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발자국을 읽는다

물의 발자국을 읽는다

$12.00
저자

하주자

하주자시인은전남장흥에서태어났고,2013년『애지』로등단했다.
『물의발자국을읽는다』는그의첫번째시집이며,하주자시인은과거와현재,미래라는심연에자신만의시선으로선명하고아름다운그늘을펼친다.이미지나간것이새로운미래가될수있다는발견을통해익숙하지만,새로운현재성을만들어낸다.

목차

시인의말 5



1부

보름고망 12
멸실滅失의시간 14
물의발자국 15
즐거운나의집 16
두원마을이장님밀농사弄事 17
틈 20
적매화피다 21
인생은가끔삼천포 22
봄물오른목단 24
먼집 26
끝물 27
뒤꼍이붉다 28
가볍고흰 30
오독 32
그림자 33



2부

사막여우와의자 36
이별의방식 38
빈의자 39
가끔은,그러하다 40
동안거冬安居 41
뒤집기어려운날 42
적막을옮기다-공재윤두서자화상앞에서 44
텅·빈·길-모딜리아니몽파르나스의전설 46
섣달,삭힌반데기는 47
봄벚꽃그리고너 48
여름끝에서다 49
꽃의행방 50
낮달이분꽃에게 51
안녕,사라진날개 52



3부

봄,한나절잘놀았습니다 56
꽃의그림자 57
월식 58
토란밭에한송이연꽃이 59
봄날 60
죽방렴 61
한계령 62
오천항공무도하가 64
구강포의밤 65
새의발바닥에노을이 66
연기암간다 67
우포늪 68
날개를묻다 69
봄은미열 70
오늘도스물하나 71
나비,꿈속에들다 72



4부

수몰 76
삼거리능수버들 77
쿨한김여사 78
아악목 82
점·점·점에서 84
꽃기별 86
뭇별에길을잃다 87
콩고르는아버지 88
알알이박힌다는것은 90
거미,집을기워야해 92
가을밥상 94
달빛안부 95
배롱꽃지면 96
둥그런말 97
청개구리카일 98


해설┃이승희
오래된미래의시간을걸어가는 101

출판사 서평

????석달이면몸을뒤집고,열다섯이면마음을뒤집고,스물에는천둥치는밤을지나정신을뒤엎는????단다.뒤집는게아니라뒤엎어?스물이지나면정신을?뒤엎으며살아야살수있다고?알겠다.나와동년배60년대생生이라면대저그삶이어떠했을지.????물의발자국을읽는다????는????뒤꼍????의이야기이고????것????들의이야기이다.꽃을피우고싶었던이야기이고날개를달고싶은이야기이다.누가고분古墳속독널을????즐거운나의집????이라고말할수있을까?고단하고서럽고애달팠던누군가의삶을이해하는건노래고시고이야기라면나는밤을새워서라도고백을해야만하고누군가는그굽이굽이이야기의모롱이를같이돌아주어야하는것이다.인디언수오족처럼????말을달리다가끔씩멈추어서서/자신의영혼을기다리????게만드는,????뒤????를돌아보게만드는시집이다.
-유홍준시인



​누가 물의흔적을 이렇듯잘포개놓았나

한겹도겹치지않고스쳐간내력
규화목 옹이흔적이 선명하다
기억지층마다돋을새김이다

설레는고백이거나기쁨의무늬 
돌이킬수없는 저녁쓸쓸한그림자의
마음속파도까지켜켜이새겨진
화석가득한섬

격렬한날들이지나간퇴적층일수록
선명하다는파도의결

용암처럼뜨거운화인도
층층 결이될까
얼마나 깊고긴 호흡으로다듬어야
물결자국선연한연흔이되는가

지상에서는사라졌으나아직도뚜렷한
시간을받아새긴경전한편
 
물의발자국들저물도록읽는다
-「물의발자국」전문


하주자시인의「물의발자국」은모든생명체의발자국이자역사의발자국이며,“지상에서는사라졌으나아직도뚜렷한/시간을받아새긴경전한편”과도같은대서사시라고할수가있다.모든생명체와물체에는「물의발자국」이각인되어있으며,“물결자국선연한연흔”을읽을때마다모든생명의기원과물의역사를깨닫게된다.
물은만물의어머니이자모든생명의기원이며,대자연의자궁과도같다.
수많은동식물들과수많은산과들이만나대자연의서사시가되듯이,모든생명체들은「물의발자국」이새겨진경전이며,우리는그무엇을읽거나볼때마다‘물의경전’을마주하게되는것이다.
시와소설에도물의발자국이새겨져있고,정치와경제와문화에도물의발자국이새겨져있다.수많은사찰과수많은책들에도물의발자국이새겨져있고,새와동물과모든생명체들과모래에도물의발자국이새겨져있다.
모든역사도물의역사이고,모든경전도물의경전이다.


마한반남고분굴독널을보고온후
가끔깊은독널속에눕는다

죽음을슬퍼하는마음이
청동거울과비취빛곡옥을넣었으리
무덤방에서거울을보고
되살아오는것꿈꿨을까
죽음안에서간택되는사람들
애첩이었으므로,시종이었으므로,호위무사였으므로

나는당신을껴묻고,당신은나를껴묻는다
나비였거나꽃이었거나굴욕이었거나치욕이었던순간들
부장품목록을색인한다
매일몸으로새겨넣는죽음의흔적

되살아오는꿈을꾸는방

유월의장미가담벼락을넘어만발할때
곡은노래가되어되울리지
부장이되기까지는아득한길

독널은즐거운나의집
-「즐거운나의집」전문
하주자시인의「즐거운나의집」은독널의집이며,그의사후에대한꿈(상상)으로가득찬시라고할수가있다.대부분“죽음을슬퍼하는마음이/청동거울과비취빛곡옥을넣었”을것이고,그“무덤방에서거울을보고/되살아오는”꿈을꾸었을것이다.따라서그환생의꿈과함께,그“죽음안에서간택되는사람들”,즉,“애첩”과“시종”과“호위무사”들까지도‘살인순장’을시켰던것인지도모른다.
순장이란그옛날의장례방식중의하나이며,‘살인순장’과‘자살순장’이있었다고한다.‘살인순장’은강제성을띤것을말하고,‘자살순장’은자발적인것을말한다.어쨌든순장이란죽음까지도함께하는장례방식이고,“나는당신을껴묻고,당신은나를껴묻는”것을말한다.“나비였거나꽃이었거나굴욕이었거나치욕이었던순간들”마저도생각해보며,하나하나“부장품목록들을색인한다.”독널고분은“매일몸으로새겨넣는죽음의흔적”이고,언제,어느때나“되살아오는꿈을꾸는방”이다.요컨대“유월의장미가담벼락을넘어만발할때”가「즐거운나의집」으로이사가기가가장좋은날이고,나의애첩과시종과호위무사들과,그리고나의소장품들과함께간다는것은저절로콧노래가나오고즐겁고기쁜일이아닐수가없다.
하주자시인의「즐거운나의집」에는그모든것이다갖추어져있고,이마에땀흘리고손마디가부르트도록일을하지않아도저절로젖과꿀이흘러나오고오곡백과가무르익게되어있는것이다.모든부모형제들과이웃사람들이부귀영화와장수만세를향유할것이며,그어느누구도삶의공포와죽음의공포가무엇인지알수도없을것이다.독널의「즐거운나의집」이고,상상만으로도즐겁고기쁜집이다.죽음은영생이고,영생은부귀영화와장수만세의꽃으로활짝피어난다.


담장아래어제가수북하다고
속수무책비가내린다고
캄캄한날들이라고

밤새뒤틀린손으로쓴말이다

어둠만지작거려만든날개는가볍고희다
이제어디든지하강은두렵지않아

마지막을같이하는건아름다운일일까
서러운일일까

함께늙어가자네가말하는잠깐
사이참많은꿈을꾸었다

손흔드는건결별이아니다

내것이아니었다는듯훌훌
당도하지않은마음까지반송하는온통
흰불면이분분
하늘이다우편함이다

꽃그늘한켠지었다허물면
그것이길이다
-「가볍고흰」전문


‘현재’라는것이가능할까?현재는계속해서흘러가는것일뿐,멈춰있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지난것이,사라진것이오직그런것만일수없는이유다.“담장아래어제가수북하다”,지금도끊임없이지나가는중이다.“속수무책비가내”리듯,“캄캄한날들”이다.그럼에도지금의존재를가능케했던것의근원은지금이아닌과거에있고,또다른미래혹은또다른지금으로가려는존재는과거를지나가야한다.마음으로놓아주어야한다.그것은그시간과의단절이아니다.오히려기억하지못하는것이단절이다.마음으로이해하고받아들여서놓아주는것은이어져있음을깨달은자의내면의힘이다.
우리는늘세계와조금씩어긋나있고,경우에따라그엇갈림이심화하기도한다.어떻게나의동일성을지켜갈것인가의문제는모든사람의공통된질문일것이다.하주자시인은과거와현재,미래라는심연에자신만의시선으로선명하고아름다운그늘을펼친다.이미지나간것이새로운미래가될수있다는발견을통해익숙하지만,새로운현재성을만들어낸다.이러한발견을통해서시인은“손흔드는건결별이아니다//내것이아니었다는듯훌훌/당도하지않은마음까지반송하는온통/​흰불면이분분/하늘이다우편함이다//꽃그늘한켠지었다허물면/그것이길”이라는놀랍고아름다운자신의세계를만들어내는것이다.더불어이러한시인의세계가더욱놀라운것은시인의세계를온전히서있게하는내면의힘에서찾을수있다.대상을측은한마음으로끌어안고이해하려는태도,이를통해싸움이나타협이아닌포용적인세계관을보여주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