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 (김학우 시집)

유랑 (김학우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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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 시집 『유랑』은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디아스포라로서 나의 내면을 탐구하고 있다. 그 내용은 이민자로서 고달픈 유랑 생활,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의지, 고향 상실의 아픔과 그리움, 사회 현실에 대한 비판 정신 등이다. 덧붙여 이 시집은 언어, 민족, 국가를 넘나드는 경계인의 시학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이 시집의 2부는 1부의 한글시를 번역한 영어시로 구성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하다. 이는 디아스포라 시문학에서 자주 논의되는 언어 의식, 즉 모국어와 현지어 사이의 이중 언어 현실을 반영한다. 시인은 영어로 번역된 자신의 시를 통해, 이중적 정체성과 언어적 경계, 그리고 문화적 혼종성을 드러낸 것이다. 가령 「고향」의 영어 번역본인 “Hometown”은, 한국어의 정서와 영어의 간결성이 미묘하게 교차하면서 언어적 경계와 문화적 혼종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는 디아스포라 시가 민족, 언어, 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안과 밖의 경계에 선 존재의 내면을 탐구하는 방식이라는 점과 적실히 어우러진다. 이 글의 제사(題詞)에서 보았듯이, 디아스포라의 굴곡진 현실 너머에서 “강과 달과 어둠이 시가 되길 원했”던 “아이들”의 소망이 이루어진 셈이다
- 이형권 문학평론가, 충남대 교수
저자

김학우

김학우시인(미국명:PaulKim)은2000년미국으로이주한뒤,PacificStatesUniversity에서경영학박사과정을이수하고,현재AmericanWestCollege경영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또한15년째LosAngeles에서FarmersInsuranceHyunKimAgency를운영하고있다.그는『문학세계』를통해등단하였으며,고원문학상시부문신인상을수상했다.재미시인협회사무국장및이사를역임하는등문단활동도활발히이어가고있다.
김학우시인의첫시집『유랑』은디아스포라로서의자아를성찰하는작품이다.이시집은이민자로서겪는고단한유랑의삶,새로운세계를향한열망,고향상실의아픔과그리움,사회현실에대한비판의식을담고있다.더불어언어,민족,국가의경계를넘나드는‘경계인의시학’을실천하고있다는점에서주목할만한작품이다.

목차

차례


시인의말 5



1부

2가와3가사이@맨하탄 12
2020반성문 13
가면 14
개의해방 15
고향 18
공간이동 19
그밤그바닷가 20
꽃악어 21
나무는들판을좋아한다 22
내시의꿈 23
다람쥐집 24
달빛아래서도꽃은핀다 25
도마뱀7월에죽다 26
도시풍경 27
돈의생각 28
돼지의역설 29
들꽃의유산 30
바둑이 31
발렌시아에가을이오면 33
뱀의혀 34
버스정류장 35
비내리는샤갈의마을 36
새를보는각도 37
새와강 39
시월새 40
시월에뜨는강 41
아기도마뱀세상을보다 43
여우도개다 44
외할머니집 45
유랑 46
이가을에 47
이브의가을 48
이월 49
초월 50
하얀장미 51



2부

2020Letterofapology 54
AbirdofOctober 56
Acityscape 57
Aflowercrocodile 58
Afoxisadog 59
ArainyvillageofChagall 60
AriverthatrisesinOctober 61
Asquirrelhouse 63
Awhiterose 64
Babylizardseestheworld 65
Baduk 66
Between2ndand3rdstreets@Manhattan 68
BirdandRiver 69
Busstop 70
Dreamofaeunuch 71
February 73
Flowersbloomundermoonlight 74
Grandmother’shouse 75
Hometown 76
Inthisautumn 77
Legacyofwildflowers 78
Liberationofadog 80
LizarddiesinJuly 83
Mask 84
Nightinthebeach 85
Teleport 86
Theangleofwatchingabird 87
ThefallofEve 89
Theparadoxofapig 90
Thethoughtofmoney 91
Thetongueofasnake 92
Transcendence 93
Treeslovefields 94
Wandering 95
WhenfallcomestoValencia 96


해설/경계인의대화법,유랑의길과순수한꿈을위한/이형권 97

출판사 서평

새로운삶,그것은편안한삶을포기하고머나먼이국땅으로떠나온디아스포라의꿈이자희망이다.이시집에자주등장하는달의세계는현실너머에존재하는어떤이상적인세계를상징한다.달은보통죽음과단절을넘어선반복되는회귀,죽음이후의부활과영원한생명의세계를상징한다.

달빛아래꽃들과
세월에헤진꽃들이너스레를떤다
세상은시끌한데평안하신가라고
태양아래숨죽였던꽃들
어둠에피어났던꽃들
어우러져
그리워했던날들에
상처난왕관을씌우며
헤진세월을긷고있다
밤의꽃이라고
어둠속에서춤을추지말라는법은없지
달빛아래서도꽃은
왔다가고
밤하늘은
오늘밤도
가로등을푸르게물들이고있다
-「달빛아래서도꽃은핀다」전문

이시는“밤”혹은“달빛”으로상징되는디아스포라의열악한환경속에서도희망의“꽃”을피우는모습을노래한다.“세월에헤진꽃들”은시간의흐름속에서상처입고지친이들의모습을상징하면서고향을떠나타지에서살아가는디아스포라의운명과도맞닿는다.“세상은시끌한데평안하신가”라는구절은소란한현실과내면의평안을대조하면서이방인으로서의소외감과내적갈등을드러낸다.그런데정작중요한것은“달빛아래꽃들”이다.그것은“태양아래숨죽였던꽃들/어둠에피어났던꽃들”은시련을딛고극복하여더나은세계로나가는역설적존재이다.“상처난왕관”,“밤의꽃”은그러한존재이다.그것은“녀석이떠나간흙위로/어제는장미꽃이피었고/흐르도록많은물을뿌려주었다”(「도마뱀7월에죽다」부분)라는시구에서처럼,“도마뱀”의죽음이“장미꽃”이라는새생명으로다시태어나는일과다르지않다.다른시에서“악어가꽃이되는세상”(「꽃악어」부분)을꿈꾸는것도마찬가지다.
디아스포라의삶을살아가면서겪은온갖“상처”와“밤”과같은절망적인상황,그것이오히려“왕관”과같이숭고하고“꽃”과같이아름다운존재도거듭나는계기로삼은것이다.특히“밤의꽃”이라는이미지는시련속에서도삶을포기하지않고살아가는존재의강인한모습을상징한다.“어둠속에서춤을추지말라는법은없지”라는구절은역경속에서도희망과생명력을잃지않는디아스포라의개척자정신을강조한다.마지막으로,“가로등을푸르게물들이는”밤하늘의이미지는,이방의땅에서도새로운빛과아름다움을만들어내는디아스포라의새로운가능성을드러낸다.이것은“달에게로가는역은어디있는가/닿을수없어서있던시간들”(「초월」부분)을극복하고자하는의지와맞닿는다.
시인은어둠으로상징되는고달픈디아스포라의삶을초월하기위해서때묻지않은신비롭고순수한세계를추구하기도한다.현실너머의세계는“비내라는마을은샤갈을닮았다/몽환같은파란원색이샤갈을닮았다”(「비내리는샤갈의마을」부분)에등장하는“마을”과같은곳이다.그곳은신비한세계로서순수한존재가아름다운꿈을꾸는시적공간이다.

달마중가는아이
횃불들고강가로가는아이
찌그러진달을감상하는아이

시월에뜨는강은
온통시끌하였다
그래서아이들은햇볕처럼반짝이었다

사랑을하다앓아죽은처녀의이야기는
아이들의입을타고열녀라칭해졌다
그래서아이들은사랑을미워했다

날마다강은
달에서흘러내린샘물을조금씩마셨고
강과달은어둠을사이에두고소곤거렸다
그후로아이들은강과달과어둠이시가되길원했다

강가에다
순애의묘령제를올리던날
아이들은
시월에뜨는강은아름답다하였다

불씨가확오른다
달마중가는중이다
-「시월에뜨는강」전문

이시는“달마중가는아이”의이미지를통해한편의동화처럼순수하고신비로운세계를독특하게그려낸다.우선,시의제목에서“뜨는강”이라는비문법적표현을통해자연에대한새로운감각과시적상상력을보여준다.“강”이단순히흐르는자연물이아니라,“시월”의밤에“달”과함께떠오르는신비롭고생명력있는세계로재해석된다.이세계에서“아이들”이“횃불들고강가로”나가“찌그러진달을감상”하는모습은순수와비순수,혹은이상과현실을대조한다.이것은현실의불완전함속에서도아름다움을찾으려는순수한태도를상징한다.“시월의강”은“온통시끌”한가운데“아이들은햇볕처럼반짝”거린다는것도그러한의미로읽힌다.생기넘치는아이들의모습을통해자연과어우러진동심의세계를드러낸것이다.그런데,“사랑을하다앓아죽은처녀”의이야기가등장하면서,순수한세계에슬픔과두려움이스며든다.“아이들”은그녀를“열녀”라부르면서도동시에사랑을미워하게된다.어른들의세계에서전해진비극이“아이들”의마음에상처를남기고,사랑에대한두려움을갖게한것이다.
그러나,“강”은언제나“달에서흘러내린샘물”을마시고,“강과달은어둠을사이에두고소곤거렸다”라고한다.비극적현실가운데서도자연의신비와조화,그리고그속에서아이들이시적상상력을키워가는모습이다.“아이들”은강과달,어둠이시가되길원하며,자연과삶의비밀을시로승화시키려는욕망을드러내는존재이다.뒷부분에서“아이들”은“순애의묘령제”를올리며,“시월에뜨는강은아름답다”라고한다.이시구는현실적삶의슬픔과상처를의식하면서도,여전히세계의아름다움을발견하고자하는“아이들”의순수함을강조한다.“불씨가확오른다”라는표현은새로운깨달음이나희망의시작을상징하며,“달마중”가는“아이들”의모습은어둠의현실속에서도순수와희망을잃지않으려는마음을상징한다.그들은니체가말했던,순수하고창조적인존재를상징하는어린이의모습과다르지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