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그래 - J.H Classic 103(양장)

그래그래 - J.H Classic 103(양장)

$13.00
저자

이순희

저자:이순희
경북문경에서태어나단국대학교한문교육과,동국대학교문화예술대학원문예창작학과,숭실대학교기독교대학원기독교상담학과를졸업했다.2002년『심상』으로등단했으며,시집으로는『꽃보다잎으로남아』가있고,가곡독집『어디로가는가』,『아무도(島)』가있다.동국문학상,애지문학상,한국창작문학상대상을수상했다.현재시인이자작시가로서한국문인협회와한국예술가곡협회회원으로활동중이다.

목차

시인의말

1부

길좀물읍시다

대기실―요양원

덧칠
돌아가셨다는말
그래그래
말무덤
말이머리깎고절로간까닭
아!
아무도島
어비魚飛
유전流轉
울지못하는징
조문

2부

창문하나쯤열어두고
탑쌓기―作詩
화석
가치기준
겉옷
겨울나무
고백
궁리
그림자받아들이다
낮달처럼쓸쓸한당신
다시봄
돌아가자
두개의귀는한개의입을당하지못하고
때를지우다
마음그림자

3부

마음
무릇
무명의꿈
무의식
무장해제
세월의눈치를보다
무한속에서
수식변폭修飾邊幅
술酒이야기
스스로그러하게
시詩죽비
어떤구원처럼
여기까지―때를생각하다
아련한주파수
윤회를생각하는아침

4부

보이지않는다고
참,眞
빙자
잃어버린시집
저물어가는거
좀울어도되나요?
중독
해거름
회귀
흉내

해설┃유성호
존재론적기원과궁극을찾아나서는서정의사제

출판사 서평

사물에서삶의본질을발견하는시선

이순희의시는특별한사건보다우리곁의평범한사물과풍경에오래머문다.개나리,숲,기차,그림자,주민등록번호,창문하나까지도시인에게는삶을비추는거울이된다.사물의존재방식을세심하게바라보며그안에서인간의삶과시간의의미를길어올리는것이이시집의가장큰특징이다.

시간을품은기억과존재의회귀

이시집에는지나간시간에대한깊은성찰이흐른다.부모와고향,계절과추억은단순한회상이아니라오늘의나를이루는존재의뿌리로되살아난다.「화석」,「회귀」,「돌아가셨다는말」등의작품은기억을통해삶의근원을되짚으며,떠나온자리로돌아가는일이곧자신을다시발견하는과정임을보여준다.

담백한언어로전하는깊은울림

이순희의시는화려한수사보다간결하고명료한언어를선택한다.절제된시어와단단한문장은사물과삶의본질을더욱선명하게드러내며,독자에게오래머무는울림을전한다.짧은언어속에응축된사유는읽을수록깊이를더하며삶을다시바라보게한다.

삶을다독이는따뜻한긍정

시집의마지막에이르면모든시간은'그래,그래'라는한마디로귀결된다.상실과아픔,기쁨과그리움까지도삶의일부로받아들이는시인의태도는독자에게조용한위로를건넨다.저물어가는것들속에서도다시봄을발견하고,흔들리는순간마다삶을긍정하는마음은이시집을따뜻한서정으로완성한다.
담백하면서도깊이있는언어로삶과시간을성찰한『그래,그래』는사물과계절,사람과기억을통해존재의본질을되새기는서정시집이다.지나온시간을돌아보며오늘을살아갈힘을얻고싶은독자에게,이시집은'그래,그래'라는가장다정한한마디처럼오래도록마음에머무는위로가되어줄것이다.

책속에서

다그치지않고들어주는말
세상에얻어맞고쓰러져도
안아서일으켜세워주는말
그래그래

오월의숲엔이말씀더푸르고짙네
저세상가신아버지
생시처럼목소리그윽하시네
나를아이같이감싸주시네
울음참은내얘기다들어주시네
그래그래
눈앞이환해지네
-「그래그래」전문

핸드폰저장고에유물처럼보관된아버지의주민등록번호
지금까지생존하신다면백살을갓넘긴나이인데
가신지어느새30년이흘렀다

손가락으로글짚어읽듯아버지의파란만장을짚는다

의병의집안에태어나
일제의집요한감시에오금도못펴고살았다
조국산천지키시던당신의아버지는집을찾지않았다
나라에목숨바친조상이남긴것이라곤지독한가난뿐이었지만
그는그가난을부끄러워하지않았다
일제탄압과동란을온몸으로맞으며파란곡절다겪었다
저세상으로먼저간아내대신하여딸을업어키웠다

이제는사용만기지난아버지주민등록번호가
내가슴켜켜이쌓인암석의지층을바스러지지않게붓질한다

그속에살아계시는
화석,아버지!
-「화석」전문

기차는제천역에멈춰섰네
창밖은어두워오고
뒷자리에탄처녀들
낯선역감상하는사이
기차는다시출발하네

창밖은더어두워지고
유리창엔사람들비추어떴네
두고온고향떠올리는지
돌아가신어머니생각에잠겼는지
사람들저마다수심이가득하네

온종일밖으로만향했던마음
이제안으로거두어들일시간
기차는점점더깊은어둠을달리고
나도내속으로빠져드네

다시창밖을보니
기차는캄캄한어둠속달리며
돌아가는중이네
내가떠나온그곳으로
-「회귀」전문


개나리위에눈꽃얹혔네
때아닌폭설에거리는얼어붙고
봄옷으로갈아입은사람들
겨울처럼떨고있네

계절도철이든다는것은
이렇게온천지가
한번뒤집어진다는뜻

언땅을갈아엎고씨를뿌리듯
내마음묵정밭도뒤집고갈아놓아야
또다시한계절을건널수있다고
이렇게서서히철들어가고있다고
눈속의개나리떨면서도환하네
-「다시봄」전문