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윤
저자:강상윤 강상윤시인은1958년제주에서출생했고,동국대학교국문과를졸업했으며,2003년『문학과창작』으로등단했다.(추천작「수평띠톱기계」,「푸른세상」,「자기생을흔들다」등) 2004년첫시집『속껍질이따뜻하다』를간행한이후『만주를먹다』,『요하의여신』,『너무나선한눈빛』등을출간했다.2004년문예진흥기금을수혜했고,한국시인협회,한국작가회의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제주4·3사건은미군정기에서발생했고,6·25전쟁다음으로제주도민2만5000~3만여명이희생당한대사건이라고할수가있다.‘제주4·3시집’이란부제가붙어있는강상윤시인의네번째시집인『너무나선한눈빛』은이를시적으로,문학적으로,예술적으로형상화하였다.왜냐하면역사의기록이고,진실의울림이기때문이다.
시인의말41부팽나무들종남마을12아여떵어리114아여떵어리215너무나선한눈빛16한방쏴주세요17오망오망18모슬포로가는돼지19납읍조평옥순경20서부쟁이22은신隱身23갈옷입은천사24팽나무들25그래서살았네27발작28보리겨302부칭원稱寃허우다복수야34청원35소한마리값36한락산에는눈이오고37칭원稱寃허우다38처녀토벌40대한민국만세41국물42애원43대살代殺144대살代殺245등사판46고구마47그걸먹고48군인아들4913살의충격50병아리숨듯513부송요찬송요찬54함병선56탁성록57이승만58조병옥60윌리엄F.딘62미국정부에보내는서한문64설재련薛在連66최난수68김재능69홍순봉70최치환71문봉제73김두찬과허욱75외도지서김영철주임77최상사78호근리한소위79오학룡부대804부곱게죽어주면쌀두말82이름을빼앗기지말라83목을끊어오다84인간으로여기지않아85인간이아니었다86숨어라숨어라188숨어라숨어라289개들이날뛰다90곱게죽어주면91피가찌르르93아홉군데자국95다랑쉬굴96자운당97정방폭포98심부름99강상유姜相幽100서호리사촌누나1015부4·3은살아있다북촌리사람들104최후108그얼굴109조몽구趙夢九110김정순씨의절규111먹돌하나113살아남은아기115볼레116빗개picket118말태우기119봉화121고성리전투123소문124혐의125토끼몰이사냥127근거1284·3은살아있다129해설/죽은자의영혼을위로하는최소한의양심-강상윤시집『너무나선한눈빛』의시세계/권온131
서북청년단이놈들이고얀놈들이다.처녀를겁탈하고,닭도잡아먹고빨갱이로몰기도하고,이놈들이사건을악화시켰다.그래서도망갈길없는주민들이더산으로오른것이다.”탁성록은원래작곡가이고나팔수인데진주논개의노래를작사작곡할정도였네.그러나진주CIC대장을할때도민간인들을많이죽였네.얼마나마약주사를많이맞았는지주사바늘이들어갈곳이없었다고하네.영화‘지슬’의마약쟁이군인이바로탁성록대위를모델로한것이네.-「탁성록」부분강상윤이이시에서주목하는인물은“탁성록대위”다.“윤태준”의“증언”에의하면“9연대정보참모”였던“탁대위에게잡혀가면/민간인이고,군인이고다죽었다.”‘탁성록’은“처녀를겁탈하고,닭도잡아먹고,빨갱이로몰”았으며,“도망갈길/없는주민들이더산으로오”르도록유도한인물이다.또한그는“진주CIC”와관련하여진주보도연맹학살을주도하면서“민간인들을많이/죽였”다고알려져있다.아무렇지도않게사람들을죽이는‘탁성록’의잔인성은‘아편’또는‘마약’에서기인한것인지도모르겠다.“얼마나마약주사를많이맞았는지주사/바늘이들어갈곳이없었”을만큼‘탁성록’은심각한“마약쟁이군인”이었기때문이다.탁성록과관련된특이사항으로는그가“원래작곡가이고나팔수”였으며“진주/논개의노래를작사작곡할정도였”다는것이다.필자는이대목에서아돌프히틀러(AdolfHitler)를떠올리게된다.제2차세계대전을일으킨히틀러는그림과미술에대한관심이컸으며화가로서의삶을꿈꾸기도했다.히틀러와그림,미술의관련성은탁성록의노래,음악과의관련성에대응될수있다.‘탁성록’이라는특정한개인의내면에서진행된예술과전쟁의연결은차후의흥미로운연구과제로남겨두기로한다.4ㆍ3이무서운것은혐의를밝히고,시시비비를가려죄있는사람들을끌고가는것이아니라,토벌대에게밉보이면죽이는판이었네김태수(金泰守,당시37세)는서귀면신효리의유지였는데,힘도세고결코호락호락하게당할인물도아니었네그러나1948년11월22일,한순경이찾아와“형님,꿩사냥이나하러갑시다.”며그를끌고가총살해버렸네이듬해그의아내,박인화(당시,38세)도경찰에끌려가총살을당했네김태수의딸김정자씨가여섯살에겪었던일을다음과같이증언했네“하루는집앞에서놀고있는데,경찰스리쿼터가와서어머니이름을불렀다.어머니는아무말씀도안하시고,옷을갈아입고순경들을따라갔습니다.나는차에매달리면서하소연을했지만,경찰들은계속밀쳐내고밀쳐냈어요.어머니는나에게‘큰아버지집에가있어라.나는일본에다녀오는것이다’고하셨어요.그게마지막이었습니다.어머니는당신에게닥칠일을직감하신것같았습니다.어머니가돌아가신후주위에서는“아이고,불쌍한것!네어머니는그때쌀두말만주지않았어도죽지는않았을텐데’라고했습니다.산쪽의요구를거절할수없는상황이었는데,그것이총살당할만큼의죄가될수있습니까?”-「쌀두말」전문이번시는‘제주4ㆍ3사건’의핵심시기인‘초토화작전시기’또는‘강경진압시기’를다룬다.1948년10월부터1949년3월사이의기간에다수의제주도주민들은‘토벌대’와‘무장대’사이에끼어서희생되었다.이시에서다루고있는인물인“김태수”는당시“서귀면신효리의유지”였고“박인화”는‘김태수의아내’였다.‘김태수’와‘박인화’는‘초토화작전시기’에“경찰”또는“순경”에“끌려가총살을당”하고말았다.이들부부가총살당하게된이유는그들이‘딜레마(dilemma)’에빠졌기때문이다.‘김태수’와‘박인화’는‘4.3’당시제주도를먼저장악했던“산쪽”곧‘무장대’의요구에따라서“쌀두말”을제공하였는데,이것이결국나중에‘진압군’또는‘토벌대’에의한총살이라는결과로연결되었기때문이다.만약‘김태수’와‘박인화’가“산쪽”에‘쌀두말’을제공하지않았다면그들부부는‘무장대’에게희생되었을수있다.당시제주도주민들은‘좌’와‘우’사이에서이념의선택을강요당했다.그러나대부분의민간인들은‘좌’도잘모르고‘우’도잘모르는대한민국국민이었을뿐이다.그들은결코“총살당할만큼의/죄”를짓지않았다.그들은“죄있는사람들”이아닌것이다.그런점에서‘제주4ㆍ3사건’의실상에관한강상윤의다음과같은판단은주목된다.“4ㆍ3이무서운것은혐의를밝히고,시시비비를/가려죄있는사람들을끌고가는것이아니라,/토벌대에게밉보이면죽이는판이었네”그러나그명단이과연근거가있는것인지는의문이아닐수없네양경수씨는그명단과관련해다음과같이증언하였네“난소개내려온후이쪽저쪽에시달리는데지쳐서,경찰에지원하기로하고,서귀포경찰서를찾아갔어요.그런데도착하자마자비명소리가귀를찢었고,갖가지고문은눈을뜨고볼수가없었어요.여자들은일단홀랑벗기고고문을시작했습니다.그당시‘이름빼앗기지말라’는유행어가있었습니다.즉끌려가는사람이있을때,그를앞서거나근처에있어서그의기억속에자신의이름을남기지말라는뜻입니다.매에는장사가없습니다.가혹한고문을받게되면아무이름이나튀어나오는법이니까요.그러면졸지에폭도가되는겁니다.”-「이름을빼앗기지말라」부분“현기상씨”에따르면그의동생“현기호”는“토벌대가확보한명단”에이름이올라가서“억울하게희생되었다.”‘제주4ㆍ3사건’의‘초토화작전시기’를배경으로전개되는이시에서“서귀면신효리/사람들”은“총살을/당하였”는데,그들은모두어떤명단에있는이들이었다.그명단은토벌대에“끌려가는사람”이“매”를맞거나“가혹한/고문을받”다가“아무이름이나”언급한결과물이다.누군가의“이름”이“고문”을당하는사람의“기억속에”남아있다면그누군가는‘무장대’가되거나“졸지에폭도가되는”것이다.토벌대가확보한명단은이른바삶과죽음을나누는기준으로서의“살생부”가되었다.그러나강상윤에의하면‘살생부’또는“그명단이과연근거가있는것인지는/의문이아닐수없”다.‘고문’에시달리는사람의입에서나온이름을신뢰할수있을까?‘매’를맞는사람이당장의괴로움을회피하기위해서머릿속에떠오른아무런이름이나언급했다면어떻게될까?그러므로우리는‘4ㆍ3’당시총살당한민간인들중상당수가“이름을빼앗”긴억울한희생자들이었음을짐작하게된다.“난수기동청년20명과함께바늘오름남쪽에있는‘궤’에숨어지냈습니다.사건이나던날,오름중턱에올라주변을살피는데오전7시께군인들이교래리에서와흘2구로들어가는것이훤히보이더군요.군인들이집집마다불을붙이고닥치는대로총을쏘는것도보였습니다.저녁때마을로와보니처참한모습이었습니다.여동생(고성순高性順)은이마에총을맞아즉사했고,아내(현정돈玄貞敦)는가슴에총을맞았는데,아침에먹은음식이밖으로흘러나왔습니다.그날수기동에서만16명이희생되었습니다.불에탄시신들은배가터져창자가다나와,개들이그걸보고날뛰었습니다.우린개들을쫓아내고시신들을가매장하였습니다.”-「개들이날뛰다」부분“고성춘씨”의증언에서출발하는이시는‘제주4ㆍ3사건’의비극을적나라하게묘사한다.그는다행스럽게도당시“젊은남자들”또는“청년20명”의일원으로서“토벌대가와흘2구”의“마을”에도착하기전에“숨어지내”거나“피신”할수있었다.젊은남자들을제외한주민들은마을에그대로남아있었고,“군인들”또는‘토벌대’는“오전7시”무렵마을에들어서자“집집마다불을/붙이고닥치는대로총을쏘”았다.‘고성춘씨’가“저녁때마을로와보니처참한모습이”펼쳐져있었다.‘여동생’은“이마에총을맞아/즉사했고”,‘아내’는“가슴에총을/맞았는데,아침에먹은음식이밖으로/흘러나왔”으며,“불에탄시신들은배가터져/창자가다나”왔다.그리고시신들을“보고날뛰”는“개들”이있었다.아마도그현장은시각,청각,후각등거의모든감각을강렬하게활성화하는장소였을테다.젊은남자들을제외한여자,노인,아이등“불가항력의노약자들”을향한토벌대의“무차별공격”앞에서독자들의마음은가늠하기힘든슬픔으로차오른다.‘4ㆍ3’당시“방화하고학살한군인”에대한단죄는언제쯤이루어질수있을까?죽은자는말이없다하지만살아있는유족은말을한다4.3은살아있다그러므로피해자유족들은영혼을대신하여말을한다(중략)제주의모든마을을모으면엄청난큰부피의피해일것이다.그래서아직도역사는진실을기록하지못하고있으며한라산은말없이지켜보고있다한숨과눈물과한의기록일지라도후세에남기고지금은모두가화합의손을맞잡을때일것이다-「4ㆍ3은살아있다」부분강상윤의이번시집은‘제주4ㆍ3사건’의본질을탐구하려는치열한노력의흔적이다.이시는시인이고민하고탐색한핵심대상으로서의‘4ㆍ3’을향한넓고깊은제안이다.그에의하면‘4ㆍ3’은“제주의살아있는말이며/영원히지울수없는기록이고/먼훗날에있을제주인의슬픈이야기이다”강상윤에따르면“죽은자가있고죽인자가있지만/죽임의가늠과책임자가없는것이/4ㆍ3의특징이”다.“그수다한죽음”,그무수한죽음은왜발생했고그것의의미는무엇인가?누구도속시원히대답할수없는게현실일수있다.시인에의하면“죽은자는말이없”지만“살아있는유족은말을한다”“엄청난큰부피의피해”를남긴“4ㆍ3은살아있다”‘4ㆍ3’을생각하고기억하며그흔적을찾아보는일은어쩌면“한숨과눈물과한의기록일”수있다.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는강상윤의시를읽으며“진실”과“화합”의계기로서의“역사”를다시써야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