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속도 - 지혜사랑 시인선 290

꽃의 속도 - 지혜사랑 시인선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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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혜사랑 시인선 290권. 김재언의 첫 시집 『꽃의 속도』는 ‘사람을 한’ 시편들로 울창하다. 시인이 극진하게 보살핀 씨앗과 모종은 ‘사람 하여’ 짙은 그늘을 드리우는 시의 숲이 되었다. 거듭 ‘사람 하는’ 생명의 문장들이 악수를 청해오는 유월. 맞잡은 손바닥 사이로 소록소록 초록언어들이 돋아난다.
저자

김재언

저자:김재언
1958년경북청도군매전면장연리에서태어났고,경남밀양에서살고있다.
2021년『애지』로등단했으며,밀양문인협회회장을역임했고,현재한국문인협회회원및도시락挑詩樂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2024년1월제1회청도문학작품상을수상했다.
김재언의첫시집『꽃의속도』는‘사람을한’시편들로울창하다.시인이극진하게보살핀씨앗과모종은‘사람하여’짙은그늘을드리우는시의숲이되었다.거듭‘사람하는’생명의문장들이악수를청해오는유월.맞잡은손바닥사이로소록소록초록언어들이돋아난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물저울12
데칼코마니13
의자의말씀15
행복저울17
페어웰19
빨간볼이터질것같아요―딸기씨전설20
마그리트풍으로마스크쓰기21
목선22
사람을한다23
끄다24
소나무그늘한채25
방생27
건포도29
44번국도30
배꼽시계31

2부

꽃의속도34
갱스터가나가신다35
감과감36
이를테면대게는37
밥벌이로부터38
눈사람들39
패잔병40
진담41
촛불맨드라미42
붉은마법43
꽃무릇,붉다44
노투르노45
달리는편주46
오지않는바람47
낙화48

3부

메김소리50
봉투151
봉투252
누구를먹이려단비는붉은길을달리나53
나를삽니다54
‘봄이’의태풍55
혹평의반전57
설악초58
참깨의흘림체59
바람이자네60
전류가흐르는젓가락이61
혼선62
순대63
녹턴시리즈64
대구大口의입장에서65

4부

리마스터링68
극한증후군70
튀다72
월산리73
취향75
느티연리지77
“지웠습니다”78
하나의가치79
혼잣말80
쉬어가는마음81
옥수수와잇몸들82
민달팽이84
첫서리85
달리는레인보우―‘나의아저씨’에서87
손금89

해설/사람을하는말씀한채―김재언시집『꽃의속도』읽기/배옥주91

출판사 서평

얼음장갈피따라
꽃술은차례로디뎌갈것이다

아껴둔말을쏟아내듯
주춤거리는곁가지도
빛에물들것이다

에두르다햇빛기우는쪽
이슬흔들리는표정으로
나비를기다릴것이다
어둠이열릴때까지

꽃자루에매달린벌레도앉히고
숨결바라보며
첫사랑은향기로닿을것이다

열지않으면꽃이아니라고
길멀어도물어물어
그리움한잎한잎디뎌갈것이다

달빛깊은속내읽어낼때까지
꽃은서두르지않을것이다
―「꽃의속도」전문

위시「꽃의속도」는표제작이다.꽃을피우기까지견뎌야하는속도는한잎한잎꽃이겪어가는생의과정이다.꽃이나삶이나하루는차례대로디뎌가는순리를거스르지않고나아간다.하지만현대인들은바쁘다는말을되풀이하며숨돌릴틈없이서두르다허방도짚고건너뛰다엎어지기도한다.아무리흔들려도온전히이슬일수있도록꽃은“어둠이열릴때까”지사유하는속도조절이필요한것이다.어차피겪어야할과정들을지나가야나비도,첫사랑도향기에닿을수있다.꽃은“달빛깊은속내읽어낼”때까지지레달려가거나건너뛰지않고“햇빛기우는쪽으”로“그리움한잎한잎디뎌”갈것이다.다음시편들은자연의물질적상상력과교감하는시적화자의삶에대한지향점을발견할수있다.

기다리고기다렸어요
가리지않았습니다
허방은앉힌적이없습니다

걸려넘어질때
심장이쿵쾅거리면
저를낮춰드릴게요
얇은귀가술렁이면
네개의맨발로막아보겠습니다

<중략>

닦을수록내력이깊어지는저를
등지기라불러주시겠어요
저녁이면
웃음소리를태워주는그네가되겠습니다

부디,
꽃자리가되게해주십시오

제가바라는건나이테를잊는일
나무였다면낮은숲을달래고
바람이었다면
유목의소리를귀담아듣겠습니다
―「의자의말씀」부분

사람을한다는건
들숨을순하게내뱉는일
몰아쉬는나무의숨이
한줄나이테를늘일수있을까

배롱가지에게휘파람새가일러주고있다
자죽자죽모둠발앞세우면
짓무른수피에흥얼흥얼새살이돋을거라고
―「사람을한다」부분

온전히대상에게몰두하는시에서는시인의생목소리가더욱잘들린다.‘의자’는시인이하고싶은말을대신들려주는객관적상관물이다.「의자의말씀」에서‘의자’의말씀은화자의내면을대신전해주는메타포로작용한다.의자가들려주는말씀을듣다보면숙연해진다.의자는자신이“걸려넘어”지거나“벼랑으로밀”려도자신을“낮춰”주겠다거나“바퀴달린낙하산을펴”주겠다고공언한다.‘등지기’가되어주고‘그네’가되어준다는의자의말씀속엔타인을위해자신을낮추고수용하는시인의모습이담겨있다.의자는자신이나무였던근원을떠올리며나이테를잊고낮은숲을달래겠다고전한다.때로는바람이되어“유목의소리”까지“귀담아듣겠다”는1인칭주인공이다.의자는타인을향해자신을희생하는화자의긍정적에너지를대신책임지고있다.납작하게낮추고꽃자리가되어세상을밝히고싶은화자의의지가의자이전의나무였던근원적인사유로드러난다.

「사람을한다」에서“사람을한다”는건쓰다듬어주고싶은생명의말이다.이사를가도전학을가도새로운곳에뿌리를내리고정착하려면쉽지않다.더러는적응하지못해문제를일으키기도하고힘든시간을이어가기도한다.‘사람을한다’는건힘겹게뿌리를내리고실뿌리를뻗어가는신비한힘을발휘하는것이다.‘사람하기’까지인내하는시간은굳세게버텨야하는과정이다.그러므로‘사람한다’는건고통을이겨내고잔뿌리에심줄이불거질수밖에없는대견한일이다.위시편들의진술에서돋는새살의의미를통해기다리고내주고낮추는김재언의시적세계관을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