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난다 - 지혜사랑 시인선 294

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난다 - 지혜사랑 시인선 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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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임영남 시인의 등단 22년만에 묶는 세 번째 시집이며, '슬픔도 졸이면 단맛이 난다'는 표제시처럼, 이 세상의 삶의 지혜와 그 서정적인 감수성이 진하게 배어 있는 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저자

임영남

저자:임영남
충남아산에서출생했고,1995년《詩와詩論》(현문예운동)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겨울벗기』(1996),『들꽃을위하여』(2002)등이있고,논문집으로『오장환시연구』(1997)가있다.청주신인예술상(1997)과청하문학신인상(2002)을수상했고,현재금강여성문학동인,풀꽃시문학,한국문인협회공주지부회원으로활동하고있다.
『슬픔도졸이면단맛이난다』는임영남시인의등단22년만에묶는세번째시집이며,[슬픔도졸이면단맛이난다]는표제시처럼,이세상의삶의지혜와그서정적인감수성이진하게배어있는시집이라고할수가있다.

목차


시인의말5

1부내일가도돼?

눈길12
보리밟기13
앉은뱅이꽃14
봄바람15
마곡사麻谷寺의상사화16
새해17
어머니의된장국18
입춘에온다더니19
금강에사는사람20
너만보면흔들린다221
봄편지22
오월의노고단23
봄이오는언덕24
토닥토닥숲속25
내마음의눈썹달26
황매화실눈뜨는사월28

2부새벽발자국

버선꽃30
여름소나기31
겨울파도32
장마33
기쁜선물34
나이테의겨울나기35
따뜻한강37
오랜친구38
노부부39
연미산연정40
꽃씨심고싶은날41
간격42
부끄럽다43
목탁소리44
오월의빛깔45
갑사황매화사연47

3부구부러진기억

탱자꽃에도상처가있다50
두사연51
요놈이뭐길래―환청52
봉황동옛골목길―반달소년김기평선생님54
밥물55
집에도상처가있다56
개미의귀로157
개미의귀로258
운동화를보내며59
얼렁댕겨와유60
지렁풀놀이161
지렁풀놀이262
등붉어진남자63
저별은알아줄지도몰라64
달팽이의귀가65
이민간소라껍데기66
눈물의처음68
아버지문갑69
숲속걷기71
너의그늘막이되어줄게72
구부러진기억73
깽깽이풀75

4부너의안부가궁금한날

봉황동감나무78
시생각79
골목길촌색시80
선운사동백81
뻐꾸기시계82
인디언과소통하는유월84
나팔꽃세상85
담쟁이덩굴86
산사山寺의겨울87
장군봉의시산제始山祭89
널떠나지못하는이유90
갈대의겨울91
유월코리아92
너의안부가궁금한날93
사랑아,가라94

해설/슬픔이달콤해질때까지―임영남제3시집『슬픔도졸이면단맛이난다』에대해/양애경95

출판사 서평

임영남시인을보면주변사람들에게참극진하다는느낌을받는다.「봉황동옛골목길」같은작품들을보면임시인이공주교대시절은사님들의사랑을듬뿍받은듯한데,아마도어려서부터의가정교육과도관련이있을것이다.임시인은대가족의일원으로자란듯한데,시「어머니의된장국」을보면,집안의분위기를짐작할수있을것같다.

달차근한햇마늘줄기처럼
당차게키워내신육남매
고단한땀방울

고춧대자작한아궁이불
슬픔도졸이면단맛이나는지
뚝배기속고만고만한수저가자란다
―「어머니의된장국」전문

6남매를둔집이다.어지간넉넉한집이아니라면기르고먹이고교육시키기가쉬울리없다.어머니는아궁이에고춧대로불을때어밥을짓고,남은불에국을끓여내신다.“슬픔도졸이면단맛이나는지”라는구절이빼어나다.그한구절에는많은사연과의미가담겨있다.어머니의고단한노동으로지탱하는어려운형편이고,뚝배기에특별한재료도넣지않고졸여낸된장국이지만,가족이함께하는밥상은꿀처럼달다.그덕분에6남매는햇마늘줄기처럼쑥쑥,달차근하고당차게자랄수있었다고시인은노래한다.

시「앉은뱅이꽃」에서어머니는이미이세상에안계시다.들에핀앉은뱅이꽃-제비꽃-을보며시인은어머니의유언을떠올린다.‘우애있게살어.’라는말씀이다.어미새처럼연신먹이를물어다막둥이입에넣어주시던어머니가그리워서시인은무덤가에핀앉은뱅이꽃에말을건다.

「어머니의된장국」과「앉은뱅이꽃」에서처럼,자식에게가장어머니를생생하게떠오르게하는것은역시밥에얽힌추억이다.시「밥물」에서임영남시인은밥뜸들이는냄새에서어머니를떠올린다.

마을어귀뉘집에서뜸들이는구수한냄새
밥물은절로절로흘러넘쳐도
당신없는세상은솔바람도스산한겨울
자식입에밥물들어가는것만보아도
배부르다좋아하시던어머니
살아생전뜨신밥한그릇못해드렸는데

꿈결에
비단안개두르고다녀가시니
하늘끝처마마다영산홍밥물들겄네
―「밥물」전문

가슴저리게아름다운작품이다.주부들은밥물이끓어넘치려할때불을줄이고뜸을들인다.밥물은밥을못넘기는환자나우유를못먹는아기에게미음,그러니까생명수가되기도한다.평생자식입에밥넣어주시느라자신의밥은챙기지못하시던어머니를잃고,자식은후회할일만많아진다.왜내가밥하여어머니를대접하지못했을까.이젠밥물이넘쳐흐를만큼흔한세상인데왜어머니가안계실까.

마지막연에서어머니는비단안개를두르고석양빛에물들어계신모습으로나타난다.“하늘끝처마마다영산홍밥물들것네”라는구절이선연하게아름다운것은,시인의마음에간직한어머니의모습이마치선녀처럼,중생을살리는관음보살처럼성스럽기때문일것이다.

시집안에는어머니외에도가족에관한시가많이눈에띈다.「아버지문갑」에는아버지가,「신혼집」에는새색시였을때의시댁가족이,「등붉어진남자」에는남편이,「얼렁댕겨와유」에는시어머님이각각등장한다.모두소중한인연이며시인의든든한지지자들이라는느낌이다.그런데,가족에대한시중에서「봄편지」가유난히눈에들어온다.

웃음이입술가득번질수있다는건
가슴뿌듯하여먹지않아도배부르다는건
혼자있어도늘콧노래가이어진다는건

네가있기때문이다

자궁속에돛을달고
목표도없이출렁이고있다는건
나이도점령할수없다는건

네가있기때문이다
―「봄편지」전문

시인의어머니가자식입에밥물만들어가도배부르시다던것처럼,이제시인역시‘가슴뿌듯하여먹지않아도배부른’자식을가지게되었다.생각하기만해도웃음이흐르고,혼자있어도외롭지않고,하물며늙어가는것도두렵지않다고한다.자식이란그렇게든든한존재인가보다.

시「오월의빛깔」에서시인은오월의신부가된딸의결혼식날,딸과눈을마주치지않으려애써피했다고썼다.마침직접물을수있는기회를이용하여시인에게왜그러셨느냐물으니,눈을마주치면좋은날울게될것만같아서그랬다고한다.빈둥지증후군이느껴지는이시의말미는다행히‘손주들재롱에슬픔이짧아졌다’는해피엔딩이다.어머니와딸,손녀로이어지는인연의소중함을강하게느끼며,가족이시인을치유해주고지탱하게해주는힘인것을알게된다.

입춘立春에게편지가왔다
어서길을내라고
우체통으로향한
눈부터쓸어야겠다
―「눈길」전문

선운사동백나무아랫도리
우는아이서있네
초경을하고서부끄러운듯
―「선운사동백」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