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천지의 한 세대 시천지의 세 마디 (시천지 제10집)

시천지의 한 세대 시천지의 세 마디 (시천지 제10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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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보내온 ‘삼십 년’은 ‘인생의 세 마디’일 뿐만 아니라 ‘한 세대가 보내는 긴 세월’이다. 문단의 신인이 ‘소장 시인’과 ‘중견 시인’을 거쳐 ‘중진 시인’을 향해 가고 있다. 그동안 우리 동인들이 펴낸 시집들과 작품들은 이제 우리 시단에 하나의 산맥을 이루어 가고 있다.

이번 기념 시집에는 박수빈 시인의 「화성장대에서」 외 9편, 진영대 시인의 「수탄장」 외 9편, 서주석 시인의 「모닝꽃」 외 9편, 윤정구 시인의 「너구동의 여름」 외 9편, 최영규 시인의 「부의」 외 9편, 한이나 시인의 「번개낙관」 외 9편, 고영섭 시인의 「사랑의 지도」 외 9인, 이나명 시인의 「저녁이 지나가네」 외 9편을 모아 80편을 담았다. 오석륜 시인은 아쉽게도 함께 하지 못했다. 여기 수록작들 대부분은 갓 길어 올린 ‘날 것의 작품’ 또는 이미 펴낸 ‘대표작품들’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시천지〉 동인의 열 번째 여정이라는 흐름에는 모두 닿아 있는 시편들이다.

〈시천지〉 동인들은 이 기념시집을 펴내며 앞으로 좀 더 원숙한 시들을 써낼 것을 다짐해 본다. 동인들은 저마다 대여섯 권 이상의 시집을 펴내면서 ‘등단 신인’에서 ‘중진 달인’이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국제 정세가 급변해도 시인의 역할은 여전히 ‘시로 노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시가 끊어지지 않고 끝없이 이어지는 ‘시의 지천’, ‘좋은 시가 천지’인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
- 「서문」 중에서
저자

시천지동인

1994년10월,권력과자본혹은친소관계에기반하여발표지면을나눠먹기하는문단의현실을반성하고,“한국문학사적의미를지닌시인결사체를만들자”는듯으로상희구,이나명,노명순,윤정구,한이나,최영규,김성오,고영섭시인이모여‘시의천지’또는‘시의지천’을만들기위해〈시천지〉동인을결성하다.
동인이름은‘하늘과땅이어우러진시’,‘좋은시가천지인세상’을만들자는취지에서‘시의천지’.‘시의지천’을함의하는‘詩天地’로정하다.이후매월한국문학사에큰발자취를남긴시인오상순,한용운,김수영,정약용,김소월,윤동주,김현승,조지훈,신동엽,박목월,주요한,허난설헌(순례순)등의시세계강의및시비를순례하며동인들의문학적우의를다지다.

목차

서문 5



박수빈

화성장대華城將臺에서 16
봄날이간다 18
저절로가는길 19
숲에어떻게도착하나요 20
바퀴달린신발 22
줌인줌아웃 24
물속의잠 25
심연 26
미타쿠예오야신 28
아보카도 30



진영대

수탄장愁嘆場 32
하늘에뿌리내리기로했다 34
이거면되겠습니까-일출,호미곶앞바다청동조각상 35
사랑아,사랑아 36
조장鳥葬 37
바람이멈추었다 38
밥투정 39
말하지마라 40
오래된골목 41
탈피 42



서주석

모닝꽃 46
물꽃 47
마음꽃 48
알몸꽃 49
말차꽃 50
살데꽃 51
스윙꽃 52
멘탈꽃 54
미스테리꽃 56
숨꽃 57



윤정구

너구동의여름 60
사과속의달빛여우 61
소나기를맞은염소-사석원에게 62
사슴벌레 64
수석水石을바라보다 66
산수유화엄 68
세인트히말라야 69
아버지의아버지 70
목척교 71
유리시경琉璃詩境 72



최영규

부의賻儀 74
문안산물감빛 75
덕항산동무들 76
달항아리-국보제310호백자대호白磁大壺 77
하늘길잠적潛跡 78
강경들녘폭염 79
나를오른다 80
환생還生-안데스1 81
바다-안데스2 82
고향故鄕-안데스12 83



한이나

번개낙관 86
어머니와재봉틀 87
에코브릿지 88
물빛식탁 90
알맞은그늘이내가될때 91
침향 92
청호반새,저꽃잎 93
석양무렵여름 94
거대한달력의저쪽 96
뭇별총총 98



고영섭

사랑의지도-한글날에 100
연결되어있네 101
마침내-대지 102
처서-더위가그치는 103
사경가寫經歌-현대향가12 104
동치미 105
절창絶唱 106
화불-그림으로그리는경전 107
벚꽃사리 108
하루 109



이나명

구름신발 112
눈이온다2 113
忌日 114
느티나무그림자 116
모든날들이 117
아니당신! 118
슬픈꿈 120
울음열쇠 121
이슬방울세상 122
저녁이지나가네 123


해설┃〈시천지〉동인31년을돌아보며-하늘과땅이어우러진시를위하여 125
시천지동인연보 149
동인주소록 153

출판사 서평

눈앞에셀수없이널린길들도
내정작마음먹고나가려할땐
너덧길서너길두어길되다
한길로줄어들기마련이듯이

지상에서제일로부지런한건
나의손과또나의발이라지만
머리에서가슴으로못옮기고선
가슴에서발끝으로못이르고선

세상에서제일로머나먼길은
머리에서발끝으로나아가는길
발끝에서온몸으로못나가고선
마지막엔자기조차못버리고선

눈잎에널려있는길들중에서
마음둘수있는길은어디에있나
지상위에남겨진오직한길은
내온몸을던져서열어가는길
-고영섭,「길-사랑의지도」전문


시앗을두면돌부처도돌아앉는다는속담이있지만,시앗이생겨도꿈쩍하지않을사람이고영섭시인입니다.소금항아리같은사람입니다.필자의예전집에는토광구석에소금항아리가붙박이처럼자리를차지하고있었습니다.이사나올때까지한번도그자리를옮겨본적없는질항아리였습니다.오래된소금독은간수가베어하얀소금꽃이피어있었습니다.〈시천지〉에도그런사람이있습니다.
동국대학교불교학과교수로재직중인시인은문학과철학,불교학자로명성이높지만‘시는문학청년시절부터내삶을지탱해준고갱이였다’는고백에서보듯그의중심에는시가있습니다.2005년6월부터인문학계간지『문학사학철학』을20년동안주간해오면서필자는시인이엄살을부리는것을한번도보지못했습니다.한번‘마음먹고나가려할땐’그는‘남겨진오직한길’을향해미동없이‘온몸을던져서열어가는’사람입니다.
살면서옆에길을물어볼사람이있다는것은행운입니다.도(道)를아는사람과동행하는여행처럼안심되고즐거운여행이없습니다.〈시천지〉가기울지않고균형을이루며한세대를동행할수있었던이유는든든한안내자가있었기때문입니다.태풍에도넘어지지않는돌부처에의지해서바람을피할수있었기때문입니다.
만해와미당,원효와퇴계,향가에이르기까지불도유(佛道儒)를넘나들던시인은이제고향으로돌아갈준비를하고있습니다.‘눈앞에셀수없이널린길’을지나결국‘너덧길서너길두어길되다/한길로줄어들’어‘마음둘수있는길’을찾은듯합니다.몇해전고향인상주에농가를마련하고아이처럼좋아하던모습이생각납니다.시인을만날때마다종종안부를물어보는것은마침필자의농장도상주에있어이제남아있는우리가살아가야할날의끝자락에는동향인으로살수도있겠다는기대감이었을지모릅니다.


햇빛의길을보았니

일초에백만리를달리는
억만리허공의곧고투명한길을달려와

흙을만나면흙속으로들어가싹틔우고
나무나풀을만나면그속으로들어가꽃피우는

눈부신흰말들

그중의한마리말이환생하여
잠시피어난꽃다지인내가무엇을말할수있겠니

돌밭둑이라도
기쁘게피었다갈뿐이야

바람속에끄덕이는
한뼘꽃다지
-윤정구,「꽃다지에게」전문


내가깨문대추한알속
그달큰한과육속
대추벌레한마리꿈틀했다

그렇게나는네몸을보았다
허옇게살찐대추벌레의몸으로
흰이빨딱딱벌리며
내속을파고드는
막무가내씹어대는너의입질을느꼈다
너에게살뜰히먹히고있는
점점네속으로들어가고있는내몸을보았다
여지없이
썩어문드러질내몸이통통한
사랑한마리로자라고있는걸보았다

내가깨문대추한알속
그향긋한과육속
사랑벌레한마리꿈틀했다
-이나명,「사랑벌레」전문

그녀가물의정원나무그늘에식탁을차렸다
눈앞강물이반짝이고풀밭은초록의그림자
우리만나이를한참먹었다

정성을차린우리들의싱싱한식탁
찰진이야기술술풀려나오는
물빛사윌만찬인듯

오늘하루나를낭비하지않기로했다
너무힘껏살지않기로했다

계단이없는평평한물의정원저푸른그림자의풀밭
나무그늘에누워하늘을독차지한게
오늘내전부
아무도슬프지않아지루한내생의정점

그림자의그림자인내가웃는다
죽은친구는저승벌판헤매느라오지못하고
오래펄럭였던얘기한줌바람으로정결했다
-한이나,「물빛식탁」전문


시가뭐냐고묻기에
흰솔나리꽃이라했지요
허리접어토슈즈신고있는
발레리나의클래식튀튀처럼
경계를사뿐히허물고
발가락끝으로
하늘위걷고있는
푸른잎맥의발레리나꽃.
-서주석,「발레리나꽃」전문


아버지가즐겨찾던안주는죽은아내를부르는것이었다.곡기가소주였던일이다반사였다.절대아버지처럼살지않겠다던다짐이밤마다꿈을꾸며이불을걷어찼는데,그럴때마다이불에붙어있던별들이떨어져나갔다.밥값이부족하던청춘은허기를메울단어를찾아번역을했다.

-오석륜,「엄마야누나야강변살자」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