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언
저자:김재언 1958년경북청도군매전면장연리에서태어났고,경남밀양에서살고있다. 2021년『애지』로등단했으며,밀양문인협회회장을역임했고,현재한국문인협회회원및도시락挑詩樂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2024년1월제1회청도문학작품상을수상했다. 김재언의첫시집『꽃의속도』는‘사람을한’시편들로울창하다.시인이극진하게보살핀씨앗과모종은‘사람하여’짙은그늘을드리우는시의숲이되었다.거듭‘사람하는’생명의문장들이악수를청해오는유월.맞잡은손바닥사이로소록소록초록언어들이돋아난다.
시인의말51부물저울12데칼코마니13의자의말씀15행복저울17페어웰19빨간볼이터질것같아요―딸기씨전설20마그리트풍으로마스크쓰기21목선22사람을한다23끄다24소나무그늘한채25방생27건포도2944번국도30배꼽시계312부꽃의속도34갱스터가나가신다35감과감36이를테면대게는37밥벌이로부터38눈사람들39패잔병40진담41촛불맨드라미42붉은마법43꽃무릇,붉다44노투르노45달리는편주46오지않는바람47낙화483부메김소리50봉투151봉투252누구를먹이려단비는붉은길을달리나53나를삽니다54‘봄이’의태풍55혹평의반전57설악초58참깨의흘림체59바람이자네60전류가흐르는젓가락이61혼선62순대63녹턴시리즈64대구大口의입장에서654부리마스터링68극한증후군70튀다72월산리73취향75느티연리지77“지웠습니다”78하나의가치79혼잣말80쉬어가는마음81옥수수와잇몸들82민달팽이84첫서리85달리는레인보우―‘나의아저씨’에서87손금89해설/사람을하는말씀한채―김재언시집『꽃의속도』읽기/배옥주91
얼음장갈피따라꽃술은차례로디뎌갈것이다아껴둔말을쏟아내듯주춤거리는곁가지도빛에물들것이다에두르다햇빛기우는쪽이슬흔들리는표정으로나비를기다릴것이다어둠이열릴때까지꽃자루에매달린벌레도앉히고숨결바라보며첫사랑은향기로닿을것이다열지않으면꽃이아니라고길멀어도물어물어그리움한잎한잎디뎌갈것이다달빛깊은속내읽어낼때까지꽃은서두르지않을것이다―「꽃의속도」전문위시「꽃의속도」는표제작이다.꽃을피우기까지견뎌야하는속도는한잎한잎꽃이겪어가는생의과정이다.꽃이나삶이나하루는차례대로디뎌가는순리를거스르지않고나아간다.하지만현대인들은바쁘다는말을되풀이하며숨돌릴틈없이서두르다허방도짚고건너뛰다엎어지기도한다.아무리흔들려도온전히이슬일수있도록꽃은“어둠이열릴때까”지사유하는속도조절이필요한것이다.어차피겪어야할과정들을지나가야나비도,첫사랑도향기에닿을수있다.꽃은“달빛깊은속내읽어낼”때까지지레달려가거나건너뛰지않고“햇빛기우는쪽으”로“그리움한잎한잎디뎌”갈것이다.다음시편들은자연의물질적상상력과교감하는시적화자의삶에대한지향점을발견할수있다.기다리고기다렸어요가리지않았습니다허방은앉힌적이없습니다걸려넘어질때심장이쿵쾅거리면저를낮춰드릴게요얇은귀가술렁이면네개의맨발로막아보겠습니다<중략>닦을수록내력이깊어지는저를등지기라불러주시겠어요저녁이면웃음소리를태워주는그네가되겠습니다부디,꽃자리가되게해주십시오제가바라는건나이테를잊는일나무였다면낮은숲을달래고바람이었다면유목의소리를귀담아듣겠습니다―「의자의말씀」부분사람을한다는건들숨을순하게내뱉는일몰아쉬는나무의숨이한줄나이테를늘일수있을까배롱가지에게휘파람새가일러주고있다자죽자죽모둠발앞세우면짓무른수피에흥얼흥얼새살이돋을거라고―「사람을한다」부분온전히대상에게몰두하는시에서는시인의생목소리가더욱잘들린다.‘의자’는시인이하고싶은말을대신들려주는객관적상관물이다.「의자의말씀」에서‘의자’의말씀은화자의내면을대신전해주는메타포로작용한다.의자가들려주는말씀을듣다보면숙연해진다.의자는자신이“걸려넘어”지거나“벼랑으로밀”려도자신을“낮춰”주겠다거나“바퀴달린낙하산을펴”주겠다고공언한다.‘등지기’가되어주고‘그네’가되어준다는의자의말씀속엔타인을위해자신을낮추고수용하는시인의모습이담겨있다.의자는자신이나무였던근원을떠올리며나이테를잊고낮은숲을달래겠다고전한다.때로는바람이되어“유목의소리”까지“귀담아듣겠다”는1인칭주인공이다.의자는타인을향해자신을희생하는화자의긍정적에너지를대신책임지고있다.납작하게낮추고꽃자리가되어세상을밝히고싶은화자의의지가의자이전의나무였던근원적인사유로드러난다.「사람을한다」에서“사람을한다”는건쓰다듬어주고싶은생명의말이다.이사를가도전학을가도새로운곳에뿌리를내리고정착하려면쉽지않다.더러는적응하지못해문제를일으키기도하고힘든시간을이어가기도한다.‘사람을한다’는건힘겹게뿌리를내리고실뿌리를뻗어가는신비한힘을발휘하는것이다.‘사람하기’까지인내하는시간은굳세게버텨야하는과정이다.그러므로‘사람한다’는건고통을이겨내고잔뿌리에심줄이불거질수밖에없는대견한일이다.위시편들의진술에서돋는새살의의미를통해기다리고내주고낮추는김재언의시적세계관을알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