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이여 출산하라 - 지혜사랑 시인선 289

남자들이여 출산하라 - 지혜사랑 시인선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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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영숙

저자:송영숙
1959년대전에서태어났고,1993년『시문학』을통해등단했고,시집으로는『할미꽃과중절모』,『벙어리매미』,『선미야어디가니』,『하마터면사랑할뻔했다』등이있다.호서문학상,시문학상,올해의시인상(월간시)등을수상했고,현재호서문학동인으로활동하고있으며,충남계룡산자락에서“내방책장맨위층은최상급시인의자리/거긴공기도달라서/지존만이오를수있는봉머리다”(「당신의포지션」)라는시구에서처럼최고의시인이되기위해서그의무한한시적열정을불태우고있다고할수가있다.송영숙시인의다섯번째시집인『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사랑의시학’의소산이며,이루어질수없는사랑과이루어질수있는사랑의변증법을통하여,‘순수미의극치’를이루고있다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근질12
세상의딸들에게13
남자들이여출산하라14
잘가라치사한새끼15
찡긋오늘어때16
뒷담화1―성형미인17
뒷담화2―엉덩이18
꿈은오빠가꾸어주고20
행간에입맞추기21
우리언제다시22
무상사23
내친구이야기124
내친구이야기225
내친구이야기326

2부
연락처좀주세요28
내사랑을돌려주오29
기웃31
작약32
인사34
늦기전에36
이장37
어떻게한사람만사랑할수있어요38
꿈에39
붐비는거리40
단발머리42
사람을찾습니다.44
꿈자리45
초경하는나무46

3부
장마48
화끈하게끝내주게49
보름달50
수작51
저쯤은되어야53
죽은시인의시를읽기에딱좋은날54
내일또내일55
6456
두사람58
너는나못잊는다59
늙은이나가신다60
구두야가자61

4부
달달무슨달64
수상한밤65
춤추는하이웨이66
청보리밭메러간다67
붉은노을68
배꼽살한점다오69
삼포로가자70
막걸리한잔71
근황72
우수73
정식이오빠는좋겠네74
타목시펜75
소풍76

5부
흔들어다오80
당신의포지션81
그때가좋았다83
매듭84
달빛신혼85
바늘꽃86
포옹의천년87
야놀자88
십만원짜리사주89
화양연화90
백중91
아침이면저남자의구두를닦고92
나당신별로예요93
오전아홉시94
애도의시간은끝났습니다95

해설/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송영숙시인의시세계/반경환97

출판사 서평

비켜라바쁘다
뭐그리바쁘냐고
밥하고빨래하고애낳으러간다
숨어서혼자노는남자들이여
우린여기까지다
이제그대들의앞치마가펄럭일시간
연꽃무늬이불털어하늘에널고
나와서밥하고빨래하고출산하라
입은다물고공손하게
튼튼한팔뚝과장엄한종아리로
아기를품어
배가남산만해지도록키우다가
콩나물사러나올때는
배꼽볼록나오게
얇은티셔츠한장잊지말기를
-「남자들이여출산하라」전문

삼포세대란연애,결혼,출산을포기한세대를말하고,오포세대란연애,결혼,출산이외에서도내집마련과취업을포기한세대를말하며,칠포세대란희망과인간관계까지도포기한세대를말한다.삼포와오포와칠포는현대자본주의사회의음화를가장적나라하게보여주는세태풍조이자그결과라고할수가있다.더많이,더빨리,돈에대한탐욕이생산과소비의장을다움켜쥐고,이제는‘고용없는성장’을외치며모든젊은이들의일자리를다빼앗고말았던것이다.대량생산과대량소비가주축을이루던산업화의단계에서이제는모든생산과정을전산화시키고,그결과,컴퓨터와로봇과인공지능이그모든일자리를장악하게되었다.노동집약적인산업현장에서‘고용없는성장’으로의눈부신발전은소수의자본가들에게모든부를독점하게만들었지만,대부분의사람들에게는꿈과희망을다빼앗아버린‘풍요속의빈곤’을안겨주게되었던것이다.오죽하면우리젊은이들이연애,결혼,출산,내집마련,취업등을다포기하고,마치바퀴벌레처럼숨어살게되었단말인가?자본주의사회는소수의부자들을위하여빈곤을확대생산하는반인륜적인사회이며,컴퓨터와스마트폰과인정지능등이출현할수록‘나홀로족’이늘어나게되었던것이다.공동체사회는붕괴되어가고,미래의꿈과희망을잃어버린우리젊은이들은어쩔수없이바퀴벌레와도같은지하생활자가되어갈수밖에없었던것이다.

송영숙시인의「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너무나도과격하고충격적인여성해방주의자들의외침소리와도같지만,그러나그의「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시는모든꿈과희망을잃고자포자기한우리젊은이들을향한최후의경고장이라고도할수가있다.날이면날마다가공휴일이고,숨어서혼자노는젊은이들에게일은우리여자들이할테니,이제는애를낳고그아이들을키우며집안살림을하라는것이다.우리여성들은“비켜라바쁘다/뭐그리바쁘냐고/밥하고빨래하고애낳으러간다”라는시구에서처럼,사무실에서,산업현장에서,거리에서일을하고,“밥하고빨래하고”“애”까지낳아키우고있으니,이제그만빈둥빈둥놀지말고집안살림이라도하라는것이다.아무것도하지않는것보다는도둑질이라도하라는말이있듯이,“입은다물고공손하게/튼튼한팔뚝과장엄한종아리로/아기를품어/배가남산만해지도록키우다가/콩나물사러나올때는/배꼽볼록나오게/얇은티셔츠한장을잊지말기를”바란다는것이다.송영숙시인의표제시인「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무시무시한익살이자난처함의유모어라고할수가있으면서도,소위‘나홀로족’의우리젊은이들을향한최후의경고장이라고할수가있다.

결혼지옥이라는프로가다있지뭐야결혼이지옥이라고대놓고말하는꼬맹이들아결혼이우습지암우습고말고//귀좀줘봐즐거운결혼따윈없단다놀던아이들중용케도엑스맨을골라곁을나누어주는거지왜있잖아쿵심장떨어지듯화끈하게바닥으로나동그라지는거그래그것을지옥이라치자//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희망을가져봐지루하지않은청룡열차이제라도신나게너의그애와나란히앉아소리쳐봐다가져봐찡긋오늘어때
-「찡긋오늘어때」전문

송영숙시인은이루어질수없는사랑을통해그무서운복수심을극복하고,이루어질수있는사랑을찾아냈고,이‘사랑의시학’을통해‘순수미의극치’를이루어냈다고할수가있다.「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무시무시한익살이자난처함의유모어의소산이지만,소위삼포,오포,칠포세대들,즉,‘결혼지옥’이라는우리젊은이들에게이세상에서꿈과희망을찾아주고자하는우리어머니들의간절한소망을담고있는시라고할수가있다.그렇다.그의시,「찡긋오늘어때」에서는“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이라고말하고,“결혼이지옥이라고대놓고말하는꼬맹이들”에게너무나도분명하고확실하게이렇게말한다.“귀좀줘봐즐거운결혼따윈없단다놀던아이들중용케도엑스맨을골라곁을나누어주는거지왜있잖아쿵심장떨어지듯화끈하게바닥으로나동그라지는거그래그것을지옥이라치자”가그것이고,“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희망을가져봐지루하지않은청룡열차이제라도신나게너의그애와나란히앉아소리쳐봐다가져봐찡긋오늘어때”라고말한다.결혼은지옥이라고말하지만,“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이라는잠언과경구는내가최근에읽은가장뛰어난시구이며,이세상의삶의본능에대한옹호이자그찬가라고하지않을수가없다.
“지옥은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이잠언과경구는송영숙시인의‘사랑의시학’의가장깊은핵심적인주제이며,그‘순수미의극치’라고할수가있다.

최초의대서사시인이자최후의대서사시인이었던호머의인생관과세계관은무엇이고,그것을우리는어떻게이해하고설명할수가있는것일까?인생관이란우리인간들의삶의안목을말하고,세계관이란그가이세상을어떻게보고살아가고있는가라는삶의방법을말한다.호머는요정칼립소가제안했던영생불사의삶도거절했는데,왜냐하면전지전능한신이아닌유한한인간의삶을옹호했기때문이다.또한,호머는무사안일속의행복한삶도거절했는데,왜냐하면이세상의삶은어차피수많은고통과그고통속의삶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영생불사의삶은전지전능한신의삶이지인간의삶이아니었던것이고,또한,이세상의삶은고통속의삶이지무사안일속의삶일수는없었던것이다.호머는그의분신이자전인류의영웅이었던오딧세우스를통해서우리인간들의삶을옹호하고,고통에고통을가중시키며,그고통속의삶을살다가갔다고하지않을수가없다.

교만해질래자신만만해져서/기고만장해져서천하를내려다볼래/눈은독사코는코끼리안하무인이되어/이쁜놈들나쁜놈들/모조리후려한데부려놓고/얼차려시킬래//그러니까내가종일웃는거같지/웃는게웃는게아니야//맨드라미를심으면시들시들/선인장을들이면시름시름/풀이죽었다/그래봤자죽기밖에더하겠냐만/아직은활화산/빨갛게넘치는것이있으니/불문곡직하고다시피어나고싶은거지//내가나라서참다행이지만/가끔은풍경소리들으며뻔뻔하게/후리하게호래자식감정으로/음탕하게방탕한느낌으로/아무렇게나화끈하게끝내주게
-「화끈하게끝내주게」전문


송영숙시인의「화끈하게끝내주게」는이세상의어중이떠중이들의한탕주의적인삶을노래한것같지만,그러나그기고만장한객기의이면에는“맨드라미를심으면시들시들/선인장을들이면시름시름/풀이죽었”던만고풍상의삶이축적되어있었던것이다.시인은,영웅은최고급의인식의제전의전사이고,최고급의인식의제전의전사는결코쉽게한탄하거나좌절하지않는다.그는“눈은독사코는코끼리안하무인이되어/이쁜놈들나쁜놈들/모조리후려한데부려놓고/얼차려”시킬힘(지혜)이있는것이다.산다는것은죽는다는것이고,따라서“그래봤자죽기밖에더하겠”느냐고이죽음을더욱더크게끌어안으면“아직은활화산/빨갛게넘치는것”,즉,불문곡직하고삶의의지가다시꽃피어나는것이다.

시는낙천주의를양식화시킨것이고,행복한꿈의한양식이다.시는이세상의삶의찬가이며,우리가시를쓰는동안은그모든일들이다축제가된다.“내가나라서참다행이지만/가끔은풍경소리들으며뻔뻔하게/후리하게호래자식감정으로/음탕하게방탕한느낌으로/아무렇게나화끈하게끝내주게”사는것같지만,그러나이기고만장한삶의이면에는이룰수없었던사랑,즉,그무서운복수심을극복한자의삶의기쁨과그환희가담겨있는것이다.

시는이룰수있는사랑이고,그사랑의기쁨이고,그삶의찬가이다.지옥을새옷입고처음처럼가는길의기쁨이고,“정식이오빠는죽어서좋겠네”(「정식이오빠는좋겠네」)의기쁨이고,“누군가내다버린고서한뭉치/안아들고집으로오는길”(「백중」)의기쁨이다.

내방책장맨위층은최상급시인의자리/거긴공기도달라서/지존만이오를수있는봉머리다//찬물에눈을씻고/제일로꼽는시인의순서로/홍동백서진설하듯시집을모신다/문시인김시인이시인김시인박시인허시인/그들의포지션은계절별로바뀌는데/오늘이그날//반절로합장하고/죄송합니다자리좀바꾸겠습니다/축하드립니다한칸오르시겠습니다.고하면/머리를긁적이며제각각나앉으신다/그중보스는누구니누구니해도문시인/가고없어도내마음속의영원한캡틴/어차피좋은시쓰지못할바에야/좋은시찾아읽는것으로/밥값을대신하기로했다/한폭의가로족자처럼/노을색으로번져가는책등의풍경/저아우라
-「당신의포지션」전문

송영숙시인은“내방책장맨위층은최상급시인의자리”라고말하고,그책장의공간은“공기도달라서/지존만이오를수있는봉머리”라고말한다.고귀하고위대한인물을존경하고찬양하면자기자신도고귀하고위대한인물이되지만,이세상의어중이떠중이들을사랑하고그들과어울려돌아다니면이세상의어중이떠중이들이될수밖에없다.송영숙시인은“찬물에눈을씻고/제일로꼽는시인의순서로/홍동백서진설하듯”제일급의시인들을모셔왔던것이고,그결과,“문시인김시인이시인김시인박시인허시인”등의“포지션은계절별로바뀌는데”나는그자리에오를수가없었다고한탄을한다.아니다.“어차피좋은시쓰지못할바에야/좋은시찾아읽는것으로/밥값을대신하기로했다”라는시구와“한폭의가로족자처럼/노을색으로번져가는책등의풍경/저아우라”의시구는하늘마저도감동시키고,이처럼송영숙시인을최상급시인의자리로등극시켜놓고있었던것이다.

최상급시인은‘시인중의시인’이며,모든사상과이론을정복하고그앎을육화시켜최고급의인식의제전을펼쳐보이는사람을말한다.그는과거의역사적사실과동시대의시대정신을꿰뚫어보고그시대를앞서간사람이며,「달달무슨달」에서처럼동시대의반항아이자파렴치한의껍질을벗어던지고새로운인간으로태어난사람이라고할수가있다.‘시인중의시인’은전인류의스승이자아버지이고,최후의심판관과도같은사람이며,송영숙시인은그시인이되기위하여,이불모의땅,충청도에서그처럼‘고통의지옥훈련과정’을거쳐왔던것이다.송영숙시인의다섯번째시집『남자들이여출산하라}는지옥을새길처럼,아니소풍처럼다녀온지혜와용기와성실성의소산이며,그의아름답고행복한소우주라고할수가있다.
그렇다.시인의길은“누군가내다버린고서한뭉치/안아들고집으로오는길”이고,“새옷입고처음처럼”지옥으로가는길이다.
무사무욕한시선과순수미의극치----.시는모든고통의만병통치약이며,시만큼그옷자락이넓고대자대비한것도없다.시는부처이고,예수이며,우리는시인들이있기때문에이어렵고힘든세상을행복하게살아갈수가있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