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저마다의 기타줄 - 지혜사랑 시인선 299

우리는 저마다의 기타줄 - 지혜사랑 시인선 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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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순화

저자:이순화
경북상주에서태어나2013년시전문지『애지』로등단했다.시집으로『지나가지만지나가지않은것들』과『그해봄밤덩굴숲으로갔다』가있다.
이순화시집『우리는저마다의기타줄』은그의세번째시집이며,장옥관시인의말대로,그는“쓸쓸하다는말대신에/사랑한다는말대신에”(「우리춤춰요」)춤을추자고권유한다.“유학산자락에지어놓은“덩굴숲”에서매일밤대우주의회전무回轉舞에맞춰맨발로춤추는아프로디테.“큰눈동자”의속박에서벗어난“뒷마당”의검은밤,차가운심장에잉걸불을지피고황홀하게아프게추는춤.타오르는불꽃한자락으로하늘에닿으려는몸짓,우주의율려로춤추는살의노래를듣는다.

목차


시인의말5

1부

여름마당12
소리쟁이풀꽃16
뒷마당19
산당화21
덩굴숲23
흰뱀이야기25
저놈,햇살이26
여자들28
물오름달29
한갓바람같은31
꽃그늘드리운묏등에모시나비33
인동초34
아득한,거기35
목이36
저건,필시37

2부

서쪽바다40
아무것이나아무것도아닌41
여전히,수프는끓어넘치고43
붉은달44
백이십억년의고독46
생울타리48
여전히,도깨비불은춤추고50
검은새가그광경을내려다보고있었다52
아버지망막한천망天網속에서날꺼내주오54
그늘55
숨바꼭질56
생일58
늙은나무59
산이오고있다60

3부

영등할망62
내곁에영등할망66
동백은지고69
객지에서내리는비는70
그리고,다시또비71
그집이층방72
포구는목선을달고74
북쪽바다76
사월78
불면79
혼새80
알아볼수있을까,우리―그리하여이십이억년후(딸에게)81
내이름은슬픈담수화83
갈바람85

4부

삼월88
밤기차89
비비새91
누수92
숨을고르다93
꼭꼭숨어라머리카락보일라94
나,온전히서리찬가을이어라95
명랑한뒤안―女子들96
붉은철책97
작은연못99
밤마당100
우리는저마다의기타줄101

발문/우주의율려律呂로춤추는살의노래/장옥관103

출판사 서평


해를앞세우고산이오고있다

종갓집들어서는집안어른같이
마을인사나서는장년같이
차례상앞으로다가앉는공손한자손같이

높은산이오고있다

한사람뒤에한사람또한사람

층층고조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아버지그리고끄트머리내가
굽이굽이둥근능선을그리며
수굿이장엄하게
한세계가오고있다

이글이글타오르는조선의태양을앞세우고
큰사람이오고있다
―「산이오고있다」전문

이순화시인의「산이오고있다」는장중하고울림이큰대서사시이며,역사의발전법칙에따른‘조선의태양’을그주제로다룬시라고할수가있다.해를앞세운산이오고있고,“종갓집들어서는집안어른같이/마을인사나서는장년같이/차례상앞으로다가앉는공손한자손같이”“높은산이오고있다.”“한사람뒤에한사람또한사람”,“층층고조할아버지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아버지그리고끄트머리내가/굽이굽이둥근능선을그리며/수굿이장엄하게/한세계가오고”있고,요컨대“이글이글타오르는조선의태양을앞세우고/큰사람이오고있”었던것이다.
역사는산소와도같고,이세상의숨구멍과도같다.이역사의숨구멍을통해서조선의태양이떠오르고큰사람이오고있는것이다.우리한국인들은미래의인간의이상형이며,인류역사의신기원을이루게될것이다.그렇다.환인,환웅,단군등―,아름다운것은우리한국인들밖에는없는것이다.

거기서뭐하세요
덩굴숲에들어그렇게

쪼그리고앉아
퍼렇게물든손으로

또알겠니,새벽이오면내몸에
물흐르는소리들릴지

가시덩굴칭칭감고그렇게
꽃피우기원하세요?

얘야발바닥이가렵구나
젖가슴이저릿저릿하는구나
들리지않니?
물길드는소리

꽃망울벙글어
피톨미쳐날뛰는소리

새벽이오면
내몸에퍼런물흐르겠지
덩굴숲우거지겠지

울컥,헛구역질
시퍼런달빛쏟아내겠지
―「덩굴숲」전문

이순화시인의「덩굴숲」은생명의숲이자우리인간들의삶에의의지의비옥한텃밭이라고할수가있다.덩굴은삶에의의지의가장구체적인증거이고,꽃은모든생명체의목적이자그결정체라고할수가있다.이세상에서가장중요하고화급한일은꽃을피우고열매를맺는것이다.이순화시인의「덩굴숲」은원시림이고,성적욕망이자기자신의가시울타리를두르고꽃을피우는곳이다.모든생명체는평등하지만,그꽃을피우는일에는“얘야발바닥이가렵구나/젖가슴이저릿저릿하는구나/들리지않니?/물길드는소리”라는시구에서처럼,타인의존재를인정하거나양보를하지않는다.성욕은물길이고,물길은흘러넘치며,물은흐르고,또흐른다.

최종심급은성욕이고,이성욕은어느누구도감추거나회피할수가없다.토마토와사과도가지가부러질정도로열매를맺고,은행나무와대추나무도가지가부러질정도로열매를맺는다.새우와멸치도그들의배가터지도록산란을하고,꽃게와오징어도그들의배가터지도록산란을한다.꽃을피운다는것은“가시덩굴칭칭감고그렇게/꽃피우기”를원한다는것이고,꽃을피운다는것은“꽃망울벙글어/피톨미쳐날”뛴다는것이다.꽃을피운다는것은유아론唯我論적이고절대적이며,그것은공격본능과방어본능의구체적인증거인가시덩굴로나타난다.가시덩굴은내부의적과외부의적들에대한결사항전의표시이며,이‘사즉생의각오’로꽃을피우는것이다.성욕은꽃이고,꽃은아름다움이고,이아름다움에는수치심이없다.

남자는씨뿌리고,또뿌리는존재이고,여자는낳고,또낳는존재이다.이남자의바람기와여자의바람기는그무엇보다도우선하며,모든생명체의기원이된다.
“새벽이오면/내몸에퍼런물흐르겠지/덩굴숲우거지겠지”라는덩굴숲의생명력이그것이아니라면무엇이고,또한,“울컥,헛구역질/시퍼런달빛쏟아내겠지”라는덩굴숲의생산력이그것이아니라면무엇이란말인가?

사랑은자연의소리이고,이자연의소리는덩굴숲의소리이다.모든꽃은우연히피는것이아니라자기자신의목숨을걸고피는것이다.
이순화시인의「덩굴숲」앞에서는모두가다같이천하무적의역전의용사가된다.
남녀가만나결혼을하고,아이를낳고,그아이들을키우다보면,그들은어느새산란을마친연어들처럼죽어간다.
산다는것은순교이고,거룩하고장엄하게꽃을피우고죽는것이다.

이렇게아름다운노래
이리슬픈노래들어보셨나요

나는당신의기타줄
나는당신의악보

고개들어나를퉁겨봐요

강물은출렁출렁춤추고
산맥은넌출넌출두팔흔들고

아침햇살은관목숲조율공
바람은공중에조율사

나는당신의아름다운기타줄
나는당신의슬픈악보

나는커튼새로스미는달빛
나는들창문을두드리는찬비
―「우리는저마다의기타줄」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