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어 밖으로 나가봐야겠어 (전현자 시집)

바람이 불어 밖으로 나가봐야겠어 (전현자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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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번 『바람이 불어 밖으로 나가봐야겠어』에서 전개되는 그녀의 시들은 몇 가지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첫째, 시인은 ‘자연’을 향한 강한 경도를 제시한다. 가령 「좋으면 되었지」, 「느티나무 아래에서」 등의 시편에서 전현자는 “보령 성주산 자락”, “편백나무 숲”, “대천 바닷가”, “내소사 느티나무” 등의 자연과 연결된 사물들을 제공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편안함과 좋음으로서의 정서를 표현한다.
둘째, 시인은 ‘걷기’ 또는 ‘산책’에 열중한다. 가령 「길 4」, 「봄을 걷다」 등의 시편에서 전현자는 자연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인물을 제시함으로써, “별천지”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걷기에 몰두한다.
셋째, 시인은 ‘노래’로서의 ‘시’를 반복한다. 가령 「나의 노래」, 「나뭇잎 노래」 등의 시편에서 전현자는 ‘노래’와 연결된 ‘시’의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한 올 한 올 느슨히 짠 스웨터 같은”, 편안하고 친근한 시의 길을 느긋하게 걸어간다. 또한 그녀는 시 「화두」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시의 의미를 ‘꽃’과 ‘똥’ 사이에서, ‘없음’과 ‘있음’ 사이에서 찾는다.
우리가 산책에 관한 J.K. 롤링의 견해에 동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전현자의 시에 내재된 산책의 힘과 가능성을 신뢰할 수 있다. 시인에게 걷기 또는 산책은 시를 위한 빛나는 아이디어의 근원일 테다. 전현자에게 산책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한, 그녀는 시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고, 독자들의 시 읽기 역시 계속될 것이다.
- 권온, 문학평론가


전현자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인 『바람이 불어 밖으로 나가봐야겠어』는 그의 시에 내재된 산책의 힘과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인에게 걷기 또는 산책은 시를 위한 빛나는 아이디어의 근원인 것이고, 산책할 수 있는 힘이 남아있는 한, 그녀는 시 쓰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이다.
저자

전현자

전현자시인은충남서산에서태어났고,2012년계간『시안』으로등단했다.시집으로는『슬픔을깎다』가있고,『바람이불어밖으로나가봐야겠어』는전현자시인의두번째시집이된다.
전현자시인의두번째시집인『바람이불어밖으로나가봐야겠어』는그의시에내재된산책의힘과가능성을보여준다.시인에게걷기또는산책은시를위한빛나는아이디어의근원인것이고,산책할수있는힘이남아있는한,그녀는시쓰기를멈추지않을것이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빌려쓰는목록 12
나의노래 13
춘분 14
오월 15
정선 16
신두리 18
길2 20
길4 21
쉰셋,봄 22
아시는지 24
작약꽃 26
깜박했다 28
봄을걷다 29
구름을벗다 30
비가오려는지 32



2부

좋으면되었지 34
때時 35
산책길에서 36
화원을거닐다-리움미술관에서 38
누구신가 40
하늘마당 41
저녁으로구르는시간 42
불나비 44
오두막 46
천왕봉해돋이 48
바람의노래 50
다시바다 52
하루 54
집게 56



3부

거리 58
쪽파를다듬으며 59
서쪽에서 60
낚시 62
떠밀리다 64
시간밖을걸어요 66
자리 68
그림자만옮겨선안된다 70
길5 71
답장 72
앓고난뒤 74
깜박 76
느티나무아래에서 77
발 78
밥통 80
그이 82
버스 84
길6 86
비그치고 87
슬리퍼 88



4부

여름냄새 90
말해주세요 91
옛기억 94
비오던날 95
알지못합니다 96
별꽃 98
토끼이야기 99
돌아가다 100
상원사동종 102
돌멩이2 104
바람이불어 106
길3 108
영역표시 110
고남에서 112
네잎클로버 114
나뭇잎노래 116
시인 118
화두 120


해설/빛나는아이디어의근원으로서의산책,걷기의시학/권온 121

출판사 서평

밥만이나를키운건아니었지요
뙤약볕아래김을매던어머니,
소나무그늘에앉아
내가떠다준당원물,
풀물밴손으로받아마시던그날,
당신의눈길에서
어린나는벌써체념을읽었습니다

어머니,
우리는새벽부터밤까지일하고
쉬는날도직장에나가는데
날마다가난해요
먹고사는일이왜이리힘든가요

하루도쉬지못해요
불안은빚쟁이처럼문을두드리고,
곡식을거둔들판도한철은쉬는데
우린어찌이리쳇바퀴같은삶을사나요?

스스로목에줄을매고
헛배를채워가며
상사의눈칫밥을삼켜요
승진,월급올라가는건꿈도못꾸고
‘포기’란말을이름표처럼달고다녀요

(……)

내삶을뒤집을
혁명하나쯤일으키고싶어요

오늘은오랜만에
쑥부쟁이핀공원을걷습니다
투명한가을하늘아래,
‘혁명’이라는말이
가슴을말달리게해요

마른골짜기에샘물이솟듯
너무기쁜나머지
스스로에게묻습니다
-나이렇게살아도되나?
정말꿈이란말,
아직써도되는걸까요,어머니?
-「말해주세요」부분


이시에서시적화자‘나’는긴요한인물로서의“어머니”또는“당신”에게지속적으로이야기한다.‘나’의이야기는“먹고사는일”의어려움과“쳇바퀴같은삶”에대해서집중한다.‘나’와‘어머니’를포괄한“우리”의생(生)은“가난”과“불안”으로점철되어있다.‘나’는유년시절부터“체념”과“포기”에익숙하고,“일”과“직장”과“상사의눈칫밥”사이에서“불나방처럼/불빛을좇는”다.
다행스럽게도‘나’에게는“허망한하루”의연속또는“어두운길”을끝낼수있는비장(祕藏)의무기가있다.그것은바로“태양”처럼밝게빛나는“혁명”이다.전현자는이시에서‘말’의특별한용법에주목하는언어의장인(匠人)으로서등장한다.그녀가선택한말들은‘포기’와‘혁명’과‘꿈’등을포괄한다.우리에게는이제‘포기’를지우고‘꿈’을새롭게써보는일이중요하게다가올것이다.


붉게물들어
내가진다

온몸으로살아낸뒤
남은것은
얇디얇은자존심하나

왕년을거들먹거려봐야
초라함만더해질테지

내살갗을스쳐가던
부드럽고달콤한바람의입술,
별밤,멀리서달려오던이슬방울들-
잊지못할거야

날빛나게해주던
여름날의태양
광인같은폭풍도그립겠지

하루이틀늦춘들
뭐달라질게있겠어?
꼭대기에매달려바둥대거나,
발길에채여바스라지거나

아버지의아버지,
그아버지의아버지가간길을
이젠나도
걸어가는거야
-「나뭇잎노래」전문


우리는앞에서시「나의노래」를점검한바있다.‘노래’를향한전현자의열정은이번에살필시「나뭇잎노래」에서도지속된다.시인이부르는노래는“나뭇잎”,“바람”,“별밤”,“이슬방울들”,“태양”,“폭풍”등자연,우주와연결된다.
이시의시적화자‘나’는석양처럼“붉게물들어”,지고있다.힘겨운삶을“온몸으로살아낸뒤”,‘나’에게“남은것은”,“얇디얇은자존심하나”이다.빛나던“왕년을거들먹거려봐야”,오늘의“초라함만더해질”뿐이다.인간으로서태어난‘나’는조상들이걸어간길을걷게될테다.“아버지의아버지,/그아버지의아버지가간길을/이젠나도/걸어가는”것이다.우리들각자에게주어진80년,90년,100년의세월을잘살았다면언젠가다가올생의마무리도차근차근준비해볼일이다.그런의미에서이시의제목“나뭇잎노래”는인생이라는긴길을걸어간사람의참된고백이된다.


산책길에있었다.
노오란꽃아래뭉개진개똥.

저꽃-
누가거기던져놓은것일까.

난화두하나를안고
산을내려온다.

똥속에꽃이있다는말인가,
꽃속에똥이있다는말인가.

방금생각하던
나는어디에있는가.

어느시에도없고
어느시에도있는
-「화두」전문

전현자가이시에서주목하는주제는“화두”이다.화두(話頭)는관심을두어중요하게생각하거나이야기할만한것을뜻한다.시적화자‘나’는“산”에올라서“산책길”을걷다가“노오란꽃아래뭉개진개똥”을발견한다.대비되는속성을지닌‘꽃’과‘똥’이라는두개의대상사이에서‘나’는‘화두’를생각하게된다.
‘나’가생각하는화두는‘꽃’과‘똥’의상호관계와무관하지않다.“똥속에꽃이있다는말인가,/꽃속에똥이있다는말인가.”라는4연의진술을우리는어떻게이해할수있을까?어쩌면시인은‘꽃’과‘똥’의가치를대등하게바라보는지도모른다.이제‘꽃’은‘똥’이고,‘똥’은‘꽃’일수있다.
전현자는6연에서“어느시에도없고/어느시에도있는”이라는어구를제시하는데,여기에서독자들은시(詩)의유(有)와무(無)가서로공존하고있음을깨닫게된다.우리는‘꽃’과‘똥’이하나이듯,‘시’의있음과없음도하나라는인식에도달할수있다.이와같은깨달음또는인식의근원에는생각하는존재로서의‘나’가위치한다.시인의제안을긍정적으로수용함으로써,우리는생각하는사람이될수있고,의미심장한화두를삶의현장에서실천할수있을것이다.


잠시빌려쓰고있는목록입니다시간,바람,햇빛,달,별,물,나무,풀......
사는동안일일이셀수는없지만이제부터공책에적어놓겠습니다
오늘난너무나도한나절펼쳐놓은봄햇살속에볼에스치는솔바람과
홀아비꽃대꽃향기와
내가막느티나무아래를지날때“안녕하세요”유치원아이들이건네는인사도받았습니다

내일가도그자리에있을숲속길
-「빌려쓰는목록」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