어난아기부처처럼/방긋방긋웃고있는나의분신이여/염화시중拈華示衆의미소여!
―「염화시중의미소」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