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 (배영운 시집)

이명 (배영운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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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배영운은 이번 시집 『이명耳鳴』에서 ‘노인’ 또는 ‘늙음’의 대상으로서의 자신에 집중하거나, 나이든 ‘부모’의 입장에서 ‘자식’을 생각하는 시들을 생산하였다. 이 시는 “부부”에 주목한다. 시인이 여기에서 주목하는 ‘부부’는 수십 년의 세월을 함께 보낸 “노년”의 부부일 테다.
저자

배영운

배영운시인은28년간공무원으로재직했으며,시집으로는「야산을보며」(2014),「초봄의수양버들에서」(2016),「차를마시며」(2016),「황홀한우화」(2020)등이있고,현대대구에서시를쓰며살고있다.
배영운시인의다섯번째시집인「이명耳鳴)」은그동안의문학적역량을집약하면서인생의새로운단계에진입한이가발견한소중한가치를시적으로형상화한다.배영운시인이발견한소중한가치의이름은‘가족’이될수있다.그는늙음의상태에도달한노인의입장에서‘부모’,‘자식’,‘부부’등을자신의시에껴안는다.사회의핵심단위이자형태로서의가족을다양한방식의언어로점검하는시인의시도가아름답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이명耳鳴 12
건망증 13
외로운갱년기 14
낯설어하고길들며 15
노인 16
예순나이 17
그렇게늙어간다 18
생명生命의소중함 19
삶의순서 20
엽서葉書 21
새색시 22
늙음 23
또순이그녀 24
일만하는어머니 25
사랑과나이 26
노점상할머니 27



2부

부모자식간 30
늙음이란 31
쇠약한노모老母 32
쉴수없이바쁜그들을보며 34
액자속사진 35
두류공원에서 37
못난부모 38
수음手淫 39
할머니가된그녀 40
손자 41
어제와오늘과내일 42
철없는아이 43
막내딸을시집보내고 45
노인종합복지회관 46
어렸던아이의오늘모습 47
아내 48



3부

세월 52
어미맘 53
금지된사랑 54
딸아이돌보기 55
노부부의대화 56
나이계산 57
악처? 58
추억 59
오늘의아내 60
자식이란 61
추위 62
뒷방노인네 63
망령妄靈된마음 64
슬픈치매의모습 65
어버이 66
염색 67



4부

부부夫婦 70
툇마루에앉아서 71
자식사랑 72
어느노인병동 73
자랑스런연장자 74
어버이날 75
젊은옛아내모습 76
밥그릇 77
벚꽃구경 78
입관入棺 79
젊은노인 80
자식자랑 81
젊은여인들 82
수목장樹木葬 83
세월의힘 84
장례예식장 85



5부

황혼이혼 88
이웃의죽음 89
상여喪輿 90
효도여행 91
돌아보는세월 93
화려한조화행렬 94
대단한삶 95
삶의이유 96
수의壽衣 97
먼세월 98
삼일장三日葬 99
떨어지는은행잎 100
호상好喪 101
법문法問 102
삶의의미 103


해설/새로운기회로서의노화와전부로서의가족-배영운의시세계/권온 105

출판사 서평

눈에차는자식하나없다

하나같이속을썩이고
딸년들은오면가져갈궁리만한다

다른집들은안그러지싶다

지지리복도없지
내같이복없는년은
세상천지에없을거다!

푸념을늘어놓으면서도
속으로더못줘또마음아프다
-「어미맘」전문


이시는앞에서살핀시「부모자식간」과비슷한계열에해당한다.시「부모자식간」이부모와자식의관계를부모의입장과자식의입장에서각각천착한다면,시「어미맘」은“어미”또는‘엄마’의입장에서“자식”또는“딸년들”을생각한다.
이번시는‘딸들’을향한‘엄마’의“푸념”또는‘원망’을담는다.“하나같이속을썩이고/딸년들은오면가져갈궁리만한다”라는2연의진술은시적화자‘나’또는‘엄마’의‘푸념’을구체적으로제시한다.친정에온딸들이돈도가져가고음식도가져가는등뭐든가져가기만한다면,엄마로서는“눈에차는자식하나없다”라는말이절로나올것이다.
놀랍게도딸들을향한‘엄마’의마음은‘푸념’으로만끝나지않는다.엄마는성에차지않는‘자식’을“다른집들”의‘자식’과비교하면서스스로를“세상천지에없을”,“복없는년”으로규정하지만,그녀의‘본심’은달랐기때문이다.4연2행의“속으로더못줘또마음아프다”라는문장에담긴엄마의본심을읽으며많은독자들은감동하게되는것이다.


무자식이상팔자라했던가
자식은있어도없어도걱정

어릴때잠시도손놓을수없고
자라면염려속에잔소리만는다

자식은애물단지
안쓰러워하고속상해하고후회하고……

그리고,저절로큰줄알고시집장가가면
제새끼가제일이고부모는뒷전이다

잘된자식,못된자식
잘되면제탓,못되면부모탓

힘든자식일수록더아프고아리고안타깝다
아픈손가락이다

속썩이는자식을두고
“차라리없는것보다못해!”하던,
어느노인의한숨이슬프고우울하게한다
-「자식이란」전문


「부모자식간」,「어미맘」등의시와유사한계열을형성하는시가「자식이란」이다.배영운은이번시집에서‘자식’관련시를다수제시하고있는데「자식이란」역시이흐름에동참하고있다.이번시는‘자식’또는‘자녀’에관한본질을통찰하고있는수작이다.
시인에의하면부모에게자식은기본적으로“걱정”,“염려”,“잔소리”의대상이자“애물단지”이다.결혼을해도후회하고,결혼을안해도후회한다,라는진술을들어본적이있는가?이것은아마도결혼에는장점과단점이섞여있다는이야기일테다.배영운에따르면자식에게도비슷한논리가적용될수있다.곧“자식은있어도없어도걱정”이기때문이다.부모의입장에서는자식이있어서좋은점도있지만나쁜점도혼재되어있는것이다.특히“아픈손가락”이라칭하는“못된자식”,“힘든자식”,“속썩이는자식”은부모에게“한숨”,‘슬픔’,‘우울’등의원인으로작용하기도한다.


젊어서사랑으로살고
중년에자식으로살고
노년에정으로산다

젊어선서로를알뜰하게아끼고
중년은자식사랑으로인내하고
노년은미운정고운정이끌려산다

그림자처럼붙어떨어질수없고
서로닮아육신의한부분처럼
불편함이없다

젊었을땐연인(戀人)
중년은조언자(助言者)
노년은친구(親舊)

말없이교감(交感)하고
습관같이약속하며
내몸같이한몸으로산다
-「부부(夫婦)」전문


배영운은이번시집『이명耳鳴』에서‘노인’또는‘늙음’의대상으로서의자신에집중하거나,나이든‘부모’의입장에서‘자식’을생각하는시들을생산하였다.이시는“부부”에주목한다.시인이여기에서주목하는‘부부’는수십년의세월을함께보낸“노년”의부부일테다.
배영운에의하면남녀가만나서결혼을하고‘노년’의부부에도달하려면‘청년’과“중년”등이전단계를거쳐야한다.다섯개의연으로구성된이번시에서1연,2연,4연등은각각3행으로이루어지는데공통적으로1행에서는젊은시절을다루고,2행에서는중년시기를언급하며,3행에서는노년시기를다룬다는점이인상적이다.시인에따르면청년부부는“사랑”을내세우는“연인(戀人)”이고,중년부부는“자식”으로연결되는“조언자(助言者)”이며,노년부부는“정”으로함께사는“친구(親舊)”이다.시(詩)로쓴부부론(夫婦論)으로평가할만한이번작품에공감할독자들이적지않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