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천강의 노래 (윤석기 유고시집)

덕천강의 노래 (윤석기 유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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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고인이 죽어 가면서 건네준 원고 뭉치를 어떻게 태울 수 있겠습니까?” 청춘의 한 때, 겁 없이 불태운 낭만의 재를 이제 털어내고자 용기를 내었습니다.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모두가 본인의 불찰입니다. 몇 년 보관하다가 출판 능력 없으면 고인의 가족에게 전달해야 했음인데, 그 후 2022년 9월 필자의 “모난 것은 살아있다” 첫 시집을 출판하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 먼지 속 원고를 인터넷 좌판으로 이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간이 일 년여 경과하는 동안 몸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몇 번 죽었다 살아나고 하면서 더욱 부채를 느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몸이 회복되어 미안하고 죄스런 마음으로 입을 열어 세상에 고합니다.
육신의 무덤은 30여 년 전 불에 태워져 흙으로 사라졌지만 이제 영혼의 무덤은 이 시집(덕천강의 노래) 속에 고스란히 살아 세상으로 풀어 보내려 합니다. 다시 한번 故 윤석기 시인과 그의 가족 친지에게 사죄드리며 늦게나마 유고 시집으로 묶어 고인이 나고 자란 고향의 시(덕천강의 노래)를 덕천강에 흩뿌려져 고인의 혼백이 강물에 융화되어 질펀한 서정의 거름으로 애향 애민의 정신이 누누이 꽃 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손익태, 「발문」에서
저자

윤석기

故 윤석기 시인은 1964년 경남 사천시 곤명면 금성리 71번지에서 출생했고, 1992년 대구 한의과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대구 계명대학교 대학원 한문학과에 입학했고, 1995년 8월 대학원 석사논문 과정 중 위암으로 사망했다. 1990년 대구 아마추어 문학동인 ‘언어와 시각’ 동인으로 활동했고, 박곤걸 시인으로부터 무료 시창작 강좌(‘시인다방’, 대구 문화동)를 들었다.

『덕천강의 노래』는 윤석기 시인의 유고시집이며, 그의 고향의 역사와 전통과 그 한을 노래한 장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1부는 장시 「덕천강의 노래」이고, 제2부는 그의 유고작 20여 편을 실었고, 발문으로는 그의 유고시집을 보관해 오다가 정리한 손익태 시인이 맡았다. 이 『덕천강의 노래』는 전적으로 손익태 시인의 아름다운 인성과 그 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윤석기 시인의 『덕천강의 노래』는 사랑과 우정으로 흐르고, 영원한 불멸의 역사를 향해 흐른다.

출판사 서평

『덕천강의 노래』는 윤석기 시인의 유고시집이며, 그의 고향의 역사와 전통과 그 한을 노래한 장시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제1부는 장시 「덕천강의 노래」이고, 제2부는 그의 유고작 20여 편을 실었고, 발문으로는 그의 유고시집을 보관해 오다가 정리한 손익태 시인이 맡았다. 이 『덕천강의 노래』는 전적으로 손익태 시인의 아름다운 인성과 그 우정의 산물이라고 할 수가 있다. 윤석기 시인의 『덕천강의 노래』는 사랑과 우정으로 흐르고, 영원한 불멸의 역사를 향해 흐른다.


내 어린 날
갈대밭과 석양
농부들의 땅과
물 건너던 나룻터의
억센 그리움 데불고
덕천강에 왔다

강은 그 곳에 있었다
남해안과 지리산을 맞대고
끝자락 안개 속에 드리운 채
아직도 조용히 맥박 띄고 있었다

생그란 눈빛
옛날 그대로가 아니었다
새파랗게 멍들어 있었다

그리움,
어린 날의 벅찬 그리움
잔등 돌린 말없는 그리움 앞에
자꾸만 소주잔이 흔들렸다
- 「덕천강의 노래」 1 전문


바람 냄새 싱싱한 덕천강에 서면
늘어진 옥수수잎이 되고 만다
언덕배기의 그리움 가물가물하여
슬쩍 경운기 자국 따라 들리면
兄이 짐짓 되뇌이는 말투
“들판은 어쩐지 시인에게
길들어진 역겨운 글재주
화가의 그림 속으로 빨려든
거름내 나는 풍경뿐”이란다
- 「덕천강의 노래」 7 전문


먼 변방에서 추위와 싸우는 준경
오랜 기간 연락 끊긴 유학 간 형
논두렁 따라 덕천강 바라보고 계실 어머니
모두 나름대로 마음 밭 일구고 있건만
문 밖 가득 살벌한 낌새를 의식하지 못한 채
난 붉은 전등 켜고 끼워둔 능청
짙게 손질하고 있다

먼지투성이 추억이 갑자기 허물어지면
야산에 널려있는 무덤 가운데
멀쩡한 몸으로 객기치민 일생 몫의
넝쿨손을 뻗어야 하나
뛰놀던 동산 찾아 먼저간 친구의 무덤에
흙을 얹어주고 잔디 입혀주며 울어야 하는가
비석을 쓸어안고 닦아야 할 것인가
질긴 목숨 자랑이나 하듯이
아무런 바램도 없이 떠밀린 세월
- 「덕천강의 노래」 42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