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글라디올러스 - J.H Classic 96 (양장)

녹슨 글라디올러스 - J.H Classic 96 (양장)

$12.00
Description
시집 『녹슨 글라디올러스』는 저자 정여운의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

정여운

저자:정여운
대구에서태어나숙명여대교육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하고,현재서울시립대일반대학원국어국문학과에재학중이다.2013년『한국수필』로수필,2020년『서정시학』에시「문에도멍이든다」외2편이당선돼작품활동을시작했다.2019년「붉은도장」으로불교신문10·27법난문예공모전산문부문대상을수상했다.시집『문에도멍이든다』(2021)『녹슨글라디올러스』(2024)공저시집『서러울수록그리울수록붉어지는』(2023)외다수,詩에세이집『다알리아에스프리』(2023)가있다.2024년인천문화재단예술창작지원사업시부문에선정되었다.‘새얼문학’동인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녹슨글라디올러스

시詩112
시詩213
Heaven14
인연16
녹슨글라디올러스18
안양역이주는그리움의거리44.32km20
플라스,플라스,플라스틱23
사라지다25
말하는손가락27
소리들―토지문화관에서28
원하지도않는데30
오독32
옷태우는여자33
너는술이다!34
꿈속에서36
세일중37

2부귀향을바라는배

쉰대부채춤40
장맛비소리에파묻혀―아내에게부치는다산의편지42
스물한살44
백장미46
대어낚시47
스물일곱새알49
귀족녀51
여행53
귀향을바라는배55
귀향을바라는배56
맹인58
치매에갇히다60
훕씨와시렁과다리―단교선생헌시62
내린다63
은행나무65
바다를보다67

3부아내에게부치는다산의편지

희망에게70
늦가을들판을바라보며―아내에게부치는다산의편지72
강진에서새해를맞이하며―아내에게부치는다산의편지74
그거다거짓말이제?76
쉰다섯의순덕이가열다섯의순덕에게―후배순덕이를위하여78
심장뛰는인형82
늘꼬랑꼬랑해서몰랐지84
횡설수설꽃에대하여86
각본대로영화처럼88
바퀴벌레를죽이다90
검은암탉92
누군가지켜보고있다94
삿갓노숙96
마당만빌려주소―어머니의시97
홀로지는집101

4부십리부엌길

입덧을하는데104
꽃을중얼거리다106
뿔108
육전을하던날110
들쥐의모작模作111
아내113
그집에는목련나무가산다115
ㄱ소리117
낙상詩119
가을햇살121
몸에게122
십리부엌길―사친별곡2123
저녁상―사친별곡3125
돈이없어―사친별곡4126
어머니의비가悲歌―사친별곡5127
토지문화관에서―묘지옆에서128

해설/나는그사람이아프다―정여운시집『녹슨글라디올러스』읽기/오민석129

출판사 서평

새벽두시,비몽사몽간에

쿵!

하현달이창틀로낙상했다

신음처럼달빛은책상을싸안았다

가장먼저떠오른문장이다

아픈구름이능선에서

엉.거.주.춤.한다

40킬로미터의직유가시작되고있다

삭정이같은불면속에서

그림자가화드득자라난다

내게로내려앉은어머니의뼈두마디

비틀려진詩가아련히들려온다
-「낙상詩」전문

이작품은정여운의시세계와그녀의어머니가맺고있는상관관계를잘드러내준다.그녀에게어머니는“비몽사몽간에”나타나는존재이다.즉그녀에게어머니는무의식의바닥에서치고올라오는존재이자전의식을넘어의식에출몰하는존재이기도하다.그녀에게어머니는마치하늘에서달이떨어지듯이나타난다.그것은충격처럼(“쿵!”)그녀의작업공간인“책상”으로떨어진다.시인에게책상은시를쓰는자리이고그위에어머니는“낙상”한“하현달”의모습으로방문한다.어머니는그녀의예민한촉수를건드려시를쓰게하는존재이다.마치어떤절실한바람이가야금의현을울리듯그녀의어머니는넘어져다치며(“낙상”)그녀의시혼詩魂을흔든다.이때어머니의속성은“신음”으로요약된다.그녀에게어머니는아픔이자고통이며,결핍이자인내의존재이다.어머니의고통은시인에게그대로감염되어서시인은“삭정이같은불면”에시달린다.그말라죽은가지같은황량한시간에어머니의“그림자”가자라나고,어느순간그녀에게“어머니의뼈두마디”가내려앉는다.이렇게그녀를찾아온어머니의뼈마디가그녀에게는시,즉“비틀려진詩”이다.그녀의시는이렇게어머니가아프게쓰러진자리에서시작되므로“낙상詩”이다.

엄마가입을열면붉은꽃시詩쏟아지네//쪼록쪼록내뱃속에밥들어오라고소리하네/밥찾으러부엌에가는길,십리보다더멀구나//…(중략)…//이슬비뿌려가며시詩를매일키우시네/글썽이는봄날에나도시를짓고있네/
-「십리부엌길-사친별곡2」부분

시인의각주에의하면두번째행은“말년에부르시던어머니의노래를받아쓴시”이다.시인에게“어머니의노래”는이미시이다.시인은이미시가된어머니의노래를받아쓰는자이다.“엄마가입을열면붉은꽃시詩쏟아지네”라는진술을보라.시인에게어머니는지상최대의뮤즈이다.시인은어머니-뮤즈를불러내그녀의말을받아적는다.이상호텍스트성때문에,위시에는복수화자dualnarrator가등장한다.첫번째행은시인의목소리이고두번째연은어머니의목소리이다.시인에게어머니는무엇보다‘배가고픈자’이다.어머니는끝없는허기에시달리고(“쪼록쪼록내뱃속”)그녀의허기를채워줄“부엌”은멀기만하다.“밥찾으러부엌에가는길”이“십리보다더”먼현실속에서어머니는식구들의배를채우기위해과도한노동과헌신의세월을보냈다.중략된부분엔그것에합당한대접을받지못하는어머니가자신의신세를한탄하는대목이나온다.시인은눈물이“글썽이는봄날”에그것을받아쓴다.

샛별같이밝은눈이반봉사가되었구나/명짧다고우리엄마열일곱에시집보내/온갖풍파다겪으며시집살이겪어왔네//사자님아사자님아,나는언제데려갈래/내나이올해칠십아홉,/모진목숨죽어지지도않고/가고싶다가고싶다저승길로가고싶다
-「어머니의비가悲歌-사친별곡5」부분

이작품에서도우리는두명의화자가주고받는서글픈노래들을들을수있다.첫번째연에서시인이어머니를소개하면,두번째연에서는어머니가등장해자신의이야기를한다.4·4조의타령은슬픈민요처럼모녀의이야기를실어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